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한 가벼움의 픽사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

이제는 픽사(pixar) 작품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 디즈니(Disney)에게 인수합병된 뒤에는 기획에서 예전의 참신함은 사라지고, 상업적으로 성공할만한 작품 위주로 만드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디즈니에 합병된 것이 2007 년이었고, 픽사 시절에 기획됐던 작품은 2011 년에 제작된 [카 2] 까지이다. 그 뒤의 [메릴다와 마법의 숲]부터는 디즈니에 합병된 뒤에 기획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뒤에 발표된 작품 중에 후속작을 뺀 [메리다와 마법의 숲], [인사이드 아웃], [굿 다이노], [코코]는 전체적으로 디즈니 느낌이 강하게 배어난다. 절반은 디즈니에서, 절반은 픽사에서 만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픽사 작품을 가끔 하나씩은 보고 있다. 이번 [온워드]의 경우 메가박스의 MX관에서 보면 메가박스*픽사 20주년 기념 클립북을 주고, CGV의 IMAX에서 보면 특별한 포스터를 준다고 해서 개봉한 날에 두 번을 몰아봤다. 그래픽은 정말 좋았다! 현실처럼 영화를 만든다면, 진짜 배우가 연기한 건지 구분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음향도 좋았다. 종종 음악이 너무 장중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이 점은 문제가 될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재미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재미 면에서 화룡정점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두 번째 볼 때는 한 30 분쯤 졸았… 아니 잤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살펴보자.


배경에 대한 생각

픽사가 만든 작품의 배경은 [업] 하나 빼면 모두 판타지 세계다. 그러니까 픽사 작품은 배경의 차이를 생각해 보려면 어떤 특성의 판타지냐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온워드]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세계이다.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어떨까? 마법을 쓸 수 있는 배경은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과 [온워드](2020) 딱 둘뿐이다. 비슷한 것으로 [인크레더블](2004)과 [인크레더블 2](2018)가 있지만, 이건 히어로물이기 때문에 종류가 좀 다른 판타지물이다. 그런데 [온워드]가 다른 회사에서 만든 마법 판타지와 다른 점은 과학이 발전하는 세계라는 것이다. 다른 마법 판타지물은 보통 마법을 이용해서 다른 인물과 겨루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면, [온워드]는 과학에 떠밀려 사라져가는 마법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픽사답게 배경을 설정했다고 할 수 있다.

형은 마법을 좋아하지만 마법능력은 없다.
동생은 마법엔 신경도 안 쓰지만 마법능력이 강하다.

그중에서 주인공 형이 뭔가를 할 때 마법 게임 카드에서 정보를 얻는데, 이건 영화 전개에 있어서 노련한 설정이다. 카드 관련상품을 팔아먹으려는 노림으로 보이기도 한다.(이렇게 보이는 게 몇 가지 있었다.) 그럼 우리는 하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영화가 우선이고 부가적으로 관련 상품을 덤으로 팔 것이냐, 관련 상품 판매에 좋은 영화를 만들 것이냐 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원래의 픽사는 둘 다 할 줄 모르는 회사이었고, 디즈니는 상품 판매에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게 장기인 회사이다.) 따라서 이 설정은 현명한 설정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한 발자국만 잘못 디디면 영화가 흥행하지 못하여 문제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작품 자체가 수준이 너무 낮으면 애초에 거론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지만…..

등장인물에 대한 생각

[온워드]의 주인공은 두 명… 불량배 형 ‘발리’와 모범생 동생 ‘이안’이다. 마법으로 되돌아오던 중에 문제가 생겨서 다리만 있는 아버지, 어머니 ‘로렐’, 만티코어 ‘옥타비아’, 그리고 용…응? 등이 조연이다.

동생 이안과 형 발리 : 이 둘은 늘 이 표정이다.

픽사 다운 배경설정에 등장인물 설정까지는 나빠보이지 않는다. 염려가 되는 것이라면, 등장인물들이 기존의 판타지물의 등장인물과 겹쳐보인다는 것이다. 즉 클리셰를 통해 보게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클리셰를 깨야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텐데, 그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영화 초반을 보면서 과연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오히려 관심을 받을 수 있다. 결국은 실패!!)

만티코어 옥타비아라는 인물 설정은 재미있었다.

[온워드]를 처음 볼 때 든 생각이 산만하고 수다스럽다는 것이었다. 우선 형 발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뭔가를 말한다. 중간에 잠깐 말이 없는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다시 말이 많아진다. 그러나 영화를 산만하고 수다스럽다고 느끼는 건 꼭 등장인물들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가 늘 뭔가가 일어나도록 구성돼 있고, 일률적인 지향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관객이 산만한 느낌을 갖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분위기가 끝까지 가리라고는….-_-

영화의 전개방법에 대한 생각 : 습자지보다 조금 두꺼운…

몇백 개 이상의 장면으로 구성되는 영화는 많은 작은 사건이 주르륵 나열될 수밖에 없다. 이 작은 사건들은 큰 사건이 되고, 큰 사건은 중심사건의 일부분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걸어가는 사건이 있다면 이 사건들이 모이고, 앞뒤로 자동차가 멈추는 장면과 주유소에 도착하는 장면이 붙어서 자동차가 연료가 떨어져서 주유소까지 걸어가서 기름을 사는 큰 사건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하거나, 도주하거나 그런 영화를 관통하는 중심사건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작은 사건은 스스로의 논리적 완결성이나 집중도만 갖추면 된다. 중심사건은 감독이 하려던 이야기 자체를 뜻하며, 그게 사상적이나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어른들의 사정이 작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반면 큰 사건은 작은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중심사건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동시에 스스로의 존재에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영화에서 문제가 있다면, 대부분 큰 사건에서 붉어진다. 그만큼 다루기 힘들다.

