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사용 목적과 방법, 그리고 주의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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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란 것은 빛이 모자란 환경에서 빛을 보충해주기 위해 쓰는 카메라 악세서리다. 그런데 주위 깊은 사람이라면 가끔가다가 밝은 대낮에 플래시를 터트린다거나 하는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왜 대낮에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플래시를 쓰는 대표적인 사례와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플래시를 쓸 때 주의할 점을 살펴보자.

(참고로, 플래시를 ‘스트로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텐데, 스트로보는 플래시의 유명한 제품의 상표다. 되도록 정식명칭인 플래시라고 부르자.)

이 글을 읽기 전에, 플래시의 특성은 순간광이라는 걸 알아두자. 순간광에 대해서 궁금한 분은 불꽃놀이 촬영방법에 대한 글에서 살펴보기 바란다.

1. 플래시 사용 목적과 방법

내 사진이 다양해진 첫 시기가 플래시를 산 이후였다. (내 사진이 크게 변한 계기가 두 번 있었는데, 그중 첫 번째가 플래시를 샀을 때다.) 그만큼 플래시는 사진 촬영에 중요하다. 없다면 꼭 하나 사길 바란다.

각각의 플래시 사용 목적에 해당하는 사용방법을 살펴보자. 설명은 최대한 간단히 이야기할 것이다. 원래 이것들 하나하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꽤 긴 게시글 하나씩을 써야 하는데, 난 그렇게 설명할 정도로 많이 알거나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니 이 글은 그냥 가이드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자세한 건 진짜 고수의 정보를 찾아보고 직접 해보길 추천한다.

