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문명 멸망 설화에 대한 보고서 [Johnny 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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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날 : 2018.02.21

꽤 오랫동안 과학적으로 분석할만한 영상을 찾고 있었지만 한동안 마땅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그 무렵 어떤 인터넷 게시판에서 vimeo에 등록된 3D 애니메이션 <Johnny express>를 우연히 만났다. 이 작품은 인터넷을 통해서 누구나 손쉽게 볼 수 있고, 할 이야기도 많으니 찾던 목적에 가장 좋은 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외계인이 작다보니 다른 영화로는 이야기하기 힘든 작은 세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을 것 같았다. (이 글을 쓴 뒤에 <앤트맨>이란 영화가 나오긴 했지만….) 그 이외에도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많아 보였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통해 우경민 감독님께 허락을 받아서 이 글을 썼다.

처음엔 이 영상이 극장판으로 만들어져서 개봉되길 기다렸으나, 아직까지 개봉되질 않아서 그냥 공개하기로 했다. 오래 묵혔지만, 읽으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설레는 건 똑같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앞으로도 우경민 감독님께서 이 작품처럼 독창적인 컨텐트를  많이 만드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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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영화를 만든 우경민 감독님은 외부에서 의뢰받아 CG를 만들어주는 알프레드(Alfred Imageworks) 소속이다. 우경민 감독은 처음엔 시리즈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관련 글), 시리즈로 만들기 전에 사람들의 반응을 볼 생각으로 5 분 26 초짜리 이 맛보기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 독자적인 작품을 만들다보니, 캐릭터 제작과 줄거리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맛보기 영상이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타는 등, 큰 관심을 받으면서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자회사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일루미네이션은 지금까지 <아이스 에이지>, <미니언즈> 등을 만들든 회사다. (관련 글) 장편 제작이 결정되면서 시리즈 제작은 중단됐다. 아쉬움이 좀 남지만, 장편이 상영된 뒤에 시리즈물도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해본다.

우선 글을 읽기 전에 영상을 보자.

<Johnny express>

1. 배경 설명

시간 배경은 다른 행성에도 택배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우주항공기술이 발달한 2150 년, 공간 배경은 어떤 외계행성(?) ‘DJEIWKQ201’이다. 구성은 택배원과 작은 외계인 각각의 입장에서 두 가지 흐름이 교차진행된다. 택배원과 외계인 세계는 크기도 차이가 나지만 시간이 흐르는 속도도 차이가 난다.

도망가던 수취인 외계인이 땅에 떨어져 있던 병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에서는 전두환이 5공화국 때 시작한 우민화정책인 3S 정책의 폐해를 살짝 넣는 등, 줄거리를 신경쓴 게 여기저기에서 느껴진다. 외계인보다 훨씬 거대한 주인공은 어쩌면 서민이란 존재는 보이지도 않는 권력층이나 재벌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대박 성공작이다. 결론이 조금 끔찍한 게 흠이라면 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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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WALL-E>

그래픽과 소리는 픽사(Pixar)의 <윌이(WALL-e)>를 흉내낸 것처럼 보인다. 우경민 감독이 <윌이(WALL-e)>를 아주 많이 좋아하신 것 같다. 소리는 작은 세계와 큰 세계의 차이를 진동수 정도로 표현한 것 같다. 이것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있는 듯하다.

이 글을 읽을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이 만화영화는 인간과 외계인이 사는 세계 사이의 비율이 5500 %라고 설정하고 있다. 이 비율이라면 사람이 외계인보다 55 배 큰 것이다. 외계인이 사람의 1/55 크기이면 키가 3 cm 정도 크기다. 그러나 영상에서는 외계인의 고층건물 높이가 인간의 신발창보다 낮다. 아니 항공기 운항고도도 신발 높이보다 낮다. 아무래도 0을 몇 개쯤 빼놓았던 것 같다. 영상대로라면 외계인은 사람 세포 몇 개 정도인 몇 μm 정도 크기다. 이 글은 이것이 고려하고 쓰였다.

2. 작은 행성

외계인이 사는 행성은 매우 작다. 그러나 인간 주인공이 걷는 모습이 지구에서와 비슷한 걸로 볼 때, 중력이 지구와 비슷한 것 같다. 대기와 온도는 어떨까? 밤낮은 어떻게 변할까? 보면서 궁금한 점이 많았다.

2.1 중력 문제

별은 크기가 주인공이 타고 온 우주선과 비슷한 몇 m 정도인데도 표면중력이 지구와 비슷한 걸 볼 때 보통 물질로 만들어진 별은 아니다. 질량밀도가 지구보다 훨씬 큰 특별한 별일 것이다. 이런 특별한 별의 후보로는 블랙홀, 쿼크별, 중성자성, 백색왜성을 꼽을 수 있다. 이 후보들은 모두 매우 강한 표면중력을 갖고 있다. 이 후보 중에 중성자별은 매우 강한 표면중력과 전자기장을 갖고 있고,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론적으로 불분명한 후보인) 쿼크별도 중성자별과 비슷하며, 블랙홀은 여기에 더해서 딱딱한 경계도 없다. 매우 강한 표면중력과 전자기장은 주인공을 이루는 물질들이 화학결합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므로, 이런 특징을 갖는 별은 후보에서 일찌감치 탈락이다. 결국 남은 후보는 백색왜성 밖에 없다.