큰 사건을 적당히 조절하면 대상연령을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 반대로 대상에 따라 큰 사건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큰 사건이 매우 짧게 구성돼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렇게 만들면 관객이 보기는 편하다. 그런데…. 집중력을 아직 갖추기 전인 어린이가 아니라면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별로 없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도 높다. [개구장이 뽀로로] 같은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생각해보면 된다. 어른들도 뽀로로 보고 많이 좋아하지만, 오랫동안 보지는 않는다.
한편 모든 큰 사건을 너무 길게 끌고 가면 관객은 피로를 느끼기 쉽다. 더군다나 영화 한 편 안에서 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다보니 여러 개가 동시에 진행되며 겹쳐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데뷔작이었던 [게르의 전설]을 보면 큰 사건의 길이가 하나같이 전부 길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쉽게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결국 큰 사건을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게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니, 말을 잘못했다. 큰 사건은 긴 것과 짧은 것이 적당히 섞여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온워드]를 생각해보자. 앞에서 말했듯이 작은 사건과 중심사건은 뭐 그냥 괜찮았다고 치자. 그런데 큰 사건도 괜찮았을까? 나는 이 영화를 본 뒤에 초등학교 저학년용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매우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거의 모든 큰 사건이 매우 짧았고, 서로 거의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영화가 초등학교 저학년용이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중심사건이나 작은 사건의 소재가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맞지 않는다.

결국 [온워드]는 영화 각 부분에서 대상연령을 일치시키지 못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시나리오의 문제

스포일러 경고

나는 중간까지는 시나리오에 대해서 호불호를 따지지 않고 별 생각 없이 보았다.

형제에게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 생일선물로 주어지고, 그 뒤에 형의 실수로 아버지가 하반신만 돌아오고…(이 장면에서 형 발리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었다.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행동이 아닐까?) 형제는 아버지 몸의 나머지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모험을 떠난다.

절반만 돌아온 아버지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주인공과 경찰이 자동차 경주하듯 운전하는 장면은 아마도 [카]를 오마주한 것이리라! 특히 마지막에 돌에 깔려 차가 보이지도 않게 되는 장면은 최근 상영중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카]의 ‘메이터’를 떠올리게도 했다. 여기까지는 픽사 작품 치고는 별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픽사라는 이름값이 아니라면 그런대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우선 까마귀를 쫓아간다는 설정…. 들판 한가운데에 까마귀 동상을 그렇게 눈에 잘 띄게 세워놓으면 그것 자체로 유명세를 타지 않을까? 또는 한두 개는 금방 소실되지 않을까? 마지막에 사용될 키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발견하고, 빼내는 걸 알 수 있었을까? [인디애나 존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동굴신이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었을까? 뭐 이런 문제가 있는 설정이 너무 남발됐다. 그 뒤에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에 하수구 뚜껑을 열고 나오는 장면은… (이것도 다른 많은 영화들 오마주라고 생각되지만) 뭔가 굉장히 어설펐다. 도착지역이 출발지역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더라도 시나리오가 어설퍼도 너무 어설펐다. 마법의 돌이 분수대에 있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 형 발리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걸 막는 인부들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법의 돌이 1 회용이라는 설정은 더욱더 웃긴다. 마법지팡이가 바다에 빠진 뒤에 손에 찔려있던 마법지팡이의 가시를 다시 크게 확대해서 들고 싸우는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가시 하나하나가 마법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소중히 여겨 다듬지도 않는다면서도, 작은 가시가 똑같은 힘을 낸다면….. 이건 애초에 문제가 있는 설정이다. (아마 시나리오 작가가 가시를 확대해서 그걸로 다시 싸운다는 설정 중 가시가 박혔다는 사건에 논리적 연관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설치한 이전의 가시 아야기가 오히려 논리적 설정을 더 약하게 만든 게 아닐까?) 이런 식으로 후반 절반은 정말… (전개방식도 물론 말도 안 되는 거였지만) 시나리오 소재들이 말도 안 됐다.

참고로, 용과 싸우는 마지막은 꼭 [드래곤 길들이기] 느낌이 나기도 했다.

마지막 세계에서 사람들이 마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건 [소림축구]를 떠올리게 했다. 이건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시작할 때 마법을 쓰기 어렵다며 과학을 이용하기 위해 몰려갔던 사람들…. 그러나 모든 것이 어느정도 이상 수준이 되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과학도 물론 마찬가지여서 일상에서 과학을 쓰는 세계에서는 마법의 매력이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니까 갑자기 나타난 마법에 관심을 갖는 건 다연하다!
물론 이것도 마법이 순식간에 대가 끊길 정도로 사회가 과학 쪽으로 급변했다는 것은 논리적인 약점이다. 보통은 그래서 판타지 요소를 되살릴 때까지 수백 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는 설정을 한다. (물론 그래서 또 다른 설정의 약점을 보이기는 한다. 여러 종족이 늘 조상보다 못난 걸 보면 퇴화되어가는 중인 것인가?….)

이처럼 영화의 전개방법과 시나리오에서 나타난 문제는 기존의 픽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제다. 심지어 완전히 망했던 [굿 다이노]조차도 이정도로 엉망은 아니었다. 그러니 픽사 답지 않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총평을 해야 할 순간이다. 이 작품을 보며 든 생각은 ‘초보감독이 좋은 기술진을 만나면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짜 초보감독이 만들었나 하고 찾아보니, 이미 [몬스터 대학교]를 만든 적이 있는 픽사 부사장이었다.-_-)

5 점 만점의 별점으로

★☆

ps.
예고편에 나오는 유니콘 이야기 중 일부가 나오지 않는다. 왜 잘렸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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