  1. 부족한 빛을 보충해준다.
    플래시를 쓰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빛을 보충해주기 위해서다.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또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카메라 세팅으로 사진을 찍을 때 쓴다. 예를 들어 초접사 등을 찍을 때 주로 쓴다.
    이 이유로 플래시를 쓰는 방법은 가장 쉽지만, 때로는 가장 어렵다.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살펴보자.
  2. 명암의 차이를 줄여준다.
    플래시를 쓰는 가장 많은 이유가 바로 명암의 차이를 줄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화려한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은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사람을 그냥 찍으면 사람 모습의 경계선을 따라 검은 구멍이 생긴다. 이걸 실루엣이라고 부른다. 물론 이런 사진도 훌륭하며, 나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플래시를 터트리면 어떨까? 멋진 붉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사람의 얼굴도 멋지게 나오니 이보다 더 좋을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때로는 대낮에 플래시를 터트릴 필요가 있다. 대낮에는 내리쬐는 햇빛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그늘은 상대적으로 더 어둡다. 달처럼 대기가 없는 별에서 사진을 찍으면 햇빛이 비춘 부분과 그늘의 명도차이는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플래시를 터트리면 밝은 곳은 더 밝아지고, 어두운 곳도 밝아질 것이다. 이걸 간단히 생각해보면 밝은 곳이 더 밝아지는 것보다 어두운 곳이 밝아지는 양이 더 크기 때문에, 명암의 비율이 작아진다.
    예를 들어 밝은 곳의 밝기를 100, 어두운 곳의 밝기를 10이라고 생각해보자. 명암비가 10 배이다. 이때 밝기가 50인 플래시를 터트렸다고 생각해보자. 밝은 곳은 150, 어두운 곳은 60이 되어 명암비가 2.5 배로 줄어든다.
  3. 질감을 강조한다.
    아주 매끄러운 플라스틱이나 금속 제품의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냥 찍으면 매끈하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플래시를 터트리면서 찍으면, 플래시가 터진 방향에 따라서 표면에 있는 작은 흠집이 (보통은) 하얗게 빛나게 된다. 이런 흠집을 사진에 담는 예는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플래시 불빛을 받은 물질은 자연광에서와는 다른 질감을 보여주는 경우가 흔하다. 제품이나 벌레를 사진 찍을 때는 특히 중요하며, 이것을 잘 처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4.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물체를 드러낸다.
    얇은 철사, 머리카락이나 동물의 털, 거미줄 등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햇빛이 비출 때 반대편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나? 이것은 빛이 물체 주변을 지날 때 반사, 회절, 산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들을 촬영할 때 옆이나 뒤에서 플래시를 터트려주면 햇빛 반대편에서 볼 때처럼 밝게 빛나는 모습이 보인다. (때로는 화려한 색깔을 띌 때도 있다.)
  5. 빛에 반응하는 물체의 특성을 드러내준다.
    동물의 겹눈은 매우 작은 눈 수~수천 개가 모여 만들어진다. 그 눈들이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하나가 성질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겹눈에 나타나는 무늬는 종에 따라 다르다. 거미 눈의 경우에도 강한 빛을 받았을 때 희거나 붉거나 노랗게 빛나는 것도 있고, 검은 것도 있다. 이런 특성은 종의 동정에 사용될 수도 있다.
    형광물질은 더 밝게 빛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물질은 빛에 반응하는 자기만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 특성을 사진에 제대로 담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번은 플래시를 터트려서 촬영해 봐야 한다.
  6. 입체감을 살려준다.
    보통 사람의 얼굴을 촬영할 때, 조명이 피사체를 정확히 정면에서 비추면 찍히는 사람의 얼굴에 골고루 비쳐서 결과적으로 평평하게 나온다. (따라서 이렇게 찍은 사진은 후보정 할 때 명암을 그려넣어서 입체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대신 피사체의 옆쪽에서 플래시를 터트려주면 얼굴 일부에 그림자가 생기면서 입체감이 살아난다. 이런 원리는 사람 뿐만 아니라 다른 촬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래서 빛을 피사체에 직접 쪼이는 게 아니라, 벽 같은 곳에 반사시켜 간접조명 형태로 만드는 촬영기법이 많이 쓰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카메라 바디에 부착되어 있는 번들 플래시는 안 좋은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플래시를 쓰면 안 좋은 경우도 많다. 카메라 센서가 빛에 민감하게 발전하다보니 플래시를 안 쓰는 촬영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7. 역광을 만들어준다.
    역광사진은 느낌이 강렬하다. 이런 사진을 찍고싶을 때 어떻게 촬영해야 할까? 역광인 환경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그러기 힘들 땐 피사체 뒤쪽만 플래시로 비추면 된다.
  8. 기타 발광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외에도 많은 효과가 있으니까, 각자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찾아서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몇 가지만 간단히 살펴보자.
    • 반투명 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
      식물체, 사람의 손 등을 강하게 빛나는 플래시 앞에 놓으면 투명해지거나 밝게 발광하듯 보이게 촬영할 수 있다. 매우 얇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같은 물질도 투명해질 수 있다. 천으로 만들어진 우산 같은 것에 비추면 발광하는 모습으로 찍히기도 한다. 이렇게 찍으면 매우 특이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 촬영방법에 대한 문제점은 뒤에 살펴보자.)
    • 부드러움을 표현한다.
      굴곡을 부드럽게 표현한다. 햇볕 방향에 따라 사막의 사구를 표현할 때처럼 촬영할 수 있다.
    • 캐치아이를 만든다.
      눈 등에 빛나는 점을 만들 수 있다. 피사체에 빛이 비추지 않는 방향으로 플래시를 터트리는 경우의 대부분은 이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 테두리를 강조해준다.
      광원이 피사체의 뒤쪽에 있을 때 빛이 피사체의 경계선을 지나며 회절이 일어나고, 이렇게 회절된 빛은 피사체 경계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피사체를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을 원할 경우엔 뒤쪽에서 플래시를 터트려 주면 좋다.
      다만, 빛이 너무 강하면 테두리가 밝게 빛난다. 따라서 밝기가 적절한지 항상 주의해야 한다.
꼬마백금거미 (Leucauge celebesiana) 1
플래시를 옆쪽에서 터트려 사진을 찍었다. 4의 예로 거미줄이 희게 빛난다.
꼬마백금거미 (Leucauge celebesiana) 2
(앞의 사진보다 뒤쪽에서 플래시를 터트려 사진을 찍었다.)
8의 반투명효과의 예이다. 거미의 머리가슴이 반투명이 되어 가슴판이 눈에 잘 띈다.
앞 사진보다 4의 효과가 거미줄에 약하게 일어났다. 대신 넷째 다리의 넓적다리마디에 있는 털다발이 눈에 잘 띈다.
꼬마백금거미 (Leucauge celebesiana) 3
(그래서 두 사진의 중간쯤 되는 사진을 찾아보았다. 4의 효과가 초점 때문에 거미줄에 약하게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넷째 다리의 넓적다리마디에 있는 털다발은 빛의 방향에 상관없이 여전히 눈에 잘 띈다.

