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tia/쓰고 있는 중] 물 속에서는 안경에 비친 모습의 색이 왜 변할까?

※ 이 글은 읽는 분들이 굴절의 법칙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작성합니다.

내 안경을 물컵에 담갔을 때…

2008년 4월에 속초로 여행을 갔을 때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오른쪽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게 되겠지만 물에 담긴 안경과 물에 담기지 않은 안경의 표면에서 비추는 빛의 색이 달라보였던 것이다. 당시에는 야외에서 하늘이 비친 안경을 보면서 이 현상을 발견하게 됐다.

나는 이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 몇 날 며칠을 고민하여 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

분명한 것은 직접 해 보면 알겠지만 안경에 반사된 상에 색이 있는 것은 안경에 코팅한 박막이 있기 때문이다. 안경점에서 일반적인 박막의 색을 확인해 봤더니 초록이 가장 많고, 파랑, 빨강, 노랑 등의 색을 갖는 렌즈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안경점 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눈의 건강에는 빨강으로 비추는 렌즈가 가장 좋다고 한다. 빨강으로 비추는 렌즈는 반대로 빨강을 가장 적게 투과시킨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빨강은 근시와 난시를 유발하는 색이기도 하고, 또 밝은 색의 불빛이나 자동차 헤드라이트 등은 빨강이 많기 때문에 빨강을 반사시키도록 만드는 것이 눈의 건강에는 가장 좋다.
그러나 빨강은 미관상 매우 안 좋기 때문에 대부분의 렌즈는 빨강이 아닌 녹색을 띄도록 만든다는 설명이었다. 이 문제는 렌즈 제작업체인 에실로의 사장님께서도 확인해 주셨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렌즈 반사광 색들의 차이는 얇게 만든 코팅을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렌즈 제작업체 에실로의 사장님께 여쭤보니 코팅의 두께는 무조건 0.3㎛로 입힌다고 한다. 이 두께는 특정한 색상을 표준으로 설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가시광선의 파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반사방지막의 두께를 결정한 것이다.

색이 바뀌는 현상은 얇은 막 간섭이 일어날 때 간섭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뜻이 된다. 간섭한 결과 보강되는 색과 상쇄되는 색이 공기중에서와 물속에서 차이가 난다는 의미. 일반적으로 상쇄되는 색의 보색(색상환의 반대 위치의 색)으로 보이게 된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는 반사되는 경계에서 반사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반사방식이란 것은 고정단 반사와 자유단 반사를 말하는 것인데, 동일한 (기하학적) 물리조건에서 고정단 반사와 자유단 반사의 성질만 바뀐다면 빛의 반파장에 해당하는 만큼의 반사광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빨강의 표준 파장은 6000Å(0.6㎛)이므로 반파장 0.3㎛만큼의 크기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박막에 사용하는 산화규소와 산화지르코늄의 굴절율은 각각 1.5, 1.6, 1.67이므로 안경을 물 속에 넣었다고 반사방식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두 번째 방식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방식도 경우에 따라서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반사방지막 속에서의 빛의 진행경로가 바뀌는 것이다. 어떻게 빛의 이동경로가 바뀌게 될까? 이를 생각하자면 조금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한다.
물과 공기는 굴절률이 약간 차이가 난다. 약 1.34와 1.0005 정도다. 박막의 굴절율이 일정하더라도 박막과 접하고 있는 물질이 공기에서 물로 바뀐다면 표면에서 굴절하는 각도가 달라진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공기에서 박막으로 빛이 들어갈 때가 물에서 박막으로 들어갈 때보다 각도가 더 크게 꺾이는 것이다. 이 차이는 작지만 확실히 우리가 색의 변화를 느낄 정도의 차이를 만든다. 위 그림에서 한 지점에서 우리가 보는 빛은 ①번 빛과 ②번 빛이 합쳐진 빛이다. 이 차이는 박막 안에서의 경로(파란 부분)의 차이만큼이다. 초록과 보라의 파장의 차이는 약 500Å(0.05㎛) 정도이므로 0.3㎛의 박막 두께를 고려한다면 대부분의 각도에서 초록의 상이 보라의 상으로 바뀌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같은 안경도 상이 비춰지는 각도가 커짐에 따라서 박막 내부에서 지나가는 빛의 경로가 길어지므로 안경에 비스듬히 비춘 빛은 공기중에서도 보라색으로 보일 수 있다. 여러분들 주변의 안경을 하나 구해서 지금 당장 실험해 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를 지나가면 자주 보이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링크의 8번째 꼭지의 비행기 그림자가 있는 사진을 보기 바란다.)
재미있는 것은 물 속에 담근 안경을 비스듬히 보면 반사된 상이 희게 보이거나 완전히 안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나의 궁금증을 위해서 친절히 답변해 주신 에실로의 반경민 사장님께 감사드린다.

ps. 재미있는 관련 사이트
http://physica.gsnu.ac.kr/phtml/optics/light/color/colo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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