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우주선 운항 메뉴얼 –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 1996
ver. 2020.07.23

사실,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할 당시에는…. 나는 군인이었고, 휴가때 일부러 극장에 찾아가 이 영화를 보았다. 당시만 해도 이 영화가 마냥 재미있었다.

20 년만에 [인디팬던스 데이 : 리써전트] 2016, Independence Day: Resurgence가 개봉한다는 말을 듣고 이글을 썼었다. 그러니까 이 글은 2 편은 고려되지 않고 전적으로 1 편 내용만 다룬다. 그리고는 추억에 빠져서 두 번이나 2 편을 보러 극장에 갔었다. 그중 한 번은 MX관을 대관했다. (‘대관’이라는 것은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이 쓰는 은어다. 상영관에 오직 혼자만 있었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서 속편은 쫄딱 망했다! 그 뒤로도 2 편이 더 계획되고 있었다는데,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이 글, 그리고 2 편 리뷰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5 년이 지난 이제야 이 글을 공개하려고 다듬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과연 쓴 보람이 있는 글이 될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마 2 편에 대한 글은 쓰지 않게 될 것이다.

1. <인디펜던스 데이>는 어떤 영화인가?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가를 평가하자면 복잡해진다. 흔한 소재로 흔한 전개를 하는 영화인데 흔한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볼만하다. 여기까지는 좋게 평할 수 있다. 그래서 개봉한 해에 최고흥행을 기록한 영화였던 것일 테고…

그러나 이 영화의 내면을 들여다보자면 찜찜한 구석이 아주 많다.
이 영화가 나왔을 때는 소련(지금의 러시아)의 국력이 약해져 국제적 위상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미국 혼자만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던 기존의 미국 위상을 새롭게 바꾸려고 국제경찰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고는 국제적인 평화를 지킨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다른 나라에게 심어주기 위해서 쿠바, 베네수엘라, 북한을 세계 3대 악의 축이라며 공공연히 떠들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자면 세계의 악의 축들은 하나같이 비리비리하다. 그래서 설득력이 사실상 별로 없었다.

가장 문제가 됐던 장면!

이 영화는 그런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우선 처들어왔던 외계인이 멸망하는 날짜가 7 월 4 일이다. 즉 미국 독립기념일이다. 왜 하필 지구를 구하는 날이 미국 독립기념일이란 말인가? 폭발하는 외계인 우주선이 꼭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폭죽 같지 않은가? 더군다나 우주선을 잡는 방법을 알아내는 사람은 농약치는 비행기를 모는 술주정뱅이와, 케이블TV 수리공과, 노출이 심한 옷을 입거나 누드인 채로 춤추는 스트리퍼와 사귀는 전투기 조종사다. 미국 대통령도 직접 전투기를 몰고 외계인과 싸우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떻게 보더라도 미국의 별볼일 없는 사람들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어떤 측면에서 생각하더라도 지극히 미국영웅주의 영화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영화인가?

이런 영화를 많이 보면 미국이 원하는 프레임에 갖힌 편협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본 영화 중에 (창조론적인 편견을 슬며시 집어넣은 <2012>나 <노잉>knowing 같은 영화를 빼곤) 이 영화가 가장 위험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미국이 행한 핵실험은 평화를 위한 행동이고, 북한이 하는 핵실험은 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핵실험은 북한이나 미국이나 모두 자기들을 위해 하는 이기적인 것이란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실제로 핵실험으로 지구상에 떠돌게 된 수많은 방사능 물질을 가장 많이 양산한 두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다. 또 아랍인이 저지르는 테러는 나쁘고, 미국이 하는 기습공격은 좋다는 식의 선입견을 갖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미국이 보도할 때 쓰는 어휘인 기습공격이 테러와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같은 걸 그냥 다르게 부를 뿐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얼마나 미국이 자기들 맘대로 프레임을 뒤틀어버린 것인가? 이런 걸 따지다보면 미국영화 중에 공정한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흥행한 영화 중 하나인 [어벤저스:엔드게임]은 등장인물 중에 무려 ‘캡틴 아메리카’가 있다.ㅎㅎㅎ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가 과학적인 생각을 더 잘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분석하기로 했다. 아마 이 영화에서 거대우주선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분석하자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초거대우주선 이야기는 어렵지만 매력적인 생각거리이다.

우주에 우리 말고 생명체가 또 있을까? 있다면 어떤 생명체일까?

우리는 아직 이 질문에 답을 모른다. 그래서 이에 대해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아서 클라크Arthur Charles Clarke 같은 작가의 과학소설에는 정말 희안한 환경에서 사는 생명체가 많이 나온다. 이 시절의 작가는 상상력이 정말 풍부했던 거 같다. 그러나 요즘 작가들의 작품에는 외계인이 지구로 찾아오거나 외계인이 사는 행성으로 사람이 찾아가는 이야기는 꼭 전쟁이 일어난다. 작가라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상상력이 빈곤한지…..
이 영화도 빈곤한 상상력으로 뻔하게 만들어졌다. 외계인이 지구로 찾아와 무차별로 공격한다는 줄거리니까.

