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에서 쏘아올린 위성이 추락한 이유는? [제 467 호/200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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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은 MG42라는 기관총으로 연합군 전사자의 절반을 희생시켰다. 사격할 때 전기톱과 비슷한 소리가 났기 때문에 연합군 병사들이 ‘히틀러의 기계톱’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던 정도. 이에 미국은 이 기관총을 몰래 복제해서 미군에 보급하려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발과 미작동의 연속. 결국 기관총 복제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90년대 말. 미국 NASA가 지난 1999년 쏘아올린 화성기후 탐사위성은 그해 9월 화성 대기권 근처에서 너무 낮은 고도로 비행하다가 결국 화성 대기권에 부딪혀 파괴돼 추락했다. 이 같은 실패들이 왜 일어났을까? 바로 도량형의 혼선에서 비롯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도량형인 ‘국제 표준인 미터법’이 등장한 것은 1790년. 당시 프랑스에서는 자, 저울, 되 등과 같은 도량형이 정확치 못해 사람들은 토지면적을 속여 세금을 적게 내고, 물건을 사고 팔 때 남을 속였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혁명정부는 “미래에도 변치 않을 도량형 기준을 만들자”는 목표로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과제를 주었다. 이들은 이듬해 적도에서 북극까지의 같은 경도상의 거리(또는 자오선)를 구한 후 그 거리의 천만 분의 1을 ‘1m’로 정의했다. 또한 1,000㎤의 부피를 ‘1리터’라 했으며 무게단위 1kg은 섭씨 4도에서 물 1리터의 질량으로 정했다.

이 통일 척도가 통용하는 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프랑스에서 조차 보급이 순조롭지 않아 1840년에 강제 집행할 정도였다. 마침내 1875년 5월 프랑스 등 17개국이 국제도량형국(IBWM: International Bureau of Weights and Measures)의 조직과 함께 국제미터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미터법이 국제단위(SI단위) 체계로 인정받게 됐다(우리나라는 1959년 가입).

이후 측정 기술발달과 함께 단위의 정의를 바꿔나갔다. 1kg은 물의 질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제도량위원회는 1889년 21.5g/㎤인 백금(90%)과 이리듐(10%)의 합금으로 만든 지름과 높이가 각각 39mm인 1kg짜리 실린더 모양의 국제 원기(표준기)를 만들어 1kg의 기준으로 삼았다. 1m 역시 수차례 수정을 거쳐 지난 1983년 “미터는 빛이 진공에서 1/299792458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라고 새로 정의했다. 국제도량형국은 온도, 전류, 광도 등 각 분야 척도의 표준화 작업도 계속 진행했다.

한편 이 미터법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프랑스 미터법보다 500여년이나 앞선 1215년 ‘대헌장’에서 규정한 피트, 온스 등을 현재까지 주요 척도로 사용하고 있다.

길이 단위인 인치·피트·야트 등의 단위는 메소포타미아 원산의 인체를 기준으로 나온 척도다. 인치는 원래 엄지손가락의 폭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현대에 1인치는 2.54cm로 규정돼 있다. 피트는 사람의 발길이인데 1피트가 30.48cm인 점을 감안하면 옛날 사람들의 발이 상당히 컸거나 신발을 신고 측정한 단위라는 주장이 있다. 야드는 뻗은 팔의 손끝에서 얼굴의 코 중심까지 길이이다. 현재 1야드는 91.438cm이다. 마일은 로마에서 사용하던 거리의 단위다. 당시 마일은 보통 걸음으로 1,000보를 걸으면 1마일로 쳤으며 현재는 1,609.3m로 정하고 있다.

무게 단위인 온스는 ‘로마피트’를 가리키는 운시아(uncia, 1/12을 뜻함)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당시 1로마피트 값을 물리적으로 나타낸 표준자는 1로마파운드 구리막대이고 이것을 다시 운시아라고 하는 12개의 균등한 눈금으로 나누었다. 중세 유럽 상인들은 이같은 어원에 기원을 둔 계량제도를 창안했으며, 여기서 16온스는 1파운드로 정의됐다.

결국 이와 같은 미터법과 영국식 단위의 차이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히틀러의 기계톱’ 복제 실패와 화성탐사 위성 실패를 가져온 것이다. 즉 미국은 독일제 기관총을 복제하면서 센티미터를 영국식 단위인 ‘인치’로 환산하지 않거나 혼용했다. 또한 화성탐사위성의 경우 우주선 제작사는 미터법을 쓴 반면 조종팀은 인치를 적용해 계산착오가 생겨 예상보다 낮은 궤도로 비행해 화성 대기권에 충돌한 것이다. 이 사례들은 도량형의 표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결국 미터법이 계속 확산되면서 미국은 지금으로부터 110 여년 전인 1893년, 영국도 지난 2000년 각각 미터법 회원국이 됐다. 그럼에도 영국은 자신들이 만든 도량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영국 청도교가 세운 나라 ‘미국’ 역시 피트, 파운드 등이 주요 통용 단위다. 또한 미식축구, 골프 등 미국이나 영국(스코틀랜드) 등이 원조로 알려진 스포츠에도 여전히 피트, 야드 등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국제교역이 확대되면서 두 나라가 이 관습을 뛰어넘어 미터법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을 기점으로 미터단위가 아닌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나라가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 따라서 향후 국제사회 교류가 더욱 활발해짐에 따라 이들 두 나라가 자국 내에서 미터법 적용 범위를 얼마나 넓혀갈 지 궁금해진다. (글 : 서현교 과학칼럼니스트)

3 comments on “NASA에서 쏘아올린 위성이 추락한 이유는? [제 467 호/2006-07-05]”

  1. 우리나라나 동아시아 문화권으로 따지자면 자동차 만드는 데 척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 없겠네요… 그러고보니 모 애니에서 새총 비슷한 걸로 우주에 나가보겠다고 발사를 했는데, 나사에서 미터를 사용한 걸 척으로 변환했다가 0.0111111111씩 오차가 생겨서 궤도 진입에 실패한다는 에피소드가 나온 걸 본 적이 있네요…

    그런데 그 나사가 저런 실수를 했다니… 도량형의 통일이 역시 중요하긴 하네요… 부동산 업자랑 모니터/TV 판매 직원은 난감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봐서 도량형의 통일은 필요할 것 같네요…

    1. 그 애니가 어떤 애니인지 알려주시겠어요? 보고 싶네요. ㅎㅎㅎ

      도량형의 제정 및 통일은 정말 시급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기꾼들도 어서 없어저야 할 것 같구요. (지금도 가끔 사기꾼을 볼 수 있죠.)

  2. 아마 ‘망상과학 시리즈 원더바 스타일’이었을 겁니다. 거기 1화에 그 에피소드가 나오는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천 년을 사용해 온 도량형이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 간다니, 좀 서운하기도 하네요…

    도량형이라는 것은 국가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고, 도량형의 통일이 안 될 경우엔 지방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고, 각기 근원이 된 신체 부위라든지 하는 것에서부터 어원에까지 모든 것이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던 것인데요…

    물론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도량형을 통일이 불가피하긴 하겠지만요… 어떻게든 병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소수점 단위를 제거하든지 해서 미터법과 딱 나눠 떨어지도록 한다든지 하면, 미터법을 기준으로 해서 기존에 써오던 것들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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