[에어로너츠]와 함께 하는 약간의 과학탐험 (강스포)

사실을 영화로 옮겼다. 흥미진진한 기구여행. 굉장한 영상미로 꼭 극장에서 봐야만 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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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에어로너츠]에 대한 과학 이야기입니다. 맨 앞부분은 일반적인 영화 이야기이고, 뒷부분은 이 영화의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꽤 길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에 전체를 아울러 요약하겠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부분만 살펴보세요.

이 글은 영화의 내용을 거의 전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제목 ‘에어로너츠’만 들었을 때는 aero-knuts, 즉 ‘하늘을 나는 땅콩’인 줄 알았습니다. 코미디인가 싶었죠. 그런데 Aeronauts라고 하더군요. 결국 번역기를 돌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구 조종자라고 나오더군요. 그래서 포스터를 검색해 보고는… ‘오호라! 저게 기구 안 장면인가보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어로너츠] 메인 포스터

얼마 뒤에 한 영화 커뮤니티에서 시사회를 모집한다는 게시물을 발견했습니다. 그 게시물에서 예고편을 보았는데, 뭔가 옛날 과학자도 나오고 막 그래서 흥미가 동했습니다. 응모했습니다. 뽑혔습니다. 꽤 많은 시사회를 여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시사회보다 먼저 더스페셜패키지를 상영하네요. 안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취게팅!! 영화가 시작할 때 나오는 ‘amazon studio’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가 떠올랐습니다. 색감이 주로 하늘색 계열이고, 폭풍우가 치는 장면이 있어서 그랬나봅니다.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극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배경이 언제 어디인지 추측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시간배경을 1800 년대 초중반으로 추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장소는 알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유럽을 잘 몰라서요. ^^; 구글링해보니 배경은 런던 1862 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리차드 홈즈의 소설 『하늘로의 추락』Falling upwards: How we took to the air이 원작입니다. 이 말은 실제 이야기가 두 번에 걸쳐서 각색됐다는 뜻이죠. 염려가 좀 됐습니다. 그리고 어떤 염려는 실제로 일어났네요. ^^;;;
어떤 것이든 완벽할 수는 없으니….

1. 등장인물

주요 등장인물은 제임스 글래셔와 에밀리아 렌 두 명이었습니다. 좁은 기구에 사람이 타는 거니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건 무리겠죠? 조연이 몇 명 더 나오기는 하는데 비중 있는 인물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두 명이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1.1 제임스 글래셔James Glaisher

제임스 글래셔는 날씨를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영국 왕립학회에 1849 년에 연구원으로 선출됐으니까 이미 당시에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입니다. 1850 년에 창립된 영국 기상학회의 창립멤버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괄시받는 사람으로 나오지만, 영화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정일 뿐입니다.
다만, 자기 이론을 맹신하고, 기구 안에서는 과학자와는 거리가 좀 먼 행동을 한다는 측면에서 시나리오작가가 과학자를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를 세 번 본 뒤에 기억에 남는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이런 거였습니다.

과학자는 측정기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요.

이 대사의 의미는 글래셔는 관찰자인 인물이라는 뜻입니다. 아마 이 영화에서 진짜 탐험을 하는 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인 에밀리아라는 걸 알려주려는 대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2 에밀리아 렌Emilia Len

에밀리아 렌은 시나리오 작가가 창작해낸 인물입니다. 원래 제임스 글래셔와 함께 비행하며 기구를 조종한 것는 헨리 콕스웰Henry Tracey Coxwell이라는 남자였습니다.

에밀리아의 남편은 제임스 글래셔와 비행하기보다 2 년 전에 최고고도까지 올라가려고 날다가 사고로 남편이 추락하여 죽습니다. 추락하는 이유는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같습니다. (이 말은 에밀리아가 이전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영화 속의 비행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에밀리아의 동생은 직접 비행해보지도 않았고 비행해볼 생각도 없는 인물이지만, 비행에 대해서 꽤나 잘 아는 것으로 나옵니다.

에밀리아 렌이란 인물은 아마도 여러 인물을 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소피 블랑샤르와 장피에르 블랑샤르 부부입니다. 이 부부는 수소를 이용한 기구를 사용하였고, 개와 불꽃으로 쇼를 보여주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소피 블랑샤르는 최초의 여성 에어로너츠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1819 년에 쏘아올린 불꽃이 기구로 옮겨붙어서 부부가 모두 사망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인물도 있습니다. 토마스 해리스라는 인물은 수소기구와 열기구를 혼합한 독특한 기구를 사용했는데, 1824 년에 열기구의 공기를 가열하던 불꽃이 수소기구에 옮겨붙어 사망하였습니다.

