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백두산’

수정일 :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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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한 달 전에 개봉하여 820만 명 정도의 관객을 모았다. 백두산이 터지는 명장면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어디선가 계속 들렸지만, 예고편 등만 보고서도 극장에 갈 필요를 느낄 수 없었다. 물론 감독이 <김씨 표류기> 같은 멋진 영화를 연이어 만들었던 이해준인 것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볼 보통 관객에게라면 어쩌면 그리 나쁜 영화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성상(?) 블록버스터가 시나리오까지 좋을 확률은 낮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일말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짜임새가 너무 부족했다! 이 영화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대략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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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나리오 부재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시나리오 부재이다. 이건 뭐 따로 할 말이 없다. <해운대> 등을 평할 때 ‘작가가 편한 영화’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등장인물의 설정도 대충, 사건들은 개연성은 고사하고 연결이 제대로 되지도 않는다. 도대체 뭔 이야기를 하는지 영화가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머리 속에서 짜맞춰야 한다. 뭐 물론 그딴 거 따지지 않는 관객이야 그런가보다 하며 화면에만 폭 빠져들어 보면 편하겠지만, 멋진 이야기를 기대하는 관객은 <기생충>을 보는 것만큼이나 피곤을 느낄 것이다. 같은 피곤을 느낄 바에야 명작인 <기생충>을 보지, 왜 이딴 것을 보고 있겠는가?

더군다나 시나리오가 엉망이다보니 배우들의 연기 또한 발연기가 돼버렸다.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배수지 등 모든 배우의 연기가 3류가 되어버렸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깝다.

 

2. 과학적인 설정 실수

어쩌면 이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도 엄청나게 정밀한 부분까지 현실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것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버리면 <해운대> 같은 쓰레기를 계속 봐야 한다. 따라서 관객은 제작진에게 최소한의 수준은 유지하라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

아래에 나열한 내용은 그냥 생각나는 순서대로 적은 것이지, 중요한 점 같은 것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다.

2.1 핵탄두

6 기의 ICBM에서 핵탄두 여섯 개를 꺼내어 폭발장치에 넣는데, 생긴 것이 꼭 알루미늄 보온병처럼 생겼다. 이 단순한 장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설정오류가 있는지 제작진 중에 신경쓴 사람은 한 명도 없단 말인가?

우선 핵물질의 폭발임계질량은 우라늄(U)은 대략 10 kg, 플루토늄은 1 kg 정도다. 이 수치는 이상적인 경우를 상정한 것이므로, 실제 핵탄두를 만들었을 땐 이보다 훨씬 무거워야 한다. 더군다나 구동을 위한 기계장치도 있어야 하니까 무척 무거울 것이다. 괜히 운반할 수 있는 중량이 몇백 kg씩 되도록 ICBM을 만드는 게 아니다.  또 핵탄두끼리 가까이 있을 때는 서로 영향을 미치므로 여섯 개를 붙여놓으면 그냥 폭발할 수도 있다. 꼭 폭발하지 않더라도 핵탄두는 계속 방사선을 뿜어내므로 그걸 갖고 다니는 사람은 엄청난 방사능에 피폭된다. 이건 2006 년에 조선일보가 보도했던 조선족(처음엔 한족이라고 돼 있었음)이 북한에서 반출된 2 kg의 우라늄을 팔려다가 잡혔다는 가짜뉴스에서도 마찬가지 비판을 적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기사는 물론이고, 그 기사가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던 동아일보 기사도 모조리 삭제됐다. 이런 기사는 담당했던 기자도 적지 않는다. 매국신문들이 다 그렇지 뭐…) 또 핵탄두를 처리하는 장면에서 방사능 수치를 계속 측정하는데, 그냥 핵탄두 부근에 측정기를 대면 방사능 수치가 치솟아야 한다. 그걸 막으려면, 예를 들어 납 같은 것으로 둘러싸야 하는데, 핵탄두를 무겁기만 하지 효용도 전혀 없게 그렇게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 더불어 핵탄두를 두들긴다고 방사능 수치가 요동치거나 그런 일도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아니, 왜 군인들을 투입하면서 제대로 된 설명은 필요없다며 안 해주는 것일까?)

