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는 바다야크 님께서 블로그에 올리신 문제다.

나는 초등학교 4 학년 때 자연 시간에 나오는 전구실험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전구를 퓨즈로 바꿔 생각해본 것이다. 물론 그때는 이 문제를 풀지 못했고, 고등학교 물리를 배우고서야 답을 발견했다.
문제를 풀기 전에 전기전항에 대한 물리법칙을 간단히 생각해보자. 전기저항은 전류가 임의의 물체를 통과할 때, 전류의 흐름이 방해받는 성질이다. 자유전자가 있는 금속 같은 물질에서 쉽고 간단한 예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초전도체 같은 특별한 물질에 대해 생각하자면 이 글에서 말하는 것을 적용할 수는 없다.)
전류는 전자가 도체 내부를 움직이는 흐름이다. 전자가 도체 안을 움직일 때, 움직임을 방해하는 무언가와 부딪히게 되면 흐름이 흩어지게 된다. 움직임을 방해한 무언가는 보통은 불순물이나 양전하(자유전자가 떠나고 남은 금속원자의 양전하 덩어리)인 경우가 많고, 다른 전자인 경우도 있다. 자유전자나 자유전자가 움직이는 걸 방해하는 무언가도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온도가 올라가면 에너지가 높아지고, 에너지가 높아지면 진동이 커진다. 진동이 커지면 주위에 있는 것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 즉 자유전자와 전자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건 대체적인 경향이며, 자세한 것은 물질마다 달라진다.) 그리고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은 저항이 커진다는 말과 같다.
이제 온도가 올라가면 퓨즈가 어떻게 변할지를 생각해보자. 온도가 올라갈수록 당연히 전자의 움직임이 빨라지지만, 전자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들의 진동도 커진다. 그래서 저항이 커진다.
저항이 커지면 전류가 흐를 때 열이 더 많이 발생한다. 전자와 전자의 운동을 방해하는 것들이 부딪히면 둘이 에너지를 나눠갖게 되고, 에너지가 커지면 진동이 커지는 것이다. 보통 고체에서 내부 원자가 갖는 진동에너지는 온도에너지다.
이제 퓨즈 문제를 생각해보자……
똑같은 퓨즈를 여러 개 연결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초기에 온도가 빨리 올라가는 퓨즈가 있다. 저항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컸을 수도 있고, 온도가 더 높았을 수도 있으며,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에 순간적으로 진동에너지가 그냥 커진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초기에 온도가 빨리 올라간 퓨즈는 계속 더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퓨즈가 끊어진다. 온도가 높은 곳은 저항이 커지고, 그 저항은 흐르는 전류를 줄어들게 만들어서 다른 퓨즈에서 열이 많이 발생하는 걸 막는다. 하지만 그 퓨즈는 저항이 커지므로 더 많은 열이 생켜서 결국 온도가 계속 높아져서 끊어진다.
결국 저항이나 온도의 초기값이나 아니면 양자역학에서 흔히 말하는 확률적 요동에 의해 아주 약간이더라도 더 저항이 높았던 하나만 끊어진다. 퓨즈 대신 전구 네 개를 직렬로 연결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네 개의 전구 중 한 전구에만 불이 들어오는데, 불특정한 퓨즈 하나가 끊어지는 것과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ps. 전구로 실험할 때 불이 들어온 전구를 흔들어서 불이 안 들어오게 만들고, 다른 전구에 불이 들어오게 바꿀 수 있다. 이건 어떻게 가능한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