2. 이 글에서 언급되지 않는 내용

영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입장에서 어떤 점을 언급해도 하나의 글이 되기는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엔 자잘한 NG가 너무 많다. 그래서 일부만 분석한다. 아래 목록은 분석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웜홀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이 없었지만 가까운 달 부근에서 우주선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웜홀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추가 : 후속편에서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건 이미 다른 분들의 글에서 수도 없이 볼 수 있는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뺐다.

  • 외계인은 양자통신, 중력파 교신, 암호화 같은 기술을 왜 개발하지 않았을까?
  • 외계인의 초능력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 외계인 우주선의 방어막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 외계인은 왜 전투용 자동로봇을 만들지 않을까?
  • 낡은 외계인 우주선을 타고 외계인 모함에 갔을 때, 외계인은 왜 그렇게 허술하게 대처했나?
  • 외계인 공격으로 모든 것이 다 타버린 곳에서, 야자나무잎은 어떻게 안 탔을까?
  • 인간세계를 점령하려 할 때 가장 먼저 공격해야 할 대상은 전력망과 통신망이다.

3. 간단한 NG 분석

사실 간단한 NG가 없는 영화는 찾기 힘들고, 또 이런것을 분석하는 게 가장 재미있다. 그러나 이 글은 초거대우주선의 운항메뉴얼을 분석하는 게 중심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몇 개만 짚어본다. 그냥 가볍게 읽으면 좋겠다.

3.1 첫 장면의 NG – 달세계의 먼지

이 영화는 달에 착륙해 남긴 아폴로11호의 흔적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초거대우주선이 달 근처를 통과하자 달 위의 중력이 변하면서 달의 암석이 들썩이고, 그래서 미국 우주인들의 발자국이 지워지고, 먼지가 뽀얗게 인다. 첫 영상으로 좋다! 기껏 한 발자국을 뗀 인류 앞에 9백억 광년(?)을 날아온 외계인이 등장한 것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런데 장면이 좀 이상하다. 달에는 대기가 엄청나게 희박하므로, 피어오른 먼지는 하나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곧바로 땅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영화 장면에서는 다양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다닌다. 이해할 수 없다.

먼지가 흩날리며 떨어져내리고 있다.

그런데 사실 저중력에서의 진공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한다. 당시는 cg를 이용한 특수효과를 처음 쓰기 시작하던 때였으니까, 이정도의 NG는 이해해 주자. 사실 이 영화는 기존의 특촬물 촬영기법과 cg기법 사이를 넘어가는 기념비적인 영화다. 영화 곳곳에서 두 가지 기법이 섞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

3.2 우주선이 내는 신호와 SETI

외계에서 지적 생명체를 찾는 SETI에서 제일 처음 우주선의 신호를 발견한다. 그러고는 혼란에 빠진다. 달에 지적인 생명체가 살고 있었던 것인가? 물론 말도 안 된다. 어디에선가 외계인이 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단위 km를 ‘Km’로 잘못 쓴 자막은….^^;;

예를 하나 들어보자. 명왕성 탐사선인 뉴호라이즌호와 통신하려고 만든 안테나를 이용해서 10 km 떨어져있는 사람의 휴대전화 신호를 잡을 수 있을까?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휴대전화 한 대의 신호가 매우 약하더라도, 뉴호라이즌호의 신호보다는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에 뉴호라이즌호용 안테나로는 신호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알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항성계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외계인의 신호를 잡으려고 만든 SETI의 안테나로는 지구 부근까지 찾아온 우주선의 신호를 잡을 길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SETI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정확히 달이라고 대상을 표시한다. SETI 과학자들이 과연 달을 위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했을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앞에서 말했듯이 신호를 잡을 수 없으니 전혀 필요없을 기능인데 말이다.

3.3 후폭풍 실종

외계인이 세계 주요도시를 동시에 공격했을 때 특이점이 하나 있다. 큰 에너지로 달궈진 붉은 불꽃이 건물과 사람을 휩쓸어버린다. 그런데, 다음에는 다시 폭심으로 빨려들어가는 바람인 후폭풍이 당연히 생겨야 한다. 원자폭탄이 폭발했을 때, 방사능이나 폭발보다 후폭풍이 더 큰 피해를 일으킨다. 마찬가지로 외계인의 공격 뒤에도 후폭풍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 어디에도 후폭풍을 발견할 수 없다. 왜일까?

