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수평을 잘 맞춰야 하는가?

예전에 여행 갔을 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주니, 제대로 보지도 않고서 수평이 맞는 사진 한 장만 남기고, 대각선 사진 등을 모조리 지워버리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또 단톡방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더니 수평을 하나도 안 맞추고 찍어놨다며 끌탕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취미이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 입장에서, 저런 행동은 상당히 강한 강박증이나 고정관념에 빠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나 그림에는 일반적으로 수많은 구도가 있는데, 수평은 그냥 그중에 하나의 구도를 결정하는 요소일 뿐이다. 모든 사진을 꼭 수평이 딱 맞는 구도로 찍을 필요가 있을까? 수평이 맞지 않는 구도가 더 나은 경우가 매우 많다.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들을 한번 살펴보자. 이 영화의 포스터는 등장인물마다 한 장씩 8 장이 만들어졌고, 모든 등장인물이 포함된 것이 한 장 만들어져서, 공식적으로 모두 9 장이 발표됐다.

우선 수평이 필요없는, 또는 기준을 잡을 수 없는 사진이 두 장이다. 다송이 사진의 경우는 언뜻 수평을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지만, 배경인 대나무란 것이 수평을 딱 맞춰서 자라는 것이 아니다보니 기준이 애매하다.

 

다음으로, 수평이 딱 맞는 사진은 네 장이다.

 

마지막 세 장은 수평이 맞지 않는다. 그중에 두 장은 한눈에 삐딱한 사진임을 알 수 있다. 이중에 다혜 사진은 다혜의 심리적 불안을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특히 눈에 띄게 기울어져있다.

 

이상으로, <기생충> 한 영화의 포스터로 제작된 9 장의 사진 중에 1/3이 수평을 맞추지 않는 사진이다. 영상을 한다는 사람, 특히 봉준호 감독과 일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뽑아 포스터를 만들 때도, 수평을 딱 맞추지는 않는 것이다. 이건 수평 맞추기는 완벽한 영상을 위한 어떠한 기준도 아님을 잘 보여준다.

수평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어떤 강박증을 갖고 있거나, 잘못된 생각의 프레임에 빠져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자기가 이 글 첫머리에서 예로 들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일부러라도 수평을 맞춘 사진을 찍지 말고, 흐트른 사진만을 찍어보자. 그리고, 남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다면, 부탁받은 사람이 어떻게 찍었건 그대로 만족하자. 진짜 나쁜 사진이라면, 찍어준 사람이 더 불만과 아쉬움을 가질 테니까.

ps.
솔직히 나도 여행지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고 하는 편인데, 그렇게 부탁해서 만족할만한 사진을 얻은 건 서너 번밖에 없다. 심지어 사진 좀 찍는다는 사람들이 모인 촬영회에서 부탁했을 때도 만족한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도 (아쉬웠던 적이 없던 건 아니지만) 불만을 가져본 적은 없다. 오히려 남을 찍어줬을 때 (부탁한 사람과 상관없이) 불만이나 아쉬움을 느낀 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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