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방사능

높은 고도로 운항하는 비행기를 자주 타면 좋지 않다. 비행기 파일럿, 승무원 등은 그래서 건강을 헤칠 가능성이 크고, 2세가 유전병을 가질 확률도 크다. 우주선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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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북극항로를 새로 개설한 우리나라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탑승했을 때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겨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선진국 항공사들은 그전부터 항공사 홈페이지에 이러한 정보를 뚜렷하게 공개하고, 승무원 근무조건을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당시에 승무원들이 위험한 이유에 대해 적었던 글입니다.

글 쓴 때 : 2010.03.16 03:33

1. 방사선의 종류

중고등학교에서 방사선에 대해 α선, β선, γ선 모두 3 가지로 배웁니다. 이런 방사선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불안정한 원자핵이 안정되는 과정에서 방출하는 방사선이 얻기 가장 쉽습니다. 그리고 방사능은 방사선을 발생시킬 수 있는 물질 또는 방사선 자체를 가리킵니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방사선은 γ선입니다. γ선은 원자핵 속의 중성자와 양성자 같은 핵자 사이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포함되어 있을 때 방출되는 전자기파입니다. 한마디로 빛이죠. 빛 중에서 매우 큰 에너지를 갖는 것을 모두 일컷습니다. 다시 말해서 파장이 수십 nm보다 짧은 모든 전자기파입니다. 그래서 물질을 쉽게 투과하거나 교란시킵니다. 건물의 비파괴 검사나 치료용으로 사용합니다.

두 번째로 많이 알려진 방사선은 β선입니다. β선은 고속으로 날아가는 전자입니다. 핵 속에 안정적으로 있을 수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비율이 맞지 않을 때, 안정하기 위해서 중성자가 양성자, 전자, 반중성미자로 붕괴되면서 방출됩니다. (때로는 양성자가 중성자로 변화하면서 중성미자와 함께 반전자가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방출된 전자(반전자)가 외부로 방출되면 물체와 부딪히면서 화학결합을 교란시킵니다. 일반적인 화합물은 화학결합이 약간씩 교란돼도 큰 문젠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생물체의 DNA가 교란된다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살펴볼 방사선은 α선입니다. α선은 원자핵이 γ선이나 β선을 방출해도 안정되지 못할 때 큰 에너지를 갖는 핵자 덩어리(양성자 2개, 중성자 2개를 갖는 헬륨원자핵)를 외부로 방출하면서 발생합니다. 그 특성상 투과력은 크지 않아 공기 중에서도 몇 cm정도 투과하는 정도지만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위험성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투과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바위 속에서 생긴 α선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로 쉽게 정지하며, 주변의 전자를 끌어들여 헬륨이 됩니다. 그래서 방사성물질이 많이 포함된 바위는 당연히 헬륨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방사선은 지구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어서 익숙하기에 특별한 이름이 붙었을 뿐입니다. 방사선의 종류는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2. 지구의 대기권의 두께

중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지구 대기의 구조에 대해서 자세하게 배웁니다. 대류권은 적도 부근에서 12~15 km의 두께를 갖는 반면, 극지방에서는 얇아서 6~8 km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는 태양으로부터 거의 에너지를 받지 못해 고요한 편인 극지방보다 에너지를 많이 받아서 상승과 하강의 혼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적도 부근이 대류권이 더 두꺼워지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또 공기는 압축성 유체이기 때문에 압력이 높은 곳에 더 많은 공기분자가 포함됩니다. 그래서 지구에 존재하는 공기의 90% 정도는 고도가 낮은 대류권에 있습니다. 비행기와 방사선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대기의 이러한 성질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구의 자기장은 대부분의 태양풍으로부터 지구의 생물들을 보호해 주지만, 우주선을 모두 막아줄 정도로 강하진 않습니다. 특히 지자기가 땅속에서 올라오는 극지방 부근에서는 태양풍도 막아주지지 못합니다. 그래서 매우 낮은 고도에까지 방사선이 내려옵니다.
태양풍이 유달리 강할 때는 더 심각해져서 저위도 지역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퀘백주 정전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그런 건 세기에 한두 번 뿐이지만요.