후폭풍 없이 화염이 사그라들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미국이 원자폭탄으로 우주선을 공격했을 때도 후폭풍이 없는 것으로 보아, 영화 제작진이 후폭풍을 고의로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영화에서처럼 강한 에너지를 쏘면서도 후폭풍이 없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외계인 우주선 입장에서 보면 처음 공격했을 때는 달궈진 공기의 상승으로 인해서 우주선이 위로 들리는 힘을 받을 것이고, 잠시 뒤 후폭풍이 불 때는 모여든 공기가 위로 상승하면서 버섯구름을 만들 테니 우주선이 더 강하게 위로 들리는 힘을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주선이 흔들릴 테니까, 외계인은 이를 막으려고 우리는 알 수 없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핵으로 공격했을 때도 후폭풍이 없었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 방법이 뭔지 상당히 궁금하다.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요소가 좀 많은데, 그 중에 두 가지만 더 언급해 놓자.

첫째는 불꽃이 오지도 않았는데 온갖 사물이 날아다닌다. 있을 수 없다.

불꽃이 오기도 전에 사람과 사무실 집기가 날아가고 있다.

둘째는 특히 터널 안으로 충격파가 들이닥쳤을 때 솔리톤이 형성되는데, 솔리톤은 흩어지지 않는 파동이므로 터널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화염이 지나가는 것과는 모습이 다르다. 아무튼 그 안에 있던 사람이 느끼는 점이라던지, 압축성 유체인 공기가 움직이는 형태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아마도 터널이 달궈져서, 주인공 중 한 명이 그 안에서 어떻게든 불길을 피했다 치더라도 구워져서 죽거나…. 또는 산소가 모두 없어져서 질식해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이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은 것 같다.

참고로, 미군이 핵을 쏜 뒤, 외계인 우주선이 격추됐는지 확인하라며 고위직 인사들이 불쌍한 관측병들에게 독촉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면 관측병이 관측할 필요도 없다. 우주선이 격추됐다면 땅으로 떨어졌을 테고, 저정도로 크고 무거운 것이 그 높이에서 떨어졌다면 분명히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대지진이 일어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3.4 이종컴퓨터 사이의 데이터 전송

이 영화의 중심소재 중 하나는 외계인우주선의 중앙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서 방어막을 해지한다는 것이다. 악성코드를 심기 위해서 남자주인공은 직접 외계인 전투정을 타고 초거대우주선으로 간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즉흥적으로 코드를 짜대며 방어막을 무력화시킨다. 그런데…… 꼭 이 영화 때문에 고민해보지 않더라도 다른 종류의 컴퓨터 사이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영화가 개봉될 때 즈음에는 다른 종류의 지구인 컴퓨터인 애플과 IBM 호환기종 사이에 제대로 정보를 전달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3.5″ IBM컴퓨터용 플로피디스크 한 장에 들어있는 자료를 애플의 매킨토시로 옮기는 걸 생각해보자.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 디스크를 애플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에 넣고서 읽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냥은 읽어들일 수가 없다. (CD롬 디스크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범용 하드디스크로 옮기고서 이걸 애플컴퓨터로 옮겨달면 어떨까? 소켓이 다르게 생겼다. 규격이 다른 것이다. 그러면 컴퓨터끼리 직접 연결해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 역시 모든 규격이 달라서 전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어떻게 옮겨야 할까? 사람들은 당시에 한참 활발히 이용되던 PC통신에서 답을 찾았다. 데이터를 PC통신 서버로 올린다. PC통신용 모뎀 중에 가장 빠른 56k 모뎀을 이용하더라도 10 분쯤 걸린다. 그 뒤 애플컴퓨터에서 다운받는다. 이 또한 10 분쯤 걸린다. 그러나 전화선은 불안정하여, TCP/IP 통신규격이 생기기 전까지는 전송된 데이터의 품질이 보장되지도 않았고, 결국 끊어지기라도 하면 처음부터 다시 올리고 받아야 했다. 인터넷이 보급된 뒤에는 그나마 속도가 빨라졌다. 이 두 컴퓨터 기종 사이에 데이터를 직접 옮길 수 있게 된 건 인터넷이 보급된 뒤에도 몇 년이 더 지났을 때였다.

이처럼 사람들이 만든 다른 규격의 컴퓨터 사이에도 데이터를 전송하는 게 이리도 어려운데, 주인공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을 찾고, 더군더나 그 시스템에 맞는 악성코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칠 것이다.
“미스테리!”

외계인 컴퓨터에 접속한 화면. 분명 C코드로 프로그래밍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추측할 수 있다. 윈도우 기반으로 돌아가는 2진법 기반의 C language 프로그래밍! 그렇다면 이 컴퓨터와 코드가 맞는 외계인 우주선의 운영체제도 윈도우 계열이었던 것이다. 뭔가 이야기가 되어간다. MS사는 어떻게 윈도우즈 운영체제를 만들었을까? 그렇다! 51구역에 떨어졌던 외계인 우주선의 OS를 디컴파일러하여 만든 게 분명하다. 근데 그걸 디컴파일하는 게 가능한가? 맨땅에 헤딩하듯 디컴파일하는 건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는 건 역시 MS가 51구역에서 잡힌 외계인을 납치해서 고문이라도 한 게 확실하다. (근데 요즘 MS를 보면 외계인을 다른 곳에 빼앗겼나보다. 음…. 아무래도 인텔이 훔쳐갔나보다.) 라고 하고 싶었지만…..