백색왜성도 전자기력보다 중력이 우세한 별이다. 백색왜성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전자기력이 아니라, 각 원자의 전자궤도들이 겹치지 않으려고 반발하는 파울리의 베타원리에 지배받아 중력을 버티면서 유지되는 별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학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지는 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백색왜성은 구성물질에 따라 워낙 다양한 구조를 가지니까 화학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백색왜성이라면 논리적으로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보통 물질로 된 별이라면 보통 바위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일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방문한 이 별이 작은데도 둥근 미스터리를 갖고 있다. 이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백색왜성이라면 무조건 모양이 둥글어야 한다. 백색왜성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무조건 백색왜성이라고 믿자!

이론적으로, 백색왜성은 밀도가 10억 kg/m³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엄청나게 큰 값이다. 이런 물질로 된 공 모양의 물체는 얼마만한 크기여야 지구와 비슷한 표면중력을 만드는지 계산해보자. 백색왜성에 대한 계산은 원래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으로 해야 하겠지만, 상대론은 나도 모르니 뉴턴역학으로 간단히 해보자. 기본식은 아래와 같다.

수식 1

이제 표면에서 느껴지는 중력이 지구 중력과 같다는 조건으로 별의 크기를 계산해보자. 위 식에서 아래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

수식 2

숫자를 넣어서 계산한 결과는 대략 35 m로 나왔다. 식을 살펴보자면, 별의 반지름과 표면중력 크기가 비례한다. 그러므로, 영상 속에서 외계별 반지름이 (장면마다 조금씩 달라보이지만 대체적으로) 6 m 정도로 보이므로, 표면중력은 달과 비슷한 지구의 1/6 정도일 것이다. 어라? 근데, 택배원은 지구 위에서와 비슷한 모습으로 걷는다. 표면중력이 이론치보다 대여섯 배는 더 큰 것인가? 불가능하다! 또, 백색왜성보다 한 단계 더 무거운 중성자별은 질량밀도가 백색왜성보다 10만 배 정도 더 크다. 따라서 백색왜성보다 밀도가 6 배 더 큰 물질은 없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 그냥 물리학자들이 예상한 백색왜성 밀도가 실제와 여섯 배만큼 오차가 있다고 생각하자. 천체물리학에서 이정도 오차는 흔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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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키를 고려하면, 외계별은 반지름이 6 m쯤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이 하나 또 있다. 택배원이 걸을 때 발자국이 남는다. 택배원의 우주복은 밀도가 매우 큰 백색왜성과 비교하면 솜보다 더 하찮은 수준이다. 솜으로 강철판을 아무리 내리찍어도 자국이 안 남듯이, 택배원이 백색왜성을 아무리 세게 발로 밟아도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것 말고도, 이 별이 백색왜성이라는 가정은 애초부터 여러 가지 약점을 갖고 있었다.

첫째는 백색왜성은 보통 표면온도를 ‘억 K’를 단위로 잴 정도로 매우 뜨겁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름이 ‘백색왜성’인 이유가 매우 뜨거워서 하얗게 보이기 때문이다. 식는 데는 몇백억 년 이상 걸린다. 그래서 우주에는 아직 차게 식은 백색왜성, 검게 보이기 때문에 흑색왜성이라 불릴 존재는 아직 없다. 백색왜성이 아주 작아서 금방 식어 흑색왜성이 된 거라고 (믿어지지 않지만) 믿어보자.

그러나 둘째 약점은 피해갈 수 없다. 쿼크별이나 중성자별과 마찬가지로, 백색왜성도 파울리의 베타원리를 뛰어넘는 구성물질의 응축상태는 강한 중력 때문에 유지된다. 지구의 표면중력 정도로는 백색왜성을 이루는 물질이 유지될 수 없다. 표면중력이 유지시킬 정도로 큰 게 아니라면 분명히 폭발해 버려야 한다. 즉 이 행성은 옛날에 그냥 폭발했어야 한다.
아… 나도 몰라… 대충 넘어가~~ (어벤저스에 나오는 토르의 망치도 백색왜성으로 만들어졌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이 별은 밤낮이 있다. 동반성이 있나보다. 아무리 우주가 오래되어 백색왜성이 식어 흑색왜성이 됐어도, 주변에 다른 별이 있을 수 있다. 적색왜성은 매우 알뜰해서, 이론상 1조 년 이상 빛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적색왜성 동반성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나 여기에도 약점이 두 개가 있다. 첫째는 나이가 아주 많은 적색왜성이라기엔 너무 밝고, 둘째는 밤이 그리 어둡지 않다는 것이다. 뭔가 논리적으로 따지기 힘들다.

몰라몰라~ 이것도 대충 넘어가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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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이 확실히 구분되는 소행성 에로스 근접사진

아무튼, 이것저것 따져보니 백색왜성처럼 보이긴 한다. 이런 조건으로 이 별의 질량을 계산해 보니 1.8*10^14 kg쯤이었다. 크기에 비해 엄청 무겁지만, 지구 질량이 5.97*10^24 kg이고, 달 질량이 7.36*10^22 kg인 것과 비교하면, 별 치고는 조금 큰 소행성 정도로 굉장히 가볍다.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대부분 중심핵이 산소(O)와 탄소(C)인 별이 백색왜성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백색왜성도 주성분이 산소와 탄소인 경우가 많다. 백색왜성을 이루는 물질은 강한 중력 때문에 원자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탄소원자가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은 지구에도 있다. 바로 다이아몬드다. 그래서 백색왜성과 다이아몬드는 분광하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 백색왜성은 우주에 떠 있는 아주 엄청나게 큰 다이아몬드인 것이다. 갑자기 보석이 잔뜩 있는 우주별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아기공룡 둘리>가 떠오른다. ;; 혹시 이 별도 통째로 다이아몬드가 아닐까? 한번 분광해보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