에너지가 매우 큰 우주선은 지구의 자기장이 거의 막아주지 못합니다.

3. 우주선

우주선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Cosmic Ray)를 말합니다. 우주에는 끊임없이 전자기파와 각종 소립자, 플라즈마가 날아다니고 있는데 이러한 모든 것을 우주선이라고 합니다. 방사선이죠. 우주선을 이루는 입자들은 지구까지 매우 오랫동안 날아왔기 때문에 이미 전자, 양성자, α입자 같은 매우 안정적인 입자로 변해 있습니다. 중성자 같은 입자는 수명이 매우 짧기 때문에 우주선에 포함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우주선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는 방사선에 영향을 쉽게 받아 오동작을 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인공위성을 만들기 위해서 우주선의 영향을 적게 받는 부품을 특별히 제작해 사용합니다. 또한 우주선은 인공위성의 자세도 흐트러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공위성의 수명은 부품의 고장나거나는 가동 에너지가 떨어져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세를 제어하기 위한 분사용 연료가 떨어져 끝납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우주선(spaceship)을 타고 우주여행을 많이 하는 시대가 된다면, 우주선(Cosmic Ray)이 사람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는 비행기 승무원이나 파일럿의 건강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1차 우주선과 2차 우주선

우주선이 우주에서 오는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히 어디서 오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주가 생겨난 태초부터 큰 에너지를 갖고 있던 입자였는지, 우리은하의 별이 초신성 폭발을 하면서 방출된 입자들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어딘가에서 오는 것인지 명확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튼, 우주선은 매우 다양한 입자가 매우 다양한 에너지를 갖고 우주를 떠돌다가 우연히 지구에 도착한 것입니다.
지구에 도착한 우주선은 대기 상층에 있는 원자의 원자핵과 충돌합니다. 충돌한 우주선과 원자핵은 더 많은 입자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생겨난 입자들은 때로는 안정적인 소립자일 경우도 있지만, 수명이 매우 짧은 뮤(μ)입자 같은 입자도 포함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입자들의 에너지는 우주선 에너지보다는 적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큰 에너지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입자들을 2차 우주선이라고 부릅니다. 이와 비교하여 처음 날아왔던 우주선을 1차 우주선이라고 부릅니다.

Physical Review Vol 43. p491 (1933)

2 차 우주선은 물리학사에 중요하게 등장하곤 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앤더슨에 의해 1932년 발견되었던 양전자입니다. 고산지대에서 찍은 안개상자 사진에 양전자의 궤적의 모습이 찍혔고, 그래서 디랙의 방정식의 해로서 이론적으로만 존재가 예견되었던 반물질이 실험적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뮤입자의 경우도 물리학사의 중요한 한 장을 장식합니다. 뮤입자의 평균수명을 측정하면 0.000002초로 측정되는데, 뮤온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이 시간동안 날아갈 수 있는 거리는 몇 백 m 뿐이라는 것은 쉽게 계산됩니다. 그러나 1차 우주선으로부터 생성된 뮤입자가 지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먼 거리는 날아가야 합니다. 이 문제는 한동안 물리학계의 난제로 남아있었지만, 움직이는 입자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상대성이론으로 이해됩니다. 뮤입자가 빠르게 움직이다보니 시간이 지연되어 지면에 도달할 때까지 붕괴하지 않은 것이죠.

이처럼 α선, β선, γ선 이외의 다양한 고에너지 입자로 구성된 우주선도 방사선입니다.

우주선의 영향

이밖에도 우주선의 영향은 훨씬 더 다양하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 드린 인공위성의 동작에러 뿐만이 아니라 기상현상인 번개도 우주선의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가 실험실에서 측정한 공기중에서 방전하는데 필요한 전압은 1 cm당 약 3만 V입니다. 이 전압이 되면 전기장이 공기 일부를 이온화시킵니다. 이 이온이 움직이는 것이 번개죠. 물론 압력이 낮은 대기권 상층부에서는 이보다 낮은 전압에서 방전이 일어납니다. 그렇다고 번개가 구름에서 지표면까지 치려면 전압이 보통 수십~수백 억 V는 차이나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번개가 치는 과정을 연구한 학자들은 번개는 수~수십 억V의 전압만으로도 칠 수 있다고 합니다. 터무니 없이 낮은 전압입니다. 왜 이렇게 이론과 실제가 차이날까요? 우주선이 지나가면서 주변 공기를 이온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정확한 것은 더 연구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기상에 대해서 우리의 과학자들은 아직 거의 아무것도 모릅니다.)

