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가 전작의 반도 안 되는 [반도]

최대의 기대를 받았던 영화가 희대의 망작으로 결판났다!

7 comments

예고편부터 많은 염려를 자아냈다. 그 뒤에 영화를 본 뒤에 극장에서 뽑을 포토카드에 쓰려고 포스터를 다운받아 글씨들을 지웠다. 어라.. 그런데 포스터의 그래픽이 형편없었다. 다시 많은 염려가 찾아왔다. 그래도… 연상호 감독이니까…. 믿었다.

당시 내 불안감을 일으킨 포스터 중 한 장

4 번 예매를 했다. 개봉일에 맞춰서 메가박스 조조를 시작으로 cgv screenX까지 두 번 보고, 몇 일 있다가 시네Q, cgv 4DX screenX를 각각 한 번씩 보기로 했다. 막판에 cgv에서 3 번 보는 이벤트를 하는 바람에, 무료로 쓸 수 있는 기회를 살려 한 번 더 보려고까지 했다. 그렇게 되면 모두 5 번…..

15 일, 드디어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다음 작품 [반도]가 개봉했다.

아침 일찍 메가박스에 가서 영화를 보고, 제일 먼저 영화 커뮤니티에 짧막한 후기를 하나 썼다. 이런 수준의 영화를 여러 번 본다는 건 정말 무리였다. 그렇다고 예매해 놓았던 것에서 관람은 안 하고 기념품만 챙기는 영혼보내기를 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곧바로 cgv에서 보려고 잡아놓은 예매를 취소한 뒤에,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충격이 얼마나 강했는지, 돌아올 때 계속 멍하게 폰만 보다가 계속 내릴 정거장을 지나칠 뻔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잘못 내려서, 집까지 30 분 동안 걸어왔다. 20 년 가까이 살아온 동네에서 처음 보는 길을 걸었다. 이런 맨붕은 정말 오래간만에 겪는 일이었다.ㅜㅜ


영화의 시작은 꽤 괜찮았다. [부산행]이 진행되던 때에 [반도]의 주인공 강동원은 뭘 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며 시작한다. 미군 해병대였던 강동원은 형 가족과 함께 미군의 배를 타고 피난한다. 그러나 같이 피난하던 사람 중 한 명이 좀비로 변하면서 형 가족 모두 좀비로 변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는 우리나라의 난민을 더이상 받지 않기로 협약한다.

(여기까지 글을 쓴 뒤에, 3 일 동안 더는 쓰지 못했다. 머리가 멍해져서 이 리뷰 뿐만 아니라 다른 글도 못 썼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 추스르고 이 글을 완성하러 돌아왔다. 하… ㅅㅂ)

(위는 2020.07.15, 아래는 2020.07.18 씀)

형 가족이 모두 좀비로 변할 때 한바탕 신파가 몰아친다. 나쁘지 않았다. [부산행]에서 신파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었기 때문에, 연상호 감독이 이게 신파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려는 의도를 갖고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실제로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신파를 연출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 (다만, 여기에서 강동원은 16연발18연발 권총을 쓴다. ^0^)

홍콩에서의 강동원

그 난리를 겪으며 피난온 홍콩에서 시궁창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강동원. 홍콩의 어떤 조직폭력배스러운 녀석들이 한국에 남겨진 돈을 챙겨오라는 거래를 제안한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가면 안 된다. 좀비도 위험하며, 조직폭력배는 또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개봉 전에 유투브에서 보는이의 선택에 따라 다음 장면이 결정되는 [반도]의 홍보영상을 발견했었다. 난 이 장면에서 바로 안 간다를 선택했다. 그러자 홍콩에서 빈민 생활을 하다 죽는다며 당장 홍보영상이 끝났다. ㅎ) 이걸 연상호 감독도 알고 있었는지, 주변의 등장인물(특히 형이라는 사람)이 엄청 후까를 잡으며 강동원에게 압력을 넣는다. 후까시에 밀렸는지 참여하기로 하고…..( -_-)(-_- )( -_-)(-_- )( -_-)(-_- )( -_-)(-_- )

결국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다. 근데 여기부터 대환장파티가 시작된다. 우선 도착한 장면부터 문제다.

옆 포스터를 보자. 인천 장면은 대략 저런 상황으로 시작한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인천항은 배를 수리하거나 그런 곳이 아니기 때문에 배를 부두 위로 올려놓지 않는다. 저 배는 누가 부두 위에 올려놓았을까? 정부가 하루만에 박살날 정도로 긴박했던 [부산행] 당시를 생각해보자면 저걸 올려놓을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좀비가 했을 리도 없다.

