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TAR에 대한 짧막한 정리와 단체장 물갈이

6 comments

(원래 이 글을 지금 작성할 시간이 없는데, 무리해서 작성해 놓는다. 그만큼 이 사안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KSTAR는애초에 미국-유럽-소련-일본 연합체에서 연구하려던 ITER 연구에서 미국이 탈퇴를 하면서 독자적으로 건설하려던 초거대 핵융합로로부터 출발합니다.
당시에 에너지위기에 대비하여 핵융합이 유일한 대체에너지임을 인식한 각국은 핵융합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핵융합 연구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지게 됩니다. 첫번째는 토카막(TOKAMAK)으로 원형의 자기장을 형성시키고 그 안에 플라즈마를 가둬서 지속적으로 핵융합을 시키는 방법과 핵융합물질을 고밀도로 집적시킨 뒤에 고출력 레이저로 순간적으로 온도를 올려 핵융합하려는 방법입니다. 레이저를 사용하는 방법은 순간적으로 2~3억K의 온도까지 올리는 방법을 찾아냈으나 연속성이 없기 때문에 후속연구가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시설투자비 등이 적게 들기 때문에 현재 토카막을 사용한 방법보다 연구 자체가 앞서 있습니다. 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는 엔터프라이즈호의 경우 토카막보다는 레이저를 이용한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이상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ITER의 기본

아무튼 미국은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는 초거대 핵융합로를 계획합니다. 그 녀석은 자체로 핵융합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설계도면만 저장하는데 CD 3장이나 필요한 규모였습니다. 그러나 예산이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게 1995년의 일입니다.
여기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우리나라는 당시에 어떤 그룹에서도 연구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경제력과 기술력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보탬이 될 수가 없기 때문이므로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경제력은 두 번째로 치더라도 기술력에서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번째는 핵융합로에 대한 기본기술 – 초전도체 제작기술이라던가 등등 갖가지
기술이 전무했고, 두번째는 핵융합에 대한 기술 자체도 없었습니다. 미국이 행융합로 건설에 실패하자 일부 물리학자들이 미국의 핵융합로를 줄여서 우리나라에서 짖자고 주장합니다. 1/10 규모의
실험로를 만들면 건설비는 1/100만큼 줄어들테고, 우리나라로서도 힘겹지만 감당할 수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KSTAR를 건설하기 시작하고, 미국으로부터 기초기술과 핵융합에 대한 기술을 전수받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진짜로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CD3장을 받아 축소된 설계도를 준비하게 되고, 2000년경에 약 500억원의 예산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KSTAR입니다.[footnote]쓸데없는 소리 하나 하자면….. KSTAR는 원래 DARKSTAR라고 이름지으려고 했다고 합니다.[/footnote] 2008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투입한 비용은 3000억원이 넘습니다만 실질적인 건설비용은 약 1000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그동안 연구개발비로 투자한 비용이죠. 한 때는 전 세계에서 초전도체가 품귀현상을 겪었다고 하는데, KSTAR를 제작하는데 초전도체를 너무 많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큰 프로젝트였고, 그 결과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됐습니다.

조립중인 KSTAR
2003년 미국은 ITER 그룹과 다시 손을 잡고 세계 7개 선진국끼리 모여서 설계해오던 핵융합로를 다시 만들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많이 바뀌어 있습니다. 처음 출발한 7개국 중에서 KSTAR를 앞세운 우리나라가 새로 포함되는 대신 기술력이 없던 캐나다가 제외됐던 것입니다. 그리고 ITER의 모양은 이전에 미국이 설계했던 규모의 핵융합로 규모(KSTAR의 10배 규모)로서 건설비용이 10조원이 필요한 프로젝트로 됩니다. 우리나라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 부담하는 비용은 약 5000억원입니다. 상당한 분량이죠?

현재 과학자들의 예상대로라면 ITER가 핵융합 발전을 할 수 있는 최소의 크기라고 합니다. KSTAR로는 핵융합 모의실험을 할 뿐 발전을 하지는 못합니다. 다시 말해서 발전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나오는 에너지보다 크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래에는 각 나라별로 ITER같은 발전소를 하나씩 만들어야 하겠네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하나만 건설하면 한 나라의 에너지를 충당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여기저기에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짖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규모만 되더라도 경제적으로는 훨씬 이득이 되는 것이죠. 또한 바닷물의 중수만을 걸러내어 원료인 중수소, 삼중수소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인류는 1000년간 사용할만큼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footnote]현재 KSTAR에 사용되는 원료는 주변 월성의 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footnote]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몇 백년간은 사용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인간에게는 꿈의 에너지라고 불리는 것입니다.[footnote]다른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헬륨3(He3)의 달채취론은 낚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footnote] 거기다가 방사능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것이죠. ^^

완성된 KSTAR

여기까지 읽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KSTAR는 그 건설 목적이 미국으로부터 기초기술을 전수받는 것과 차세대 에너지 기초기술 확보에 있는만큼 성공하든
실패하든 3000억원의 가치는 충분히 얻었다고 보여집니다. KSTAR가 만약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기초기술을 모두 이전받았고, 실패 이유는 바로
ITER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미국으로서 KSTAR는 큰 아픔으로 다가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에서 예산을 조금만 지원해 줬더라도 우리나라에 기초기술을 넘겨주지 않아도 됐을텐데, 정치적인 문제로 통째로 우리나라에 기술을 넘겨줬으니까요. ^^


자 그럼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살펴보도록 하죠.

이명박은 각 정부와 관련있는 연구소들의 기관장들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친이계 성향의 인사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과연 연구소들, 특히 KSTAR와 관련된 연구소의 기관장들을 바꿨을 때 과연 바뀐 기관장들이 잘 할 수 있을까요? 절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ITER와의 연계 등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사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과학연구는 현속된 흐름 위에 있다는 것을 이명박이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저지르는 큰 실수입니다. 최소한 기관장 정도 되려면 한 기관장이 영원히 기관장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장에서 같이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이 기관장을 맡아야 계속된 연구에 지장이 적을 것입니다.

그냥 “바꾸면 돼!”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명박의 경제적 방법일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경제학적 방법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투자했던 내용들이 사라지는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경제적 방법을 사용하고 싶다면 단체장을 갈아버리기보다는 우선 파트타임 연구원들부터 정식연구원으로 뽑아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6 comments on “KSTAR에 대한 짧막한 정리와 단체장 물갈이”

  1. 제가 지금 핵융합연을 출입하는데요…핵융합사업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기관장을 물갈이한 부분은 문제가 있죠. 특히 신소장님이 광주출신이라서 더욱…

    1. 정말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았다고 너무한 거 같습니다.
      이명박 임기 끝나면(임기를 끝낼 수 있다면 말이죠.) 도로 무료를 외치게 될 것 같습니다. ^^;

  2. 하아………… 왜 저래야만 했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ㅠㅠ 정말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이런 것일까요 ㅠㅠ

  3. 비단 이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 연구소들 다 암울합니다. 그러니 자기 자식들한텐.. 국내선 의사변호사 하라고 하거나.. 저도 조만간 계약기간 끝나고 국내에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미국에 눌러 앉을까 생각합니다.

활의노래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