뭐 하나 적절히 처리된 것이 없다.
핵탄두를 실은 차를 총싸움하는 한가운데로 돌진시키는 것 같은 엉터리가 연속돼지만, 그냥 봐주자…

2.2 화산 폭발 강도와 지진

처음 지진이 지나간 뒤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 화산의 영향이 퍼지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도 화산재가 펴지는 모양을 측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게 사방으로 균일하게 퍼진다. 이게 말이 되나? 우선 편서풍지대이니까 동쪽으로 가장 강하게 퍼질 것이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균일한 모습은 나타날 수가 없다. 거기다가 비행기가 휴전선을 넘자마자 화산재 때문에 엔진이 불능상태에 빠진다. 그건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군인들이 백두산쪽으로 계속 가는데 거기는 맑다. (응?)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점은, 화산재는 시멘트 분진보다 더 고약해서 폐에 들어가면 몸의 수분을 흡수하면서 딱딱하게 굳어서 사람이 숨을 못 쉬어 죽게 된다. 그러니까 비행기로 북한에 투입된 특공대들은 비행기가 추락한 뒤에 결국 숨을 못 쉬어 죽었어야 한다. (그걸 피하려면 바람이 있었어야 하고, 비행기가 바람방향에서 접근해서 군인을 투하…시켰어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애초에 그런 것 없이 사방으로 퍼지는 엉터리 설정을 갖고 있지만…) 북한지역에서 만났던 다른 사람들도 이미 다 죽어있어야 했다. 그보다도, 영화 뒷부분에서 최소한 몇 m씩 쌓여있어야 할 화산재는 다 어디 있는 것일까?

지진도 마찬가지다. 리히터규모 7.8이면 고증이 잘못되기로 유명했던 영화 <해운대>에서 일어난 지진보다 훨씬 약한 것이다. 그정도인데 어떻게 서울의 건물이 주르륵 무너질 수 있겠는가? 최소한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찍힌 영상보다 서울이 흔들리는 모습이 수십 배는 강해보이는데…. 서울에서 이정도라면, 진원지에서라면 13 이상은 되지 않을까?

2.3 네 개의 마그마방

마그마방이 네 개이기 때문에 네 번 폭발한다는 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일까? 거기다가 마그마방 옆에 구멍을 뚫어서 마그마를 빼내…면 어떻게 될까? 빼내진 마그마는 엄청나게 많은 가스를 내뿜게 되는데, 한꺼번에 팽창하려는 현상(화학실험에서는 흔히 돌비현상이라고 부른다.)이 일어나서 대규모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무조건…. 스스로 안 폭발하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답이다.

아.. 근데 가장 깊숙히 있는 마그마방이라면 최소한 깊이가 수십 km는 될 텐데 겨우 깊이 몇 km 수준인 구리광산이나 철광산에서 핵폭탄을 폭파시킨다고 영향을 받을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2.4 한강의 쓰나미

수지가 한강의 다리를 건너갈 때 지진이 일어나서 팔당댐이 무너진다. 그래서 팔당댐에 있던 물이 쓰나미가 되어 다리를 휩쓸어버린다. 이거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야기 같지 않은가? 전두환 새X가 북한이 금강산댐을 만들고 있다며 평화의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초등학생의 코묻은 돈까지 싹싹 긁어갔지 아마……-_-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설정이다.


나머지도 보다보면 계속 문제점이 보인다. 예를 들어 북한에 투입된 특공대 중 한  놈이 자꾸 “비키실게요.” 같이 말하는데 이거 나만 불편한 건지 모르겠다.

다 때려치우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해준 감독에게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결국 이 영화는 이 사진 한 장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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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관객 800만 명 돌파 기념으로 수지가 공개한 ‘꼬물이 안뇽’  사진

잘 만들지 못한 작품이라도 어느정도 자본을 보존해서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를 유지시켜주는 것은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나아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2019 년작 영화만 생각해봐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되는 작품은 썩 많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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