에밀리아가 기구가 출발하기 전에 원맨쇼를 하고 있다.

에밀리아가 혼자서 벗지도 못하는 옷을 입는 모습은 당시의 시대상을 잘 보여줍니다. (그 문제를 혁파하는 건 코코 샤넬이 등장한 이후니 엄청 후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이나 당당히 모험을 이끌어나가는 모습 등은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시나리오 작가가 최근 불고 있는 PC를 첨가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PC라고 더 확고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여성이 출입금지돼 있던 왕립협회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돌아다니는 장면 때문입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여대 등에서는 배달업체 직원도 못 들어가게 해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맘대로 들어가서 돌아다닌다면 어떨까요? 난리나겠죠?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건 PC라는 거죠.

2. 영화의 주요 줄거리(?)와 평가

줄거리를 쓸 필요는 없겠지요. 정말 단순합니다. 학계에서 무시당하는 남자와 자기 욕심으로 일어난 사고로 남편을 잃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여자가 합심해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내려온다. 그 결과…. 둘은 계속 같이 비행하게 된다. 바로 비행~커플~~!!

스토리가 너무 단순해서 n차 관람을 하고 싶어도 두 번밖에 흥미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커뮤니티를 보니 어떤 분은 현재와 과거 회상이 너무 많이 교차편집되어 집중도가 떨어져 아쉽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근데도 그렇게밖에 만들 수 없는 것이, 이야기 전개가 진짜 너무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들 보다가 잘 거예요. ^^;;;

3. 과학 이야기

이 영화 자체가 과학탐사를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 꼭지에서는 그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한, 앞으로도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3.1 기구에 대해서

기구balloon를 타고 날아가는 이야기이니까 기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죠? 영화적 설정이 있기 때문에 많은 혼돈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꼭지에서는 기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3.1.1 수소 기구 vs. 열기구

기구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열로 뜨거운 공기를 만들어 이용하는 열기구와 매우 가벼운 기체를 집어넣는 기구입니다. 주로 수소 기구와 헬륨 기구가 있겠죠. 주인공이 타는 기구는 어떤 기구였을까요? 영화에서 콕 찝어서 말해주지는 않지만, 수소 기구입니다. 그걸 알 수 있는 걸 몇 가지 찾아봅니다.

  • 공기를 데우기 위한 가열장치가 없다.
  • 남자주인공이 석탄에서 수소를 빼내는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 비행을 시작하기 전에 가스와 비단을 대줬다는 투자자가 나온다.
  • 에밀리아가 벼락을 맞으면 폭발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뭔가 탐탁지 않습니다. 아래가 뚤려있는 기구의 모양 때문입니다. 수소가 다른 공기에 비해 매우 가볍지만, 공기의 특성 때문에 매우 쉽게 보통 공기와 섞이려 합니다. 따라서 구멍이 있는 건 맞지 않습니다. 설혹 섞이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것이 맞다고 해도, 적란운에 들어갔다가 폭풍우에 휘말렸을 때 상당히 많은 수소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설정부터 나사가 좀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3.1.2 수소기구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빨리 올라가는가?

영화에서 여러 번에 걸쳐서 기구가 부풀기 때문에 더 빨리 올라가게 된다고이야기합니다. 진짜 그럴까요? 예를 들어, 놀이공원에서 애들이 갖고 노는 헬륨풍선의 경우 터지지 않는 한 점점 빨리 우주를 향해 날아갈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이상기체의 상태방정식을 배웠을 것입니다. 공기의 부력을 생각할 때 꼭 따져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방정식입니다.

PV=nRT

우리말로 하면,

압력 × 부피 = 일정

두 가지 기체가 온도가 똑같을 때, 압력의 변화에 따른 부력의 변화를 따져보죠. 밀도가 10인 기체 A가 100인 기체 B 안에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이 두 기체 사이에는 A 기체가 질량 차이인 90만큼 위로 부력을 받습니다. 이제 압력을 원래 있던 곳의 절반으로 줄여봅니다. 그러면 A 기체는 밀도가 5가 되고, B 기체는 밀도가 50이 됩니다. 이제 A 기체가 받는 부력은 45가 됩니다. 그러나 부피가 두 배가 됐으므로 부력도 두 배를 해서 전체는 90이 됩니다. 이제 압력을 원래 있던 곳의 1/5으로 줄여봅니다. (실제로 대기의 10 km쯤 되는 높이에서의 압력입니다.) A 기체는 2, B 기체는 20이 됩니다. 따라서 A 기체가 받는 부력은 18이 됩니다. 그러나 부피가 5 배 늘어나 있으므로 부력은 90이 됩니다. 그러니까 어디에서든 부력은 같다는 겁니다. 여기에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어떻게 될까요? 팽창을 덜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결과는 비슷합니다.