2.2 뇌빈혈

작지만 강한 중력이 있는 별을 찾아간 주인공. 그러나 이런 별에 갔을 때는 중력을 매우 주위해야 한다.  1981 년인가에, 우주에 일주일 동안 다녀온 미국 우주비행사는 멋지고도 멋지게 손을 흔들며 우주왕복선에서 나올 계획이었다. 그래서 TV로 중계까지 했다. 그러나 막상 우주왕복선이 되돌아왔을 때 그는 걸어 나오기는커녕 일어나지도 못했다. 결국 다른 사람들 손에 들려서 내렸다. 이 일이 있은 이후에 사람이 장기간 우주에 머물 때 인체의 변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무중력은 인체에 엄청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나 어찌된 것인지 조니의 우주선은 우주를 날아가는 동안에도 중력이 느껴진다. 그럼 ‘문제가 뭐야?’라고 생각할 만하지만………..

추가로 연구된 내용 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지구에서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안 하고 지내면 어떨까? 놀랍게도 몸이 무중력상태에 있을 때와 비슷한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일주일 정도 침대에 붙어살면 심혈관계가 약화되고, 골다공증이 생겨서 일어나기도 어려워진다. 그리고 한번 약해진 몸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더라도 좀처럼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 처음에 나오듯이, 조니는 우주선에서 꼼짝도 안 하며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에, 이 행성에 도착한 뒤에는 걷기 위해서 꽤나 고생할 것이다. 뭐 먼 미래니까 우주선과 의학 관련 기술이 발달했거나, 인간이 우주에 맞게 진화했거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알게 뭐냐?!

주인공 Johnny는 중력을 계속 생성하는 우주선을 타고 왔기 때문에 몸상태는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가정하자. 이럴 때, 중력과 관련해서 정작 중요한 건 몸 여기저기에 작용하는 중력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영상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머리 꼭대기와 발바닥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는 2 배 정도 차이난다. 그렇다면 이럴 땐 몸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중력이 발바닥에서 지구와 비슷하다면, 머리 꼭대기에서는 절반 정도일 것이다. 만약 사람 무게중심인 배꼽 부근의 중력이 지구중력과 비슷하다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발끝은 심장보다 1/3 정도 중력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럴 경우는 어떻게 될까? 피가 머리로 몰려 얼굴이 빨개질까? 또 다른 현상은?
모르겠다. (그냥 이 글을 보시는 의사가 계신다면 답해주면 좋겠습니다.)

2.3 대기권

주인공이 별에 착륙한 뒤 곧바로 외계인 비행기가 신발에 충돌한다. 911 테러가 생각난다. 아무튼 비행기는 공기가 있어야 날 수 있으니까, 이 별엔 중력이 있다.

그러나 중력이 강하다고 모두 대기가 있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니 말을 잘못했다. 중력이 강하다고 모두 대기가 짙은 건 아니다. 대기는 물리적으로 위쪽에 있는 공기분자가 아래쪽에 있는 공기분자를 눌러서 차례대로 쌓여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표면 부근으로 갈수록 짙어진다. 그런 원리를 생각한다면, 이 외계별은 매우 작기 때문에 대기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좁다. 왜냐하면 별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중력이 약해져 위 공기가 아래 공기를 누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위에서 누를 공기가 있을 공간이 좁다. 따라서 이 별에는 달 정도의 대기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한 비행기는 어떻게 날아가는 것일까? 아마도…. 예네가 다른 큰 별의 비행기를 본따 만든 우주선이어야 한다.

참고로 하나 더 말해두자면,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별에서는 애시당초 노을을 기대할 수 없다. 노을 없는 행성이라니… 웬지 슬프다….

2.4 온도 문제

행성이 작고 대기가 매우 옅으면 온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태양계의 수성을 생각해보자. 표면온도가 낮에는 햇볕에 가열되어 700 K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대기가 없고 자전속도도 느려서 90 K까지 떨어진다. 평균 표면온도는 금성보다도 낮다. 대기가 없기 때문이다. 해 근처를 지나는 소행성과 혜성도 상황은 비슷하다. 심지어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도 자전 속도와 햇볕을 받는 정도에 따라 온도차이가 커져서 기기가 고장날 수 있다. 그래서 인공위성은 열이 골고루 받게 비교적 빠르게 자전하도록 만든다. 회전시킬 수 없는 우주망원경의 경우는 반짝이는 금박으로 덮는 등, 훨씬 더 복잡한 방법으로 방열을 한다.

만화영화 속의 별은 어떨까? 정보가 부족해서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튼 동반성이 있어서 밤낮이 있다면, 일교차가 무척 클 것 같다.

3. 외계인의 작은 세계 문제

외계인이 매우 귀엽다. 그런데 크기가 문제다. 작아도 너무 작다. 사람 세포 서너 개 크기의 외계인이라니… 사람 세포보다 아주 작은 세포로 이뤄졌거나 세포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로 이뤄진 그 세계 특유의 생명체일지도 모르겠다. 에너지 섭취와 신진대사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항온동물도 아닌 것 같다. 만약 항온동물이라면, 몸집이 너무 작아서 뭔가를 끊임없이 먹어도 살아남기 힘들었을 테니까…. 이 외계인들에 대한 모든 궁금증은 사람의 상식으로는 과학적인 답을 찾을 수 없을 듯싶다.

