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에 세운 덤프트럭은 왜 전복됐나?

덤프트럭을 비스듬히 세우고 덤프를 들어올릴 때 일어날 수 있는 전복사고에 대한 역학적 분석

No comments

물리학적 설명이 필요.gif

인터넷 게시판에 위 사진과 함께 물리적으로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사건을 물리학으로 설명좀 해주세요.gif (개드립닷컴)

단순히 덤프트럭이 덤프에 실려있던 잡석을 내리다가 옆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화물이 줄어드는 현상과 덤프트럭이 전복되는 현상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저런 결과가 나타난다.

우선 차량의 상태를 살펴보자. 덤프에 건축폐기물로 보이는 잡석이 가득 실려있다. 무게는 10 t 정도로, 차량 무게와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 글에서는 그냥 10 t이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차량이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진 비탈에 세워져 있다. (원래 저런 상태에서 덤프를 올리면 안 된다고 메뉴얼이나 운전면허시험에 나올 것이다.) 그럼 이런 주변환경이 어떻게 차량을 전복시키는지 살펴보자.

1. 무게중심 문제

이미지를 살펴보면,  덤프를 올리자 맨뒤쪽의 잡석이 우선 쏟아진다. 그런데 더 위쪽에 있는 잡석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즉 낮은 위치의 물질은 제거됐는데, 높은 위치의 물질은 그냥 남아있는 상태가 된다. 무게중심이 높아지면 뭐든지 더 쉽게 쓰러진다. 차량이 더 쉽게 전복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지게차나 사다리차 등이 화물을 싣고서 높게 올리다가 쓰러지는 사고와 똑같다.

2. 스프링 문제

차량은 모든 바퀴에 스프링이 달려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불고불한 스프링이 쓰인 경우도 있고, 네모난 판처럼 생긴 스프링이 쓰인 경우도 있다. 어떤 스프링을 쓰던지, 강하게 누르면 많이 눌리지고, 약하게 누르면 덜 눌린다. 종류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이제 비탈에 세워져 있는 차량에 짐이 가득 채워져 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좌우 바퀴의 스프링, 즉 높은 쪽과 낮은 쪽 스프링이 모두 꽉 눌려있다.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니까, 왼쪽이 6 t으로 누려있고, 오른쪽이 4 t으로 눌려있다고 생각해보자.

이제 덤프의 짐이 조금 쏟아진 경우를 생각해보자. 잡석이 좌우로 봤을 때 2 t씩 똑같은 양으로 흘러내렸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6 t으로 눌리던 왼쪽 바퀴는 4 t이 누르고 있고, 4 t으로 눌리던 오른쪽 바퀴는 2 t이 누르고 있는 상태가 된다. 잡석을 내리기 전에는 분명히 1.5 배 비율로 눌러지고 있었는데, 잡석을 내리다보니 2 배 비율로 눌러지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잡석이 좌우 기준으로 똑같이 흘러내렸을까? 애초에 차량이 왼쪽으로 기운 상태로 서있기 때문에 오른쪽에 있던 잡석이 더 쉽게 밖으로 쏟아진다. 왼쪽은 덤프 옆벽이 흘러내리는 걸 방해하고 있으니까 덜 쏟아진다. 또, 잡석은 아주 조금이라도 덤프트럭이 기운 방향인 왼쪽으로 움직인다. 결국 애초에 오른쪽 잡석이 더 많이 쏟아졌으니, 처음 가정대로 똑같이 쏟아졌을 때보다 왼쪽과 오른쪽을 누르는 힘의 차이는 커지게 된다.
이러다보니 덤프가 바퀴의 스프링에 의해 오른쪽이 많이 들어올려진다.

3. 결과

결국 이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차량은 낮은 쪽으로 더 기울어지다가 결국엔 옆으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다. 덤프는 좌우로 기우는 상황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설계하므로,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도 전체가 전복되고 만다.

저럴 때는 덤프를 높이 들지 말고, 조금만 든 상태에서 차량을 울컹울컹거리며 앞으로 이동하면 된다. 어렸을 때, 트럭운전사셨던 외삼촌께 들었던 이야기다.

참고로, 위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덤프가 쓰러지기 직전에 덤프를 들어올리는 피스톤이 파열돼서 오일이 뿜어져나오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건 덤프트럭이 전복되는 이유와 큰 연관은 없다. 이미 넘어갈 만큼 큰 힘을 받게 되자 피스톤이 힘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는 것일 뿐이니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