그런데 압력이 낮아지면 기체의 부피가 팽창하는 게 문제입니다. 부피가 팽창하면 기구의 풍선이 커지면서 풍선이 공기를 가둬두려고 누르는 힘이 강해집니다. 따라서 기구에 담겨있는 기체 A는 위에서 계산한 것보다 팽창을 덜 합니다. 즉 밀도가 상대적으로 덜 낮아지게 되고, 부력이 적어지는 것이죠. 기구가 받는 상승력도 줄어듭니다. 따라서 상승하는 것 자체만으로 더 빨리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올라가는 동안에는 고기압 때문에 느리게 올라가다가 대류권계면 근처에서 하강기류가 사라지니 더 빨리 올라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논리는 앞에서 말했던 풍선의 밑이 뚤려있다는 문제점 때문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풍선이 수소를 조이면 그냥 수소가 밖으로 뿜어져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3.1.3 돌아올 때 점점 빨리 떨어지는 건 어떻게 설명하나?

탐험을 끝내고서 돌아올 때 기구가 점점 빨리 떨어져서 죽기 일보직전까지 가게 됩니다. 제임스와의 탐험 말고, 에밀리아가 남편과 탐험할 때는 남편이 뛰어내려서 에밀리아를 구하는 이유가 되죠.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냥 풍선 안의 수소를 너무 빼서 그런 거죠. 10 km 상공에 있을 때 내려오게 공기를 뺍니다. 그러면 그 속도로 계속 가속되면서 내려오니까 점점 더 빨리 떨어지게 됩니다. 공기를 적절히 뺀다면 천천히 내려오면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적절히’가 문제가 됩니다. 어느정도가 ‘적절히’ 빼는 것인지 알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공기와 혼합된 수소는 불이 붙으면 폭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결국엔 아무도 수소기구를 타지 않게 됩니다. ^^;;

결국 영화 속 주인공들은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기구의 바구니를 떼어버립니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제임스 글래셔가 했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영국의 우표 중에 다소 엉성한 그림의 우표를 본 적 있었습니다. 위쪽에 기구가 있고, 거기에 매달린 둥근 고리에 어떤 남자가 줄을 잡고 서서 환호하며 내려오는 우표였는데, 이 영화를 보니 왜 그렇게 비행하게 됐는지 알겠더군요. ㅎㅎㅎㅎ

3.1.4 낙하산처럼 위쪽이 더 넓어!

제임스가 지붕위에 올라가서 다른 사람이 띄우는 기구를 보며 낙하산처럼 위쪽이 더 넓다고 말하죠.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이게 사실 초기 기구는 위로 길쭉한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구 우표에도 그런 모습의 기구를 꽤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보면 진짜 웃기지만요. ^^

3.2 제임스가 준비해간 관측장비

제임스는 여러 관측장비와 비둘기를 데리고 갑니다. 어떤 관측장비를 갖고 간 걸까요? 이건 제가 잘 몰라서 미완성의 꼭지로 남겨놔야 할 것 같습니다. ㅜㅜ

아무튼 갖고 간 기기 종류는 시계, 온도계, 건습 습도계, 압력계, 풍향계입니다. 에밀리아의 말에 따르면 온도계만 4 가지였다고 하네요. 도중에 하늘로 향하고 빙빙 돌리는 관측기구가 나오는데, 이거 뭔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제는 안 쓰이는 장비 같은데 말이죠.

3.3 솔리톤

솔리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꼭지는 이 글에서 설명하기 가장 난해한 꼭지일 겁니다. 그러니까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냥 스치듯 예 정도만 읽어보세요.

3.3.1 적란운 안에서 회오리를 만나다.

비행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번개가 막 치죠. 에밀리아가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기구가 갑자기 위로 쭉 발려들면서 올라가죠.

3.3.2 교회소리가 들리다.

구름 속을 지나는데 갑자기 교회 종소리가 들리죠. 그 뒤에 말발굽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현상도 솔리톤이라고 불립니다. 특정 조건이 형성됐을 때 소리가 아주 멀리까지 전달되는 것이죠.

3.3.3 솔리톤이란 무엇인가?

존 스콧 러셀이라는 사람이 1834 년에 말이 끄는 배를 타고 스코틀랜드 유니온 운하를 이동하다가 배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배가 멈추며 생긴 파도가 수로를 따라 몇 km를 지나가는 걸 발견합니다. 몇 시간 동안 쫒아가 봤더니 결국 수로가 방향을 바꾸는 곳에 가서야 없어졌다고 하네요. 파도는 원래 흩어지려는 성질을 갖고 있고, 수로의 뚝이 물을 모으려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이 두 성질이 합쳐져서 파도가 유지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솔리톤은 한 번 형성되면 어지간한 장애물이 있어도 그대로 형태를 유지한 채 밀고 나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로에 돌이나 작은 배 같은 장애물이 있었더라도 파도는 멈추지 않았을 거란 뜻입니다.

