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이미 본 사람을 위한 감상평 #01 〈마더〉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작년(2009 년) 여름에 〈살인의 추억〉, 〈괴물〉을 만들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가 큰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은 명작을 넘어 명예의 전당에 오를만하다고 평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난 그런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이제서야 쓴다. 영화를 보며 파악했던 내용에 오류가 있는지 다시 보고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믿지 마….!!

생각이 다섯 살 수준인 도준(원빈 분)은 엄마(김혜자 분)와 단둘이 산다. 엄마는 한약방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다. 한의학에 대해서 꽤 알지만, 배움이 없기 때문에 야매 시술을 하며 아들과 단 둘이 힘겹게 살아가는 흔한 서민이다. 아들 도준은 몸은 스물여덟이지만 기억력이 닭만큼이나 짧아서 불과 몇 분 전의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다섯 살 아이의 정신을 갖고 있다. 이런 아들을 애지중지하는 엄마. 누가 보더라도 지극정성인 보통 엄마 모습이다.

어느날 마을에 문하정이라는 여고생이 죽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도준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수감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는 형사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그러나 엄마가 찾아간, 형사는 자기 고과나 챙기려고 하고, 지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변호사는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적당히 마무리하려고만 한다. 이 상황에서 엄마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은 직접 살인범을 잡는 길밖에 없다. 이후, 영화는 살인범을 찾아헤메며 진행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영화 중간쯤에, 엄마는 왜 구치소 면회실에서 소동을 일으키면서까지 아들에게 침을 놓으려고 하는가? 그것도 허벅지에 있는 혈이니 아무리 아들의 기억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너무 과한 행동이 아닐까. 이 혈자리는 그 뒤로도 한 번 더 등장한다. 고물상 할아버지에게 찾아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엄마는 이 혈자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때 한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만병통치 혈자리인 셈이다. 그러니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학위가 없어도) 논문을 한 편 쓰기만 하면 명예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않는 것일까?

이 의문점은 영화가 끝나갈 때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봉준호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사건 현장의 목격자라 주장하던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이고 완전범죄를 위해 불을 놓는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에 봉팔이라는 사람이 문하정의 피가 묻은 옷 때문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잡혀 수감되고, 아들 도준은 풀려난다.
몇 일 뒤, 마을 주민들이 단체관광을 떠나는 날 아침, 점점 똑똑해지는 도준은 불난 고물상 터에서 찾았던 엄마 침상자를 남몰래 엄마에게 돌려준다. 점점 더 똑똑해지기 시작한 도준! 점점 더…… 결국 도준의 행동은 모르는 척 해서 살인을 저지른 엄마를 남에게서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 장면, 남들은 모두 흥겹게 춤추는 관광버스 안에서 엄마는 혼자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다가 불탄 침 상자에서 침 하나를 꺼내어 자기 허벅지에 놓는다. 그리고는 갑자기 마을 주민들과 함께 흥겹게 춤을 춘다.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일까?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엄마만 혼자 안다던 혈자리는 과거 일정시간의 기억을 지우는 혈자리였던 것이다. 이 혈자리가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엄마는 아들 도준과 동반자살하려 했다는 사실을 도준이 기억하지 못하게 하려고 정기적으로 침을 좋아온 것이다. 그래서 도준의 기억은 다섯 살에서 성장이 멈춘 것이다. 그런데 도준이 유치장에 구속되면서 더이상 침을 놓지 못하게 되어 점점 기억을 되찾고, 결국 도준은 엄마가 농약을 먹였던 것까지 눈치챈다. 엄마가 얼마나 다급했겠는가? 그래서 결국 엄마는 구치소에서 침을 놓겠다며 소동을 부린다. 그런데 도준은 엄마에게 침통을 돌려주며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인 허물을 덮어주겠다는 뜻을 전한다.
아들 기억을 더이상 지울 수가 없어진 엄마는, 도준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해받는다. 그래서 대신 자기에게 침을 놓아서 자기가 저지른 살인의 기억을 지우는 걸 선택한다. 마치 <올드보이>가 끝날 때, 최민식이 미도에 대한 일부 기억을 지웠듯이….


언어의 특징 때문에, 영화 제목 ‘마더’를 영어로 바꾸면 엄마(mother)가 되기도 하며, 살인자(murder)가 되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이 제목에 중의법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엄마 살인자 이야기!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 영화 감상문에 쓴 것과 다르게, 여고생 문하정은 도준이 죽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은 이를 위해서 평소에도 자주 코피를 흘리는 문하정의 모습을 영화 중간에 복선으로 넣어놔서 봉팔이가 범인이 아니란 것을 암시한 것이리라……

참고로, 영화 첫 장면에 음울하고 기괴한 춤을 억세밭에서 추는 엄마의 모습은 모든 것을 잃은 엄마의 절규를 나타낸다. 평생을 겨우겨우 키워온 아들은 살인죄로 구치소에 갖힌 살인자인데다가, 어렸을 때 농약을 먹인 자기를 원망하고 있고, 자기도 이제는 살인자다. 이때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식을 위해 세상의 부조리와 싸우는 이 땅의 많은 어머니가 생각났다.

별 5개 만점에 ★★★★☆

<마더>는 중의와 복선이 점철된 잘 짜여진 영화다.
2009~2010 년 동안에 수많은 여우주연상과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여러 매스미디어에 의해 2009 년이나 2010 년대에 발표된 영화 Top10 목록에 다수 뽑혔다.

Ps.
이 영화를 발표한 뒤에, 정부는 야당성향인사라는 이유로 문화계의 블랙리스트에 봉준호 감독을 포함시켰다. 그래서 국내에서 영화 제작비를 조달받지 못했고, 그래서 매 3 년마다 발표하던 영화를 발표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은 헐리웃으로 넘어갔고, 거기에서 4 년만에 <설국열차>를 발표하고, 다시 3 년 뒤에 Netflix의 투자를 받아 <옥자>를 발표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 모두가 알다시피………. 닭근혜가 탄핵된 뒤에서야 다시 국내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이 2019 년에 발표된 <기생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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