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에게 끝 없는 키스를….

마지막 고친 날 : 2020.10.02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극장가가 초토화되어버리는 바람에 많은 고전영화가 재개봉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러나 영화계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고전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비록 관객수는 매우 적었지만, 작은 독립영화들이 순위에 다수 오르내리며 다양성 측면에서 멋진 차트를 만들어 주었다.

이 글은 재개봉된 영화 중에 [시네마 천국]을 보고 쓰는 것이다. 그러나 2 시간짜리 국제판이 개봉되어 아쉬웠다. 더군다나 음질이 너무 형편없어서 고막이 비명을 질러대는 통에, 소리가 나지 않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봐야 했다. 언젠가 3 시간짜리를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영화가 남아있는 한 영원히 명작으로 기록될 [시네마 천국]. 상영시간이 2 시간인 국제판, 2 시간 반인 (이탈리아에서 처음 개봉할 때 쓰인) 오리지널판, 3 시간인 감독판의 3 가지 버전이 있다. (3 시간 반짜리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이 없다.) 이 영화는 대부분 2 시간짜리를 먼저 봤을 텐데, 이제는 DVD나 blu-ray로 3 시간짜리를 언제든 만날 수 있게 됐다. 원하는 걸 선택해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 영화는 내용 뿐만 아니라 음악도 걸작이다. 이 영화의 주제가는 2000 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린 전화벨 소리이기도 했다. 이탈리아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영화를 보면서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또한 영화에서 나오는 짧은 이야기나, 다른 영화 장면들 또한 볼만하다. 또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면도 꽤 많다. 유투브 등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심심할 때 한번 검색해보자.

(스포일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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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 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4 학년 토토 이야기이다. 알프레도는 중년이지만, 1차 세계대전에 성장기를 거쳤기 때문에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해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 알프레도는 거의 매일 영화관에 찾아오는 가난한 집 아이 토토를 좋아하게 된다. 토토는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러시아에 가 있어서 어머니 혼자서 힘겹게 생계를 꾸려간다. 그래서인지 토토는 항상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면서 시간을 보낸다. 영양결핍 때문인 것 같다. 토토에게 유일한 낙은 신부님이 영화를 검열하는 시간에 영화관에 몰래 숨어들어 영화를 훔쳐보는 일이다. 토토 아버지가 러시아에서 전사하자 알프레도는 점차 토토의 심리적인 아버지 역을 하면서 토토의 성장을 위해 헌신(?)한다.

세월이 흘러 토토는 고등학생이 되고, 같은 학교를 다니는 부은행장 딸 멜레나를 좋아하게 된다. 이 둘은 토토의 오랜 구애로 사랑을 시작하지만 멜레나 부모의 반대로 결국 사랑을 완성하지 못한다. 토토는 알프레도의 권유대로 고향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간다. 고향을 떠난 토토는 제대로 끝내지 못한 사랑의 영향으로 심한 정신적 불균형을 갖는 어른이 되고, 불균형인 자기 내면을 표현하여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다.

알프레도가 죽자 토토는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십 년만에 마을로 돌아온다. 그리고, 기억 속 멜레나와 꼭 닮은 멜레나 딸과 중년이 된 멜레나를 만난다. 그리고 추억이 깃든 옛 건물과 늙어버린 사람을 보면서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인생의 퍼즐을 결국 완성한다.


영화 분석

영화는 3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1. 알베르토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1. 꼬마 토토와의 교류 → (장님이 된 뒤에) 토토를 이끌어주는 멘토

의 구성을 따른다. 알베르토는 전쟁으로 비록 학교도 다니지 못했지만, 인생을 살면서 생긴 통찰을 갖고 있다. 이것을 토토에게 알려줌으로서 토토가 더 나은 인생을 살도록 도와준다. 이때 알베르토의 통찰은 사실 그리 깊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한 꼬마를 향했을 때 나타나는 영향이 꽤 클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2. 토토의 이야기는 두 가지가 중첩되어 있다.

