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쓴 날 : 2009.05.17 08:11
마지막으로 고친 날 : 2020.08.25
글 버전 : 1.01
0. 글을 시작하기 전에 남기는 잡담
(무지개에 대한 내용만 궁금하시면 이 꼭지를 건너뛰기 바랍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얼마 전에 여우비가 한참 내린 뒤의 동쪽 하늘에서 무지개를 처음 봤다. 처음 본 무지개의 느낌이 어땠는지 안 말해도 다들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때의 무지개가 얼마나 굵고 진했는지….. 지금까지 본 무지개 중에서 가장 선명하고 아름다웠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책에서 보아왔지만, 의미는 고등학생 때에야 알게 됐다. 햇볕을 등지고 어머니의 볶음밥을 먹다가 숟가락에서 솟아나는 김에서 무지개를 발견했다. 어머니께 무지개가 걸려있다고 수저를 가리키며 말씀드렸더니 그저 빙그레 웃으셨다. 책의 설명만 봤을 땐 가슴으로는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수저 위에 걸려있는 무지개를 발견하자 그 원리가 마음속에 그대로 들어왔다. 무지개에 대한 호기심은 그 뒤 완전히 잊혀졌다.
무지개는 한꺼번에 몇 개가 뜰 수 있을까?
무지개가 생기는 원리를 설명하는 설명도는 정확한 그림일까?
그로부터 무려 20 년이 지난 어느 날 문뜩 다시 내 맘속으로 찾아든 의문이었다. 쌍무지개처럼 두 개가 동시에 뜨는 경우는 흔하다. 그렇다면 세 개 이상이 한꺼번에 뜰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어쩔 수 없이 무지개가 생기는 과정을 계산할 수 있어야 했다.
무지개에 대한 계산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그래서 광학 교과서를 펼쳐봤지만 무지개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심하다가 매형이 날 위해 빌려오신 어떤 광학책에서 수무지개에 대한 계산을 발견했다. 이걸 보고 열정이 불타올라 일반적인 경우로 바꿔서 계산했다. 이 계산결과를 풀어서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로 옮기는데 일 주일이 걸렸다. (그러나 글에 사진을 넣으려다보니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다시 3 달이 걸렸다.-_-)
무지개에 대한 글을 쓴 뒤에, 글에 넣을 무지개 사진을 찾다가 수없이 접하게 된 해무리와 달무리에 대한 계산도 해버리기로 했다. 근데 곧바로 문제에 부딪혔다. 해무리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설명도는 광학적으로 따지니 아예 얼토당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그때까지 들었던 지식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생각할 수 있는 경우를 모두 다시 따져봐야 했다. 무지개에 대한 계산보다 훨씬 어려웠다. 아무튼 나는 몇 일 동안 따져본 뒤에야 그럴듯한 설명도를 찾아냈다. 그런데 설명도는 훌륭했지만, 계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일종의 물리적 편법과 강력한 계산 도구인 매스매티카(Mathematica, 사이트)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매스매티카는 대학원 다닐 때 공부한 적이 있어서 프로그래밍이 어렵지는 않았다.)
일단 계산을 모두 끝낸 뒤에 깨달은 것이 있었다. 학교에서 무지개에 대한 문제가 출제될 때 간혹 불분명한 문제가 출제되고 있었다. 심지어 EBS의 <장학퀴즈>나 수능특강, KBS의 <도전 골든벨>, 심지어 진짜 수능에서도 약간 불완전한 내용으로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교과서가 전면적으로 개정된 뒤에도 교과서에 불완전한 내용이 포함됐는지는 모르겠다.)
이 글에서는 ‘숫무지개’, ‘햇무리’ 같은 단어에서 등장하는 사이시옷(ㅅ) 음운현상을 표준맞춤법에 맞춰 쓰지 않고, 그냥 내가 편한대로 쓸 생각이다. 사이시옷은 국립국어원이 시도때도 없이 바꾸고 되돌리기를 반복해온, 가장 많이 바뀐 맞춤법 규정이다. 그러니 어차피 맞춰 써도 국립국어원이 언제 규정을 바꿀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이 글에 있는 수많은 사이시옷 관련 단어 중에 현행 맞춤법과 다른 표기 대부분은 한때는 표준이었다.
