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화 to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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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top 10을 꼽길래 나도 꼽아봤다. 일부는 다시 꼽을 땐 바뀔 수도 있다. 순서는 의미가 없다.

1. 달 세계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 A Trip to the Moon)

영화제작기술이 개발된 뒤에,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전에 만들어진 것들은 기록용 촬영영상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영화에서부터 하나의 줄거리를 따라서 화면이 나열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만들어졌는데도 오늘날의 영화가 사용하는 기법 중에 cg 빼고는 거의 모든 기법이 사용됐다. 그런데…… 이 영화로 돈을 번 건 영화 제작자들이 아니라 에디슨이었다고 한다. 타고난 장사꾼이자 사기꾼인 에디슨!

내용은 대포 우주선을 만들어 달에 가서 달인들과 싸우고 돌아온다는 내용의 SF영화다. 나중에 유성영화 시대가 된 뒤에 헐리웃에서 후속편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2. 로마의 휴일 (Roman’s holiday)

세계의 연인이라 불리는 오드리 햅번의 데뷔작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전세계 물자 생산량의 50%를 넘었설 정도로 산업이 너무 자국 중심으로 편중되자 부작용이 생길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산업을 적절히 세계에 퍼트리려고 했다. (냉전이라는 시대의 영향도 좀 있었지만, 미국이 진짜로 정의를 위해 활동하던 때이다.) 영화계도 마찬가지여서 영화 제작에 외국인이 참여하는 것을 장려하고, 미국 정부가 지원금까지 주었다. 그래서 [로마의 휴일] 제작진은 미국 배우를 캐스팅했었지만, 영어를 쓸 줄 알며 연기도 할 줄 아는 외국인으로 바꿔 제작비 지원을 받으려고 했고, 여기에 뽑힌 것이 영국인 연극배우 오드리 햅번이었다. 오드리 햅번은 이 영화 한 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이 영화 한 편이 서양의 미인의 기준을 육덕에서 청순으로 바꾸었다.

내용은 해외순방중인 영국의 어린 공주가 일탈하여 신문기자와 하루를 재미있게 놀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전형적인 동화풍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이 계단 난간은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사진 찍으러 몰려들어서
훼손이 염려되어 접근이 금지됐다고 한다.

3. 라따뚜이 (Ratatouille)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이다. 픽사와 디즈니(Disney)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을 테니 생략하자. 픽사가 디즈니에 막 합병됐을 때인 2007~2011 년에, 합병되기 전의 픽사에서 만들어진 기획이 디즈니 아래에서 제작됐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라따뚜이]Ratatouille, [업]Up, [월이]Wall-e다. 픽사의 팬이라면, 아니 팬이 아니라도 이때의 작품들은 높게 평가할 것이다.

내용은 쥐가 사람을 조종해서 요리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컨셉이다. 명대사 “Anyone can cook.”에서 이 영화의 주제를 알 수 있다. 이 대사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다른 글에서….

4. 8 월이 크리스마스

우리나라의 전설적인 멜로영화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멜로영화의 유형이 바뀌었다. 해외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다. 군산시는 이 영화의 촬영장소인 초원사진관을 (철거 반대 여론이 있었는데도) 허물어 주차장을 만들었다가 관광객이 자꾸 찾아오자 다시 비슷하게 만드는 희대의 삽질을 했다.

막 사회에 진출한 어린 주차단속원과 시한부 질병에 걸린 30대 사진기사의 잔잔한 사랑을 그린 영화다. 난 이 영화를 ‘사랑이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멜로영화’라고 평가한다.

5. 기생충

대한민국의 대표 영화?! 이명박근혜 정권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봉준호 감독의 영화제작을 방해하자 봉준호 감독은 미국으로 넘어가 [설국열차]와 [옥자]를 만든다. 2017 년에 박근혜가 탄핵되며 정권이 바뀌자 귀국하여 2 년만인 2019 년에 이 영화를 발표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다음해인 2020 년 2 월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 4 개 부분의 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 이후 1 년 동안 해외에서만 200여 개, 국내에서만 50여 개의 상을 받았다. 사실상 받을만한 상은 거의 다 받았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볼 수 있지만, 너무 긴 글이어서 읽으라고 추천드리지는 못하겠다.)

