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가짜오디션의 진실’ 예고에 대한 생각

PD수첩이 ‘가짜오디션의 진실’편을 방송한다고 한다. 이 예고편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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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계열 방송사가 주도해오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비리를 2019.10.15에 방송한다고 PD수첩이 예고했다. 간단히 말해서 미리 뽑힐 사람을 결정해두고, 형식만 국민오디션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표 집계 결과에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마치 이명박과 박근혜가 당선되던 대선에서 벌어졌던 이상한 현상들처럼, 득표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거나 하는 문제 말이다. 예전에 이 문제를 보자마자 난 두 가지 이야기를 떠올랐다. 한번 살펴보면 좋겠다.


첫째.

아래 글은 내가 2007.10.24에 썼던 ‘프로화와 고도화의 함정‘이라는 글 중 첫 번째 장이다. (원래 글은 모두 9 개의 장과 하나의 추가된 이야기로 구성돼 있었다.) 이 당시엔 내가 글을 제대로 쓸 줄 몰랐기 때문에, 당시에 썼던 내 글은 나도 읽기 힘들다. 이 점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1. SBS “도전! 성공시대 내일은 모델퀸”

2006년 여름에 위의 제목과 같은 TV 방송물이 있었다. 짧게 <도전 모델퀸>이라고 불렀었다. 11명의 모델 경험 없는 미시들을 뽑아서 몇 달간 훈련시켜 (훈련도중 부적격자는 계속 탈락시킨다.) 그 중 한 명을 패션모델로 활동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이며 전부인 프로그램이었다.
첫 방송은 보지 못했지만 두 번째 방송부터 종종 볼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11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제각각인 나름의 미를 풍기고 있었다. 처음 볼 때 어떤 미시가 끝까지 살아남을까 하고 궁금했기에 계속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보기에 세 명 정도는 상당히 호감이 가는 얼굴이었고, 일반적인 모델과는 얼굴이 거리가 좀 있는 편이었다. 물론 11명 중에서 두세 명의 생김새는 일반 모델들과 상당히 비슷한 편이었다.
처음 볼 때 대략 다음과 같은 가정을 했다.

  1. 대략 모델과 비슷한 사람들과 호감 가는 사람들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끝까지 살아남는다.
  2. 최후에 살아남는 사람은 모델과 비슷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첫 번째 가정은 정확히 적중했다. 최후의 5인이 살아남을 때에 내가 찍었던 여섯 중에 다섯이 살아남았다. 모델과 비슷했던 나머지 한 명은 도중에 연습시간에 지각이 너무 많아서 탈락했다. 여기서 내가 한 두 번째 가정이 안 맞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 최소한 모델과 비슷한 사람들과 호감 가는 사람들의 탈락 순서가 섞여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모델 훈련 학원 원장이라는 사람이 세 명의 탈락자를 발표했을 때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남은 두 명은 처음 보던 날 모델처럼 생겼기 때문에 최후에 남아있을 거라고 했던 세 명중의 두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미스코리아와 슈퍼모델

언제부터인가 여성의 상품화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미스코리아와 슈퍼모델…..
그런데 이 두 미인대회에서 뽑히는 여자들은 일반 대중에게 미인이라는 평가를 받기가 힘들다. 미스코리아의 ‘진, 선, 미’ 3명만을 놓고 보더라도 미인이라는 평을 받지 수상자는 별로 없다. 물론 간혹 정말 기막힌 미인(고현정 같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인대회에 무엇이 문제였을까? 왜 일반 대중들의 미적 감각에 맞지 않는 미인(?)들이 뽑히는 것일까? 미인대회 혹은 평가단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일반 대중들이 잘못된 것인가?

레이싱걸

레이싱걸이란 원래 자동차 경주에서 관객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성적인 상품과도 같은 여자를 뜻했었다. 레이싱 대회를 구경 온 남자들에게 눈요깃감 정도로 준비됐던 모델들이라 생각하면 될듯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뜻의 폭이 넓어져서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도우미들을 일컫는 용어가 됐고, 최근에는 각종 전시회 등에도 많이 불려 다닌다. 일반적으로 레이싱걸들은 미와 신체적 조건에 따라서 초기 등급이 결정되고, 인기에 따라서 등급이 약간씩 상승하거나 하락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레이싱걸들 중에 인기가 많아지면 모델이 되는 경우도 있고, 가장 최후의 목표인 탤런트 같은 연예인이 될 길도 열려있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 레이싱걸에서 모델이 되는 경우도 별로 없다. 왜 그런 것일까?
‘모델퀸’, ‘미스코리아’와 ‘슈퍼모델’, ‘레이싱걸’의 문제에서 공통적인 문제는 일반인들의 미적 감각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이는 각각의 미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너무나 전문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삐쩍 마르고, 골격이 장대한(?) 여자들이 대부분 모델이 된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브라질의 한 모델 소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 모델계의 비평이 사실은 전문 비평가의 비평 기준의 고도화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둘째.

이것은 아마 <모델퀸>과 비슷한 시기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도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2000 년대 중반 언젠가, 노량진이 포함된 지역에 케이블방송을 송출해주는 회사(SO)를 전부 흡수통합하게 된다. (내가 이 문장에 주어를 못 쓰는 이유를 이해해 달라. 주어를 쓰는 순간 주어가 나를 고소할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SO의 지역독점화를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량진 부근에 있던 한 쇼핑 관련 케이블방송사 사장이 자살한다. 왜 그랬을까? 방송송출권을 독접하게 된 그 회사가 방송송출권을 무기로 방송사를 단돈 3억 원에 인수해버린다. (방송사가 있는 지역의 SO를 통하지 않고는 다른 SO에게도 방송을 내보낼 수 없었나보다.) 방송사 사장이 평생의 노력을 쏟아부어 만든 방송사를 헐값에 빼앗긴 뒤에 그냥 자살해버린 것이다. (나중에 검색해 봤는데, 이 사건은 언론에 기사 하나 나오지 않았다.) 나무위키의 ‘케이블 방송’ 항목을 잠시 살펴보자.

뿐만 아니라 일부 채널에 대해 케이블 TV로만 송출해달라는 로비를 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온미디어의 투니버스, OCN, 슈퍼액션 등이 2003년에 그리고 CJ미디어의 tvN, XTM이 각각 2007년과 2005년에 송출 중단되었는데, 당시 스카이라이프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비하면 아직 영세한 신생 사업자였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시장 독점권을 남용해서 불공정한 행위를 한 것인데, 그러나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확실한 제재 조치를 하지 못했다. 그 이유가 표면상으로는 온미디어/CJ미디어에 시청료 및 광고료 지급을 더 높게 해주는 등의 교묘한 우대 정책을 썼기 때문. 게다가 당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논리가 참 해괴했는데, 플랫폼 컨텐츠 차별화였다. 즉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이기 때문에 송출 채널에 대해서도 특정 플랫폼이 독점하는게 당연하다는 것이었는데 당연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인용한 글 중에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을 읽어보기 바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시당초에 케이블방송을 송출해주는 회사가 전부 흡수통합되는 걸 막았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의 문제제기에 늘 기업 편을 드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나?

아… 하려는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 방송사를 헐값에 빼앗았던 기업은 지금도 그 쇼핑몰 케이블방송사를 잘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재벌로 성장했다.


 

이 두 가지 이야기는 주체와 현상은 다르지만, 같은 출발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PD수첩의 예고편과도 연관된 이야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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