1. 무지개
빛이 물방울 속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 굴절과 반사를 일으킨다. 굴절은 파동이 나아가는 방향이 바뀌는 현상이고, 반사는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이다. 이때 매질이 갖는 굴절률이 빛의 파장에 따라 다른데, 그러다보니 파장에 따라 빛이 나아가는 방향이 달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을 분산이라고 한다. (굴절, 반사, 분산이 무엇인지 궁금하면 이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우리 눈은 빛을 느낄 때 파장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그 다름을 색이라고 인지한다. 물방울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빛은 분산되어 파장에 따라 갈라지기 때문에, 우리 눈은 색깔을 느끼게 된다.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이 아니더라도, 아침에 풀잎 위에 있는 이슬에 아침햇살이 비치면 색깔이 느껴지는 것을 볼 수 있듯이…… 광원-물방울-관찰자(우리) 사이의 각도에 따라서 물방울에서 나온 빛을 한 가지 색깔로 느낀다. 그러나 대기중에는 수많은 물방울이 있고, 그 물방울들은 각각 다른 각도를 갖고 있으므로, 우리는 각각의 물방울을 각기 다른 색깔로 보게 된다. 공중에 아름다운 빛깔이 드리우는 것이다. 이렇게 보이는 빛깔의 합이 무지개다.
무지개는 보이는 위치에 따라서 흔히 수무지개, 암무지개, 채운으로 불린다. 물리학의 광학이나 기상학에서는 1차 무지개, 2차 무지개, 3차 무지개라고 부른다.
2. 무지개 (수무지개)
하나가 뜨는 무지개를 보통 ‘무지개’나 ‘수무지개’라고 부른다. 수무지개는 무지개 중에서 가장 짙고 아름답다. 수무지개는 아마도 옛 조상들이 가장 밝고, 제일 자주 뜨기 때문에 무지개 중에 우두머리(首)라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물방울 속에서 빛이 한 번 반사됐다는, 다분히 과학적 의미를 담아 ‘1차 무지개’라고 부르기도 한다.
① 무지개의 모양과 위치

햇볕이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면서 굴절이 될 때 방향이 색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므로 빛이 분리되는 분산 현상이 발생한다. 물방울은 둥근 구에 가깝게 생겼으므로 빛의 꺾이는 각도는 물방울의 어느 부위를 비춘 빛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굴절은 빛이 물방울에서 나올 때도 한 번 더 일어난다.
물방울에서 일어나는 빛의 굴절과 반사 현상에 대한 흔히 알려진 그림이 ‘수무지개의 원리’이다. 구부러지는 각도는 빨간 빛은 약 42.4˚, 보라색 빛은 약 40.7˚ 다. 이렇게 빛의 방향이 바뀐 각을 무지개각이라고 부다.
우리가 하늘을 볼 때 해과 우리를 잇는 직선으로부터 특정한 각도에 해당하는 지점의 합은 깔대기 모양이므로 무지개가 보이는 각도는 깔대기를 잘라놓은 절단면처럼 원으로 보인다. 보통 무지개가 동그랗게 보이는 이유다. 다만 광원인 해가 항상 하늘 위에 떠있으므로, 해의 반대편에 나타나야 하는 무지개는 땅 위에 세워놓은 둥근 문처럼 원호의 일부 형태로만 보인다.
비가 온 뒤의 하늘이 아니더라도, 수무지개는 큰 물방울이 많은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분수대, 폭포, 물방울이 큰 구름 등등…. 글의 말머리에 말씀드린 것처럼 밥을 먹는 도중에 수저에서도 무지개를 볼 수 있다.
구름에 무지개가 나타나 있다. 구름에 수무지개가 나타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해도 구름의 물방울이 작고, 해와의 각도가 크기 때문에 실제로는 쉽게 관찰되는 현상은 아니다.
② 무지개의 색깔

도깨비가 서양의 전설에서는 무지개가 서 있는 땅 속에 황금이 가득 든 항아리를 묻어둔다고 한다.
