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고구마를 물 없이 먹는 느낌의 [딥 워터]

Breaking surface
용산 CGV 18관 B열 15번, 굿즈패키지
2020.07.11

영화는 뭐랄까…. 다이빙을 잘 모르는 일반관객을 위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을 한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기본지식이 없어서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워낙 일반상식 같은 것까지 설명해줬다. 이건 호불호가 조금 있을 것 같다. 유능한 작가나 감독이라면 그런 설명을 설명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시나리오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나는 과학쪽에 늘 신경쓰고 있기 때문에, 설명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았다.

다음영화를 보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라고 나와있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는 분류학적으로 북유럽계로 하나로 분류될 정도로 인종과 문화가 유사하다. 언어도 비슷하다.) 그만큼 배우들이 쓰는 언어도 영어가 아니다. 이 점은 보기 전에 주의해야 한다. 자막 필수!

영화의 배경은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다. 눈 쌓인 피요르드의 시원한 풍경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줄 것이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하하하) 아무튼 정말 멋진 설경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피요르드가 발달한 지형은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뉴질랜드 남부, 남아메리카 칠레의 파타고니아, 노르웨이. (캐나다에도 그런 곳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중에 가장 멋진 곳이 노르웨이이다. 풍경이 나오는 장면이 짧아서 아쉬웠다. 별다른 영화 진행 없이 풍경만 한 10 분쯤 나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영화는 그곳으로 두 자매가 잠수하러 가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언니는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어서인지 잠수를 잘 모른다. 엄마가 잠수를 즐겨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잠수를 따라했었지만, 어느날 동생이 익사할 뻔한 사고가 터졌는데 엄마가 동생 잘 못 챙겼다고 언니를 탓하는 통에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 동생은 엄마의 영향이었는지 직업이 잠수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엄마까지 셋이서 잠수할 계획이었는데, 엄마가 심한 감기에 걸려서 쉬고, 자매만 잠수하러 가게 된다. 장소는 엄마와 동생이 이전에 갔던 추억의 장소! 드디어 잠수하는 장면이 나오고….

수중동굴은 열대의 바다와 다르게 온갖 잡석이 쌓인 곳에 있다. 그러다보니 수중동굴에 들어가자마자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물론 몇십 년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던 곳이었으니 위험은 크지 않다.) 동굴 장면은 짧게 끝난다. 그곳에서 나갔을 때 범고래 두 마리가 구경하러 온다. 신기한 장면….. 그런데 영화 장르가 탐사에서 재난으로 급변한다. 피요르드 위에서 돌이 굴러떨어지고, 이 돌에 동생이 끼이게 된다. (역시 낙석이 간간이 떠러지는 곳에서는 노는 게 아니다.) 아무리 물 속이라서 무게가 적게 느껴지더라도 돌은 엄청나게 무겁다. 어떻게 동생을 꺼낼 것인가? 지금부터 언니 혼자의 싸움이 시작된다.

영화 줄거리는 여기서 끝내자.

악전고투하는 와중에 눈까지 내린다.

물을 무서워하는 내 입장에서는 직접 체험할 수는 없고, 100% 대리경험해야 하는 분야가 수영과 잠수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가 좋지 않을까 싶어서 영화관으로 보러 갔다. 최소한 영화로 보는 장면에서 무서움을 느끼지는 않으니까! 이 영화와 배경이 비슷한 영화로는 [47미터]47 meters down와 [언더워터]The swallow가 있다. 이 영화들는 상어가 수영하던 주인공을 공격한다는 설정의 영화로, 어찌보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랑 비슷한 느낌이다. 물 속에서 상어에게 물려 피가 나는 장면이라던지 그런게 [죠스]보다 훨씬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더 무섭다.
재난 소재로서 비슷한 영화로는 [127시간]127 Hours이 있다. 미국 유타주에서 좁은 골자기를 혼자 탐험하러 갔다가 바위가 굴러떨어지면서 팔이 끼어 꼼짝도 못하게 된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 사투를 벌이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물 속이냐, 골자기 안이냐라는 환경 차이만 빼면 완전히 똑같다. (이 영화는 재미있지만, 결말이 끔찍하니까 보기 전에 주의하자.)

[딥 워터]는 약간 짧은 편이다. 상영시간이 92 분. 그래서 시간이 가지 않아도 가는 줄 모른다. (응?) 그게 다행인 것은, 밤고구마를 먹는 느낌이 들어서 상영시간이 길면 너무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왜 동치미 없이 밤고구마를 먹는 느낌이 드는가? 영화 극초반부에는 엄마의 행동이 문제다. 엄마는 정말 고정관념에 똘똘 뭉친 소리만 한다. 전반부에서 중반부 까지는 언니 행동이 문제다. 언니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심지어는 어떻게 하라고 알려줘도 엉뚱한 짓을 한다. 설정이 남편과 불화를 겪는다고 되어있는데, 이런 특성 때문에 불화가 생긴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가면 자연환경이 엄청 답답한 느낌을 준다. (역시 우리나라가 살기 좋다!)

도중에 약간 우울한 느낌을 받은 부분이 있었다. 영화 대사에 ‘다이빙벨’이 언급되는데, 번역에도 그냥 다이빙벨이라고만 하고 따로 설명이 없었다. 그런데 그걸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바로 알아듣는다는 말 아닌가? 그런걸 떠올리자마자 잠시 참 참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_-

천연 다이빙벨

이 영화 [딥 워터]는 딱히 호평을 하기도, 악평을 하기도 힘들다. 개인적으로 맞으면 굉장히 좋을 영화이고, 안 맞으면 나처럼 밤고구마에 목이 메는 느낌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답답하다는 게 또 나쁜 것도 아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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