사실 저 화면의 운영체제는 MacOS로 보인다. 그러니까… 외계인을 잡치해 갈아넣은 것은 MS가 아니라 apple이었던 것이다. 원조 외계인 납치범, 스티브 잡스!ㅎㄷㄷㄷㄷ (그리고 나중에 MS가 외계인을 훔쳐갔나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외계인들이 통신을 위해 지구인의 인공위성 신호를 훔쳐 사용하는데, 그것도 이런 이유로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3.5 방어막 우회공격 방법

외계인우주선 방어막은 소행성을 막는 게 주된 목적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날아오는 인공위성, 미사일, 전투기, 총알, 원자폭탄 등도 막는다. 외계인 전투정이 잘못 운전되어 우주선으로 날아간다면 이도 아마 막을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이 손에 든 깡통은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시킨다. 아마 철새가 날아간다면 방어막은 그냥 통과시킬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방어막은 빠르게 날아오는 것은 막고, 느리게 날아오는 건 그냥 통과시키는 것 같다.

방어막이 있어도 손으로 깡통을 놓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철새가 우주선 위쪽으로 날아가다가 똥을 한 덩이 싼다면….. 이건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방어막을 우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핵폭탄을 성층권까지 올려서 낙하산에 매달아 우주선으로 매우 천천히 떨어뜨리면 방어막이 이 핵폭탄을 막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핵폭탄에 질척한 것을 칠해서 낙하산으로 투여하고 우주선에 달라붙은 뒤에 폭파시키면 간단히 방어막을 우회할 수 있다.

3.6 외계인이 지구로 처들어온 이유

로스웰 우주인 해부장면 캡쳐

로스웰 51번 구역과 외계인 해부장면 영상이 TV를 통해 방송됐을 때를 기억한다. 프랑스에서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온 영상이라면서 무려 KBS 9시 메인뉴스에서 다뤘다. 그런데 그걸 본 나는 바로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 인간들에게 퍼져있는 외계인에 대한 편견으로 만든 모습이라고 비판했었다. 골격구조, 감각기관, 피부, 머리의 존재 등을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지구에 있는 생물체를 약간씩 변형해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영화 속의 51번 구역이란 것도 그 영상에서 기인한다. 이 영화는 그 영상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따라서 그 영상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이 이 영화에서도 적용된다. 즉 상상력 부족의 산물…….!!

(참고로, 그때 그 영상은 유명한 헐리웃의 특수효과 제작자 John Humphreys가 만들고, (당시 UFO 신봉자로 알려져 있던) UFO로 돈 좀 벌기를 바랬던 Thimothy Good이란 사기꾼이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등한 외계인이 아니다. 진짜로 외계인이 지구로 쳐들어온다면 가장 무서운 일은 무엇일까? 아마 그들이 몸에 묻히고 올 미생물이 지구생물을 공격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이건 외계인도 마찬가지다. 지구에 있는 수많은 미생물이나 벌레가 외계인을 공격할 테니까! 따라서 외계를 탐사한다거나 이 영화에서처럼 자원을 캐가며 우주를 여기저기 다니는 삶을 영위하는 외계문명이 있다면, 분명히 생명체가 있는 행성은 피하려 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외계인이 나오는 [미스트]The Mist, [딕트릭트 9]District 9, [아바타]Avatar 같은 영화는 전부 말도 안 되는 배경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이 문제를 적절히 다룬 영화도 있다. 고전명작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 1953을 보면 지구로 처들어온 화성 외계인이 전부 감기걸려 죽는다. 역시 옛날 영화들이 과학적인 고증이 잘 돼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화성인은 거대자본가, 힘 없이 죽는 사람들은 일반시민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 수많은 행성계를 떠돌아다닌 이 영화의 외계인들은 이런 문제를 몰랐을까? 몰랐을 리 없다. 그러면 외계인들은 사전조사를 하면서까지 왜 지구만을 콕 찍어서 처들어온 것일까? 다른 곳에는 없는데 지구에만 있는 뭔가의 자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게 아닐까?

그럼 그 자원에 대해 생각해보자.

초거대우주선을 운용하는 기술이 있는 외계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단순한 각종 금속광물은 지구보다 소행성에서 채굴하는 게 더 쉽다. 대부분의 비금속 광물도 마찬가지다. 일부 광물의 경우엔 물이 있어야 생성되므로 지구에 풍부하게 있을 수 있지만, 위에서 말한 건강 등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역시 지구에 올 이유는 못되는 것 같다. 더군다나 물이 외계에 많지 않은 물질도 아니다. 당장 태양계만 하더라도 지구보다 목성의 위성들에 물이 더 많으니 물이 있어야 생성될 수 있는 광물도 그쪽에 더 많을 것이다. 메탄 같은 물질도 마찬가지로 목성이나 토성 쪽에 더 많다. 다른 행성이나 위성은 가지도 않고, 수십 년 전부터 정찰하면서까지 지구를 콕 찍어서 처들어온 중요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구에 많은 건 딱 하나다. 생물, 그리고 생물이 만드는 물질….. 바로 화석연료다. 왜 화석연료인가? 초거대우주선의 원료가 화석연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왜 화석연료일까?