저 정도의 무지개라면 황금항아리가 아니라 금맥이 있지 않을까? ^^
우리가 색깔을 인식하는 방법은 문화적 관습과 관련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무지개 색깔을 7 가지 색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가장 많다고 한다. 보통 무지개의 색깔이라고 하는 빨주노초파남보는 7 가지 색으로 인식하는 문화권의 일부 사람들이 임의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각 문화권에 따라서 4~10 가지 색으로 다르게 인식하지만, 7 가지로 나눈 것이 참 적절해 보인다. 적절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문화권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우리 조상은 무지개를 5 가지 색으로 봤는데, 눈으로 무지개를 볼 때 보이는 색이 아니라 검정, 하양, 파랑, 노랑, 빨강이라고 생각하는 관념적인 색이다. 이 관념적인 색은 한국어의 색깔 이름과 연관된 것 같다. 애초에 우리말에는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가 위에 나열한 다섯 개 뿐이다.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저 다섯 개 이외의 색깔을 뜻하는 단어는 전부 외래어다.)
하지만 무지개는 실제로는 무수히 다양한 색깔을 품고 있다. 공중에 떠있는 물방울 하나하나마다 관찰자와 광원인 해와 관련된 위치가 다르고, 그래서 우리 눈으로 보내온 빛의 파장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물방울의 개수가 무수히 많으므로, 그만큼 많은 빛깔이 포함된다. 그러나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 눈은 224가지의 색, 즉 1600만 가지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상 이만큼의 색을 포함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색의 배열순서도 생각해보자. 앞 꼭지에 적었듯이, 빨간색 무지개각이 보라색 무지개각보다 더 크기 때문에 겉보기 각도가 더 큰 위치인 원의 바깥쪽에 빨간색이 나타난다.
3. 암무지개
동시에 두 개의 무지개가 뜬 멋진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무지개가 동시에 두 개가 뜰 때 두 번째로 뜨는 무지개를 암무지개 또는 2차 무지개라고 부른다. 암무지개는 수무지개를 둘러싸듯 바깥에 보인다.
난 본 적이 있지만, 두 번째 것이 밝고 곱게 뜬 것을 본 적은 없다. 늘 거의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떴다.
① 암무지개의 생성원리

암무지개가 생기는 원리는 수무지개가 생기는 원리와 똑같다. 다만 오른쪽 그림처럼 빛이 물방울 속에서 두 번 반사되는 것만 다르다. 암무지개가 수무지개보다 어두워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빛이 반사될 때마다 부분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빛이 적어진다. 암무지개는 수무지개보다 한 번 더 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어두워진다.
두 번째는 암무지개가 빨강에서 보라색까지 색깔이 벌어지는 폭(3.1˚)이 수무지개(1.72˚)보다 훨씬 넓다. 같은 빛이라도 넓게 분산되면 당연히 보기 어려워진다.
세 번째는 무지개를 이루는 빛이 들어가는 물방울의 부위가 수무지개보다 암무지개가 더 좁다. 햇볕의 밝기가 어디나 비슷하다면, 조건에 맞는 빛이 그만큼 적어서 결국 나오는 빛도 적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어두워지는 것이다.
오른쪽 그림처럼 암무지개를 만드는 빛은 410˚, 즉 한 바퀴 돌고 50˚ 더 꺾인다. 하지만 우리 눈은 빛이 왔다는 것만 알 수 있고, 어떤 경로와 과정을 거쳤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단순히 각도에 따라서 수무지개 밖에 어두운 암무지개가 보이는 것이다.
② 암무지개의 색깔
암무지개의 무지개각은 빨간색은 약 50.4˚이고, 보라색은 약 53.5˚다. 수무지개는 빨간색 무지개각이 더 컸었는데, 암무지개는 보라색 무지개각이 더 크므로 암무지개와 수무지개의 색깔 순서가 반대가 된다.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라 “보남파초노주빨” 순서가 된다. 그래서 수무지개와 암무지개는 빨간색이 서로 마주본다.

4. 흰무지개
무지개는 달빛에도 생긴다. 그러나 달빛은 햇빛과는 달리 모든 파장의 빛을 품지 못했고, 매우 어둡기 때문에 색이 곱지 않고 희뿌옇게만 보인다. 그래서 달에 의해서 나타난 무지개를 흰무지개라고 부른다. 보통은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다.

