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딜레마

어느날부터 “저는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소중하니까요.” 라는 멘트가 유행이다. 나는 소중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대화의 소재로 금기되었던 것까지 이 틀에 맞춰 화자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도 이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예전에 궁금해하던 내용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생각은 아주 오래전에 한 생각인데 어찌보면 아주 엉뚱한 생각이다. 이 엉뚱함은 다음과 같다.

  1. 사람이 옷을 입을 때는 겉옷과 속옷을 구분한다. 겉옷이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입는 옷 또는 남들이 볼 수 있는 옷을 뜻하고, 속옷이란 남들이 보지 못 할 옷 또는 봐서는 안 될 옷을 뜻한다.
  2. 옷을 만들 때는 바느질 또는 박음질을 해야 하기 때문에(꼭 박음질을 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옷이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므로 이 논의에서는 생략하자.) 헝겁끼리 잇대어 툭 튀어나온 솔기 방향을 옷 속으로 집어넣는다. 두꺼운 옷의 경우 속에 안감을 대서 솔기를 모두 감춘다. 그러나 얇은 옷은 안감을 댈 수 없기 때문에 감출 수가 없다.
  3. 속옷은 주로 얇은 옷에 속하기 때문에 솔기가 그대로 노출된다. 여기서….
    1. 솔기 방향을 사람 살 쪽으로 향하도록 넣을 것인가?
    2. 솔기 방향을 겉옷 쪽으로 향하도록 뺄 것인가?
  4. 결론은….
    • 옷은 당연히 밖으로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3-1을 택한다.
    • 어차피 누구도 보지 않을 속옷이므로 내 몸에 좋게 3-2을 택한다.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의 방법은 둘 뿐이므로 생략한다. 원한다면 각자 이유를 바꿔도 괜찮을 듯 하다.

솔기는 관습적으로 안으로 집어넣는다.(출처:flickr)

위의 속옷의 예에서 보듯이 논리적으로는 솔기 방향을 바깥쪽으로 빼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관습이나 습관 등등의 이유로 몸쪽으로 넣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자기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람들마저 속옷을 입을 때는 솔기로 피부를 누른다. 그 덕분에 옷에 의해 몸이 쫙쫙 배기는 일이 흔하다. 심지어 매우 가려운 경우도 있다. 즉 혈액순환이 방해받는다.(옷이 배겨서 가려운 증상은 추운 겨울에 손발이 꽁꽁 언 상태에서 따뜻한 곳으로 가면 심하게 가려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팬티 등에 상표를 붙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솔기 방향의 반대편에 붙인다.

브래지어에 들어있는 형상기억합금 철사(Wire)가 유방을 조여 혈액과 림프액의 흐름을 막기 때문에 유방암 발병율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브래지어를 24 시간 착용하는 사람과 전혀 착용하지 않는 사람의 유방암 발병률을 비교하면 125 배나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이처럼 속옷을 입는 방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물론 꼭 Wire에 의해서만 꽉 조여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 사진처럼 브래지어 천과 끈에 의해 꽉 조여질 경우에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스타킹이나 양말 같은 것에 의해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도 건강에 지장을 주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끈에 의해 피부 자극(출처:Flickr)

우리나라 경우는 외국보다 조금 더 심각한데, 초등학교~중학교 여학생들에게 브래지어 착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안 착용하면 체벌까지 하기 때문이다.

속옷 문제와 비슷한 예는 많이 있다.

잡아놓은 고기는 떡밥을 주지 않는다면서 자기 아내, 남편, 자식에게는 무뚝뚝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등의 행동을 하면서, 밖에 나가서는 온갖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판에서 투표권자에게는 온갖 친절한 모습을 보이지만, 가족이나 선거캠프의 구성원에게는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도 많다. 기업체에서도 고객과 직원에 대한 태도에서 이런 간부들이 많다.

이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나는 이 행동들에 속옷 딜레마라는 이름을 붙여봤다.

물론 패션쇼같은 경우는 예외다! (출처:F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