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친구가 같이 넷플릭스(NETFLIX)에 가입하자고 해서 가입했다.
넷플릭스는 로그인을 하자마자 제일 먼저 <킹덤>을 추천해 주었다. <킹덤>에 이어 <빅뱅이론>, <김씨네 편의점>, <이번 생은 처음이라서….>, <일하는 세포> 같은 것을 연속으로 보던 기억난다. (그 이후, 지금까지 본 게 별로 늘어나지 않았다는 게 함정! 심지어 몇 달 동안은 돈을 내면서도 아예 접속을 하지도 않았다.)

<킹덤>을 처음 보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8 편으로 제작했다가 시즌제로 바꾸면서 6 편까지 공개한지 얼마 안 되던 때였다. 꼭 봐야 할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넷플릭스에 가입하자마자 크게 기대하며 보았다. 좀비라는 존재에 대한 촬영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해야 했을 텐데, 바로 몇 달 전에 나왔던 <창궐>이라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 때문에 큰 매리트는 없다고 생각했다.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였을까? 대신 눈에 띄는 것은 세계관이었다. 설계도에 구멍이 많았지만, 묘하게도 구멍 개수만큼 흥미가 느껴졌다. 그러나 시즌1이 클라이막스에서 끝나버려서 많은 분들이 열받아 있었다. (뒤의 두 편을 잘라냈다는 걸 알기에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나도 역시나 남들과 느낌이 비슷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1 년이 지나 <킹덤> 시즌2가 찾아왔다. 1 년이나 쌓였던 열을 식힐 때가 된 것이다. 이번에는 PC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감상해 보았다. 그랬더니 화질이 아쉬웠다. 아무래도 PC 모니터보다 색감이 어둡고 칙칙한 편이라서 많은 밤 장면이 그냥 어두컴컴하게만 보였다. 결국 PC로 다시 봤다.
내 별점의 기준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대략 5 가지를 기준으로 평하는 편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요소를 따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단히 설명해 보자.
- 독창성
남의 것을 베끼지 않거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므로) 베끼더라도 나만의 것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해석을 추가해야 한다. 그냥 베끼는 건 도둑질이다. 보는이도 전개를 쉽게 눈치채어 집중하지 못하여 손해를 본다. 베끼기가 주특기인 사람은 왜 다른 사람들이 리메이크를 하면서도 내용을 크게 바꾸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JK필름의 <귀환>이 제작하다가 엎어진 이유를 생각해보자. <자전차왕 엄복동>… 하 말을 말자.
-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성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요소는 우리에게 늘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보통은 그걸 깨닫기 힘들 뿐이다.) 그런데 영상물 중에는 놀랍게도 아무것도 안 주는 작품이 꽤 많다. 우리가 이런 작품만 본다면 우리사회는 늘 정체될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을 많이 접하다보면 또다른 종류의 많은 걸 얻게 되기도 하지만…..)
가장 좋은 영상물은 그걸 보면 무언가를 느끼고,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 점 때문에 고전을 감상할 때는 늘 주의해야 한다. 좋은 영상물은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줘서 이미 고리타분한 영화로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등장인물
등장인물은 엑스트라이더라도 출연한 이상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 행동해야 한다. 명작과 망작을 구분하는 가장 기초적인 판단기준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보면, 화면에 나오는 인물만 무언가를 하는 작품이 있다. 등장인물 A와 B가 있다면, A가 자기 할 일을 하는 동안 B는 그 옆에서 멀뚱히 서 있다가 A가 할 일이 끝난 뒤에야 B가 자기 할 일을 한다. 제대로 만들려면 A가 할 일을 하는 동시에 B도 무언가 할 일을 하고 있어야 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의 수준을 기본적으로, 그리고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keypoint이다. 예를 들어 <판도라>, <해운대>가 문제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또,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찾을 수 있는데, 한국영화에서 비슷한 내용의 두 작품이 동시에 만들어질 때, 둘 중 하나는 대부분 이 문제를 갖고 있다. (시나리오를 급하게 베끼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시나리오 작가가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사에 보냈을 때, 어떤 영화사는 그 시나리오로 영화를 제작하지 않고, 즤들이 비슷한 시나리오를 다시 써서 영화를 만드는 곳이 있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사고였으리라…..)

