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 역학은 여러 분야가 존재한다. 그중에 하나인 일반역학[고전역학]은 다시 동역학과 정역학으로 나뉜다. 이 두 역학을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 완전히 똑같은 뉴턴역학에 의해 생각되고, 기술되고, 계산된다. 그러면 왜 이 둘을 나눴을까? 이게 이 글의 주제다.
동역학(Dynamics)
동역학의 ‘동’動은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걷는 사람, 뛰어가는 캥거루, 날아가는 비행기와 로켓, 움직이는 피스톤 등을 설명한다. 원자 속 전자, 태양의 플라즈마와 흑점 움직임 등도 동역학으로 설명된다. 동역학에 쓰이는 계산방법은 당연히 뉴턴역학이다.
정역학(Mechanics)
정역학의 ‘정’靜은 멈춰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방 안에 있는 책상, 벽에 기대어 세워놓은 빗자루, 강 위에 건설된 다리,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초고층건물 등을 정역학으로 설명한다. 정역학에 쓰이는 계산방법도 역시 뉴턴역학이다. 건축학 같은 학문은 정역학에서 연구되던 것이 독립한 학문이다.
동역학과 정역학의 차이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동역학과 정역학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나누는 이유는 이것을 다루는 사람들의 프레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 영상은 프로야구에서 우연히 벌어진 장면이다. 야구공을 친 뒤에 놓고 간 방망이가 우연히도 똑바로 섰다. 이런 현상은 불완전평형에 해당하는 일이므로, 이상적인 평면과 직선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라면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평면이 진짜 평면이 아니라 굴곡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콜럼버스의 달걀세우기 문제도 직접 해보면 달걀을 깨지 않아도 생각보다 쉽게 선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자연히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보통 저런 모습을 사진으로 볼 때는 이게 멈춰서있는 것인지, 방망이가 땅 위에서 움직이는 순간에 사진을 찍은 것인지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이 방망이 사건과 비슷한 예가 있다. 100여년 전에 찍힌, 중국의 소림사의 유명한 방장이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선 사진이 20 여 년 전에 발견됐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진짜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선 것인지, 아니면 재주넘기를 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찍은 것인지에 대해 논란을 낳았다. 왜냐하면 그 당시만 해도 의사들이 손가락 하나로 몸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소림사 스님들이 한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쇼를 만들었다. ^^)
이 경우를 물리적으로 해석할 때, 방망이가 멈춰섰다면 정역학으로 생각해야 하고 방망이가 움직이는 상황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라면 동역학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정역학과 동역학 양쪽에서 모두 설명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요트경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요트가 급회전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자. 요트선수가 요트의 돛을 잡아다니며 요트 밖으로 몸을 늘어트린다. 이 상황을 정역학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가, 동역학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가? 즉흥적으로 생각할 때, 분명 움직이는 상황이므로 동역학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실제로 맞다. 왜냐하면 정역학으로 생각하면 요트와 요트선수 전체의 무게중심과 중력에 의해 받는 힘을 종합해보면 사진처럼 멈춰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 정말 주의해야 하는데, 분석하던 사람이 실제 현상과 자기의 분석의도가 맞지 않을 때 무의식적으로 맞는 상황이 되도록 주변조건에 대한 인식을 바꿔버릴 수 있다. 어떤 사람도 이 문제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역학적인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쓰고 있는 프레임이 정역학인지 동역학인지를 우선 인지해야 하고, 다른 프레임을 적용해도 같은 결론이 내려질 것이냐를 따져야 한다.
베르누이의 원리
조금 더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유체가 흐를 때 물체의 표면에 가하는 압력과 유체의 속력의 관계를 말해주는 베르누이의 원리가 있다. 보통은

이라고 한다. 이 원리는 다양한 상황에 적용될 수 있고, 각각의 경우마다 정역학과 동역학으로 적용 가능하다. 고층건물 주위로 바람이 불 때 고층건물이 받는 힘을 분석하는 상황이라면 정역학이 될 것이다. 날아가는 공이 회전에 의해 휘는 현상(커브공)을 분석하는 상황이라면 동역학이어야 한다. 이것까지는 쉽다.
그런데 베르누이의 원리를 원자수준까지 내려가서 생각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보통 물체의 표면과 그 위를 움직이는 유체 사이의 관계를 따질 때는 정역학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음에는 압력의 뜻을 생각해보자. (기체나 액체와 다른 물체의 표면을 생각할 때) 수없이 많은 원자 또는 분자가 날아다니다가 표면에 부딪혀 튕겨져나가면서 표면에 가하게 되는 (단위면적당) 힘이 압력이다. 그렇다면 베르누이의 원리는 원자가 날아가는 속도가 빠를 때 표면을 누르는 힘이 작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이번에는 동역학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근본적으로 동역학인 문제가 때때로 정역학으로 적용되는 것일까?)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정역학과 동역학에 관련된 대부분의 개념은 서로 호환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호환시키면 분석이 힘들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보통은 호환시켜가며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 방향만 붙잡고서 생각을 전개한다면, 어느순간 오류가 끼어들 가능성이 크다. 원리적으로라도 늘 양쪽 방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ps. ‘저녁노을이 아침노을보다 붉은 이유’에 대한 글을 2022 년 4 월에 모두 끝냈으므로, 첫 번째 문단은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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