솔리톤은 원래 두 가지로 나뉘는 현상입니다.

첫째는 파동이 흩어지지 않고 전달되는 현상 같은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교회 소리가 높은 고도에서도 잘 들리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습도가 높은 공기기둥은 습도의 차이로 인한 소리의 굴절율이 주변과 차이나면서 소리가 그 안에서만 전달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수천 m 꼭대기까지 소리가 잘 들리는 것이죠. 반대로 바깥에 있는 소리는 안으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이런 현상이 나오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가 하나 있죠. [부산행]이 끝날 때에, 성경과 수안이 터널을 걸어가며 노래를 부르니까 그 노래소리를 터널 밖의 군인들이 듣게 됩니다. 이때 터널은 물리적 환경은 우리가 익숙하기 때문에 신기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기본적으로 구름 속에서 소리가 멀리까지 전달되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은 현실적인 현상으로도 많이 관찰됩니다. 예를 들어…………

  • 씨쓰루 현상see-thru 또는 see-through
  • 광섬유에 레이저 펄스를 쏘아넣으면 수십 km이상 전달된다.
  • 기차 레일에 귀를 대면 아주 멀리 있는 기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레일 사이사이가 떨어져 있어도 소리가 잘 전달된다.
  • 우리 몸의 신경으로 전기신호가 전달되거나 혈관을 따라 맥박이 전달된다.
  • 전기제품을 켜고 끌 때 생긴 고전압이 전선을 타고 멀리 퍼진다. 형광등의 경우는 콘덴서를 장착하지 않으면 다른 전기제품을 망가트릴 정도이다.
  • 레이저 발진기에서 점점 강해지던 레이저가 어느순간 한 쪽 거울을 뚫고 나온다.
  • 특정영역에서만 들리는 스피커
  • 북의 한쪽 막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반대편 막을 치면 구멍으로 나온 공기덩이가 수십 수백 m를 이동할 수 있다.
  • 모호면 등으로 강력하게 퍼지는 지진파
  • 수압이 센 수도꼭지를 빠르게 잠그면 웅웅 울린다.
  • 고래가 특정 수심에서 수천 km 떨어진 동족과 대화한다.

둘째는 흐름이 한 장소에 고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부분 소용돌이처럼 보이거나 특정위치에 흐름이 고정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예를 어디에서 찾아 보여드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는 [니모를 찾아서]에서 해류를 타고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거북이들이 이런 것을 잘 보여줍니다. (앞서 말한, 이 영화에서 적란운 안에 들어갔다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리는 장면도 솔리톤을 잘 보여주는데, 그 장면은 다음 꼭지에서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런 현상도 주변에서 많이 관찰됩니다. 최대한 찾아보자면…

  • 태풍
  • 보일러 관에 공기방울이 있으면 꾸루룩 소리가 나면서 따뜻해지지 않는다.
  • 온돌을 만들 때 구들개자리를 만든다. 뜨거운 공기가 구들개자리에서 맴돈다.
  • 목성의 대적점 (태풍과 반대로 고기압이다. 원인은 아직 모른다!)
  • 온도나 염도 등의 물리적 특성이 다른 두 바닷물이 만난 경계면에 배의 프로펠러가 위치하면, 프로펠러가 돌아도 배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회전에너지가 경계면의 표면파로 퍼지기 때문이다.
  • 해일(쓰나미)이 오기 전에 해안가에 소용돌이가 생긴다. 해일이 주변 물을 빨아들이는데, 주변 물이 모두 똑같이 빨려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경로가 만들어져서 그 통로로만 물이 빨리기 때문이다. 물이 빨려가는 이동경로의 끝에 수십~수백 m의 소용돌이가 생긴다. (일반적인 쓰나미는 솔리톤이 아니다.)
  • 우주에서 기체가 뭉쳐 나선은하나 별이 형성될 때 기체 속에 채널(기체가 주로 흐르는 통로)이 형성된다.
  • 바다 한가운데에 파도도 치지 않는 무풍지대가 생긴다.
  • 제트기류
흔히 솔리톤이라고 알려진 해일(쓰나미)은, 크게 보면 흔한 물결파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예를 떠올리려 하다보니 더는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ㅜㅜ

오늘날에는 솔리톤을 양자역학의 여러 추상적인 개념에 적용하여 별의별 신기한 것을 다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추상적인 개념인데, 실험하면 실제로 구현된다는 것이 엄청나게 신기합니다.

