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업계는 왜 수준이 낮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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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메라를 처음 산 뒤 16 년, 사진을 취미로 삼은지 곧 10 년이 된다. 취미로 삼았다 했지만, 지금도 그리 잘 찍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에서 보기 힘든 재미있고 독특한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나는 사진이야 대충 찍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가지 신경쓰는 것은 있다. 인물사진.
예전에 지인이 사진 좀 찍어달하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찍어줬는데, 내가 봐도 그리 맘에 들지 않는 사진이었다.

당시에 난 벌레사진만 주구장창 찍어대고 있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3 번 했다.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사진으로….ㅜㅜ) 그 뒤로도 HDR, 파노라마 등 온갖 촬영방법으로 각 벌레의 특성에 맞춰서 플래시의 밝기까지 조절해가며 촬영한다. 그러다보니 벌레사진은 이제는 조금은 찍을 줄 안다. ^0^
물론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릴만한 삐까뻔쩍해 보이는 사진을 찍는 건 아니다. 그런 사진을 찍으려면 플래시를 여러 개 설치하고 찍거나 링플래시를 써야 한다. 난 그런게 싫다. 그런 사진은 생태가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을 모를 때 종종 사보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이제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다.
난 플래시 하나만 쓴다. (최근에는 하나를 더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자연광에 보조하는 성격으로 쓰기 때문에 촬영이 가장 쉬운 방법인 최대발광 촬영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대발광은 피사체의 생태를 담기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접사촬영의 특성 때문에 조리개도 늘 조여야 한다. 대낮과 저녁의 벌레 생태가 다르기 때문에 땅거미가 지는 저녁에도 찍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출시간이 긴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런데 벌레는 대부분 열심히 움직이기 때문에 삼각대를 쓸 수 없다. 삼각대를 설치하는 동안 도망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찍는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손각대 촬영이다. 결국 1/30 초의 노출시간으로 그냥 접사를 찍는다. (사진 찍는 사람은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이런 벌레사진에 최적화한 촬영방법으로 고생하며 찍었지만, 인물촬영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험이 필요했다.ㅜㅜ

그래서 그때부터 가끔 돈을 내고 모델 사진을 찍거나, 모델이 많이 나오는 행사장에 가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리고 후보정도 하기 시작했다. 후보정… 정말 싫다. (후보정하는 인공지능이 빨리 개발되길 기대해보자.)

아무튼 난 품질이 매우 높은 사진을 찍어보지는 못했지만, 촬영과 보정을 반복하다보니 좋은 사진을 보는 눈이 점점 높아졌다.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부터다.


사진에는 수준이 있다.

사진을 보면 찍은 사람이 생각한 것과 촬영방법과 후보정을 대략은 알 수 있다. 아무튼 그런 측면에서 이런저런 평가를 할 수 있다. 아.. 내 미적 감각 부족으로 미적인 요소는 제외….! (물론 그걸 알 수 있다고 아무나 흉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또 특별한 경우를 빼면, 사용한 장비가 무엇인지도 알기 힘들다.)

아무튼 최근에 잡지 같은 것이나, SNS 덕분에 연예인이나 일반인 사진을 쉽게 본다. 꼭 그런 게 아니라도, 길거리 광고판만 봐도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여러 경로를 통해서 사진을 보다보면 사진을 찍는 사람 수준이 한눈에 비교된다.

그러면서 종종 몇 년 전에 나온 잡지 같은 것도 들춰본다.

결과적으로, 몇 년 전과 비교해서 작년이나 올해에 볼 수 있는 사진은 수준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패션잡지도 10 권 중 1~2 권 정도만 사진을 볼만하다. 나머지는 뭐…. 나라도 그런 장비 차려놓고 찍으라고 하면 찍을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된다. 과보정도 눈에 막 띈다. 심지어 돈을 가장 많이 주고 찍은 사진인 광고사진조차 문제가 많다. 그 많은 인력이 붙어서 그 많은 장비를 갖추고 찍은 사진이 왜 그 모냥인지…. 구도 같은 예술적 감각이 필요한 요소는 관두고라도, 카메라 특성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사진들이 부지기수이며, 그걸 또 보정하는 과정에서 얼렁뚱땅 해 놓은 걸 많이 본다. 이상한 색감이나 부적절한 편집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들은 눈이 정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다. 더군다나 사진 원본 상태로 후보정하고서 작게 만들어 출력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도 흔들림 같은 촬영실수나 과보정 같은 게 보이면 안 되지!! (물론 고의적으로 흔들며 촬영하는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한참 부족한 내 미적감각으로 볼 때도 구도 같은 것에서 부족한 점을 ….. 심지어 많이 본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떠도는 유명한 연예인 사진을 보고서 누군지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내가 안면인식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지만, 그보다도 보정을 개떡처럼 해놓으니까 그런 거다. 이게 다 포토샵의 픽셀유동화 성능이 좋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여러분도 그런 걸 많이 느끼리라 생각한다.)

탈렌트 한소희
과도한 뽀샵….. 차라리 컴퓨터 그래픽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즉, 최근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게 확연히 눈에 보인다. 왜 그런가?기껏 돌잔치나 결혼식 사진 찍어주며 프로그램으로 대충 그럴듯하게 만들 줄 안다고 사진작가라고 뻐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러나 답은 잘 모르겠다.


나만의 결론을 내려보자.

사진업계는 사양산업이다.

사진사 수요는 줄지 않고 있지만…… 아니…… 실력 있는 사진사들이 동영상 촬영 분야로 넘어가면서 전반적인 영상 촬영 인력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예전에 프로그래머 업계에서 인건비 따먹기를 하다가 현재 새 프로그래머가 거의 충당되지 않는 것처럼, 사진사를 인건비 따먹기 하던 관행 때문에 새로운 사진사가 충당되지 않는 게 아닐까? 그래서 실력없는 사람들이 돈도 못 받으면서 사진작가 행세를 하게 된 게 아닌가?

ps.
쓸모없는 이야기를 줄이려 하다가 결말에 엉뚱한 프로그래머 이야기가 들어가 깨끗한 끝맺음이 안 됐다. 이해해 주길 부탁드린다. -_-

1 comments on “사진업계는 왜 수준이 낮아질까?”

  1. 현업입니다. 이유는 클라이언트들 때문이에요. 아무리 잘 찍으려고 해도 그 사람들 비위 맞춰야 하는 거라서요. 개판 오분전이라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ㅋㅋㅋ기분 따라 바뀌는 보정 요청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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