영화 내용은 단순복잡하다. 3 가족 10 명의 관계를 이용해 우리사회의 문제를 간단히 이야기하는 영화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각종 상징이 적용되면서 엄청나게 복잡한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이 영화가 뛰어난 이유는, 이렇게 모든 요소를 따져서 복잡하게 보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생각하는만큼 보이는 영화.

6. 마더

어머니의 모성을 비틀어 표현한 영화. 봉준호 감독이 2009 년에 발표한 4 번째 장편영화. 배경이든, 내용이든 딱히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

또한, [기생충]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개인적으로 아카데미가 [기생충] 때처럼 국적 불문하고 상을 주는 분위기였다면, 김혜자 선생님께서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7. 아키라

80 년대 말의 일본의 물질적 풍요로움이 그대로 반영된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은 오토모 가츠히로가 그린 만화이며, 이 만화를 바탕으로 대학의 만화영화 동아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는데, 이걸 본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이 판권을 대학생들에게 구매하여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이 워낙에 커서, 당시의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지금도 많은 영화들이 오마주하고 있다.

내용을 단순하게 요약하기는 힘들다. 군사정권에 의해 초능력(염력)을 갖는 아이들이 길러졌으며, 그 아이들 중 초능력이 가장 강했던 아키라에 의해 1988 년에 도쿄가 멸망한다. 그 자리에는 네오도쿄라는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지만, 30 년이 지난 2020 년에는 질서가 다시 없어져 매일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테츠오라는 폭주족 똘마니가 이전에 길러졌던 초능력 아이 중 한 명과 접촉하면서 초능력이 깨어난다. 그러자 똘마니라서 억누를 수밖에 없던 욕망이 무자비하게 폭주하면서 큰 사단이 벌어진다.

[아키라] 작품의 배경인 2020 년이 실제로 되자, 미래를 예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20 년 도쿄 올림픽 개최… 그런데 개최를 반대하는 일본 국민 여론과, 결국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개최하지 못하고 1 년 연기(아마도 취소될 것이다.미친 놈들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말던 그냥 개최하고야 말았다.)되는 등 일련의 전개가 애니메이션과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은 만화 연재가 끝난 뒤에, 그때 그린 건 자기가 만들려던 것이 아니라며 다시 만든다고 선언한다. ^^;)

8. 시네마천국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주인공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영사기사 알베르토와 아버지가 징용되어 전쟁터에 나가있어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토토 두 명이다. 영화 전개는 토토의 인생을 시간배경으로, 토토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내용은 토토에 대입되는 이탈리아의 현대사, 1980 년대에 이르기까지 50 년 동안의 영화사, 멘토 알베르토와 멘티 토토의 성장에 대한 세 가지로 이뤄진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영화 자체의 훌륭함이 높에 인정되지만, 영화사에 남긴 영향은 신기할 정도로 거의 없다.

9. 아마데우스

모짜르트라는 음악계의 천재의 전기를 다룬 영화다. 물론 모짜르트에 대해 다큐적인 접근을 한 건 아니고, 많은 부분이 소설로 재창작되었다. 영화 자체가 엄청 재미있지만, 그것보다 모짜르트의 훌륭한 음악이 더 눈에 띈다!

고기능자폐증에 대한 고증이 잘 된 것 같다.

10. 델리카트슨 사람들 (Delicatessen)

장피에르 죄네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가 따로 있었는데, 제작비가 너무 많아서 투자가들이 투자를 꺼리자 제작비가 좀 덜 드는 작품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하여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영화가 성공하여 감독이 만들고 싶어하던 영화도 나중에 만들어졌다. 1995 년에 상영된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La cité des enfants perdus, The City of Lost Children인데, 상영 당시에는 보고도 이해하지 못한 작품이다. (다시 보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이 영화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각 장면장면마다 사용된 촬영기법과 미장센이 매우 훌륭하다. 장피에르 죄네 감독이 원래 시각적인 스타일을 창조하는데 탁월한 사람이다. 실제로 2000 년 정도에는 TV에 나오는 주요 CF 중에 네다섯 편씩은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딴 장면이 있었을 정도였다. 물론 지금도 예전 정도는 아니지만, 종종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나온지 30 년이 지났다는 걸 생각한다면 큰 영향이다. 영상 작업을 업으로 해보겠다는 분은 꼭 보셔야 할 영화!

