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책이 많은 아이 vs.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이

이전의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독후감이었던 “설득하려는 자와 설득당하려는 자“에서 마지막에 남긴 질문 “집에 책이 많은 아이와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이 중에 어느 아이가 공부를 더 잘 할까?”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보자.

책에서는 스티븐 레빗Steven Levitt의『괴짜경제학』을 인용하여 집에 책이 많은 아이가 공부를 더 잘 한다고 밝힌다. 이에 대한 원인 분석은 주의깊게 사고해 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아래의 책 내용을 살짝 살펴보자.

왜 책이 많은 집의 아이가 공부를 잘할까. 책은 공부의 직접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사주는 부모는 경제적 여유도 있고 동시에 공부에 관심이 많아서 책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학업 조건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 결과 통계적으로 책과 학업 간의 양적 상관관계가 도출된다………… (생략)….. ‘책 많은 집 아이가 공부를 더 잘한다. 이유는 책에 자발적으로 많이 노출되기 때문일 것이다’ 식의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하자.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명확히 구분하려는 의식적 노력이 중요하다.

– 165쪽

그러나 내가 그동안 곰곰히 생각해보고 얻은 결과는 Inuit 님 책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그 이유를 밝히자면 다음과 같다.

집에 책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책을 많이 보는 사람들이다. 부모들이 꾸준히 매년 50여 권 이상 책을 본다면 결국 200~300 권씩 들어가는 책장이 몇 개씩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이러한 집에서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은 역시 집에 널려있는 책들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들이 본 책은 아이들이 읽으려고 노력해봐도 이해가 하나도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해가 된다면 부모가 큰일 날 상황일지도…)
이런 경우 아이는 책이 아니라 부모를 보고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항상 책을 보는 습관을 보면서 당연히 책을 보는 습관을 들인다. 또한 책을 선택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데, 책 선택방법을 배우는 것도 보통 2~3 년은 걸리는 걸 고려한다면 아이에게 큰 영향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얻은 내용이 대화에 영향을 주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접하게 된다. 이때 아이는 지식을 넘어 어휘와 표현을 배우게 되는데, 이것이 실질적으로 아이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책이 많은 집 아이가 성적이 좋은 이유는 학교나 사교육에 의해 정보를 접하는 방법이 숙달된 학생에 비해서 정보를 능동적으로 접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자녀의 롤모델이 되므로 책이 많은 집 부모가 공부를 잘 하는 롤모델(role model)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대해서는 흔하지 않은 예, 서재까지 갖추고 사는 저명인사의 자녀가 망가지는 경우가 논거가 된다. 몇 명의 예를 댈 수도 있지만 생략한다. 저명인사 자녀가 망가지는 중요한 이유는 부모가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할 시간마저 없어서 롤모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족한 성취적 요소를 사교육으로 채운다. 이 과정에서 망가지는 아이가 생기는데, 자신과 같이 해 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반발심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면 된다.

책에서 이야기한 “책을 많이 사주는 부모는 다른 모든 학업 조건에 많은 신경을 쓴다.”라는 요소는 오히려 대학생 이후의 인생성공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