탄소 방사성 동위원소(C14)의 발생도 우주선의 영향을 받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탄소 방사성 동위원소는 비교적 최근의 지질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 이 탄소(C14)는 시간이 지나면 안정적인 질소로 바뀝니다. 이런 영향에서 우리 몸도 예외가 될 수는 없죠.


4. 높은 고도일수록 방사선이 많아지는 이유

앞서 말씀드렸지만 우주선은 방사선의 일종입니다. 보통 우리가 자연방사선으로 접하는 우주선이나 비행기를 탔을 때 접하는 우주선은 1차 우주선이 아니라 2차 우주선이라서 에너지가 작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주선은 대류권 상층부분을 지나면서 자발적으로 붕괴하거나 공기입자들과 충돌하는 빈도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대류권으로 들어오면 급격하게 양이 줄어듭니다. 대기가 거의 차단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표에서 받는 자연방사선은 1 년에 3.5 mSv/년 정도로 낮아집니다. 이것과 비교할 때, 진찰용 X선 촬영은 1 번에 0.1 mSv 정도의 방사선이라고 합니다.

비행기의 비행고도는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서 대류권 상층~성층권 정도의 고도를 유지합니다. 보통 10~13 km 높이입니다. 당연히 지표면보다 방사선이 강합니다. 극지방은 대류권의 높이가 낮고, 지자기도 약하기 때문에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북극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1 번 X선 촬영할 때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될 수도 있니다. 만약 일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북극해를 운항하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무원이 있다면 자연방사선의 두 배에 가까운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물론 일반적인 비행노선에서도 평소보다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주선에 의한 방사선의 영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적은 양의 방사선은 단지 우리를 좀 더 피곤하게 만들 뿐이지만 방사선의 양이 점점 많아지면 면역력 저하 등의 증상이 생기다가 기형아 출산이나 유산, 급기야 암 같은 유전성 질병의 발병확률이 높아집니다. 낮은 방사선에 노출되더라도 다양한 증상이 생깁니다. 확률에 따라서요.

2차 세계대전 중에 원자폭탄을 만든 미국의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던 유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P. Feynman)이나 방사선 연구로 노벨상을 두 개나 탔었던 퀴리부인(Marie Curie) 등 당시 방사선을 연구했던 많은 과학자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5. 대책

대학교에서 양자역학을 가르치시던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전자렌지에 대해 설명하시다가 갑자기 늘어놓으시던 푸념이 생각납니다.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이 몸에 매우 안 좋습니다. 특히 여자들이 비행기를 탑승하게 되면 유산이나 기형아 출산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항공기 승무원으로 미스(miss)를 채용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 항공기를 타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항공기 승무원은 결혼하여 자녀를 이미 출산한 여자들입니다. 어떤 때는 중년 아줌마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아가씨들만 승무원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 아가씨들이 나중에 결혼하면 매우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수업을 듣는 남학생들은 나중에 결혼할 때 항공사 승무원 여성과는 절대로 결혼하지 마세요.”

이 뒤를 이어서 신혼 때는 전자렌지를 사용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다시 수업으로 진행하셨습니다.

항공기와 방사능의 관계에 대한 1차적인 대책은 교수님의 말씀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임시방편일 뿐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6. 기타 잡담

이 글에서는 우주선이 우리에게 주는 피해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우주선이 꼭 나쁜 것일까요? 우주선이 우리에게 암 같은 유전성 질병을 발병시키는 이유는 유전자를 변형시키기 때문입니다.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기본적인 원리는 앤더슨의 안개상자 속에서 양전자가 물방울을 만들면서 날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DNA 안에 있는 원자를 들뜨게 하기 때문이죠.

