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읽으면 좋을 책 열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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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Zephirus 님께서 올리신 빠르게 뽑아본 대학생이 대학생일 때 읽을 책 10가지”라는 글을 봤다. 그래서 나도 지금까지 읽었던 좋은 책 중에서 대학생일 때 읽었었으면 좋겠다 싶은 책을 꼽아 봤다. 내가 대학생일 때 읽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 책들이다. 한 항목에 둘이나 셋이 있는 것은 그 중 한 권은 보면 좋겠다는 의미다.

제목의 링크는 독후감이니 따로 읽어보시면 좋겠다.

1.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나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이 두 책은 성공학 서적의 바이블이라고 일컬어진다. 성공학 서적을 경멸하던 내가 성공학 서적을 읽기 시작하도록 만든 책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앞부분과 내용이 상당히 비슷하지만, 전하려는 것은 다르다. 선택은 어렵지만, 둘 다 읽을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이 책들을 이해하려면 기본 지식이 좀 많이 필요하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웬만한 대학생은 읽다가 지겨워서 때려치울 것 같다. 그만큼 모두 읽은 후엔 다른 성공학 서적은 시시해 보일 것이다.

2.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엄청 유명한 과학책의 바이블이다. 물론 더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좋은 과학책도 많지만, 자연의 본질을 확실히 소개하는 책은 흔하지 않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너무 어려워서 광학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것을 안겨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3. 『어린왕자』『데미안』이나 『꽃들에게 희망을』

이 책들은 동화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인에게도 새롭고 중요한 개념과 깨달음을 전해 준다. 다 읽으면 좋겠지만, 한 권만이라도 읽어두자.

『꽃들에게 희망을』은 동화책으로 적절한 책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 다시 한번쯤 깊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가 끄집어내지 못할 깊이있는 것이 있다.

『데미안』은 새에 대한 유명한 명언이 있다. 고등학교 때 매우 감명받았던 책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때보다 대학교 때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학교 이후에 읽는다면 실망할지도… (사실은 내가 그랬고, 그래서 독후감이 없다.)

『어린왕자』는 내가 모두 다섯 번이나 읽은 책이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다른 번역본으로 읽었다. 다섯 권이나 샀다는 이야기다. ^^;;; 인생의 참의미에 대해 감명을 주는 내용으로, 수많은 책과 영화에 패러디되었다.

ps. 성인이 된 이후에 『데미안』을 다시 읽어보려고 했는데, 진짜 무의미한 글의 향연이었다. 그래서 취소…ㅋㅋ

4. 『모모』

시간도둑! 『모모』는 이 한 단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왜 그리 바쁘게 사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정말 대학생 때 읽으면 딱 좋다. (아쉽지만 글쓰기가 완전히 깔끔한 책은 아니다. 번역에 문제가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같은 저자의 『끝없는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이다.

5. 『무소유』

76 년 발매된 뒤 몇 백만 부나 팔린 책이다. 법정 스님께서 타계하시기 전에 절판시키라는 유지를 남기셔서 품기현상을 겪기도 했다. 법정 스님은 이 책이 자신을 포함한 특정인 또는 단체의 저작물로 남기를 원치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길 바라셨다고 하니 앞으로는 서로 공유해도 될 것이다. 진정 무소유를 실천하신 스님이 존경스럽다.

6. 『프레임』이나 『생각의 지도』

이 책들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며 읽는 것이 좋겠다.

『프레임』에서 설명하는 ‘프레임’은 은연 중 갖게 되는 생각의 한계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가장 유명한 예로는 물컵에 물이 절반 있을 때 프레임이 다른 두 명이 “물이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와 “물이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생각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서 각각 ‘패러다임’과 ‘프레임’이라고 부른다. (정확한 구분은 아니지만) 프레임은 개개인이 갖는 생각 방식, 패러다임은 대중이 공유하는 생각 방식으로 보면 된다. 이 둘의 관계는 ‘패러다임 ⊂ 프레임’ 관계에 있다. 즉 개개인이 갖는 프레임이 범사회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패러다임이라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패러다임은 프레임의 일부분이 된다.
‘패러다임’은 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처음 제시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계속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지만, 내용이 어려워서인지 현재 우리말로는 제대로 번역되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읽지 못했다. (여러 번 읽기를 시도하면서 따져보니 내가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인 듯하다.) 아무튼, 따로 설명하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의 지도』는 동양과 서양의 생각 방식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자기 생각을 알아야 남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내용을 바탕으로 EBS에서 다큐멘터리를 두 개나 만들었고, BBC에서도 비슷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지금도 종종 이 책 내용이 확장된 형태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나도 이 책을 읽은 후에 글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

7. 『이머전스』

이머전스는 단순계와 복잡계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어떻게 개개인이 구성하는 사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고, 단체 생활을 하는 곤충이 거대 무리를 유지하며, 지네가 그 많은 다리를 헤깔리지 않고 움직이는지 설명한다. 같은 원리로 사람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자연과학보다 인문과학 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비슷한 내용의 『버스트』란 책도 좋다. (근데 이 책은… 저자도 내용 중 일부가 너무 과장된 오류를 갖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ps. 사회학을 공부하신 이지(2Z)님이 소개해 주셨다.