- 설정을 깨지 않는 짜임새
우리의 보통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ex <기생충>, <시네마 천국>)은 그냥 그대로 전개하면 된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배경을 필요로 하는 작품(ex <백두산>, <델리카트슨 사람들>)은 시작하자마자 필요한 설정을 보는이에게 알려주고, 그 이후에는 그 설정만으로 전개해야 한다. 영화 중간 또는 끝부분에서 초반 설정을 뒤집거나 새로운 설정을 도입한다면 사기다.
대부분은 애초에 시나리오가 형편없었기 때문에 설정에 헛점이 생기데, 도중에 대본이나 감독이 바뀌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독전>과 <리얼>이 대표적인 예다.
- 거슬리지 않는 정도의 각종 요소
앞의 네 요건을 지키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든 결과물이 보는이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요소를 갖고 있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배우의 발연기, 불필요한 장면과 전개, 타당하지 않은 비과학적 요소, 생뚱맞은 소재 같은 것은 집중력을 심하게 흐트러트린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제가 참 대단한 작품을 기대하는구나 싶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영화의 지표로 이야기되는 천만영화만 살펴봐도, 이 다섯 개의 지표를 모두 만족하는 영화는 거의 없다. 2020 년 3 월 기준으로 내가 본 작품 중에 4 개 이상 만족하는 작품을 꼽아볼 때 <겨울왕국>, <베테랑>, <기생충>, <괴물>, <광해, 왕이 된 남자>(프랑스 영화의 표절작이라는 의혹이 있다.), <왕의 남자>, <택시운전사>, <부산행>, <변호인>이 전부이다. 27 작품 중 9 작품 뿐이니까, 이 다섯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작품은 엄청 대단한 작품이 맞는 걸로 생각한다. (물론 간간이 시나리오가 없는데도 이 다섯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워낭소리> 같은 영화도 있다.)
몇몇 작품의 5점 만점의 별점을 준다면 대략 이렇다.
- <기생충>은 만점★★★★★. 실제로 만점을 줄만한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 뿐만 아니라 전세계 영화에서도 찾기 힘들다. 위에서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중에 4 개 이상을 만족시킨 외국영화가 하나도 없는 것을 생각해보자. (<겨울왕국>은 일반적인 영화가 아니니까!)
- <해운대>는 1, 2는 충족하지만, 3, 4, 5를 충족하지 못하니까 대략 ★★☆에서 ★★★ 사이를 줄 수 있다. 내가 본 JK필름 작품 중 최고점수에 해당한다.
- <백두산>은 ……….. 평가 거절….
- <신과 함께> 시리즈는 모두 3 개.
- <태극기를 휘날리며>는 3 개에서 조금 빠진다.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는 맞지만, 그게 작품성과는 관계가 없다는 게 특징!
- <명량>은 2 개….. 이걸 극장에서 두 번이나 봤다는 걸 생각한다면…ㅜㅜ
- <디워>D-war는………. 평가 거절…
<킹덤>의 별점
시즌1은 1, 2, 4 충족하고, 3, 5는 몇 곳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5 번에서는 배우의 연기가 발목을 잡는다. 나무위키 같은 곳에서는 대사 처리가 사극톤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연기를 비판한다고 적혀있는데, 전혀 그런 이유가 아니다. 사극톤 같은 거 별로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어색해 보이는 게 문제… (사극톤 운운하는 것은 나무위키 같은 글의 내용을 적는 일부 사람의 편견이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점수는 대략 ★★★★ 정도 준다. 재미있는 것이, 4 번도 사실 약간 부족하지만 워낙 휘몰아치는 좀비떼를 보는 동안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 본 뒤에 곱씹어보니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 또한 1화에서 설정 일부가 부정확했었는데 5 화에서 이걸 반전으로 처리하는 기법이 꽤 좋았다. 기존의 좀비 장르물 문법의 헛점을 적절히 이용했다고 생각한다.

시즌2는 3 번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예를 들어 마지막회의 호수 얼음 위에서 싸울 때, 얼음을 깰 거면 좀비가 몰려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깨기 시작할 필요가 없다.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깨는 것이 여러 면에서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또 이 부분에서 얼음을 한 곳만 깼는데 전체가 다 부서지는 장면은 별로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큰 문제로 보이지는 않았고, 배우의 연기가 좋아져서 5 번도 거의 만족했다.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서 좀비 분장을 얼굴에 색깔 조금 칠한 수준이라며 문제 삼던데, 난 반대로 색깔 칠한 것조차도 너무 과한 분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점수는 ★★★★☆ 정도다. (4.5가 아니라 4.2~4.3 개 정도)


위 요소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킹덤>은 참 영상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1 화만 보고 그만보려고 했다가 영상미에 끌려 끝까지 봤던 <도깨비>처럼, 자작나무 숲, 강과 늪, 바위 등 아름다운 장면이 많았다. 다만, 눈길이 좀비를 좇느라 그 아름다운 장면을 감상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시즌1과 시즌2 모두 모든 인물이 평면적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각 인물에 대한 생각을 공책에 정리해 보기는 했지만, 이걸 글로 옮기는 건 쓸모없는 짓 같아서 생략한다. 배우의 모습은 배우 뿐만 아니라 환경을 포함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킹덤> 시즌3에 대한 생각
넷플릭스는 과연 시즌3를 만들까? 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시즌1은 8 편을 200억 원으로 만들었고, 시즌2는 5 편을 (1 편은 시즌1의 7, 8편을 편집해서 만든 것 같다.) 180억 원으로 만든 것 같다. 차이가 꽤 난다. 수치만 보자면 좀 이상한 점도…. 그래서 생각해 본다. 이미 시즌3 제작의 일정부분을 촬영해 놓은 게 아닐까?
시즌3가 나온다면 캐스팅이 크게 바뀔 것 같다. 주연은 물론이고, 조연격의 등장인물도 거의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뜬금없이 새로 나온 인물이 전지현!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시즌3의 빌런은 누구일까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시즌2>의 마지막에 원자의 얼굴에서 기생충이 지나가는 모습이 슬쩍 보였기 때문이다. 이 장면만으로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 앞으로의 빌런은 원자가 될 것이다.
- 앞으로 좀비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원자를 보필할 사람은 시즌2 막바지에 대략 눈에 띈다. 원자의 친모인 무영의 아내, 왕을 보필하는 상선 자리에 오른 문수가 중심이 될 것이며, 이들을 저지하는 것은 이창(주지훈 역, 근데 아직도 세자인가?)와 아신(전지현 역)이 될 것이다.
시즌3,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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