3.1 눈과 그림자

눈에 대한 질문은 간단하다. 외계인 눈은 어떤 눈일까? 사람 눈처럼 수정체눈일까?? 아니면 바늘구멍 사진기처럼 구멍만 뚤린 구조일까? 이것도 아니면, 최근 15 년쯤 전부터 연구되고 있다는 근접장광학 같은 다소 생소한 원리로 작동하는 눈일까? 그런데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영상을 다시 살펴보자. 외계인 크기가 1 μm 정도니까, 동공 크기는 몇 ~ 몇십 nm 정도일 것이다. 이정도 크기의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전자기파는 어떤 것일까? 우선 외계인의 눈구멍에 전자우물이 형성된다면, 이 전자우물에 들어있는 전자는 빛과 반응하며 빛이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전자우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가시광선이나 적외선은 회절 등의 광학현상 때문에 눈의 망막에 아무런 상도 맺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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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우물 : 구리판 위에  56 개의 철 원자를 배열한 전자우물에 나타나는 전자 파형

결국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봤을 때, 외계인 눈이 1 nm보다 긴 파장의 빛을 감지할 가능성은 없다. 그럼 1 nm보다 짧은 파장의 빛은 어떨까? 이정도 파장의 전자기파라면 X선이나 γ선이다. 이런 빛은 파동성보다 입자성이 강하게 나타나서 물질 속의 전자나 원자와 직접 반응해 상태를 바꿔놓는다. 즉 이런 빛이 쪼이는 환경에서는 분자구조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힘들다. 외계인도 이 별에서 살기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택배원은…… 죽을 것이다. 따라서 외계인은 짧은 파장의 빛을 보는 것도 아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인간과 외계인의 몸집 크기의 비율을 고려한다면, 인간이 머리카락을 보는 느낌과 외계인이 원자를 보는 느낌은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외계인의 눈은 원자 하나하나를 구분해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과 비슷한 셈이다. 그렇다면 현대과학으로는 어떤 눈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물론 볼록렌즈를 갖고 있는 미생물이 발견된 적이 있다. 이 미생물은 가시광선 정도의 빛의 존재유무를 느끼고, 적절한 환경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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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세포 미생물이 갖고 있던 눈 (출처)

결국 이 외계인들은 원자 하나하나를 보고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들이 연구한 나노과학은 최소한 지금의 우리 과학보다는 훨씬 발달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질문이 하나 생각났다.

외계인이 들고 있던 카메라는 어떤 원리일까?

3.2 목소리 문제

앞에서 잠깐 말했지만, 이 외계별은 표면중력이 강하지만, 대기는 아주 희박하다. 따라서 목소리라는 게 있기 힘들다. 그러나 지구 정도의 대기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외계인과 인간의 몸집과 성대 크기의 비율이 비슷하다면, 크기 비율은 백만 배 정도가 된다. 같은 환경에서 백만 배 작은 성대로 소리를 내면 소리는 백만 배 큰 주파수를 갖는다. 보통 사람 목소리가 80~3000 Hz 정도라는 걸 생각한다면, 이 외계인의 목소리는 8000`0000 ~ 30`0000`0000 Hz, 즉 8천만 ~ 30억 Hz의 주파수를 갖는다. 이런 주파수는 지구에서는 생각하기 힘들다. 아마 지금 인간에게는 검출장비도 없을 것이다. 음……. 이런 소리는 입자성을 띄지 않을까?

여기에서 아까 빼놓은, 이 별의 대기가 지구 대기보다 훨씬 희박하다는 점을 다시 고려해보자. 대기압이 작아질수록 소리 속도가 느려지므로 목소리의 주파수도 낮아진다. 결국 외계인 목소리가 사람 목소리와 비슷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계산이 필요한데, 가정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계산해봤자 의미는 없을 것 같다.

하나 더 생각해보자. 영상에서 배달원은 공기도 없는데 전화기를 귀에 댄다. 공기도 없는 곳에서 왜 전화기를 귀에 댔을까?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에서 우주복을 맞대고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이 만화영화에서도 전화기를 들고만 있어도 작게나마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귀에 습관적으로 댔거나 전화기와 우주복의 UX를 그렇게 작동하도록 만든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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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하나를 더 짚어보자. 외계인은 눈은 하나인데 귀는 왜 두 개일까? 앞에서 살펴봤듯이, 외계인이 눈으로 뭔가를 선명하게 보는 건 무리인 듯하다. 대신 소리로 대부분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원시적인 형태의 조가비 눈이나 음영만 파악하는 곤충의 작은 홑눈처럼, 눈은 뭔가 커다란 것이 온다는 것 정도만 감지하는데 쓰고, 귀로는 좀 더 정확한 위치와 각종 정보를 얻는 것 같다.

3.3 외계행성의 물리학

3.3.1 결정격자 문제

우리가 접하는 고체는 크게 결정질(크리스탈), 비결정질(아몰퍼스), 유리질, 플라스틱질로 나눌 수 있다. 결정질은 우리 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흙, 바위, 자동차, 시계 같은 결정으로 이뤄진 물질이다. 유리질은 말 그대로 유리 같은 것으로 결정이 생기지 않은 물질이다. 고체처럼 보여도 유동성이 남아있다. 에너지가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낮은 상태로 변하는 과정에서 흐르는 것이다. 플라스틱질은 유리질과 비슷하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유동성이 사라진다. 지구의 맨틀이 플라스틱질의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맨틀은 완전한 결정질 물질인 감람암 등으로 구성돼 있지만, 지하에 있는 맨틀은 대류하며 외핵의 열을 밖으로 발산시키고, 대륙도 이동시킨다. 비결정질은 결정질 물질이 열에 녹았다가 결정이 생기는 속도보다 더 빨리 식을 때 만들어진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비결정질 물질로는, 라이터나 가스렌지 점화기에서 충격을 받으면 고압전기를 만드는 압전소자가 있다.

