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비친 모습은 왜 항상 두 개로 보일까?

주변에 흔한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눈여겨 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끔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곤 한다. 그런데 피사체의 모습이 항상 두 개로 보여서 촬영이 잘 되지 않는다. (기차 유리창에서는 두 개가 아니라 서너 개로 보인다.) 왜 이렇게 두 개로 보이는 것일까?

하나가 두 개로 보인다는 것은 빛이 우리 눈으로 오는 길이 두 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두 경로가 나타나는 것인지는 굴절과 반사라는 현상만 알면 아주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이것에 대한 내용은 리차드 파인만의 책 <파인만의 QED강의> 46 쪽에서도 볼 수 있다. 처음 이 글을 쓸 땐 그걸 기억하지 못해서 오로지 혼자서 썼었다.

글 쓴 날 : 2008.03.28


 

유리판에 비친 빛.jpg
<그림 1>

하나의 광원에서 나온 빛이 유리판에서 반사할 때는 <그림 1>에서처럼 두 곳에서 반사된다. 유리판 앞과 뒤다. 유리판 앞에서 반사된 빛은 1 번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1번 경로는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고 초등학교 때 배우는 반사의 법칙을 정확히 따른다. 반면 유리 내부로 들어간 빛은 굴절과 반사를 거치는 2 번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2 번 경로도 입사각과 굴절각이 같다는 것은 반사의 법칙과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수면에 비춰진 빛은 일부는 반사하고 일부는 투과된다. 각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 번과 2 번 빛은 서로 수직으로 흔들리는, 즉 편광된 빛으로 분리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편광판을 회전시키면서 1번과 2번 빛을 보면 밝기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서로 반대로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1 번과 2 번의 경로 차이는 빛이 지나온 거리의 차이는 상관없이 각도 차이가 중요하다. 각도는 유리 두께와 광원, 관찰자 위치에 영향을 받으므로 한 자리에 서서 유리창을 보면 반사된 모습이 아래 사진처럼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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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두 개로 보이는 유령의 집?

유리 두께가 매우 얇다면 어떨까? 1 번과 2 번 경로의 각도 차이가 매우 작으므로 이동한 거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빛의 위상이 반사될 때 서로 반대가 된다면….) 유리 두께가 빛 파장의 절반이 되면 1 번과 2 번 경로의 차이 때문에  각 경로를 지나온 빛은 거의 반대 위상을 갖게 된다. 빛의 세기가 같다면 두 경로를 거쳐 온 빛은 결국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상쇄라고 부르고, 이때의 얇은 막을 반사방지막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편리하게 쓰고 있다. 안경의 반사방지막이나 카메라나 캠코더의 렌즈 코팅, 모니터나 TV에도 이용된다. 물론 색마다 파장이 다르므로 한꺼번에 모든 빛 반사를 막는 막은 아직 만들지 못한다. 또한 빛이 지나는 각도에 따라서 빛이 지나는 경로의 차이가 달라지므로 상쇄하는 빛이 어떤 색인지도 달라진다.

small 안경 렌즈에서의 반사상 1.jpg
안경에 반사각이 작으면, 반사된 물건의 상이 흡수된 파장의 보색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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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각이 커지면 모든 빛이 상쇄되지 않으므로 원래 색에 가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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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각이 작은데도 원래 색에 가깝게 보인다면 반사방지막이 없는 안경이다.

그렇다면 세 개 이상으로는 보이지는 않을까? 유리판 안으로 들어갔던 빛은 유리판 내부에서 경계에 다다를 때마다 반사를 반복한다. 이 반사가 빛을 100% 반사시키는 전반사가 아니라면 조금씩 외부로 빛이 나올 것이다. 물론 이때 반사된 빛은 거의 편광이 일어나게 되고, 반사되지 않는 조건의 빛은 모두 투과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 번 반사된 빛은 일단 반사된 조건에 맞는 것들이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경계에 다다르더라도 거의 투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한 번 반사됐던 빛은 다음에도 계속 전부 반사되게 된다. 이렇게 유리판 안에 들어간 빛은 유리판이 끝나는 부분까지 나아간다. 그래서 유리판을 자른 단면을 들여다보면 똑같은 모양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1번과 2번 경로를 따라 이동한 빛만 볼 수 있으므로 3 번째 상은 볼 수가 없다.

반면 광원과 유리판 반대쪽에 있는 관찰자는 2번 경로에서 한 번 반사된 뒤의 빛은 다음번에 반사되더라도 외부로 나오지 못하므로 결국 처음 한 번 투과된 빛만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유리창을 통해 밝은 곳을 볼 때는 딱 하나의 상만 보게 된다.

이렇게 2 번만 보이는 현상은 자연계에서도 비슷한 예를 하나 찾을 수 있다. 무지개는 구형 물방울 속에서 1 번(수무지개) 또는 2 번(암무지개) 반사해서 우리에게 보이는 현상이 그것이다. 반면 세쌍무지개가 잘 관찰되지 않는 이유는 유리판의 경우와는 다르게 물방울 속에서는 3 번 이상 반사가 일어난 빛도 밖으로 잘 방출되지만, 밝기가 매우 어둡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리판에 비춰진 두 개의 상을 살펴봐도 둘 중 하나는 어두워진 것을 볼 수 있으며, 쌍무지개의 경우에도 2 번 반사되며 생기는 암무지개는 1 번 반사되며 생기는 수무지개보다 훨씬 어둡다. 또한 무지개는 비교적 큰 물방울이 공중에 머무는 분수, 구름, 빗방울, 높은 폭포 등에서도 쉽게 관찰되며, 달빛으로도 만들어진다. 달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무지개를 흰무지개라고 부른다. (아.. 유리창에 비친 모습과 무지개는 결국 비슷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다른 현상이다. 또한 이 글을 처음 쓴 뒤, 무지개에 대해 연구한 결과, 세 번째 무지개는 빈번히 보인다.)

무지개와 비슷한 자연현상으로 달무리 또는 해무리라는 것이 있다. 무지개와 비슷해 보이는 광학현상이지만, 구름 안에 있는 각진 얼음빙정 속에서 두 번 굴절된 빛이 우리에게 보이는 현상이다. 2 번만 보이는 현상의 예는 전혀 아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장치가 우리 주변에도 있다. 아래 사진은 우리 동네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의 전화번호 안내판을 찍은 것이다. 레이저로 플라스틱 판 내부에 문양을 새겨넣은 다음, 발광다이오드를 한쪽 끝에 위치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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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다이오드에서 나온 빛 중에 플라스틱 판 안에 들어간 것은 위아래로 반사를 반복하면서 이동하다가 문양과 만나면 굴절과 산란을 일으킨다. 굴절과 산란이라는 물리현상을 겪은 빛은 성질이 변하므로 플라스틱 판 경계와 만날 때 새로운 조건에 의해서 플라스틱 판 밖으로 많이 방출된다.

광섬유도 비슷한 원리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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