구로에 도착할 때까지 저런 식의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어떤 리뷰와 기사에서는 한국의 아포칼립스에 걸맞는 장면을 잘 구현한 것이 장점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완전히 엉성한 그래픽이라는 게 훤히 보인다. (내 취미가 사진촬영이다보니 더 잘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이 배우들이 촬영하면서 각 장면마다의 연구 없이 연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현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좀비와 4 년 동안 살아왔다. 강동원을 비롯해 침투한 사람들도 이미 좀비가 어떤 존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좀비를 상대할 준비를 충분히 하고 갔을 것이다. 그런데 준비한 것이 총 몇 자루가 다다. 차 문을 열 때 차 안에 좀비가 있다가 손을 물면 어쩌려고 손가락으로 창유리를 잡고 연다. 돈 트럭을 발견한 뒤에, 운전석에 있는 시체의 안전벨트를 풀려고 거의 안기는 듯한 자세로 들어가는 것은 …… 실제로는 가기가 불편해도 반대편 문을 열고서 안전벨트를 클르는 게 자연스러웠겠지만… 아무튼 이런식으로 각각의 행동이 4 년 동안이나 좀비를 상대했다기엔 너무 엉성했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위에서 길가의 사람을 쳐다본다고 하면, 당연히 머리가 사람을 따라서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반도]이 등장인물들은 목에 철심이라도 박았는지, 고정이다!

그나마 혼자서 연기가 좋았던 권해요!

이런식의 장면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ㅎ–!
배우들이 장면 연구를 안 한 것일까? 아니면 왜일까?

좀비의 행동도 생각해보자.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다가 길가의 좀비를 보고 드리프트하며[핸드브레이크를 잡아서 차를 미끄러지면서 회전하게 만들어] 헤드라이트로 좀비를 비추며 지나간다. 그러자 바로 뒤에서 쫓아오던 자동차로 좀비가 달려든다. 좀비는 거의 광속급 반사신경을 갖고 있다. 좀비의 이런 반응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초반에는 좀비들이 정신차리는데 몇 초 정도 걸리지 않았나?

631 부대가 대환장파티를 하는데, 원래라면 성행위를 넣어야 했을 장면에서 15금을 만들기 위해 숨바꼭질이라는 정체모를 게임(?)을 시킨다. ㅎ

631 부대와 만나는 장면 또한 엉성하기 그지없다.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누군가가 불꽃을 쏘니까 차를 세우고서 그걸 구경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좀비떼가 달려들어 도망가고 있었지 않은가? 좀비떼가 몰려올 거라는 생각을 못 하는 것이었을까? 머리 속에 뇌 대신 순두부가 들어있던 것일까? 아니 왜 도망가지 않는 거야….? (불꽃을 보고 1~2 초 정도 세웠다가 바로 빠르게 도망가면 전개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완전히 똑같이 영화를 전개시킬 수 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강동원 형을 제외한 전부는 살해당하고, 돈트럭을 탈취당한다.
그런데 또 631 부대의 전투원들은 트럭을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져간다.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면서 왜 가져가나? 가져간 다음에도 아무도 뭐가 실렸는지 확인하지 않고, 강동원의 형만 잡아가고는 세워놓는다. 나중에 차 뒤에서 좀비가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면 바로 631 부대는 전멸!!!?

그보다 더 한심했던 것이 보조석 바닥에 떨어져 있던 위성전화다. 아마도 보조석에 탔던 사람이 밟아서 고장났다는 설정인 것 같은데, 탈취한 차량이 있으면 뭐가 있는지 자세히 살피는 게 아포칼립스 세상에서의 생존을 위한 행동 아닌가! 이런 식으로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 계속 연출됐다.

좀비 수준이 [부산행] 때보다 떨어졌지만, 중요한 건 아니다.

언론시사회 이후에 카레이싱 장면이 주요 볼거리라는 기사가 많이 올라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붕붕 뜬 cg, 비논리적인 장면들, 주인공의 의도에 딱딱 맞춰주는 좀비와 나쁜놈들…. 아니 유리창조차도…, 지구보다 중력이 3~4 배는 되는 듯 보이는 카레이싱 장면….(응?)

물론 이해한다. 언론시사회를 보고서 망작이라고 기사를 쓸 수는 없었을 테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19 시대…ㅜㅜ) 아무튼 카레이싱 장면도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카레이싱의 한 장면

거기다가…. 아마도 대사는 후시녹음으로 따로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뭐 그럴 수 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왜 목소리가 다른 소리와 이질감을 보이는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랬다.

거기다가 뒷부분으로 가면 신파가 쏟아진다. 앞에서 신파가 휘몰아쳤다고 말했는데, 그때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나는 신파를 넣어주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뒤에 나오는 신파는 있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도대체 몇 분이나 울어제끼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헛점이 계속 보인다. 이런 장면에 대해 나열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 그만둔다.