8.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불완전한 자서전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10~20 년 뒤에는 이 책을 이런 목록에 넣지 않아도 되도록 우리 사회가 나아지길 기원해 본다.

ps. 10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도 좀 먼 것 같다.

9. 『카프카 단편집』 →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이 소설 독후감은 없고, 관련된 드라마시티 <아버지의 이름으로> 감상문이 있다. 내용은 비슷하니 둘 중 하나만 보면 될 듯하다. 그래도 책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히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으니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카프카가 두려우신 분도 계시겠지만, 다른 카프카 책과는 다르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ps. 그동안 이 책을 구하지 못해서 못 읽고 있었는데, 언제인지 모르는 사이에 출간되었다. 그래서 2020 년에 얼른 샀다.

10. 『작가 수업』

며칠 전에 읽은 책으로, 소설을 쓰려는 예비작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쓰여진 책이다. 초판본이 1934 년에 나왔는데 지금도 계속 출판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좋은 책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대학교 다닐 때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이 있다면 글쓰기 딱 한 가지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누구나 글쓰기를 기본기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성공’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성공 같은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으나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 대부분은 글쓰기를 모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글쓰기 책이 다루는 글쓰기 기교는 사실 글쓰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글쓰기를 하려는 사람이 맏닥드리는 일종의 막연함이나 공포를 극복하는 것이 첫 번째 난관이다. 그래서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같은 책도 있다. 이 난관은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나 이미 능숙하게 책을 쓰는 사람은 모른다. 따라서 이 공포에 대한 조언은 얻기 힘들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두 번째 난관은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프레임 또는 패러다임을 쌓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 책의 첫부분에서 어느정도 다루고 있다.

이런 두 난관이 뻔하니, 이것만 극복하면 책을 잘 쓸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막상 글쓰기는 익히기 힘들다. 이게 쉬웠다면 많은 사람들의 목표가 책 출판을 목표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난관에 막혀있는 사람이라면 우선 무턱대고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최근 내가 쓴 글 중 일부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정제해서 읽기는 힘들 것이므로….. 이 책을 읽어라.

이 책과 비슷한 내용이고 현실을 잘 반영한 책으로는 박상우 작가의 『작가』가 있다. 사실 이 책이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참 많다. 각각 자연과학 도서 1 권, 사회과학 도서 1 권, 성공학 1 권, 소설 3 권, 자서전 1 권, 철학 1 권, 명언집 1 권, 기술서(?) 1 권으로 분류도 너무나 다양하다. 각각이 인생, 철학, 사회, 자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이 책들은 그 중 하나씩 알려주고 있다.

ps. 2021.03.16 추가
만약에 내가 지금 이 글을 쓴다면,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나 [무소유]를 빼고서 대신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추가할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데미안』은 최근 다시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평가가 바뀌어 취소선을 그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글쓰기가 너무나 엉망이었다. 『데미안』은 내용 자체가 너무 허무주의랄까 그런게 느껴지고, 문학작품으로서의 평가도 정말 별로였다.

13 comments on “대학생 때 읽으면 좋을 책 열 권”

    1. ㅎㅎㅎㅎ
      더 좋은 책 소개해 주세요… 이거 릴레이로 만들어도 괜찮을 듯…

  1. 그래도 .. 몇 권은 읽은 책이네요…1,2,3,4…

    그런데 꽃들에게 희망을… 모모는 좀 고풍인데요…
    요즘 학생들도 그런 책을 읽으려나……?

    1. 이 목록에 있는 책은 모두 14 권인데,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8 권은 1980년 이전에 나온 책입니다….^^ 물론 제가 이 책을 읽은 건 모두 1989 년 이후죠.
      하지만 스테디셀러는 이유가 있죠. ^^ 지금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도 충분히 읽고 감동과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이 블로그 글은 펌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펌하시고 싶으시면 혼자만 볼 수 있게 비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는 읽어봤는데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접었습니다. 고딩은 역시 무리려나요;;

    1. 사실 매우 어려운 책입니다. 대학생에게 (그것도 물리학 전공자에게나) 추천하는 책이니까요. ^-^

  3. 아 .. 모모 .. 중학교때 참 재미읽게 읽은 소설이지요 .. 또한 읽고나서 깨달은것도 많았지요 ..
    대학교 가서 또 한번 읽어봐야할것 같네요.. 또 위의 책들도 한번 시간내서 읽어봐야겠군요 ㅎㅎ

  4. 저는 작가를 추천하죠. 저는 미하엘 엔데, 마틴 가드너, 루이스 캐롤, 요슈타인 가아더 등이 쓴 책이라면 뭐든지 추천입니다.

    1. 저도 보편적으로 그런 편이긴 한데, 작가도 보통 전성기라는 것이 있더라구요. ^^

      아마 지금 다시 목록을 만든다면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넣을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5. 어린왕자 한권 읽었습니다. 나머지 책들은 기억하고 한권씩 읽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리뷰 엮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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