사진계의 격언에서 한방에 끝판왕(가장 좋은 것)을 사야 하는 물품으로 플래시를 꼽는다. 플래시를 살 땐 최소한의 기능인 수동과 자동으로 발광량 조절, 발광방향 조정, TTL 기능 등을 지원하는 좋은 걸로 사자. 저가의 플래시는 좋은 플래시의 보조용으로 적합하다.

2. 플래시 사용에 주의할 점

이건 그냥 떠오르는 것들만 나열한 것인데, 주의할 점은 엄청 많을 것이다. 한마디로 ‘플래시를 강하게 터느리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1. 건강에 주의한다.
    갑자기 웬 건강 타령을 하나 싶을 것이다. 플래시가 찍는 사람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보통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피사체의 건강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플래시를 사람 살에 대고 터트리면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사진에 많이 찍힌 모델은 화장을 두텁게 해도 살이 까맣게 탄다. 이런 정도가 다라면 괜찮을 수도 있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점이 있다.
    • 강한 플래시로 사진을 찍었더니 죽어버린 식물과 벌레를 여러 번 보았다.
    • 일본의 유명 만화영화인 [포켓몬스터]에서 마법을 쓰는 장면에서 파란 화면과 빨간 화면이 몇 초 동안 반복되자, 이걸 보고 있던 아이 여러 명이 발작을 일으키는 사고가 일본에서 일어났었다.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플래시도 어린아이에게는 비슷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발작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영유아일 때는 뇌 안에 신경회로가 구성될 때라서, 시각에 문제가 생기도록 신경회로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었다.) 따라서 어린 아이를 찍을 때는 순간광 플래시를 쓰지 말자. 또한 출산 장면을 촬영하거나 일상속에서 아이의 모습을 담을 때, 백일잔치 등에서 플래시를 쓰는 건 안 좋다. 혹시 전문촬영기사를 고용할 경우에도 플래시를 안 쓴다는 확인을 꼭 받아두자.
  2. 동굴현상을 조심하라.
    앞의 플래시 사용방법의 1 번에서 빼놓았던 설명을 해보자.
    빛은 광원에서 출발해서 주위로 퍼져나갈수록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약해진다. 플래시도 마찬가지여서 바로 앞이 밝고, 멀어질수록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약해진다. 보통 피사체가 앞에 있고, 배경은 뒤쪽 멀리에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가까운 피사체에는 강한 빛이, 먼 배경에는 약한 빛이 쪼인다. 따라서 피사체의 밝기에 맞춰서 사진을 찍으면 배경은 까맣게 나온다. 결국 사진은 전반적으로 동굴 입구에 서서 찍은 것처럼 배경은 까맣고, 피사체만 잘 나온다. 실질적으로 사진으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는 셈이다. (비슷한 예로 관광지에서 조리개를 너무 열고 찍어서 배경이 전부 뿌옇게 나온 사진도 여행사진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
    동굴현상을 없애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배경이 잘 나오게 사진을 찍어본 뒤에, 피사체를 위치시키고 설정을 유지한 채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으면 된다. (플래시에도 렌즈가 들어있어서….) 문제는 이 촬영방법은 어렵다. 다른 방법은 플래시를 벽쪽으로 터트려서 빛을 반사시키며 찍으면 된다. 문제는 역시나 촬영방법이 어렵고, 색감이 틀어지며, 플래시 효율이 나빠진다.
  3. 감도(iso)가 높은 게 나쁜 게 아니다.