흰무지개는 무지개가 나타나는 조건이라면 어디든지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쌍무지개처럼 나타날 수도 있다…. 여러분도 운이 좋다면 흰무지개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찍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5. 해무리, 달무리 – 나비의 춤
우리 조상님은 하늘로 올라간 여자가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며 나비로 변해 달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달 주변을 둘러싼 밝은 고리를 보며, 나비가 달 주변에 무리지어 날고 있다고 생각했다. 달무리에 대한 전설이다. 낮에 같은 현상이 해 주변에 나타나면 해무리라고 부른다. 비교적 자주 관찰되는 현상이다.

해무리나 달무리는 공기중에서 얼음결정이 성장할 때 육각기둥 형태로 성장하기 때문에 생긴다. 해나 달에서 22˚ 떨어진 곳에 밝은 원이 보이는 현상이다.
오른쪽 그림에서처럼 육각기둥 형태로 얼어있는 구름 속의 얼음덩어리에 빛이 들어가서 꺾이는 현상이다. 과거의 자료로 공부하셨던 분들은 이 그림을 보고서 의아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분명 옛날 자료와는 다르다. 계산에 의하면 옛날 자료의 설명은 내부에서 전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해무리나 달무리를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2˚의 해무리각을 만들 수 있는 경우는 오른쪽 이미지처럼 빛이 빙정에 쪼일 때이다. 이때 대부분의 입사각에 대해서 해무리각은 22~24˚로 형성된다. 그리고 이 각도를 벗어나게 되면 다른 면이 다시 22~24˚의 해무리각을 형성시킨다. 그래서 하늘에 빙정이 있을 경우 거의 항상 해무리나 달무리가 생긴다. 왜 달무리나 해무리가 많이 보이는지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해무리나 달무리는 하늘에 빙정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빙정은 구름이 하늘 높이에 있을 때 주로 생긴다. 상승기류가 강해서 하늘 높이 올라가면서 생기는 구름인 권층운 꼭대기에서 자주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에 하늘에 빙정이 쉽게 생긴다. 겨울철에는 권층운이 거의 생기지 않지만, 대신 고층운이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고층운은 대류권의 가장 높은 곳에 생기는 구름으로, 눈에 보이거나 기상현상을 발생시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겨울에는 해무리나 달무리가 생겨도 날씨와는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는?? 잘 안 생긴다. 여름에는 권층운 꼭대기에나 빙정이 생기므로, 권층운이 없을 때는 해무리나 달무리도 생기지 않는다. 즉 해무리나 달무리는 권층운 꼭대기에서나 생긴다. 권층운은 위아래로 구름이 두터우므로 주로 비가 많이 온다. 그래서 여름에 해무리나 달무리가 생기면 비가 올 징조로 여긴다.
상대적으로, 열대지방에서는 대류권의 높이가 높기 때문에 대기권 상층부에서 빙정이 쉽게 생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여름보다 해무리와 달무리가 더 많이 생긴다.

또한 얼음도 빛의 파장에 따라서 굴절률이 변하므로, 해무리도 무지개처럼 빛이 분산된다. 위의 달탱이 님의 해무리 사진을 보면 붉은 빛이 안쪽으로, 보라색이 밖으로 분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해무리나 달무리의 경우 분산되는 양이 적으므로 대부분 색깔을 알아볼 수 없다.
6. 세 번째 무지개는 없는가?
첫 번째 무지개인 수무지개와 두 번째 무지개인 암무지개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그렇다면 세 번째 무지개는 없을까? 수무지개는 한 번, 암무지개는 두 번 물방울 속에서 반사된 빛에 의해 만들어지듯이 세 번째 무지개는 세 번 반사된 빛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다. 우선 어디에서 생길 수 있는지 따져보고, 우리가 볼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① 세 번째 무지개의 생성원리

세 번째 무지개는 세 번의 반사로 형성되야 할 텐데, 어떻게 물방울 속에서 3번의 반사가 나타날 수 있을까? 그 얼개는 오른쪽 그림과 같다.
물방울로 입사한 빛이 우리에게 관찰되기 위해서는 입사각이 상당히 큰 76.6~76.8˚여야 한다. 당연히 이에 해당하는 햇볕의 양은 적으므로 무지개가 만들어져도 어두울 가능성이 높다.