3.3.4 적란운 안에서의 솔리톤

적란운의 난류에 휩싸여 에밀리아가 위험에 처했다.

적란운 안에 들어가서 소용돌이를 만났던 주인공! 그러나 기구는 위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밑으로도 향합니다. 이리저리 고된 시간이 지난 뒤에, 기구는 안정되어 상승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위 유투브 영상의 촛불을 봅시다. 촛불에 의해 가열된 공기는 위로 곧게 올라갑니다. 이걸 층류라고 합니다. 그렇게 수십 cm를 올라가 속도가 어느정도 이상 빨라진 공기는 갑자기 흔들리며 난해한 흐름으로 바뀝니다. 주변 공기와의 저항이 너무 커졌기 때문에 층류를 유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걸 난류Turbulent Flow라고 하며, 이 상태로는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적란운 안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 흐름입니다. 처음에는 곧게 올라갑니다. 수증기가 응결되면 잠열이 열로 나타나며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더 빨리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한계에 다다르거나, 아직 흐름이 생긴지 얼마 안 된 경우엔 흐름이 계속 확장되는 부분의 끝에 다다르면 더는 똑바로 올라갈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옆으로 돌거나 아래로 떨어지거나…. 아무튼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입니다.

층류와 난류 사이에는 카르만 소용돌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카르만 소용돌이는 규칙적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솔리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카르만 소용돌이 한 가지만으로도 책이 몇 권은 나올만큼 복잡하니 생략합니다.)

3.5 광환Brocken spectre

기구가 적란운을 벗어난 직후, 구름에 드린 기구의 그림자를 중심으로 색색의 고리들이 나타납니다. 정말 멋지죠! 이제는 비행기만 타도 볼 수 있는 현상인데, 비행기가 없었을 당시에는 어땠을런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광환은 비행기를 탔을 때 구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물론 안개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 설명도는 틀렸다. 물방울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빛은 실제로는 거의 물방울 끝쪽으로 들어갔다가 끝쪽으로 나온다.

광환이 생기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빛이 구름에 쪼이면 구름 속 물방울의 두 곳에서 반사가 일어납니다. 물방울 겉에서 하나, 물방울 속에서 하나입니다. 이렇게 두 곳에서 반사된 빛은 멀리 떨어진 관찰자에게는 한 방향에서 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두 배 밝게 보일 것처럼 생각되지만, 빛이 파동이다보니 파동의 보강과 상쇄가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즉 빛의 경로 차이(물방울 안을 빛이 이동한 거리)만큼 영향을 받아서 보강이 될지 상쇄가 될지 차이가 나게 됩니다. (거기에 고정단반사와 자유단반사 현상까지 겹쳐서 빛의 위상차는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야 합니다. 이건 어려우니까 pass….) 결과적으로 보강으로 보일지 상쇄로 보일지는 태양(광원), 물방울, 관찰자 사이의 각도에 따라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각도가 일정한 물방울의 위치는 대개 원을 형성합니다. 그래서 같은 빛깔이 원을 그리며 보이는 것이죠.

참고로, 인터넷에서 광환을 검색해보면, 분산이나 산란 때문에 생긴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맞지 않습니다. 그냥 단순한 간섭의 결과입니다.

3.6 나비의 이동

영화에서 기구가 5200여 m를 지날 때 나비떼가 날아가는 장관이 나옵니다. 저도 처음 볼 때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잠실 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시사회에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상영이 끝난 뒤에, 뒤의 어딘가에 앉으신 두 분이 나비 나오는 장면에 대해 그런게 어딨냐며 짜증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그런게 실제로 있습니다. 이 꼭지에서는 먼 거리를 이동한다고 알려진 벌레들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그런데 비행효율 문제 때문인지 모든 종이 나비와 잠자리네요. 실제로 나비와 잠자리는 비행효율이 매우 뛰어납니다.

(참고로 가장 높이 날아오르는 벌레는 (여러분이 예상하지 못했을) 거미라고 합니다. 성층권 중간 이상까지 올라가는 기상관측기기에서 종종 채집된다고 하네요.)

흰나비과로 보이는 나비종 (국내의 연주나비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 사는 새연주노랑나비

3.6.1 제왕나비모나크 나비; Monarch butterfly

대규모로 이동하는 가장 유명한 벌레는 북미에 사는 제왕나비일 것입니다.