핵분열 원자력은 방사능 때문에 장기간 쓰기는 불가능하다. 핵피아가 아무리 원자력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더라도, 위험한 건 어쩔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 부근에 사는 핵피아는 없지 않나!) 핵융합에너지는 방사능이 핵분열보다는 훨씬 약하지만, 아직 우리 과학지식 수준으로는 모르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orz
그러니 외계인들은 가장 안전한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엔진을 만든 것인 것 같다. orz (2)
그렇다면 외계인 우주선을 36 대나 잡았어도 새로운 에너지원 기술은 없겠구나…..! orz (3)

(참고로, 후속편에서 행성의 핵을 추출해서 에너지원으로 쓴다고 했는데, 행성의 핵은 매우 뜨겁다는 것만 뺀다면 그냥 방사능 덩어리와 다를 바가 없다. 방사능 덩어리여서 계속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행성 내부가 쉽게 식지 않는 것이다. 진보한 문명이 행성의 핵을 에너지원으로 쓸 가능성이 없는 이유다. 우주선을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이 있기 때문에 활용 가능한 것일까? 그렇더라도 너무 위험한 게 아닌가?…..)

4. 우주선의 재원

이 영화를 통해서만 생각해볼 수 있는 초거대우주선에 대해서 살펴보자.

4.1 초거대우주선의 크기

초거대우주선 큰 것의 모습은 처음, 마지막 두 번 나온다. 크기는 처음 나왔을 때 달의 1/4 이상인 지름 550 km 이상이라고 나온다. 나중에 작은 것이 분리돼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오는데 이때는 크기가 15 마일(약 24 km)라고 나온다. 작은 것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24 km이라면 서울과 같은 천만 인구의 도시 크기다.

4.2 초거대우주선의 가속 속도

초거대우주선은 항성 사이를 매우 빠르게 움직였을 터이므로, 달궤도를 통과하기 훨씬 이전부터 감속하고 있었어야 한다. 그게 얼마나 전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영화의 각 장면에서 정보를 모아서 가속도를 구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선 초거대우주선이 지구로 오는 장면들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우주선 위치와 시각에 대한 정보는 아래와 같다.

  • 처음 발견된 우주선 위치 : 뉴멕시코 SETI 연구소에서 37’5000 km
  • 초거대우주선의 달궤도 통과시간 : SETI 직원들 시계 15:10
    • LA와 뉴멕시코 사이의 시차 : 1 시간
  • 대통령 출근시간 : 7:00….. (지구궤도 위에서 작은 것들이 분리됨)
  • 대통령이 보는 TV 중계장면의 시계 : 06:28
    • 조기경보기 폭파 시간 : 13:30~13:35 경
  • 작은 우주선이 LA에 도착한 시간 : 16:38
    • LA와 워싱턴-뉴욕 사이의 시차 : 3 시간
    • 공격까지 약 6 시간 남음
  • 주인공이 백악관에 갔을 때 : 18:10
    • 공격까지 28 분 남음
  • 백악관 철수 : 18:28 (공격 10 분 전)
  • 공격 : 18:38

SETI가 있는 뉴멕시코는 워싱턴보다 2 시간 느리므로 초거대우주선이 달궤도를 통과한 시간은 워싱턴 17:10 분….?

이렇게 자료를 찾아놓고서 계산해 보려다가 포기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시계들의 시간이 특정한 설정이 있지 않고 너무 제각각이었다. 소품을 세심하게 신경쓰지 못한 것이다.

4.3 거대우주선의 대기중 비행속도

영화에서는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략 추려보면 2000 km를 26 분만에 날아가는 셈이다. 대략 1.28 km/s이므로, 마하 3.5 정도 되는 속도다. 빠르다.

26 분만에 2000 km는 움직이는 것 같다.

5. 땅 위를 지나가는 거대우주선

앞의 꼭지들이 장난식 이야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좀 진지하게 거대우주선 운항메뉴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질량이 달의 1/50 정도이고, 크기가 달의 1/4 정도인 초거대우주선이 지나갈 때 일어날 일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꼭지에서는 대부분 중력과 유체역학에 의해 일어날 일만 살펴보고자 한다. 유체역학은 우주선의 존재 자체가 공기에 영향을 줄 것이므로 빼놓으면 안 되는 요소라 생각한다. 중력에 의한 영향은 우주선이 달이나 지구 부근에 왔을 때 지표면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외계인도 중력차단기술 같은 게 있지는 않은 것 같다.