    감도는 배경과 피사체의 관계, 필요한 조리개 상태, 노출시간의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
    • 결혼식이나 돌 같은 행사에 고용한 촬영기사가 감도를 너무 높게 설정하여 사진을 찍었다며 환불해야겠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감도를 적절히 높히는 것이 나쁜 촬영방법은 아니다.
      참고로, 행사사진이 미흡하다고 생각해서 항의하고자 할 때는 결과물 수준만 고려하고, 촬영감도는 문제삼지 않는 것이 옳다. 물론 실력이 형편없는 촬영기사도 많으므로 결과물을 잘 살펴보고, 항의하기 전에 사진에 대해 잘 아는 주변사람에게 우선 물어보자.
    • 캐논 바디의 경우 보통 플래시와 가장 잘 붙는 감도는 iso 800이다. 한 단계 낮은 iso 640이나 한 단계 높은 iso 1000은 iso 800으로 찍은 사진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꼭 iso 800으로 찍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쓰는 5DsR의 경우 iso 1250 정도까지는 그냥 쓸만하다. 5Dm4의 경우엔 감도를 더 높여도 되며, 소니 센서를 쓰는 바디들은 거의 iso 1`0000까지 올려도 된다.
  4. 씨쓰루(See-through) 현상을 주의한다.
    파동은 장애물을 만나면 반사되거나 흡수되거나 투과된다. 장애물 종류와 물리적 상황에 따라 어떤 현상이 더 강하게 일어날지 달라진다. 그런 현상을 이용한 생활용품도 많다. 예를 들어, 하늘하늘한 커튼이라던지……
    그런데 빛이 강해지면, 특정한 밝기 이상에서 장애물이 굴복해서 거의 모든 빛이 그대로 투과되어 버린다. 이런 현상은 자연계에서도 많이 일어나며, 사람이 만든 도구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 예를 들어 우리는 과학교과서에서 레이저의 발생원리를 설명할 때, 한쪽에 거울을 설치하고, 반대쪽에는 반거울을 설치한다고 배운다. 여기에서 반거울은 빛이 어느정도 이상 강해지면 그대로 투과시키는 거울을 뜻한다. 즉 반거울은 반사막이 그냥 조금 더 얇은 거울을 말한다.
    • 얇은 천은 플래시가 강하게 터지면 빛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씨쓰루(See-through)라고 부른다. 아무튼, 씨쓰루 현상이 생긴 사진은 좋을 수도 있지만, 쓸모가 없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5. 간섭무늬와 발광현상을 담기 힘들다.
    간섭무늬나 발광현상은 피사체의 고유의 물성[물리적 특성] 때문에 일어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추는 빛과는 거의 상관이 없이 원래 일어나는 양만큼만 일어난다. 반면에 반사는 빛의 양에 거의 비례해서 일어난다. 따라서 플래시가 강하게 터질수록 간섭무늬나 발광현상으로 생긴 빛은 반사된 빛에 묻혀버려서 사진에 거의 담기지 않는다.
    • 스마트폰 액정은 플래시를 터트리며 찍으면 사진에 거의 담기지 않는다. 사진에 담으려면 플래시를 최대한 약하게 발광시켜야 한다.
    • 예전에 큼지막한 큰명주딱정벌레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등딱지에 있는 작은 홈의 한가운데에서 간섭무늬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 간섭무늬와 딱정벌레의 모습을 동시에 담으려면 광량을 최소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방향도 주의깊게 조절해야 했고, 심지어 카메라의 노출시간도 터무니 없이 길게 해야 했다. 결국 난 원하는 사진 한 장을 담기 위해서 100 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야 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같은 종의 딱정벌레 사진에서는 그 간섭무늬가 찍힌 것이 없었다.)
    • 최근에는 거저리 종류(3 번 항목)의 이마에서 간섭무늬가 찍히는 걸 찾았다. (링크에 올린 사진은 아쉽게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3. 접사와 링플래시 (또는 게눈)