외계인의 주변 물질을 생각해보자. 그냥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보통 강철의 경우에 자기구역(domain)으로 나뉜다는 건 잘 알려져있다. 자기구역은 자성을 띠는 철(Fe), 니켈(Ni) 같은 원자가 자기장이 정렬된 상태로 결정을 이룬 덩어리로, 크기는 보통 1~10 μm 정도이다. 외계인과 크기와 비슷하다. 따라서 사람 입장에서 자기가 느껴지지 않는 강철이더라도 외계인 입장에서는 자기장이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지구에 흔한 화강암도 결정이 큰데, 흑색왜성인 외계별은 백색왜성이 지구 마그마보다 느리게 식으며 만들어졌므로 화강암 결정보다 더 큰 결정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외계인이 도시를 건설하지 않은 시골로 소풍이라도 갈라치면 자기보다 훨씬 큰 결정을 넘고 또 넘는 고행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집을 짓기라도 하려면, 사람에게는 한낱 모래로 보이는 결정을 반듯하게 잘라서 터를 닦고, 그 위에 뭔가를 해야 한다. 외계인 입장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외계인이 만든 물건은 크기가 처음부터 작으므로 모두 비결정질 물질일 것이다. 비결정질 물질을 만드는 이유가 결정질 물질과 물리적 성질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외계인이 만든 물건은 사람이 만든 물건과 성분이 같아도 성질은 전혀 다를 것이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인간이 모래와 시멘트를 섞어 집을 짓듯이, 외계인이 결정과 점토(?)를 섞어 지은 집은 파인세라믹스가 될 것이다. 우주왕복선이 지구로 돌아올 때 우주선을 열로부터 보호하는 타일이 파인세라믹스다. 열에 매우 강하고, 충격에도 매우 강해 본차이나처럼 그릇 재료로도 쓰인다. 그러나 재료와 제작공정에 따라 매우 특이한 성질을 보이기도 한다. 전자제품을 전압이 달라도 쓸 수 있도록 만드는 프리볼트 소자가 파인세라믹스로 만들어져있다.

어쩌면 외계인은 물질 자체를 생각하는 기준이 우리와는 전혀 다를 수도 있다.

3.3.2 정전기 문제

물체 사이에는 정전기라는 게 있다. 반데르발스힘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작은 먼지는 다른 물건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힘은 크기가 작을수록 영향이 커진다. 따라서 사람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것도 외계인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애초에 외계인 자체가 먼지만한 크기 아닌가. 근데 이걸 생각한다면 외계인이 벽면을 오르거나 큰 바위결정을 넘으며 소풍을 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개미가 유리판을 기어오르는 것처럼….. 혹시 길이 벽면을 따라 나 있는 건 아닐까?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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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들이 벽을 걸어올라가고 있다.

한 가지 더 살펴보자. 강한 정전기는 운송수단의 에너지효율을 떨어뜨린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려면 최대한 접촉점을 줄이는 게 좋다. 아마 그래서 외계인의 자동차가 전부 세발자동차였던 것 같다.

근데 배달원 우주선이 처음 외계행성에 도착한 뒤에, 우주선에서 배달할 소포를 꺼내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소포가 집게에 달라붙지 않았다. 집게가 정전기를 일으키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이건 지금의 기술로는 만들기 힘들다. 역시 엄청나게 먼 미래여서 소재과학이 엄청나게 발달해서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근데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어가기엔 큰 문제가 남아있다. 배달원이 버렸던 캔을 발로 뻥 차버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 캔에는 외계인만 붙어있고, 다른 건 하나도 붙어있지 않아 깨끗하다. 만약에 캔도 정전기를 일으키지 않는 물질이라면 외계인도 안 붙어있어야 했을 테고, 반대로 보통 물질이라면 다른 먼지도 많이 붙어있어야 했다. 진퇴양란! 명백한 NG다.

3.3.3 불확정성의 원리

물리학에는 모든 것이 정확히 관찰될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게 있다. 관여하는 상수가 워낙 작아서 현실세계에서 이 원리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기는 힘들다. 물리학자들에 따르면, 뾰족한 심을 밑으로 해서 볼펜을 평면에 세울 때 이 효과가 잘 관찰된다고 한다. 고전역학에 따르면 불완전평형 상태로도 볼펜을 세울 수 있다. (불완전평형이란 평형 상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다른 곳으로 움직이도록 힘을 받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하면 세워진 물체 자체가 불완전평형상태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순간 순간 벗어나므로, 어떤 경우에도 10 초 안에 쓰러질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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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볼펜 세우기. 그러나 이렇게 세우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같은 이유 때문에 이상적인 모양의 달걀도 이상적인 평면위에 세울 수 없다. 그러나 실제로 달걀을 세워보면 쉽게 세워지는데,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달걀 표면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이다. (세울 달걀은 신선한 것을 쓰는 게 유리하다. 신선할수록 껍질이 울퉁불퉁하니까…….)