5.1 음속 돌파에 따른 피해

앞 장에서 살펴보던 내용을 계속 따져보자.
거대우주선이 음속 정도의 속력으로 움직인다면 엄청난 피해를 유발할 것이다. 여러분은 소닉붐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전투기 같은 물체가 음속과 비슷한 속도로 날아가면 주변에 충격파면이 만들어지면서 그 뒤쪽에서 순간적으로 저압부가 생겨서 구름이 생기는 현상이 소닉붐이다. 이와 함께 큰 소리가 만들어지는데, 이 소리는 150~300 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철근이 없는 벽돌건물을 무너트릴 정도다.

굳이 음속으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보통 주변에는 구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거대우주선이 대기권 안에서 음속보다 빨리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소닉붐이 생길 것이다. 거대우주선이 만드는 소닉붐 규모는 말 안 해도 될 것이다. 전투기보다 약 5000 배 크다고 생각할 때 나타나는 규모도 5000 배는 될 것이다. 그러나 5000 배가 되면 물리적인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전투기 수준에서는 파열음이 3차원으로 퍼지면서 금방 약해지지만, 규모가 5000 배인 거대우주선이 만드는 파열음은 우주선 위와 아래 방향으로는 거의 퍼지지 못한다. 따라서 2 차원으로 퍼지는 상황과 비슷해지므로 피해범위는 훨씬 더 넓어진다. 당연히 음속 이상의 바람이 부니까 핵폭탄이 만드는 후폭풍과 비슷한 피해가 생긴다. 저층건물은 물론이고, 고층건물도 대부분 붕괴될 것이다. 나무는 모두 꺾일 것이고, 흙과 자갈 등이 마구 날아다닐 것이다. 1908 년에 시베리아 둥그스카에서 원인모를 폭발이 일어났을 때, 수백 km2의 숲이 초토화됐던 걸 생각해보자.

심지어는 우주선이 지나가면 그 위쪽의 대기구조가 모조리 파괴될 것이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지구 대기권은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구조가 파괴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정말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게 분명하다.

5.2 바다 위를 운항할 때의 피해

거대우주선이 그럼 바다 위를 지날 때는 어떨까? 땅 위의 건물이 무너지는 것처럼 바람 때문에 배가 전복된다. 또, 바다 위를 우주선이 지나가면 강한 바람에 의해 해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손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이 해일은 우주선이 지나간 자리 부근 뿐만 아니라 전지구의 해변에 일어나서 난리가 날 것이다.

또 다른 한 측면은 우주선이 바다 위에서 500~1000 m 높이로 떠 있다고 가정하고 대충 계산해보니, 해수면 높이가 5~10 mm 정도 높아진다. 아무튼 이정도만으로도 우주선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는 곳에서는 해일이 더 크게 일어날 수 있다.

ps.
그런데 이건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지구가 당기는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우주선의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우주선과 지구에 의해 중력에너지는 오히려 더 높아져 있는 것이므로….. 어쩌면 압력은 더 높아져서 오히려 해수면이 낮아질 수도 있다. 중력을 계산할 때 이걸 깜빡해서 계산해보지 못했다. ㅜㅜ

5.3 지오이드 변화

지오이드는 바다에서는 해수면을, 육지에서는 해수면과 위치에너지가 같은 곡면의 연장된 면을 일컷는다. 다양한 이유 때문에 지오이드라는 개념이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몇 가지만 살펴보자.

지하수도 높낮이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다니는데, 그 결과 생기는 것이 캐스트지형의 석회동굴 같은 것이다. 흐르는 지하수에 석회석이 녹아 석회동굴이 만들어지는 것은 중학교 과학책에 나오는 것이므로 설명은 그냥 건너뛰자. 문제는 이런 지형 위로 거대우주선이 지나갈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점이다.
캐스트지형은 지반이 매우 약하므로 곳곳이 갈라지고 무너질 것이고, 곳곳에 구멍이 생겨서 지하수가 땅 위로 솟아오를 것이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씽크홀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하수의 변화는 도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반암이 아주 깊은 지형에 고층건물을 지을 때는 건물의 기초를 기반암 위에 고정시키기가 힘들다. 그럴 때는 지하수 위에 기초를 띄우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린다. 이렇게 지은 건물 주위로 거대우주선이 지나가면 하나의 큰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지하수 변동이 크게 일어나면 건물의 중심이 바뀌면서 무너지는 것이다. 1990 년대에 개발광풍이 불었던 상하이에서는 지하수를 너무 뽑아써서 지하수면이 너무 낮아지자 모든 고층건물을 안전정검해야 했다. 2001 년에 미국이 911 테러로 두 쌍둥이빌딩이 무너졌을 때, 인근 건물이 무너진 것도 이 원리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

외계인의 작은 거대우주선이 세계의 36 개의 도시 위에 나타났으므로, 이들 도시는 그 순간 기능이 마비될 것이다.