이번에 플래시가 망가져서 접사에 쓸 플래시를 사려고 몇몇 커뮤니티에 추천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모든 곳에서 링플래시를 추천했다. 그런데 난 링플래시를 쓰지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게눈(Canon MT-24EX 등)도 쓰지 않는다.

이 제품들을 잘 쓰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입체감이 약해진다. (플래시 사용목적 6 번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다.)
    링플래시는 카메라 렌즈의 주위 모든 방향에서 빛이 난다. 이러니 그림자가 생길 여지가 없다. 그래서 밝기와 색감은 훌륭하게 재현해 주지만, 입체감은 사라진다. 전세계에서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의 사진만 모아놓는 잡지 네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접사 사진을 보면 이게 어떤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줄이고자 만든 것이 게눈(Canon MT-24EX)이다. 게눈은 두 개의 작은 플래시를 렌즈 끝에 붙이는 방식의 플래시다. 확실히 입체감을 살리는 측면에서 링플래시보다는 나을 것이다.
    수중생태사진도 비슷한 이유로 입체감이 살아있는 사진을 보기 힘들다. 물속에서 찍기 위해서는 방수 하우징을 카메라에 씌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링플래시 밖에 못 쓴다. 그러니 입체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2. 공간이 심하게 제약된다.
    링플래시와 게눈은 렌즈 끝에 장착되는데, 크기와 부피가 꽤 크다. 보통 접사 촬영에서 렌즈 끝과 피사체 사이의 공간은 매우 좁기 때문에 그 공간에 플래시가 설치되면 촬영이 힘들어진다. 특히 MP-e 65mm 같은 렌즈는, 렌즈 끝의 공간이 심할 때는 4~5 cm밖에 안 된다. 그 공간에 2~3 cm 두께의 플래시가 들어가면, 촬영난이도는 크게 높아진다. 만약 살아있는 벌레 같은 동물을 찍는 것이라면 극악의 난이도가 된다. (내가 평소 찍는 환경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극악의 난이도라고 생각할 것이니, 그보다 더 극악의 난이도가 되는 거라면…..)
  3. 바라보는 방향이 제약된다.
    플래시의 넓찍한 부피는 카메라를 땅바닥이나 장애물에 붙이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일정한 방향에서 바라보는 사진을 촬영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제약이 별 문제 안 될 것 같지만, 4~5 cm 떨어진 거리에서의 몇 cm 제약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꽤 큰 제약이다.
  4. 빛이 쪼여지는 방향이 고정된다.
    빛의 방향이 늘 같다. 이 말은 사진을 몇 장 본 뒤엔 지루해진다는 의미다. 이 문제에서는 링플래시보다 게눈이 훨씬 낫다. 두 발광부위를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며 터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발광부위 한 쪽을 떼어서 들고 찍을 수도 있다.)
  5. 피사체에 반사된 모양이 원형으로 나타난다.
    이건 보통은 문제가 안 된다. 그래서 모델촬영이나 제품촬영을 할 때 링플래시를 많이 쓴다. 표면이 거칠지 않게 찍히고, 모델의 눈 등에 원형으로 비친 플래시 모양이 더 이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다큐사진에서는 큰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거미의 배에 반사된 점이 찍혔는데, 이게 원형이라면…. 원래 이 부분에 오목한 구멍이 있는 건지, 링플래시 때문에 그렇게 빛나는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접사를 좀 찍어본 사람들은 링플래시보다 일반 플래시를 더 선호한다. 하지만 일반 플래시도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일반 플래시를 2 개 이상 써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주 커다란 디퓨즈나 반사체를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촬영하면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장비 챙기다가 지치기 쉽다.

결국 링플래시를 쓰면 촬영이 제약 받고 지겨워져서, 일반 플래시를 쓰면 장비 챙기기 힘들어져서… 그래서 접사 촬영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분이 별로 없다.


이 글의 플래시 사용 목적과 플래시 사용에 주의할 점은 정말 간략하게 말씀드린 것이다. 원래 이 주제는 책 한 권을 써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 아무튼 기본적인 걸 말씀드렸으니까, 여러분은 이것을 기본으로 해서 상상력을 넓혀나갔으면 좋겠다.

초접사렌즈를 이용한 촬영은 광량이 늘 부족해서 거의 모든 경우에 플래시를 써야 한다.
빛에 매우 민감한 장다리파리
장다리파리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는 플래시를 꼭 써야 한다.
개구리는 강한 빛을 받으면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에 플래시를 안 썼다.
그래서인지, 참개구리는 안 움직였고, 촬영을 끝낸 뒤에 손가락으로 쓰담쓰담 해주었다. ^-^
죽어있던 딱정벌레
플래시를 쓰지 않으면 등딱지의 질감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소한 팁 하나>
피사체보다 더 앞에 있는 전경 장애물은 플래시에 더 밝게 빛나서 희게 찍히기 쉽다.
그래서 플래시가 옆쪽에서 비춰져야 좋다.

글을 고친 시간 : 202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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