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에서 이야기하는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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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 지난 뒤에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기술이 개발된다. 엔트로피가 감소하면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번역에서는 ‘역행’한다고 하며, 영어로는 ‘인버전’이라고 한다. 이때 시간이 서로 반대로 흐르는 존재끼리는 서로 방사능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방사능을 차단하는 의복을 갖춰야 한다.

이게 [테넷]에서 나오는 시간 역행의 기본적인 원리다. 여기에서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예전에 있었다. 루 게릭병에 걸린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진리를 추구했던 스티븐 호킹은 우주가 팽창한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만약 수축한다면 시간이 거꾸로 흐를 것이므로, 우리는 우주가 팽창하는지 수축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호킹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우주가 수축하면 엔트로피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기본 아이디어는 호킹의 이 이론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호킹은 동료와 거나한(?) 내기까지 하였지만, 결국 패배를 인정했다.


한 등장인물이 양전자(positron)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반물질은 물질과 완전히 똑같지만 전하가 반대인 물질을 말한다. 보통 우리 주의에 있는 반물질은 쌍생성으로 물질과 함께 생겨나서 다시 물질과 함께 쌍소멸하여 사라진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반물질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질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시공간에서 물질이 파란 화살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해본다면….

위 이미지에서 검은 색 선을 따라 입자가 움직인다고 생각해보자. 시간 b를 지날 때 이 입자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시간의 방향을 바꿔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뒤에 보라색 경로를 따라 움직이다가 시간 a를 지날 때 다시 에너지를 방출하고 시간의 방향을 다시 바꾼다.

이걸 우리의 시간흐름에 따라 생각하면 이렇게 된다. 처음에 입자 하나가 있었다. 시간 a일 때 그 옆에서 에너지로부터 쌍생성이 일어나 물질과 반물질이 생긴다. 이때 새로 생긴 반물질은 처음 있던 입자로 날아와서 시간 b일 때 충돌하여 쌍소멸하고,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두 가지 시나리오는 같은 이야기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 반대로 흐르면 전하가 뒤집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주변의 어떤 물질이든 닿는 순간 에너지로 변해서 전부 사라질 것이다. 시간여행을 하는 물체는 반물질이기 때문이다. 만약 주변 물질과 전혀 닿지 않고 있다가 과거의 자기 본인과 접촉한다면 모두 사라지는 건 영화에서 언급한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영화 [테넷]에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장치를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위의 두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는데, 둘 다 구현될 수 없는 기술이다. 뭐 영화는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니까, 이정도는 무시해도 된다.

나머지 몇몇 과학이론을 이야기하는 리뷰들이 있는데, 그건 다 필요없다. 부수적인 것일 뿐이니까!

[테넷] 포스터에서 발견한 유일한 과학적 장면 : 카르만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모래!

참고로 하나만 말해보자. 예전에는 엔트로피 증가가 시간이 흐름과 연관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해석은 약간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그래서 요즘 물리학자 중에 일부는 보다 더 근본적으로 시간과 관련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최소한 이 이론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물리학자는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소립자가 붕괴한다고 했을 때, 시간이 역행시켜도 붕괴가 반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는 건 엔트로피와 상관 없는 무엇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미래의 알고리즘 개발자는 알고리즘을 왜 과거(우리에게도 과거)에 왜 숨겼느냐 하는 시나리오상의 약점이 남는다. 보통 그게 문제가 되는 상황이 되면, 안 만들거나 만들었다면 숨기지 말고 그냥 파괴하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방법이었을 텐데….. 이 약점은 나중에 여러 가지 현상을 파생시켜서 더 많은 약점을 양산한다. 또 던져진 떡밥 중에 나중에까지 해소되지 않은 것도 꽤 많다. 이걸 전부 합하면 속편이나 드라마 같은 게 나올지도 모르겠다. 뭐 굳이 또 볼 생각까지는 없지만…..

영화의 중요 소재인 회전문

또한 미래인이 왜 과거인의 신호를 기다리는지도 이해할 수 없는 요소다. 아마도 영화를 절정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 만든 장치 같은데, 아무런 소용이 없어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과학을 들먹이면서 마케팅하는데, 과학과는 전혀 상관 없다. 어쩌면 내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싫어하는 게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구성은 내팽개치고, 마케팅에만 의존하여 흥행시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자체는 그냥 서사가 복잡할 뿐, 이야기 전개가 다 읽혀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그걸 숨기기 위해서 놀란 감독은 인물과 배경을 초반에 설명해주지 않고,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그때그때 설명한다. 그렇게 불친절하다보니 관객이 어렵게 느끼는 것이고….
그래서 이해 못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테넷]Tenet의 평점은… ★★

영화는 이제 그만 보고, 코로나19를 우선 무찌르자!

내게 타임머신이 있고, 과거인을 전멸시킬 생각이라면…………….
구지 싸우지 않고,인류가 절멸할 질병을 보내겠다.

다음 글도 짧게 썼다.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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