이런 불확정성 현상은 미시세계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전자를 매번 똑같이 던져도 매번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이런 문제 때문에 뭔가를 측정할 때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가우스는 길이를 재는 방법을 개발해달라는 의뢰를 받고는 가우스통계를 만들었다. 이 통계는 나중에 양자역학의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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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 기관총

이 만화영화의 외계행성에서도 불확정성 원리가 적용된 장면이 나온다. 기관총을 쏘는데, 총알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간다. 아마도 외계인의 작은 볼펜은 인간의 볼펜보다 훨씬 더 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세계와는 반대로 스스로 세워지는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이건 택배원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거리가 있다. 처음 별에 도착해서 택배상자를 확인할 때, 5500%로 확대해 보는데, 그때 안 흔들리게 볼 수 있을까? 인체의 떨림이나 불확정성 원리를 생각한다면 이는 불가능하다. 맨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10 배 확대해서 찍으면, 거의 대부분 흔들린 사진이나 영상이 찍힌다. 55 배 확대라면 선명한 사진을 얻을 확률은 0에 가깝다. 물론 먼 미래이니까 이 문제를 해결한 장치가 개발됐을 것 같다.

3.3.4 광학현상

이 만화영화를 볼 때, 배달원 장면과 외계인 장면에서 별다른 차이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바람 타고 폐로 들어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미세먼지가 이 외계인들에게는 바윗돌만하다는 차이를 생각한다면, 언뜻 생각해도 같을 수는 없지 않지 않을까? 실제로 회절만 생각하더라도 차이가 클 것이다. 우리 눈엔 선명하더라도, 외계인이 볼 때는 엄청 뿌옇게 보일 것이 분명하다. 빛이 애돌아가는 장애물 주변에서는 뒤 배경에 있는 물체가 찌그러진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더군다나 장애물에 굴곡이라도 있으면 간섭무늬가 아주 복잡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외계인이 보는 세상은 그까짓 노을쯤은 없어도 참 아름다울 것 같다. 외계인이 보는 모습으로 만화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

그리고 외계인이 만든 집의 벽, 옷 등은 너무 얇아서 반투명할 것이다. 어떤 물질이건 두께가 1 μm 정도면 투명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물질의 특성과 빛의 세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물질의 특성에 영향 받는 건 다들 아시리라 믿고 이야기를 생략한다. 그러나 빛이 세지면 불투명하던 물체도 투명해진다는 건 어려운 이야기이므로 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레이저의 원리를 설명하는 글을 보면 항상 반투명거울 이야기가 나온다. 근데 반투명거울이 어떤 건지 설명하는 글은 없다. 반투명거울이 뭐길래? 레이저는 두께가 다른 두 개의 평행한 거울 사이에 레이저를 발진할 수 있는 매질을 넣어서 만든다. 그리고 매질에 에너지를 주입하면(펌핑), 매질이 머금었던 에너지는 빠져나오며 빛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방출된 빛은 다른 에너지를 머금은 매질을 자극해서 빛을 방출하도록 만든다. 이때 방출된 빛은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흩어진다. 그러나 두 평행거울 사이를 정확히 왕복하는 방향으로 방출된 빛은 흩어지지 않고, 계속 모여서 점점 세진다. 빛은 세지면 세질수록, 장애물을 만나도 그냥 직진하려는 성질이 강해진다. 두 거울 사이를 왕복하며 점점 강해지던 빛도 거울을 뚫고 나오려는 성질이 점점 강해져서 결국엔 일정 강도 이상의 세기가 됐을 때 장애물인 두 거울 중 얇은 쪽을 뚫고 나온다. 이렇게 자기 움직임을 바꾸지 않고 유지하려는 파동을 솔리톤(soliton)이라고 부른다.
사진을 찍으며 플래시를 강하게 터트릴 때, 얇은 옷이 투명해져서 속옷이 비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보통 시스루(see-thou 또는 see-though)라고 부르는데, 강한 플래시 빛이 얇은 옷을 만났을 때 솔리톤이 생겨 일어나는 현상이다.

외계인도 건물을 짓고, 봉투를 만들고, 자동차를 만들 때,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서 최대한 얇게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 보면 투명해지는 걸 피할 방법은 없다. 애초에 인간의 사생활보호 같은 개념이 외계인에게는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외계인 자체도 반투명할 것 같다. (엇… 외계인은 옷이 없구나!)

3.3.5 전자기기

물리학에는 터널링 효과라는 게 있다. 장애물이 있어도 그냥 통과하는 현상이다.(솔리톤과는 단순히 통과한다는 면에서는 같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다.) 혹시 녹쓸거나 기름 같은 불순물이 묻은 전선 두 가닥을 연결해도 전기가 잘 통하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는지? 녹이나 기름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이므로, 오염된 전선을 연결했을 땐 전기가 안 통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터널링 효과 때문이다.

이 만화영화에는 외계인이 만든 전자기기가 많이 나온다. 어떻게 터널링 효과가 안 나타나게 만든 것일까? 이건 사실 사람들도 이렇게 만든다. 요즘엔 반도체에 들있는 전선을 폭 10 nm 정도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만들려면 아예 처음부터 터널링 효과를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훨씬 많이 겪는 외계인은 전자기기를 만들 때 처음부터 터널링 효과를 고려했을 것이다.

전선이나 판이 얇아지면 물리적 성질이 우리가 알던 것과는 달라지기도 한다. 전자는 물체의 속과 겉에서 다르게 행동한다. 우리가 아는 물질의 물리적 성질은 대부분 물질 속에 있는 전자의 행동에 의해 나타난다. 물체 겉에 있는 전자보다 안에 있는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체가 얇아질수록 안에 있는 전자의 비율이 줄어들면서 점점 겉에 있는 전자 위주로 특성이 바뀐다. 극단적으로 얇아지면 서로 반대쪽의 겉에 있는 전자끼리 서로 영향을 미치는 등, 복잡한 변화를 보이면서 우리가 아는 물질과는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그래핀(graphene)이다.

