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은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큰 에너지의 입자다. 초신성 폭발과 같은 현상으로 큰 에너지가 갖게 된 입자가 아닌가 추측된다. 그래서 우주선이 갖고 있던 에너지 단위는 상상을 초월해서, 때로는 입자가속기로도 가속시킨 입자보다 수십 배 이상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입자도 관측된다.

폴 디렉은 원자 안에 있는 전자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고려하여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을 수정해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었다. 이 방정식은 디렉 방정식이라고 부르며, 양자역학 교재에 기본적으로 실려있다. (이 방정식의 풀이는 분량도 많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으나 막상 풀기는 어렵다.) 이 방정식을 수학적으로 풀면 모든 것이 똑같고, 전하 부호만 반대인 두 개의 해가 구해진다. 폴 디렉마져도 처음 이 방정식을 풀었을 땐 둘 중에 양의 부호인 하나의 해는 버렸다. 그러나 안개상자를 처음 발명했던 앤더슨은 안개상자에서 찍은 사진을 분석하다가 전자와 전하가 반대인 반전자(양전자, positron)를 발견했다. 이 발견은 디랙 방정식에서 유도된 반물질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였다.

안개상자에 라돈 광물을 넣었을 때 방사선이 관찰되는 모습

대부분의 우주선이 지구에 도달하면 지상으로부터 수십~수백 km 상공인 대기의 열권과 중간권에 있는 원자과 충돌하여 다양한 소립자을 만든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가장 최초로 발견된 우주선의 이차 입자 중 하나인 뮤온(muon, μ)이다. 뮤온은 안개상자에서 빈번히 관측됐다. 그런데 뮤온은 속도와 수명을 고려할 때 지상에서는 관측되지 않아야 한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다른 입자로 변해야 한다. 논란이 됐다. 나중에 상대론적 시간지연으로 지상에 도달할 때까지 다른 입자로 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결론내려졌다.

2000 년대에 들어서는 우주선 이차입자로서 발생한 뉴트리노(중성미자, ν)와 실험실에서 발생한 뉴트리노, 태양 중심에서 날아온 뉴트리노를 분석하여 전자적 뉴트리노(νe), 뮤온적 뉴트리노(νμ), 타우적 뉴트리노(ντ)는 서로 공명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즉 서로 수시로 변한다. 이 발견은 뉴트리노가 움직이는 속도가 광속보다 느리다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이전에는 광속으로 움직인다고 믿어졌었다.)


우주선과 번개

실험실에서 두 개의 전극 사이에 방전을 일으키려면 보통 1 기압에서 1 cm의 거리일 때 약 3만 V의 전압이 필요하다. 두 전극 사이에 있는 공기가 전기장 때문에 이온화하고, 그 이온들이 양쪽 극으로 움직이면서 방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번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번개가 내리치는 높이가 1 km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최소한 30억 V의 전압이 걸려야 번개가 칠 수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일단 구름과 지면 사이, 혹은 구름과 구름 사이에 수억 V의 큰 전압이 형성되면 중간에 있는 공기분자는 이온화한다. 이 이온들은 특정 경로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생기면서 통로를 만든다. 시간이 흘러 전압을 형성한 양쪽이 통로로 연결되면 이온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번개가 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번개가 치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했듯이 30억 V 이상의 전압이 걸려야 한다.

이때 번개는 매우 구불구불한 경로를 따라 친다. 물론 공기 중에서 방전실험을 했을 때 나타나는 모습도 번개와 비슷하다. 하지만 번개는 대규모이고, 일반 실험실의 방전은 소규모라는 차이가 있다.

번개를 단순한 프랙탈 또는 카오스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때 우주선이 하는 역할을 생각해보자. 전하를 갖는 우주선 입자가 공기를 지나가면, 공기분자는 아주 조금이라도 이온화된다. 이 이온들은 통로를 형성할 텐데, 이 이온화된 통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번개가 지나가는 매우 요긴한 길이 될 것이다. 번개가 치기 몇 초 전부터 이온화된 통로가 생기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번개가 떨어질 곳에 있는 사람은 미리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구불구불한 경로는 어찌보면 직선이 계속 이어붙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피뢰침이나 전도성 물질이 주변에 있어도 번개가 이것을 피하듯이 빙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번개가 전자기학에 맞는 최적의 경로를 통해 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주선과 번개의 관계는 간단한 실험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하전입자가 많은 공간과 적은 공간에서 똑같은 환경과 유리구 방전관을 두고 방전이 일어나는 모습을 관측하면 우주선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번개는 전자기학이 예상하는 전압보다 훨씬 낮은 몇억 V에서 친다는 것 자체가 우주선의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주선과 인공위성