  1. 알베르토와의 교류 → 알베르토의 멘티 → 영화감독으로서의 토토 (회상으로 진행)
  2. 멜레나와 만남 →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관계 → 성인이 되어 만남

둘 모두 사랑이다. 알베르토와는 아가페적인 사랑, 멜레나와는 에로스적인 사랑. 이 두 사랑을 어떻게 완성할 것인지? 아니, 하나라도 완성할 수 있을 것인지? 이 어려운 문제가 이 영화의 주제이다.

3. 영화사의 이야기는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떠올린 건 여기까지다.

창작자가 주도하던 시대 → 협회가 주도하던 시대 → 비디오가 등장한 이후

창작자가 주도하던 시대에는 누구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간섭하지 않았고, 그래서 감독의 사유가 그대로 영화에 투영됐다. 어느정도였냐 하면… 쉽게 말해서 포르노에 가까운 게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이 시대의 영화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신부가 사전검열을 하는 이유다.

너무 지나친 노출이 사회에 안 좋은 영향을 불러오기 시작하자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과 기관이 모여서 협회를 만들고, 자율규약을 만든다. (물론 헐리웃에서의 이야기다.) 그래서 협회가 주도하던 시대에는 어떻게 하면 자율규약에 맞게 노출을 숨기고, 은유적으로 표현할지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클리셰라는 게 이때 생긴다. 결국 이때부터는 검열할 필요가 거의 없어진다. 영화에서는 신부가 영화를 보다가 포르노를 볼 수는 없다며 투덜대기는 하지만.

TV와 비디오가 등장한 1980 년대에는 극장이 망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고, 영화계의 반발이 엄청 거셌다. [시네마 천국]이 만들어지던 1988 년이 바로 이 시대이다. 그래서 영화가 끝날 때 극장을 폭파시킨다. 물론 우리는 비디오가 등장하자 극장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덤으로 한마디 하자면, TV나 비디오뿐만 아니라 심지어 불법다운로드가 극장수익을 늘려준다. (음반시장에서도 결과가 비슷하다.) 불법다운로드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실력 없이 붕어빵 찍어내듯 만들거나 남의 것을 베껴서 만드는 사람 뿐이다. 이건 스트리밍 서비스가 막 보급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요 몇 일 동안 배급사가 극장과 스트리밍에 동시에 개봉한다는 발표와 극장측이 이 발표에 매우 크게 반발한다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지만,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각자도생하는 건 비디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영화를 베껴서 만들어온 JK필름이나 유투브의 영화채널에 무조건 좋다는 컨텐트를 올려달라던 [터미네이터 : 다크페이트] 같은 영화의 광고기법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2 시간짜리와 3 시간짜리의 비교

결국 이 영화는 토토의 아가페적인 사랑과 에로스적인 사랑을 합한 사랑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사의 이야기는 그저 보조하고 있다. 그런데 2 시간짜리 국제판은 멜레나와 중년이 되어 만나는 부분이 통으로 들어내지다보니 에로스적인 사랑 이야기는 전개되다 말고 그냥 갑자기 끝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잘린 알베르토와의 이야기가 비중이 훨씬 더 커진다. 이 영화를 흔히 ‘토토와 알베르토의 우정 이야기’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토토가 아닌 알베르토가 주인공에 더 가깝다.^^;;; 또, 멜레나와의 이야기 끝부분이 사라지면서 영화사 이야기의 끝부분도 같이 들어내져서 아주 커다란 구멍이 난다. 결국…

이야기의 완결을 원한다면 3 시간짜리를 보는 게 맞다.

그러나 2 시간짜리를 보고, 잘려서 없어진 부분을 열린결말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낫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매우 많다. 비록 그게 감독이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날 때 끝 없이 이어지는 키스신이, 2 시간짜리에서는 이유없이 좋았다면, 3 시간짜리에서는 좋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보시는 분들이 그리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만, 2 시간짜리는 이야기가 좀 급하게 진행되며 편집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고, 3 시간짜리는 쓸모 없는 장면들이 약간 포함돼 있다. (그냥 내가 잘라버리고 싶은 장면도 있을 정도….)

ps.
최근 재개봉 열풍을 타고 [로마의 휴일]을 보게 됐다. 그리고는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토토가 16 살이었을 때 (멜레나와 만나기 직전에) 이 영화를 보게 됐을 텐데, 어떻게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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