봄에 멕시코에 나타난 제왕나비는 북쪽으로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북쪽으로 날아가서 번식을 하고, 다시 북쪽으로 날아가서 번식을 하고…를 반복하며 미국을 통과하여 여름이 됐을 때 남부 캐나다에서 네 번째 번식을 합니다. 남부 캐나다에서 어른벌레가 된 제왕나비는 기존의 어른벌레와 생태와 생김새가 완전히 달라서 슈퍼세대super-generation이라고 불립니다. 이들은 겨울이 가까워지면 떼를 이뤄서 높은 고도로 날아올라서 다시 멕시코로 돌아갑니다. 여기에서 신기한 점은, 모든 나비가 멕시코 시골마을에 있는 한 그루의 전나무를 중심으로 모인다는 것입니다. 아직 왜 그런지 아무도 몰라요. 이렇게 4 대에 걸쳐 7000 km를 일주합니다. 제왕나비가 모이는 전나무와 그 인근 숲은 2008 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그리고 로키산맥 서쪽에 사는 제왕나비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으로 몰려든다고 합니다. DNA에 방랑자 유전자코드가 삽입돼 있는 것 같습니다.

3.6.2 고추좀잠자리

고추좀잠자리는 우리나라에서 6 월쯤에 나타나서 11 월까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위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초여름에 어른벌레가 된 고추좀잠자리는 날씨가 더워지면 더위를 피해 도망갑니다. 어디로 도망가느냐… 하늘 위로 도망갑니다. 떼를 지어서 1000 m 이상 높이로 올라갑니다. 1000 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는 볼 수 있겠죠? 그러다가 9 월이 되면 다시 평지로 돌아옵니다. 가을에 황금들판이나 서울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수없이 볼 수 있는 고추잠자리 중 상당수는 고추좀잠자리입니다.

고추좀잠자리는 보통 고추잠자리로 뭉퉁그려서 불립니다. 그러나 고추잠자리는 꼬리부터 머리까지 몸통은 전부 빨갛지만, 고추좀잠자리는 꼬리 부위만 빨갛습니다. 그러니까 고추잠자리로 불리는 녀석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고추좀잠자리일 것입니다. 반대로 고추잠자리로 불리는 녀석들 중에 고추잠자리는 거의 눈에 안 띕니다.

3.6.3 된장잠자리

된장잠자리는 인도, 동부와 남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북아메리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여름인 6 월 초에 잠자리 중에서 가장 먼저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겨울은 추워서 월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매년마다 남쪽에서 날아옵니다.

인도는 여름이면 건기여서 물이 마릅니다. 그래서 된장잠자리는 5 월에 계절풍을 타고 몰디브로 갑니다. 몰디브는 아시다시피 작은 섬들이어서 잠자리가 살아갈 환경이 안 됩니다. 거기에서 서쪽으로 날아가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로 흩어집니다. 이렇게 각지에서 번식하던 된장잠자리는 10 월에 다시 반대로 날아가 인도로 되돌아갑니다. 이 여정의 총 거리는 1`4000 ~ 1`8000 km에 이릅니다. 이것만해도 곤충 중에 가장 멀리 날아다니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

된장잠자리를 전세계의 서식지 각지에서 채집하여 DNA를 분석했더니 거의 모두가 한 집단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모든 된장잠자리는 서로 날아다니는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북미에서 우리나라를 거쳐 인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날아간다는 이야기니까, 이동거리가 정말 엄청납니다. 물론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출처 :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툰

3.6.4 작은멋쟁이나비

작은멋쟁이나비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이는 네발나비과의 나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동이 관측되지 않는 흔한 나비 생태를 보입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흥미로운 이동을 보입니다.

여름에 번식을 마친 작은멋쟁이나비는 가을이 되면 무리를 이뤄서 지중해와 사하라사막을 건너 중앙아프리카의 열대지역까지 날아갑니다. 그랬다가 봄이 되면 다시 반대로 되돌아옵니다. 이때 이동거리는 1`2000 km 이상이며, 이동경로도 몇천 m의 높은 고도를 이용합니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만나는 나비는 작은멋쟁이나비일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나비는 작은멋쟁이나비가 아니라 흰나비과 종류로 보입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볼 때 노란색이 더 이쁘게 보이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좀 아쉽죠?)

3.7 높은 고도에서 벌어지는 일들

기구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추워지며, 습도가 떨어지고, 얼음(서리)이 끼고, 낮 하늘인데도 별이 보입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3.7.1 저온

고지대를 여행하거나 하늘 높이 올라가면 시원해지다 못해 추워진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비행기 여행이 일반적인 오늘날에는 보통 사람들도 이에 대해 잘 압니다. 여행할 때 비행기가 10 km 이상으로 올라가면 외부 기온이 -45 ~ -70 ℃ 정도라는 걸 알려줍니다. 제임스 글레이셔와 에밀리아 렌은 영화상에서는 1`1277 m까지 올라갔다고 나오고, 실제로는 9500~1`0500 m 정도까지 올라갔다고 추정되므로, 실제로 저런 정도의 추위에 노출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처음 전투기로 활용될 때에, 전투기 조종사들은 적과 싸우는 것보다 추위와 싸우는 게 더 힘들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엔진을 식힌 공기를 실내로 끌어들이는 방법은 한참 뒤에 개발됐습니다.

