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에 양장본 밤하늘 에디션을 구매했다. 보통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김영하 작가가 책을 낼 때 바로 샀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러질 못했다. 책을 낸 그 시간에 난 내 책을 쓴다고 외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신경을 끄고 있던 상태였다. 그렇게 9달을 지낸 뒤에 보니, 책 출간을 넘어서 20만 부 판매 기념으로 밤하늘 에디션이 나와있었던 것이다.
흠~!
나는 2000 년대에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했었다. 내 글은 글로 보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김영하 작가가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가 글을 올릴 때마다 찾아가서 읽고 또 읽으면서 글쓰기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이게 꽤 도움이 많이 됐다. 비록 눈에 띌 정도로 글쓰기가 나아지지는 못했지만, 결국 나아지는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쿵쾅이들이 몰려들어서 뭐가 잘못됐네 어쨌네 떠들기 시작했고, 결국 김영하 작가는 블로그를 접었다. 엄청 아쉬웠다. (이때 김영하 작가의 글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쿵쾅이들의 집단난독증이 문제였다. 이 쿵쾅이들이 나중에 메갈충으로 진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집단난독증을 보이는 모습이 똑같은 걸 볼 때….)
아무튼, 이때의 깨달음 이후, 내 글의 문제를 알아내기 위해서 엄청나게 고민했고, 문제를 알아내는데 2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수업료를 지불한다는 생각으로 김영하 작가가 책을 발표하면 사고 있다.

[작별인사]
김영하, 북북서가
305 쪽/B6
양장/가름끈
ISBN 979-11-91114-22-5 03810
아래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된다.
이 소설은 SF다. 시간대가 약간 미래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리 특별난 건 없다. 어떤 사람이 리뷰에서 반전이 있다고 했던데, 난 반전을 발견하지 못했다. 혹시 주인공이 로봇이라는 게 반전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난 그걸 너무 빨리 알아채서…. (내가 최근에 영화나 드라마 볼 때 이런 걸 너무 빨리 알아채기는 한다.) 아무튼 반전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이 작품은 그동안 쓴 김영하 작가의 작품 중에서 글이 가장 부드럽게 읽힌다는 점에서 좋았다. 그만큼 집필할 때 교정에 많은 에너지를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아래의 ps에 남긴 것처럼 몇 가지 옥의 티가 있기는 했지만, 옥의 티 없는 책 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러나 이 소설은 김영하 작가의 작품 중에 가장 특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소설의 주제는 SF 분야이고, SF쪽은 내가 늘 이리저리 생각하는 분야이다. 그렇다보니,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미 몇 년 전에 끝까지 생각했었다. (다만, 이 소설처럼 로봇에 의해서 인류가 끝나는 게 아니라 나노봇에 의해서 끝맺혀진다고 생각했다…!) 결국 SF쪽 상상력은 내가 김영하 작가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특별함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큰 문제는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쪽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을 테고,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읽고서 미래에 나타날 변화와 문제를 인식하게 됐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일주일, 그중 약 20 시간 동안 행복했다! 그냥 평범한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ps.1
김영하 작가는 제목 [작별인사]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한 것 같다. 독자의 입장과는 다르게….
ps.2
이 책에 메모한 것들
110 쪽 밑 8 줄 : 진입 → 진압 ? 둘 다 쓸 수 있는 말이지만, 진압이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112 쪽 1 줄 : ‘더 나아 보였을 수도 있다.’ → ‘더 나아 보였던 것일 수도 있다.’
132 쪽 밑 1 줄 : ‘인공 피부의 부패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 ‘인공 피부는 거의 부패하지 않았다.’
148 쪽 3 번째 단락의 발언 :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 불분명하다.
162 쪽 정도에 반복해서 쓰인 ‘이야기’란 단어 :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좀 불분명했다. (결과적으로 ‘프레임’이라는 뜻으로 쓰인 건데, 처음 쓰이기 시작했을 때 읽는이가 알 수 있도록 분명히 밝히는 게 좋았을 것 같다.- 혹시 읽는이가 고민하도록 의도한 것이었을까?)
222 쪽 9~12 줄 : 회오리바람이 일었다는 이야기가 뜬금없이 나오는데, 아마도 빠졌어야 하는 부분 같다. (원고 교정하다가 실수로 남겨놓은 듯…)
그리고 전체적으로 ‘나의’라는 말을 많이 썼다. 이전 작품에도 종종 ‘나의’가 쓰였던 걸 생각하면, 그냥 김영하 작가의 언어습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슷한 ‘너의’ 같은 표현도 가끔 쓴다.) 근데 이건 번역체라서 ‘내’나 ‘우리’로 고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아무튼 우리말답지 않은 부분이라서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