아무튼…. 난 이 영화에서 장점을 단 하나도 찾지 못하고 상영시간이 지나갔다. 처음에 인천상륙작전이 끝날 때까지는 세계관 설정 단계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 뒤에 한동안은 저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봤다. 그러다가 돈트럭을 빼앗길 때쯤부터는 모든 것을 마음에서 내려놓고 보았다. 헛웃음만 났다. (바로 옆자리에 돼지 같은 관크가 앉아있었기 때문은 분명 아니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내 생각에는 단번에 각본이 쓰여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처음에 각본을 완성했는데, 누군가가 계속 참견해서 장면을 삭제하고 추가하고….를 하다보니 논리적 정합성 같은 건 개가 물어갔던 게다!

그러다보니 편집도 정말 무의미해 보였다. 편집한 사람이 의견을 듣자마자 거의 실시간으로 편집하여 지켜보던 헐리웃 감독을 경악시켰다는, [기생충]을 편집한 양진모이다. 양진모는 지난 92회 아카데미상의 편집상 후보에 올랐었다. (미국 영화 편집자 협회 드라마 부문 편집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왜 이런 개판 같은 편집결과를 만들었을까? 그런 능력이 있으면 뭣하겠는가? 애초에 뿌리가 부실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완전 망작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 [염력]은 작품이 좋지는 않았어도 큰 문제는 없었다. 각 캐릭터들의 연기부터 촬영, 특수효과, 편집까지 수준 자체는 [부산행]에 뒤지지 않는 작품이었다. (오직 스토리 때문에 망한 영화였다.) 그런데 그런 작품을 둘이나 만든 연상호 감독이 왜 갑자기 이번 영화는 이렇게 총체적 난국에 빠트린 것일까?

한국영화의 나쁜 점만 모아놓았다는 평을 발견했다. 그 사람들은 신파 때문에 이렇게 평한 것이겠지만, 신파 요소에 대한 평가를 빼고 생각해도 분명 맞는 말이다. 그렇게 될만한 이유를 상상해보자.

  • 누군가의 강압을 받았다.
  • 의견을 주던 누군가가 떠나갔다.
  • 연상호 감독은 그냥 이름만 빌려주었다.

내 머리 속에서는 이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쯤되자 드라마 [미생]이 떠올랐다.

[미생]은 원래 원작이 웹툰이었고, 이걸 드라마 각본으로 만들어서 공중파 방송국에 가져가자 “좋습니다. 안영미와 장그레의 러브라인만 깔면 되겠네요.”라며 둘을 연인으로 만들라는 했단다. 당시 한국 드라마는 러브라인이 고질적인 단점이었다.
– 의학드라마 :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
– 법률드라마 : 법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
– 범죄물 드라마 : 경찰서에서 연애하는 드라마….
여러분도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공중파 방송을 포기하고 케이블채널 tvN에 가지고 가서 만들었고, 대박을 터트린다. 그 뒤부터 러브라인이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들이 케이블채널에서 봇물 터지듯이 나왔고, 이제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면 우선 케이블채널로 가져간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공중파에서는 막장드라마만 나온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한국영화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그건 홍콩영화와 일본영화가 걸었던 길이다! 지금까지 20 년을 달려온 한국영화의 황금기가 앞으로 5 년쯤 뒤에 끝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내 생각이 기우이길 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예 감독의 창작활동에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게 해야 한다. 투자와 출연은 오로지 각본과 감독의 실력만으로 판단해야 하며, 투자와 출연을 결정했다면 그냥 신경을 꺼야 한다.

나는 포토카드용 이미지를 준비하면서 명작에 쓸 이미지와 망작에 쓸 이미지를 각각 하나씩 만들었는데, 인천부두에서 [부산행] 생존자들을 총으로 정조준하고 있는 이 이미지는 영화가 망작이면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포토카드를 쓸 일이 없기를 바랬었다. ㅜㅜ

별점….. 5 점 만점에 ☆

ps. 2020.08.01 추가 (2022.12.29 수정)
개봉하기 전에 하고 개봉한 다음 공개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상호 감독은 영화를 촬영하기 직전에 영화사에 있던 다른 한 편의 각본을 기존 각본에 합했고, 그래서 영화의 부분부분을 충분히 다듬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631부대 이야기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침투하며 보았던 도로환경을 후반에 탈출하면서 써먹는 장면이 쇼핑몰 유리창에 몰려있던 좀비 뿐이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유일하게 복선이었던 장면!

ps. 2021.10.02 추가
내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 넷플릭스에서 살펴보는 중인데, 극장에서 못 봤던 사소한 문제점까지 더 잘 보인다. 아무래도 끝까지 못 볼 듯하다. (결국 끝까지 못 봤다. 다행이지 뭐…)

7 comments on “완성도가 전작의 반도 안 되는 [반도]”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