이런 높이까지 올라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동상에 걸린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15 ℃만 돼도 숨쉴 때 콧구멍이 짝짤 달라붙는 느낌이 들고, 맨손으로 철근 같은 걸 만지면 쩍쩍 달라붙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살깣에서 나온 수분이 순간적으로 살깣과 철근 사이에 얼어붙기 때문입니다.
-30 ℃ 이하부터는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살이 금속에 닿기만 하면 바로 동상에 걸립니다. 일본 영화 [남극의 쉐프]南極料理人; Nankyoku.Ryorinin(2009)에 보면 맨손으로 철문을 두들기기만 했는데 동상에 걸린 내용이 나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제임스 글레이셔가 갖고 간 장비들이 전부 금속입니다. 다행히(?)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는 정신을 잃어서 측정하지 못하지만, 그보다 고도가 약간 낮아진 뒤에 측정했을 때도 동상에 걸렸을 겁니다.;;;;

여기에서 하나 더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제임스가 갖고 갔던 고도계(압력계), 온도계, 습도계는 수은으로 작동합니다. 수은은 녹는점이 -38.8 ℃입니다. 그러니까 대류권계면 부근을 지날 때는 관측장비들이 전부 얼었을 겁니다. 내려오기 시작할 때 제임스가 관측장비들이 별 의미가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게 이 문제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3.7.2 습도가 떨어진다

대류권에서 습도가 높아지고 낮아지는 건 그냥 불규칙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라면 8000 ~ 9000 m 높이에 있을 대류권계면을 지난 뒤에 성층권에 있을 때는 습도가 떨어지는 것이 맞습니다. 성층권에는 오존이 있고, 오존이 햇볕을 받으면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올라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류가 일어나지 않죠.) 대류권계면까지 온도가 낮아지며 포함돼 있던 습기를 대부분 눈송이로 만든 공기는 그보다 높아진 뒤에는 습기를 늘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습도가 낮아지는 것이죠.

그러나 제 의문은 이런데서 생깁니다. 도대체 습도를 어떻게 측정한 것일까요? 제임스가 갖고 간 습도계는 건습 습도계인데, 이것은 얼음이 얼면 그 뒤부터는 습도를 즉각즉각 측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공기 샘플을 채취한 뒤에 흡습제를 이용해서 습기를 모조리 흡수시켜 무게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습도를 측정해야 합니다. 지금도 정확히 측정하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오차를 어느정도 감내한다면 전자식 습도계를 쓸 수 있죠.) 따라서 제임스는 이 장면에서 습도를 측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성층권에 도달한 뒤부터 기온은 자꾸 올라가니 기온은 올라가게 측정되는데, 습구쪽 온도계는 얼음이 붙어있어서 온도가 늦게 올라가기 때문에 제임스가 습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물론 수은이 얼어있었을 테니까 이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3.7.3 얼음(서리)이 낀다?

대류권계면을 통과한 뒤에 기구에 얼음이 맺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수증기가 찬 기구 표면에 승화하면서 서리가 내려앉는 겁니다. 그런데 성층권에서는 수증기도 적습니다. 어떻게 서리가 내리는 걸까요?

기구는 대류권계면을 통과할 때 가장 온도가 낮은 층을 통과합니다. 따라서 이때 가장 차가워집니다. 그 뒤 성층권에 들어서면 기온이 높아지므로 기구가 주변 공기보다 더 차가운 상태가 됩니다. 서리가 내리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서리가 잔뜩 끼었다!

3.7.4 별이 빛나는 하늘

제임스와 에밀리아가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를 갖고 옥신각신 할 때 제임스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여주며 올라가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그런데 별이 빛나는 하늘이 보일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저는 비행기를 타고 갈 때도 낮에는 별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늘이 검어지는 건 분명하지만, 1`0000 m 정도에서도 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심지어 다투고 있던 고도는 대류권계면보다도 훨씬 낮은 고도였습니다. 별이 보일리가 없었겠죠?

3.7.5 고산병

제가 남미를 두 번 여행했는데, 두번 다 고산병으로 엄청 고생했습니다. 3000 m만 넘으면 어김없이 고산병이 오더군요. 특히 두 번째로 갔을 땐 병원까지 다녀와야 했습니다. ㅜㅜ

고산병은 왜 생기는 걸까요? 산소부족으로 고산병이 온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원인이 결론난 적은 없습니다. 아무튼….. 고산지역이 주요 관광지역인 남미, 아프리카, 히말라야 산맥 ~ 티벳 고원, 알프스 산맥 지역으로 여행하실 때는 고산병을 조금은 공부해 보시기 바랍니다.