만약 우주선이 없었다면 암 같은 유전성 질병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겠죠. 하지만 유전자의 변이가 반드시 필요한 진화를 촉진해왔을 것이하고 추측도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먼 과거에 태양 주변에서 초신성이 폭발해서 생명이 폭발적으로 다양하게 진화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운석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했던 대사멸기가 지난 뒤에는 반드시 생명체가 급격히 진화하여 생명의 다양성이 빠르게 복원되었던 이유가 옅어진 대기를 뚫고 들어오던 우주선 덕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우주선이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닐지 몰라도, 필요조건이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 다만 인위적이거나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을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죠.

뿐만 아니라 현재 지구상에 있는 가장 거대한 연구시설인 페르미 입자가속기와 선 입자가속기의 뒤를 잇는 미국의 차세대 입자가속기 계획(SSC)이 미국의 의회에 의해서 무산(1994)되었습니다. 우주의 시작에 대해서 좀 더 알기 위해서 더 거대한 입자가속기를 갖기를 희망하지만 경제적인 벽에 부딪힌 것이죠. 

언젠가는 더 강력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입자가속기가 저렴하게 개발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인간의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입자들의 연구를 진행하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윌슨의 안개상자를 다시금 들고 우주로 올라가서 우주선으로부터 거대한 에너지를 갖는 입자를 찾는 작업이라도 하려고 노력합니다. 어쩌면 우주선은 인간, 아니 물리학자들에게만이라도 지적 발전의 방법을 다시 제공해 줄지도 모릅니다.

ps. 앤더슨의 안개상자 (Carl D. Anderson’s bubble chamber)

1932 년 젊은 물리학자였던 앤더슨은 습도가 높은 공기 속에 안개를 일으키는 현상을 연구하다가 먼지뿐만 아니라 전하도 안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앤더슨은 깨끗한 공기가 들어있는 상자를 만들고, 한 쪽 벽면을 피스톤처럼 움직이게 하여 내부 공기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게 만듧니다. 상자 안 공기에는 수분을 적절히 넣어서 수축시켰을 때는 수분이 증발하고, 팽창시켰을 때는 수분이 과냉각되도록 유지시킵니다. 바로바로 기존의 안개를 증발시키고, 새로운 과냉각 상태를 만들어야 하므로 피스톤을 적절한 주기로 움직여서 압력을 조절해줘야 합니다.
다른 한 면은 투명하게 만들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듧니다.

cloud_chamber of gamma rays curl

당시 우주선의 존재가 오스트리아의 빅토르 헤스에 의해 알려져 있었으므로, 앤더슨은 로키산맥 고지대로 안개상자를 들고 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주선은 언제나 많이 지나가므로, 안개상자에는 늘 새로운 궤적이 생겨나고 곧 없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앤더슨은 하늘에서 오던 우주선이 로렌츠의 힘을 받아 휘어질 수 있도록 안개상자에 지면에 수평이 되도록 자기장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궤적이 휘는 방향으로 입자의 전하를 알 수 있었고, 휘는 양과 변화속도를 이용해서 속도와 질량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빠른 입자는 물방울을 작게 형성시킬 것이고, 가벼운 입자는 운동에너지가 적으므로 더 빨리 에너지를 잃고 더 작은 원을 그리다가 멈춥니다. 그러므로 안개상자에 관찰된 궤적만 있으면 입자의 전하, 질량, 속력을 알 수 있습니다.

몇 달 동안 계속 찍은 끝에 기존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사진을 한 장 얻게 됩니다. 그 사진이 본문에 삽입한 Physical Review Vol 43. p491 (1933)의 사진입니다.

당시 상대성이론과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모두 잘 알고 있던 디랙은 원자 속에 있는 전자는 빛 속도의 0.01~0.1 배 정도로 매우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두 이론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된다는 결론을 얻고, 이 두 이론을 혼합하여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의 변형판인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게 됩니다. (우리는 그 방정식을 ‘디렉방정식’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 방정식의 해는 +와 -의 전하를 갖는 두 종류의 전자를 뜻했습니다. 물론 최초로 디랙이 이 결과를 얻었을 때는 +전하의 전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버렸습니다. 그러나 앤더슨이 양의 이온을 갖는 양전자(Positron)을 발견함으로서 디랙방정식의 한 가지 해를 버릴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결국 앤더슨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1936년에 빅토르 헤스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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