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는 잘 살지 않는 들풀거미 (Agelena limbata Thorell 1897)

No comments

풀거미는 키가 큰 풀이나 관목의 잎 사이에 헝겁처럼 생긴 흰 거미줄을 치고 산다. 종은 여럿이 있지만, 자기들 끼리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생한다. 그래서 거미줄이 있는 곳에 둥지가 하나뿐인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찾기 매우 쉽다. 그러나 사진을 놓고 직접 비교하는 게 아니라면 종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들풀거미는 풀거미 중에 가장 크다. 암컷은 도감에는 몸길이가 15~19 mm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20 mm 이상인 개체도 쉽게 볼 수 있다.

초여름의 개체 (벌레가 가장 많은 정원수 옆쪽에서 살고 있었다.)
여름에도 다른 풀거미보다 조금 컸었는데, 가을이 되자 두 배가 넘는 몸집이 돼 버렸다.
거미줄의 은밀한 곳에는 땅쪽으로 도망가는 구멍이 만들어져 있다. 평소에는 거처로 쓴다.
위협을 받자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때 나무를 흔들면 땅 쪽으로 내려갈 것이다.

풀거미종은 수컷은 매우 조그맣게 생겼다. 무당거미처럼 암컷에게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여차하면 암컷에게 다가가는 것을 포기하고 도망간다. 그러나 들풀거미 수컷은 거의 암컷만큼 크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지는 알 수 없다.

가을이 깊어지면 암컷은 둥지에 Hyperbolic icosahedron 같은 모양의 알집을 만들고, 그걸 흰 천 같은 질긴 거미줄로 덮어씌운다. 시간이 지나면 거미줄의 흰 색이 지저분해지면서 눈에 잘 안 띄게 변한다.

Hyperbolic icosahedron

겨울은 알 형태로 지내며, 5 월경에 사방에서 애거미들을 볼 수 있다.

어린 들풀거미 애거미
조금 나이가 든 들풀거미 애거미

사실상 풀거미 애거미를 동정하는 건 매우 힘들다. 다른 풀거미과 애거미와 매우 비슷할 뿐 아니라, 애접시거미와도 매우 비슷해 보인다. (크게 볼 때 풀거미과 애거미와 애접시거미는 항문두덩을 보면 구분이 가능하다.) 위 두 사진은 가을까지 꾸준히 관찰하여 성체가 된 모습을 봤기 때문에 들풀거미라고 아는 것이다.


들풀거미 수컷

(2013 년 7 월 29 일에) 상당히 큰 풀거미가 집 현관 위에 붙어있었다. 더듬이다리가 부풀어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성숙한 수컷이었다. 꼬마거미라면 몰라도, 풀거미가 올만한 장소는 아니라서 어떤 종인지 상당히 궁금했다. 부근 정원수에 여러 종의 풀거미가 살기 때문에 그것 중 하나와 같은 종이 아닐까 생각했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성별 수컷
  2. 몸 길이 12 mm
  3. 눈은 여덟 개, 앞뒷열 모두 전곡한 배열 (전형적인 풀거미의 특징). 색은 검고, 희게 빛난다. 그중 가운데 윗눈은 플래시에 희게 빛난다.
  4. 눈 부위부터 위턱까지는 검붉은 색……
  5. 배갑은 원형에 가깝고, 머리 부분은 뭉뚝하게 끝나있다. 배갑은 밝은 갈색이고, 배갑 주변은 밝은 색으로 되어 있고, 머리에서 가슴판으로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진한 무늬가 있다.
  6. 가슴홈은 오목하게 들어가 있으나, 방사홈은 눈에 띄지 않는다.
  7. 배 윗면은 갈색에 검은 살깃무늬가 전형적인 풀거미과와 같이 두 줄로 실젖까지 이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긴 털이 많이 나 있다.
  8. 배 아랫면은 밝은 갈색이고, 진한 갈색의 줄무늬가 가슴에서 실젖까지 네 줄로 이어져 있다.
  9. 실젖 돌기는 매우 길다.
  10. 다리는 매우 길어서 몸 길이보다 더 길다. 모든 다리의 무릎마디와 종아리다리마디가 끝나는 부분에 검은색 고리무늬가 있다. 무릎마디보다 밑의 다리 부분은 적갈색이다. 다리 시작 부위부터 끝나는 부위까지 길고 검은 가시털이 매우 많이 나 있다. 얇은 털도 많다.
  11. 더듬이다리는 시작부위는 밝은 붉은색이고, 끝 부분은 진한 적갈색~검정색이다. 다리처럼 검고 긴 가시털이 많이 나 있다.
  12. 거미줄을 천막 모양으로 친다.

꼼꼼히 따져봤더니 그냥 흔한 들풀거미였다. 몸길이가 12 mm이고, 다리도 매우 길다. 발색과 빽빽한 털이 엄청 특이했다. 어떻게 되나 보려고 아롱가죽거미와 한 그릇에 넣어놓았다. 그런데 하루 넘게 서로 관망만 했다. 보통 다른 종류의 사나운 거미 두 종을 한 그릇에 넣어놓으면 십몇 분이면 결판이 나는데….

이 들풀거미 수컷은 암컷 주변에 놓아주었다. 언젠가 암컷이 성적으로 성숙하면 찾아갈 것이라 기대해본다.


추가 : 2021.06.15
들풀거미는 원래는 그리 흔한 종이 아니었다.
풀거미는 종이 달라도 한 곳에 모여 사는데, 그 집단에 한두 마리 정도가 섞여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풀거미 전부를 합한 것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홀로 사는 들풀거미가 늘어나고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