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자용 거미도감 -『원색한국거미도감』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거미도감 중에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남궁준 선생님의 『한국의 거미』와 이 글에서 소개하는 『원색한국거미도감』이다. 각각 590 종과 620 종 정도의 거미를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 산다고 알려진 거미는 720 종 정도다.) 사실상 이 두 권의 도감만 사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거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도감은, 거미 정보를 소개하는 블로그라면 꼭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거미』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원색한국거미도감
(Colored spider of korea)

지은이 : 김주필

출판사 : 아카데미서적

출판일 : 2002.01.30

520 쪽/양장 + 하드 케이스/35000 원/ISBN(13) : 9788976162311

가장 먼저 이 도감에 대해 이야기할 것은 제목에 ‘원색’이 들어간 것에 대한 비평이다. 이 책에 실린 원색 사진은 옛날 도감에서 흔히 취하던 방식대로 책 맨 앞에 모아놓았다. 컬러인쇄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도감을 보통 이렇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만들면 본문에까지 고급종이를 쓰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원가가 절약되어 출판사에서 선호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도감의 경우 본문에 쓰인 종이도 어차피 같은 것이었으니, 본문을 4도 또는 5도 컬러인쇄하지 않은 정도로 제작비가 약간 절약된 셈이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서 이 책을 보는 사람은 책 앞뒤를 수도 없이 넘겨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굳이 이렇게 사진을 맨 앞으로 모아놓을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된다.

본문에는 각 거미종마다 몸통을 세밀화로 그려서 실어놓고 있다. 이 세밀화는 흑백이라서, 이 책 제목에 들어간 ‘원색’이라는 말과는 좀 맞지 않다. 동정의 중요한 요소인 다리가 빠져있는 것도 아쉽다. 초보자는 동정에 중요한 특징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세밀한 특징을 표현한 세밀화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을 우선 알 수 있는 사진이 더 좋다. 그러나 일단 동정에 중요한 특징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아는 중급자에게는 사진보다 세밀화가  더 유용할 수 있다. 따라서 컬러사진이 세밀화보다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초보자를 위해 도감을 만들었다고 머릿말처럼 적으려면 사진도 함께 실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더군다나 많이 쉬운 말로 풀어서 적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용어가 많이 어렵다.

정리하자면 초보자는 이 책을 보기가 많이 불편할 것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최소한 1 년쯤은 남궁준 선생님의 『한국의 거미』 같은 도감으로 공부한 뒤에, 이 책을 공부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중급자 이상 실력이 갖춰지면, 이 도감은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의 문제점을 둘만 지적하자.

첫째는 판올림이 너무 안 된다는 것이다. 초판이 나온 게 2002 년인데, 지금까지 판올림이 되고 있지 않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남궁준 선생님의 『한국의 거미』는 현재 3판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 책은 왜 판올림이 안 되는 걸까? (안타깝게도 남궁준 선생님이 2013 년 5 월에 별세하셨기 때문에 『한국의 거미』도 더이상 판올림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이 책의 제본상태이다. 내가 처음 알라딘에서 주문해 받은 책은 몇몇 책장이 밑 부분이 찢어져 있었다. 그래서 교환신청을 했는데 새로 온 책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또 교환신청을 한 뒤에 포기하고 반품해 버렸다. 그 뒤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있는 책도 직접 가서 살펴봤는데 마찬가지였다. (종로에 있는 영풍문고와 반디앤루니스에는 재고가 없었다.) 즉 이번에 찍은 책은 모두 같은 문제가 있었다. 아마 출판사에서 인쇄소에 종이를 넉넉히 주지 않아 생긴 문제 같다. (보통 출판사는 산술적으로 필요하다고 계산된 종이보다 10~15 % 정도 더 많이 보내준다. 간혹 다양한 문제가 생기면, 인쇄소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여분의 종이를 5 %만 준다던지 하면 이 책에서처럼 문제가 생기곤 한다.) 결국 나는 꽤 많은 발품을 팔았는데도 이 책을 아직 갖고 있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