에밀리아마져 고산병으로 의식을 잃었다.

4. 애매모호한 것들

영화를 보면서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나열하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만 적어보겠습니다.

4.1 습도계가 끓는다?

내려오기 시작한 뒤에 에밀리아가 제임스에게 습도계에 거품이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제임스의 다음 대사에 따라 기구가 내려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다음 대사는 습도계와 관계가 없었던 겁니다. 즉 제임스는 대답을 회피합니다. 이유를 모랐던 것입니다.

ps. 추가 : 어쩌면 얼었던 수은이 녹는 모습을 거품이 인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4.2 눈 녹은 물을 분석하면 흥미로울 것이다?

맞습니다. 분석만 한다면 흥미로웠을 것입니다. 문제는 1862 년 당시의 기술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었을 겁니다.

4.3 에밀리아의 진자운동

에밀리아가 고산병으로 혼절해서 풍선에서 굴러떨어져 밧줄에 매달려졌다가 정신을 차린 뒤에, 기구 바구니로 돌아오기 위해 진자운동을 이용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바구니 안에 들어온 뒤에 어떻게 줄에 여유가 남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

4.4 파란 구름!!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구름 위쪽이 파랗게 보입니다. 이것은 그보다 더 높은 곳의 대기에서 파란색 빛이 더 많이 산란되어 내려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게 잘 안 보이더군요. 아쉬웠습니다.

참고로, 구름 위아래가 모두 파란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볼리비아Bolivia 우유니Uyuni 소금사막에서 파란 하늘이 소금사막의 수면에 비친 뒤에 구름의 아랫면을 비출 때 아래도 파랗게 보이는 것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우유니 소금사막은 가볼만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우유니 소금사막의 구름

5. 나머지 이야기

나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겨봅니다.

  1. 에밀리아가 기구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던 이유는 개방밸브가 얼어버려서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방밸브가 얼어버린 것이 아니라 당겨야 할 줄이 기구의 다른 줄들과 꼬여서 이걸 풀기 위해 악전고투해야 했습니다. 제작진이 멋진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무리한 설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2. 마지막 비둘기 한 마리가 죽어있었습니다. 이는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3. 마지막에서 두 번째 비둘기(살아있던 마지막 비둘기)를 풀어주는 장면에서 비둘기가 곧장 아래로 날아갑니다. 이는 실제입니다. 비둘기를 놓아주자 벽돌처럼 떨어졌다고 기록해 뒀다고 합니다.
  4. 영화는 헬륨기구로 촬영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헬륨기구는 40여 년 뒤에 개발(?)되었습니다.
  5. 실제로 탐험했던 두 인물의 나이는 영화의 등장인물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6. 제임스가 영화 속 탐험에서 만난 나비떼는 1862 년의 비행에서 만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멋진 장면을 만들기 위해 설정을 상당한 무리하게 바꿨했다.

요약정리

이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시원한 장면장면의 영상미가 보는이를 압도합니다. 화면이 크면 클수록 더 재미를 느끼는데, 큰 영상의 특성상 다른 영화보다 조금 더 앞쪽의 영화관 좌석이 제일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고소공포증을 체험할 수 있는 영화라고 말씀하시는데,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뭐 고소공포증보다는 멀미를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지만요.

반면에 스토리가 정말 단순합니다. 딱 한 번 보면 전체 이야기 중에 놓치는 부분이 없을 것이고, 두 번 보면 세세한 이야기 중에도 놓치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n차 관람은 (두 번째부터는 졸음이 오기 때문에) 무리가 있습니다.

영화는 연속해서 솔리톤, 온도 변화, 나비 비행, 광환 같은 다양한 과학현상을 보여줍니다. 과학적 측면에서 볼 때도 사실에 잘 맞춰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대략 150 년 전의 과학이니까,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설명이 없으면 혼자서 알아채기는 쉽지 않지만요.
나비 모습이나 수소기구가 열기구처럼 아래쪽에 구멍이 뚤려있다거나 하여 모양이 영 엉성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아마게돈]처럼 과학적 오류가 많은 영화는 아닙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영화에 어울리는 화면이 넓은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흠…ㅜㅜ

그리고, PC 요소들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여자주인공 에밀리아는 시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주의가 조금 필요합니다.

별점은 5 점 만점에

★★★☆

글 버전 : 1.03a
글 수정한 날자 : 20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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