5.4 중력 변화

거대우주선이 고층건물 쪽으로 접근하면 건물은 중력변화 때문에 거대우주선 쪽으로 큰 힘을 받는다. 이 힘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해수면을 5~10 mm 높일 수 있는 정도이다. 이 힘을 고층건물이 견딜 수 있을까?? 아마 지금 이미 만들어놓은 고층건물은, 기반을 땅 밑의 단단한 바위에 박고 만든 것도 거의 모두 붕괴될 것 같다. 더군다나 빠른 이동속도와 큰 몸집 때문에 생기는 빠른 기류는 그나마 버티던 건물마저도 무너트릴 것이다.

지오이드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물이 솟아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로 화산이 폭발할 수도 있다. 거대우주선이 화산 쪽으로 접근하면 점점 더 화산이 위쪽으로 벌어지면서, 땅에 틈새가 생겨서 화산이 폭발한다. 또한 가뜩이나 위태위태하게 스트레스를 받던 단층지대는 한꺼번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5.5 온도 변화

거대우주선이 상공에 떠 기온은 어떻게 변할까?

일식이 일어나는 걸 본 적 있는가? 개기일식이 일어날 때 처음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3 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은 길어야 4 분 정도 걸린다. 정말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동안 기온이 2~3 도 정도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관측하는 동안 서늘함을 느낄 정도였다.

1988 년에 미국 옐로스톤에서 산불이 한 달 동안 계속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연기가 심했던 지역은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졌다는 관측기록이 있다. (이때 산불이 정마 오래 지속됐는데, 그 이유가 소방차 같은 응급차도 공원 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제정된 국립공원 내규 때문이었다고 한다.)

기온이 이정도로 변하는데, 거대우주선 밑은 당연히 온도가 크게 변할 것이다. 아마도 금방 영하로 떨어지지 않을까?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가 없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고증을 안 했다는 거니까….)

6. 지구 인근에 있는 초거대우주선

질량이 달의 1/50 정도이고, 크기가 달의 1/4 정도인 초거대우주선이 지구 부근의 우주에 떠있을 때 일어날 일을 생각해보자. 이야기를 쉽게 하기 위해서 지구 상공 1000 km에 있다고 생각하자.

6.1 달 궤도 변화

달의 1/50 정도의 질량이 지구 주위를 지나는 건 태이아(Theia)가 원시지구에 떨어져서 달이 생긴이래 전혀 없던 대사건이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져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도 크기가 기껏 10~15 km 정도였다. 작은 우주선보다도 작았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주선이 없을 때 노란 궤도를 돌았다면, 우주선이 등장하면서 빨간 궤도로 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일은 달 궤도의 변화다. 달이 원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초거대우주선이 지구 주위에 오면 달은 지구가 갑자기 더 세게 당긴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달이 갖고 있는 운동에너지와 각운동량이 변할리는 없으므로, 달은 그때부터 지구와 가까워지는 타원궤도를 그리게 될 것이다. 물론 달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속력이 빨라져서 언젠가는 다시 지구에서 멀어지는 궤도를 그릴 것이고, 달이 가장 멀어졌을 때는 초거대우주선이 처음 지구에 왔을 때 달이 있던 바로 그 위치가 된다. 즉 달 궤도는 원형에서 타원형으로 바뀌게 된다. 달 궤도가 바뀌면 달의 공전주기도 바뀌게 된다. 그러나 달의 자전주기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달의 지구에 대한 동자전주기 일치는 깨진다. 지구에서도 달의 뒷면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달의 칭동운동

또한 동자저너주기 일치 때문에 일어나던 달의 칭동운동(지구를 보는 달의 면이 지구를 향한 방향에 대해 조금씩 움직이는 현상)도 깨진다.

달 궤도가 타원으로 바뀌면 좀 심각해진다. 달이 가까워질 때 지구에 미치는 중력이 훨씬 강해진다. 그러면 우선 바다가 간만의 차이가 훨씬 커진다. 오늘날의 바다는 간만의 차이가 보통 40 cm 정도이다. (서해안처럼 간만의 차가 10 m 이상인 곳이 있는 것은 지형에 의해 바닷물 움직임이 공명을 일으키는 특별한 경우이다.) 그런데 이게 더 커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달이 지구에 가까워지는 방향은 초거대우주선이 어떤 방향에서 다가오고, 멀어지느냐에 따라 계속 바뀔 것이다.(달 운동에너지가 변하는 양은 우주선이 움직이면서 공급한다.) 지금까지 인류… 아니 모든 생물이 습득한 진화적 생리현상도 당연히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또 범지구적인 규모로 볼 때, 지구가 중력 때문에 받는 마찰력이 커져서 지진이나 화산폭발이 더 빈번해질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세계곳곳의 바닷가에서 해일이 일어나게 만들 것이다.