우라늄을 정제해서 자발적 연쇄적 핵분열의 임계질량보다는 조금이게 모아놓는다고 생각해보자. 우라늄은 자연적으로 핵분열은 일으키고, 이 핵분열은 우라늄 스스로를 가열한다. 그래서 우라늄 금속덩어리나 우라늄광은 주변보다 항상 온도가 높다. 그런데 이 우라늄을 고지대나 우주로 갖고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높은 고도나 우주에서는 우주선 양이 훨씬 더 많으므로, 우라늄은 지상에서보다 더 뜨거워질 것이다. 따라서 원자폭탄이나 원자력발전소나 원자력 인공위성을 제작할 때는 우주선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중 하나가 리차드 파인만의 책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에 잘 나와있다. 맨해튼 계획에 참여했을 때 우라늄의 발열을 두고 방사능의 위험성을 고민하는 모습이 잘 나와있다. (비록 책은 우주선과 우라늄의 핵분열이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장면에서 끝나지만…)

인공위성을 만들 때는 저온과 방사능에 노출돼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부품을 사용한다. 인공위성 온도는 햇볕에 따라 -100~300℃ 정도의 범위에서 변한다. 지상의 0~100℃ 변화폭보다 훨씬 더 넓으므로 모든 부품은 넓은 온도변화에서도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차 우주선이 직접 인공위성에 쪼여진다. 우주선이 인공위성에서 작동하는 반도체를 통과하면 예기치 못한 이온을 만들고, 이 이온은 예기치 못한 전류를 형성시킨다. 그래서 많은 전자부품은 우주에서는 오동작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회로의 선폭이 넓은, 그래서 기본적으로 전류를 많이 소모하는 옛날 부품을 우주용으로 쓴다. (그래서 한때 미국 NASA가 옛날 부품을 구하기 위해서 이베이 등에 올라오는 중고 가전제품을 전량 매수했다고 한다. 새 부품을 만들고 우주에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보다 중고가전을 구매해서 뜯어내는 것이 더 쌌기 때문이란다.)

우주선은 허블 우주망원경과 같은 우주로 올라간 광학기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체 물질과 충돌하면 고체의 저항으로 에너지를 모두 잃고 멈출 때까지 고체의 결정에 잘 안 보이는 구멍을 만든다. (광학현미경는 잘 안 보일 정도로 작은 구멍이다.) 마찬가지로 우주선이 망원경의 렌즈나 거울을 통과할 때 렌즈나 거울에 아주 미세한 구멍을 만든다. 이 구멍은 당연히 빛을 산란시킬 테고, 많아지면 서서히 성능을 떨어지게 만든다.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은 예상수명 10 년이 훨씬 더 지난 30 년 동안 잘 작동했다. 아마 그 영향은 매우 작은 것 같다.)
또한 우주선이 촬영용 ccd에 부딪히면 예기치 못한 큰 전류를 만든다. 이 전류는 이미지에 노이즈(Noise, 잡음)가 된다. 물론 카메라에서 잡음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는 것처럼, 우주망원경의 노이즈도 적당히 걸러주면 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 눈에서도 일어난다. 초기 우주인들이 우주에 나갔을 때 눈을 감아도 구름 같은 것을 계속 보았다. 급기야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누구도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몇 년 지난 뒤에야 이걸 이야기한 우주인이 있을 정도였다. 그제서야 다른 우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모두 보았다고 했다. 어떤 우주인은 입자가속기에서 찍히는 사진 같은 모습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만 이상한 것이면 우주선을 다시는 못 탈 거라고 염려해서 밝히기를 꺼렸다고 한다.


우주선과 우리몸

우주선 입자는 여러분 몸속을 통과하면서 여러분 몸 – 특히 DNA, RNA 등등 – 을 끊임없이 파괴한다. 이는 일종의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각종 질병을 발생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파괴된 세포는 방어기작을 발동하여 우리몸 스스로 치유한다. 세포가 생존하지 못할 정도로 손상된 경우에는 면역기능이 세포를 사멸시킨다. 그런데 가끔 아주 이상한 현상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세포가 사멸되거나 치유되지 못하는 변화가 중요한 분자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주 특별한 경우에는 이 세포들은 무한증식을 시도하는 형태로 바뀌기도 한다. – 이것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암이다. 즉 우주선은 DNA에도 영향을 미쳐서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암을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모든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직업을 갖는 사람에게 암이 많이 발병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초기에 방사능 연구를 주도했던 퀴리 부부 같은 과학자 중에 대다수가 암으로 사망했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견한 하이젠베르크만이 장수했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비행을 자주 하는 승무원과 파일롯도 암을 비롯한 유전병 발병율이 매우 높을 것이다.


지구의 방사성 물질은 태양 활동과도 큰 관련이 있다. 최근 신생대-그것도 후기-에 생물의 분화와 진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변화의 원인이 우주선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언젠가 꼭 연구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체의 관측결과와 생명체의 진화 사이의 연구를 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연구거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