어떤 시대, 어떤 배경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경제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서 육류가 품귀되어 사람들은 고기라면 뭐든 잡아먹는다. 그런 세계에서 뢰종이라는 주인공이 일자리를 찾아 어떤 마을의 델리카트슨(Delicatessen은 프랑스어로 정육점, 푸줏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을 찾아가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 영화가 스포일러에 민감해서 생략한다. 궁금하신 분은 다른 글에서 읽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위 10 편의 영화를 분류를 기준으로 나누자면 이렇다.

  • SF : [달세계 여행], [아키라], [델리카트슨 사람들]
  • 로멘스 : [로마의 휴일], [8월의 크리스마스]
  • 잔혹극 : [기생충], [마더], [아마데우스]
  • 동화 : [라따뚜이], [시네마 천국]

이렇게 나뉜다. 흠….


여담을 해보자.

이렇게 모아놓고 제작국가별로 나누어보니 이렇다.

  • 프랑스 : [달세계 여행], [델리카트슨 사람들]
  • 이탈리아 : [시네마 천국]
  • 일본 : [아키라]
  • 한국 : [8 월의 크리스마스], [기생충], [마더]
  • 미국 : [로마의 휴일], [아마데우스], [라따뚜이]

전체적으로 볼 때, 전세계에서 영화를 높은 수준으로 만드는 나라는 이 5 개국 이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나라별 상황을 내가 알고 있는 대로 대략적인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이렇다.

  • 미국 : 전세계의 영화수익은 미국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마블 작품 같은 히어로물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영화는 깊이 있는 시나리오가 필요없어서인지, 영화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영화제작 역량은 전부 cg에 쏟아붓는 듯..
  • 프랑스 & 한국 : 지금도 좋은 작품이 종종 만들어지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한다면 프랑스와 우리나라 정도.
  • 이탈리아 : 망해가고 있다. 내 관심사 밖이라서 이유 같은 건 모르겠다.
  • 일본 : 망해가고 있다. 풍요로운 1980 년대 이후 기나긴 불황이 망해가는 원인이라는 분석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영화계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들어도 수익은 모두 협회와 제작자가 가져가니, 감독, 스텝, 배우들이 보충은 안 되고 계속 이탈하기만 하는 것이다. 협회는 제작할 영화 선정에 돈이 될만한 것만 선택한다. 더군다나… 협회에서 만든 게 아니면 애초에 상영불가다. 이건 일본 고유의 조직문화에 기인한다. 소속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해지한 연예인도 배신자라며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 이러니 제대로 된 영화가 만들어질 리가 없다.
    ps. 근데 사실 일본의 전성기 시절 영화-영화사에 큰 영향을 남긴 작품도 지금 볼 때는 그닥 눈에 띄는 작품이 없다.

이외의 중요 제작국가를 살펴보면 이렇다.

  • 이란 : 종종 좋은 작품이 나온다. 그런데, 좋은 영화 만들던 가장 중요한 감독이 얼마 전에 작고하셨다. ㅜㅜ
  • 중국 : 예전에는 [패왕별희] 같은 좋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지만, 공산당의 영향으로 망했다. 현재는 망할 수준의 작품을 돈으로 포장해보는 추세! 시도는 좋은데, 막상 제대로 된 영화는 안 나오고 있다.
  • 홍콩 : 80~90 년대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망했다. 중국으로 흡수되니 앞으로는 더더욱 망할 것이다.
  • 인도 : 제작은 미국만큼 많이 하지만, 80 년대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반공영화처럼 영양가가 별로 없다. ^^;
  • 필리핀 : 예전부터 지금까지 좋은 작품이 간간히 만들어지고 있다. 앞에서 말한 5 개국에 가깝다고나 할까? 문제는 자국민이 미국영화만 좋아한다는 것!
  • 나이지리아 :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가 제작되는 국가라고 한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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