그래핀이 수십 겹 겹친 물질은 그냥 흔한 흑연이다. 흑연은 여러분이 글씨를 쓸 때 쓰는 연필의 주요 성분이다. 그런데 이 흑연을 한두 겹 떼어내면 재미있는 특성이 나타난다. (안드레 가임 교수는 쉽게 한두 겹 떼어내는 방법을 발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스카치테잎을 흑연에 붙였다 떼어내는 것이다. 국내 한 연구원이 안드레 가임 교수가 노벨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그게 될 리가 있나’라고 생각하며 바로 시도해 봤다고 한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첫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고 한다. 확실히 노벨상을 받을만한 업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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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연 한 겹으로 이뤄진 그래핀

그래핀의 대표적인 특징은 전기저항이 없어지는 초전도 현상이다. 그래핀처럼 얇거나 풀러렌(C60)처럼 작거나 탄소나노튜브처럼 얇은 선 형상인 탄소분자는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게 많다. 또 그래핀은 강도가 엄청나게 강하다. 인류가 지금까지 발견한 물질 중에서 가장 강한 물질인 듯하다.

외계인은 스스로가 작아서 적은 물질을 손으로 직접 다룰 수 있고, 또 별다른 기구를 쓰지 않고도 볼 수 있으니 이런 물체를 만드는 게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엄청나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기를 만들어 쓰고 있지 않을까? 상당히 궁금해진다.

이처럼 외계인은 작다는 장점을 이용해서 엄청난 과학문명을 만들어낼 것 같다. 또 같은 걸 만들더라도, 사람이 만든 것보다 성능 좋은 기기가 많을 것 같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어떨까? 사람에게는 아주 작지만 외계인에게는 별로 작지 않은 나노머신과 특별한 성질을 지닌 물질을 만들면 다른 별 생물들한테 비싸게 팔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이 외계인이 저장매체와 CPU를 만들면 엄청난 컴퓨터가 될 것이다. 외계인은 쉽게 돈을 벌 것 같다. 또,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려도 아주 비싸게 팔릴 것 같다. 아무튼 그렇다.

그런데 수취인 외계인의 핸드폰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핸드폰이 택배원의 핸드폰과 비슷한 수준, 아니 더 나쁜 수준이니까 이 외계인들은 창작성이 좀 많이 딸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뇌를 이루는 세포가 작고, 적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4. 거대우주선시대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를 생각해보자. 한 큰 도시를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우주선이 지구를 찾아온다. 지구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 영화에서는 땅이 조금 흔들리는 모습만 살짝 보여주고 만다. 근데 그정도가 다일까?? 그래서 예전에 한번 계산해본 적이 있다. 17 km 지름에 500 m 두께의 우주선이 1 km 위에 떠있다면 중력 변화는 어떻게 될까? 계산해 봤더니 우주선이 없을 때보다 해수면(지오이드)이 0.5 cm 정도 높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물론 가정한 변수가 너무 많아서, 계산을 다시 하면 다른 값을 얻을 테지만, 아무튼…. 우리 문명은 이정도 중력 변화만으로도 큰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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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디팬던스 데이>에 등장하는 초거대우주선

거대우주선이 고층건물 위를 지나간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엔 건물이 몇십 cm쯤 우주선 쪽으로 쏠리고, 그뒤에 우주선 움직임을 따라 기울어진 방향이 바뀐다. 결국 상당수 건물은 무너질 것이다. 서울 상공에 거대우주선이 지나간다면, 높은 건물들은 그냥 전부 무너질 것이다. 이럴 경우엔 지진에 대비한 건축기술(내진기술)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화산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휴화산이었던 것이 되살아나 폭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국지적인 사건일 뿐이다. 거대우주선이 지구로 왔다가 우주로 돌아갈 때마다 하루 길이가 바뀔 수도 있다. 하루의 길이가 달라지면 지자기도 크게 요동쳐서 전력시스템 파괴 같은 일은 애교라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우주선이 지구에 다가오면 달이 느끼는 지구 질량이 커져서 달이 기존 궤도보다 더 가까워질 것이다. 달이 가까워지면 바다의 간만의 차이도 커질 테고, 그러면 해일과 해양사고가 빈번해질 것이다. 달의 자전과 공전 주기도 당연히 바뀐다. 인공위성 운영이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GPS 같은 장비는 바로 무용지물이 된다.

거대 우주선이 바람에 미치는 영향은 기후를 바꿔서 일기예보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고, 언제 어떻게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알 수 없어진다.

결국 거대우주선은 지구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다. 비슷하게 <스타워즈>에 나오는 ‘죽음의별’은 꼭 무기로 행성을 박살내지 않더라도 행성에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결국, 미래에 거대우주선이 만들어지더라도 태양계 진입이 금지되지 않을까?

이 만화영화에 나온 택배우주선을 외계행성 무게와 비교한다면, 위에서 생각해본 거대우주선과 지구의 크기 비율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엔진에서 내뿜은 불꽃이 아니더라도 외계인들에겐 이미 엄청난 재앙이 시작될 것이다. 지못미 외계인!

5. 인간의 문제

미국이 원자폭탄을 개발하려고 맨하탄 계획을 진행할 때까지도 과학자들은 핵물질의 위험성을 모르고 있었다. 이 계획에 참여했던 어떤 유명 과학자는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핵분열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커다란 우라늄(U)덩이 두 개를 탕탕 부딪혀 불꽃이 번쩍이는 걸 보여주기도 했단다. 맨하탄 계획이 추진되던 알라모아는 고도가 상당히 높은 사막인데, 해안에서라면 평범한 금속처럼 보일 우라늄덩이가 따뜻해지는 걸 보고는 고도와 방사능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 과학자도 있었다.