세 번 반사한 뒤에 밖으로 나오는 빛은 360˚보다 더 많이 꺾인 상태로 밖으로 나와야 된다. 무지개각은 140˚ 정도가 되는데, 쉽게 말하자면 해에서 4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당연히 해에서 40˚ 떨어진 곳은 해를 빙 둘러싼 원이다. 총천연색의 무지개가 해를 빙 둘러싸고 있다고 상상만 해도 아주 멋지지 않겠는가? ^^
기상용어로 이 무지개를 3차 무지개라고 부른다. 다른 무지개 이름에서와 같이 세 번의 내부 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기이한 이름이 붙었다.
해의 방향에 형성되는 대부분의 세 번째 무지개는 밝은 대낮, 해의 고도가 높을 때 형성된다. 높은 고도에서 형성된 물방울은 대부분 구름이므로 세 번째 무지개는 대부분 구름에 비춰진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세 번째 무지개를 무지개가 아닌 ‘채운(彩雲, Rainbow cloud)‘이라는 구름의 이름을 붙여줬다. 채운은 보통은 일생에 한 번 볼까말까한 신기한 현상이라고 전해진다.
세번째 무지개는 형성조건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완전히 동그랗게 형성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원의 일부분을 이루는 정도라면 살짝살짝 만들어지곤 한다. 그래서 하늘에 오색찬란한 예쁜 구름이 홀로 떠 있거나 아니면 하늘에 떠 있는 반원 모양의 무지개로 보인다.
해의 반대쪽에 생기는 무지개는 두 개였기 때문에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해 쪽에는 채운과 함께 또 하나의 광학현상인 해무리가 형성될 수 있다. 해무리는 앞에서 살펴봤듯이 해에서 약 22˚ 떨어진 주변에서 나타나므로 해와 세 번째 무지개의 가운데 쯤에서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해무리와 세번째 무지개가 동시에 형성되는 것은 빙정과 물방울이 동시에 하늘에 떠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거의 관찰할 수 없다. 밑의 에쎔뚜 님의 사진은 그래서 중요하다.
세번째 무지개도 다른 무지개처럼 달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거의 흰 색으로 보이는 것은 다른 흰무지개와 같다. 나는 2006년 초에 세 번째 흰무지개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겨울이지만 포근하던 어느날 저녁, 갑자기 찬공기가 북쪽에서 밀려와 추워지면서 하늘 꼭대기에 물방울이 많이 생겼던 것으로 추측된다. 거기다가 그날은 마침 보름달이 떴다. 이 조건에서 흰 원이 하늘의 절반을 차지하며 완벽하게 형성되었다. 당시에는 내가 갖고 있는 이화학사전(理化學辭典)에 특별한 경우에 겉보기각도가 90˚ 정도인 달무리도 있다고 나와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달무리가 굉장히 넓게도 형성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분명 세 번째 흰무지개였다. 겉보기각도가 90˚인 달무리라는 것도 사실은 3차 무지개를 잘못 설명하던 게 아니었을까?
아무튼 너무너무 멋진 모습을 당시 내가 갖고 있던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두려고 했지만, 겉보기 각도가 너무 넓었던데다가 부분만 찍으려 해도 너무 어두워서 안 찍혔다. 좋은 카메라에 광각렌즈와 삼각대가 필수품이란 것만 확인했다.
② 세 번째 무지개의 색깔
세 번째 무지개의 색깔은 어떤 순서대로 나타날까? 각각의 굴절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무지개각이 빨간색은 137.5˚이고, 보라색은 141.9˚이므로 빨간색이 해에 가까운 안쪽에 있고, 보라색이 해에서 먼 쪽(바깥쪽)에 있을 것이다. 물론 세 번째 무지개의 경우 너무 흐릿하여 색을 쉽게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혹 쉽게 구분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외국에서 찍힌 아래 사진을 보면 분명하게 다양한 색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ps.
위에서 말했지만 채운은 일생 동안 한 번 볼까 말까 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이 글을 쓴 뒤 꾸준히 하늘을 살펴본 결과, 매년 몇 번씩 채운을 볼 수 있었다. 이쁘게 뜨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생각보다는 자주 볼 수 있다.
7. 그렇다면 네 번째 무지개도 있지 않을까?
세 번째 무지개에 대해서 계산하고 조사해 보는 과정에서 그렇다면 네 번째 무지개도 있지 않을까란 다소 당혹스러운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다. 네 번째 무지개라면 4차 무지개니까 물방울 속에서 네 번 반사가 일어나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생성조건이다.