6.2 정밀과학의 위기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하루의 길이가 변하게 된다. 달의 공전궤도가 바뀌면 지구의 자전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 것이다. 원자시계를 동원해야 측정할 수 있는 나노초(ns)의 정밀도로 시간을 측정해온 과학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상당히 큰 재앙이다.
이런 문제가 꼭 과학자에게만 재앙인 것은 아니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히 쓰는 GPS 같은 위치 측정기기는 오차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지구와 달의 운동이 바뀌는 것 뿐만 아니라 우주선이 미치는 중력 때문에 GPS위성의 위치가 계속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지구-달-태양의 단순한 구성에서도 오차를 수정하는 건 쉽지 않은데, 언제 다가오고 멀어지는지 종잡을 수 없는 초거대우주선까지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GPS 오차를 연구하는 전문기관이 따로 있다. 이 기관에서는 오차값을 매일 발표하며, GPS 서비스업체는 매일 이 오차값을 업데이트하여 적용한다.)

결국 초거대우주선 시대에는 위치를 측정하려면 GPS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뭐… GPS 오차 신경쓰기 전에 GPS 위성이 전부 망가지겠지만…..

7. 태양계에 들어온 초거대우주선

그럼 초거대우주선이 지구 주위에만 안 오면 괜찮을까? 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7.1 지구방향 궤도설정 금지

이 영화에서 외계인 우주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플라즈마엔진으로 추진하는 우주선을 생각해보자. (실제로 후속편에서는 반중력엔진과 플라즈마엔진(퓨전 드라이브)을 모두 쓴다.) 플라즈마엔진이란 건 연료를 플라즈마가 될 때까지 가열하여 분출해서 높은 효율로 추진력을 얻는 엔진이다. 지구에서는 아직 이론적인 수준에서 검토되고 있다.
초거대우주선도 플라즈마엔진으로 움직인다면, 이런 우주선이 지구쪽으로 엔진을 켜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쉽게 짐작이 된다. 플라즈마엔진에서 나오는 플라즈마는 지금도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선(Cosmic ray)이나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과 근본적으로 같다. (어딘가에 있는 외계인 우주선(space ship)이 엔진으로 내뿜는 플라즈마가 지구로 날아오는 것이 우주선(cosmic-ray)이 아닐까?) 이게 지구를 향해 대량으로 방출될 경우엔 태양폭풍이 발생했을 때와 같은 영향을 지구에 준다. 인공위성 장애, 강한 자기장 변화 유발로 인한 전력장비와 전기장치 파괴, 저위도까지 출현하는 오로라, 2차우주선에 의한 유전병 발병율 증가 등등…..

7.2 소행성 궤도 변화

소행성 궤도는 지금도 굉장히 불안정하다. 햇볕에 의한 부분가열이나 광압만으로도 궤도가 변할 정도다. 내부의 폭발이라도 일어나면 궤도는 극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불안정한 소행성 옆에 초거대우주선이 지나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직접 부딪히지 않는다 해도 궤도는 일단 크게 변할 것이다. 이렇게 궤도가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대우주선을 만들 기술이 있으므로 소행성이 태양계 내부로 진입하는 정도는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또는 [스타트렉]의 어떤 에피소드에서 나오듯이 행성 전체를 숨기는 기술이 나와서 다른 천체가 떨어지는 걸 막는 보호막 같은 걸 만들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거대소행성이 태양계 내부로 들어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거대우주선은 태양계 부근으로 접근하는 게 금지될 것이다.

8. 거대우주선 운항 메뉴얼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거대우주선이 태양계 안으로 들어오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 그러므로 그런 시대가 되면 다음과 같은 규칙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 초거대우주선 태양계 접근 금지
  • 거대우주선 지구궤도 접근 금지
  • 지구와 우주선을 잇는 직선과 일치하는 방향의 궤도 설정 금지

9. 영화 뒷이야기

외계인과의 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은 무얼 배웠을까?

가장 분명한 건 우주에 다른 생명체, 그것도 지성이 엄청나게 발달한 외계인이 있다는 것일 듯하다. 아마 유일신을 섬기는 사람 중에 매우 독선적인 사람은 전쟁이 끝난 뒤에 옥상에서 많이 뛰어내릴 것 같다.

다음으로는 민주주의나 신자유주의보다 훨씬 더 발전한 정치경제체제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게 외계인이 우리에게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주여행에 필요한 중력제어기술과 방어막기술을 배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기술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온다. 중세시대까지는 매우 낮은 수준의 과학기술을 갖고 있던 유럽인이 르네상스를 통해 갑자기 과학기술을 손에 넣었을 때 무슨 일을 했는지를 떠올려본다면….. 외계인을 물리친 뒤에 몇 년 안 돼서 지구는 초토화될 수 있다. 지구가 불모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쉬운 컴퓨터 기술은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것 같다. 어쩜 그렇게 컴퓨터 기술이 1980 년대 수준에 머물러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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