고도와 관련이 있는 방사능을 우주선(cosmic-ray)이라고 부른다. 칼 데이비드 앤더슨이라는 물리학자는 1932 년에 직접 발명한 거품상자로 우주선에서 양전자를 발견해 1936 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은 1960 년대에 들어서서 달탐사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돈을 쏟아붇는다. 이때 우주에 나간 비행사들은 눈을 감아도 안개 같은 뭔가가 보여서 잠을 설치는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는다. 그들은 자기가 뭔가 잘못된 건줄 알고, 비행사에서 잘릴까봐 이걸 숨겼다. 그러나 이것 역시 우주선의 영향이다. 우주선이 눈의 망막을 지나가면서 망막의 시신경을 자극한 것이다. 때로는 입자가속기에서 찍히는 사진과 비슷한 모습을 자기 눈으로 직접 본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주선이 망막 안의 원자와 충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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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입자 검출 입자궤적 이미지

러시아는 우주개발 경쟁에서 1960 년대 초까지 미국을 앞섰지만, 우주선이 비행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어서 우주경쟁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냥 떠도는 이야기다.) 그리고 실제로 달에 간 미국 비행사들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천식, 백내장, 백혈병 등에 걸렸다.(수가 많지 않아서 통계적인 의미는 어렵다.)

이제는 방사능이 몸에 매우 해롭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일본과 우리나라 정부만 빼면) 방사능물질을 최대한 안 쓰고, 쓰더라도 철저히 통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주에 나갈 때 만나게 되는 우주선은 아직 막는 방법을 모른다. 따라서 이 만화영화처럼 우주여행을 하는 게 가능한 건지 아직 모른다. 이 꼭지에서는 우주선 이야기는 무시하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아주 먼 미래니까 뭔가 기술이 개발됐거나, (바퀴벌레처럼) 사람이 방사능에 강하도록 진화했을 거라고 믿자.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5.1 음료수와 빨대 문제

만화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주인공 택배원은 캔음료를 마신다. 캔은 아마 알루미늄캔은 아닐 것이다. 알루미늄은 몸에 많이 해로운 물질이니까 저정도로 발달한 세상에서는 식품용기에서 퇴출됐을 것이다. 더군다나 우주라서 받을 압력차이도 견디지 못한다. 대신 무슨 고분자화합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캔은 처음부터 빨대가 꽂혀있다. 아니, 빨대가 캔 윗면에 붙어있다. 음료수는 아마 처음부터 빨대까지 포함해서 완전밀폐된 상태로 만든 것 같다. 만약에 작은 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압력이 낮아진 캔 안의 음료는 미친듯이 끓어오르고, 남은 음료는 열을 빼앗겨 그대로 얼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택배원은 빨대를 우주복의 작은 구멍에 꽂고 음료수를 빨아먹는다. 캔이 완전밀폐돼 있다 하더라도, 용기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빨아먹는 건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지금의 인간보다 훨씬 발달한 세계 이야기니까….

5.2 붉은 화염을 내뿜는 플라즈마 가속엔진

만화영화 속 택배 우주선은 택배원이 계속 중력을 느끼도록 쉬지 않고 가속한다. 지금의 우주선이 이렇게 가속하려면 너무 많은 연료를 써야 한다. 그러므로 이 만화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은 지금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우주선은 아니다. 아마도 매우 적은 물질을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켜 내뿜는 엄청나게 효율이 좋은 플라즈마 가속엔진을 쓰는 것 같다.

근데 택배원이 외계별에서 출발할 때 많은 붉은 화염을 뿜어내는 장면은 문제가 조금 있다. 플라즈마 가속엔진으로 연료를 이렇게 왕창 뿜어내는 것은 연료 낭비이다. 우주선이 발사되기 전에 다리를 집어넣으면서도 우주선은 이미 붕 떠서 천천히 올라가고 있지 않나! 따라서 분사량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약간만 늘려도 얼마든지 출발할 수 있다. 특히 작은 외계별에서는 지구에서보다 더 적은 연료만으로도 충분히 이륙할 수 있다. 화염 방출이 전혀 필요없다는 뜻이다. 결국 엄청난 화염으로 많은 외계인을 죽일 필요가 없었다.(물론 플라즈마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외계인이 죽었겠지만….)

끝날 때 우주선 엔진의 화염에 휩싸인 외계행성이 어딘가로 떨어져내리는데, 그을린 상태로 그냥 놔두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제일 아쉬운 장면이다.

6. 맺음말

이 만화영화를 볼 때 가장 재미있었던 건 우주선 화면에 표시된 배터리 충전표시였다. 이게 왜 있는지? ㅋㅋㅋ 그 이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재미를 주는 게 여러 가지 있었다.

붉은 화염
귀여운 외계인들은 화상으로 전멸했을까?

마지막으로 불꽃에 그을려 멸망해버린 외계인을 생각해본다. 아마도 외계인들은 택배원의 신발 깔창에 수백, 수천이 붙어서 살아남았을 것 같다. 택배원이 밟아버렸던 아나운서 외계인, 집에서 TV 보던 외계인, 밟아버린 자동차 운전수 외계인, 파일럿 외계인 등은 신발 밑창에 붙어있지 않을까? <스타트렉>에서 고향별이 파괴되어 갑자기 멸종 위기종족이 된 벌컨이 떠오른다.

아무튼 이 작품의 뒷 이야기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미 이 작품에 수많은 택배상자가 나왔으므로, 이걸 배달하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면 될 테니까, 상당히 많은 작품을 연작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뽀로로>와 <라바>를 잇는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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