무지개각 계산을 아예 m 번의 반사가 일어날 경우로 상정하여 무지개각을 계산해 봤다. (계산은 다른 글에서 살펴보겠다.) 네 번째 무지개각이 42.8˚ ~ 48.3˚에서 나타나는데, 이 위치는 수무지개와 암무지개의 사이에 해당된다. 보통 잉여무지개가 나타나는 위치도 아니므로, 나타난다면 관측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쌍무지개 사이에 다른 무지개가 관찰됐다는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네 번째 무지개를 눈으로 구분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생겼어도 매우 어둡기 때문에 수무지개와 암무지개의 밝기에 가려져 안 보이는 듯하다.
ps.
사실 이 글을 쓴 뒤에 사진활동을 하면서 찍은 사진 중에서 네 번째 무지개를 찾은 것 같다. 다만, 색깔이 전혀 보이지 않아 확신을 못하고 있다.
8. 마지막으로….
여기에 있는 사진들은 글에 넣을 예시로 사진을 찾던 도중에 만난, 기상과 관련된 사진 중에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은 사진과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진을 모아봤다. 공유해 주시고, 허락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국토정중앙박물관에서 관측된 현상이라고 한다. 각각 무리해, 해무리, 3차 무지개, sun halo이라는 보기 힘든 현상이 동시에 생겼다.

엔진에서 나온 매연에 과포화된 공기의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비행기구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입자 크기가 변하는 모습과 비행기 날개의 뒷부분에 나타나는 소용돌이가 멋지다.
출처 : 플리커의 Nemausus 님오른쪽 설명도처럼 물방울의 앞과 뒤에서 반사가 일어날 때 나타나는 간섭현상이다. 보통 구름을 이루고 있는 물방울은 크기가 매우 작아서, 빛이 물방울의 앞뒤에서 반사되는 경로의 거리차에 의한 간섭현상을 쉽게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두 경로차이가 가장 클 경우인 거의 반대로 반사하는 경우에 가시적인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던 중이거나 산 정상에서 구름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촬영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앞의 플리커 Nemausus 님의 사진과 다르게, 구름을 이루는 물방울이 클 경우에는 꼭 반대로 반사하는 경우가 아닐 때도 충분히 가시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간섭색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경우, 크기가 비슷한 물방울이 모여있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 발달하기 시작하는 구름에서 관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까지….
어쩌면 지나치게 긴 글로 무지개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렇게 무지개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썼지만, 제 글을 읽고 논리적으로 수긍하신 분이라도, 무지개에 대한 꿈과 낭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 무지개를 아시나요?
무지개는…. 하늘에 뜨지요. 해의 반대편에…..
가장 밝은 무지개를 수무지개라고 합니다. 때때로 그 위에 또 다른 하나가 더 뜰 때가 있습니다. 그 무지개를 암무지개라고 부릅니다.
암무지개는 수무지개보다 더 넓고 어둡습니다.
그런데 쌍무지개가 아닌 세 번째 무지개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첫 번째와 두 번째 무지개가 해의 반대편에서 보이는 것에 비해서
세 번째 무지개는 해 주변에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있는 줄도 모른 채 사라지죠.
네이버, 다음, 구글에서 검색해 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세 번째 무지개를 이미 보고 사진으로 남겼더군요.
하지만 그 무지개에 대한 이름들이…..
“이상한 무지개”
“동그란 무지개”
“위로 걸린 무지개”
등등…….
심지어,
땅을 보호하는 상징인 무지개가 뒤집힌 것은 머잖아서 큰 재앙이 내릴 징표라고 주장하는
사기꾼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현상을 이용해서 감언이설을 퍼트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저런 이름으로 부르거나 사기를 치는 것은
세 번째 무지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무지개는 두 개이며,
해 반대쪽에만 나타난다는 선입견에 빠져있기 때문일 거예요…..
참 슬프죠.
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자리잡은 그런 패러다임이……
세상은 참 그런 거 같아요…..
누군가가 끝까지 생각해서 그것을 알려주기 전에는….
사람들은 제한된 생각만 갖기 쉽죠.
이렇게나 깊은 고찰이 담긴 글을 읽게 되어 영광입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