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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과학이란 무엇인가?

지난 2006 년과 2009 년 WBC(World Baseball Classic)의 기억을 되새겨 봅니다. 우리나라 참 잘 했습니다. 일본과는 각 대회마다 본선에서만 세 차례 경기했습니다. 야구 종주국이자 최강팀이라고 불렸던 미국이 자기에게 유리한 대진표를 짜기 위해 대진표를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경기했던 팀과 계속 다시 경기하게 되었었습니다. 미국이 야속합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희안하게도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항상 졌습니다. 아주 잘 하고도 우승하지 못하는 대회를 보면서 많이 아쉬웠죠. 특히 2006년에는 에러 없는 완벽한 경기를 하고도 준결승에서 일본에 어이없게 패하고 3위를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WBC에서 일본에 패한 이유는 복잡하지만, 원리는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합니다. 어떤 대회에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1980 년대 어떤 세계대회에서 일본과 결승을 치룬 적이 있었습니다.[footnote]결승이 아닐 수도 있다. 너무나 오래전 기억이어서 년도, 대회, 점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다.[/footnote] 당시 우리나라 전력은 일본보다 많이 우세했습니다. 경기도 초반부터 큰 점수차이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마의 9회에 일본은 당시에 일본 내 프로야구용으로 막 개발했던 투수 투구패턴 분석 프로그램을 돌렸습니다. 투구를 분석당한 한국은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패턴 분석에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 자료가 준비될 때까지는 분석이 맞을 확률이 낮습니다. 더군다나 야구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직접 대결하지 않은 경기의 데이터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자기와의 경기 후반부가 될 때까지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한 것이지요.

일본 야구는 별명이 현미경야구입니다. 데이터를 축적해서 세부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야구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일본야구 특징은 2006 년과 2009 년 WBC에서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객관적 전력이 일본이 낫다고 하지만, 일본은 상대팀 전력이 필요합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선수들은 일단 붙어 싸우면서 답을 찾습니다. 만약 WBC가 일본과 한국이 자꾸 맏닥뜨리지 않는 대진이었다면 한국이 일본에 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footnote]2012 년 WBC에서 한국이 우승하려면 일본과의 초반 경기에서 엉터리 데이터를 주면 된다. ㅋㅋㅋ 중요 선수를 일본전에 투입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footnote]

일본 야구를 현미경야구라고 부르듯이 일본 국민성은 데이터를 구축하여 활용하는 기질을 바탕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국민성은 옛날에는 없었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기록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의 특질입니다. 오늘날 일본 과학의 기초가 되었겠죠.


과학이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현상을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이 분석을 다른 사람도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출판기술이 발달하자 직감과 현현()을 바탕으로 한 동양과학이 실험과 논리(수학)를 바탕으로 한 서양과학에 뒤지게 된 이유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양과학의 정수인 관상학, 동양의학, 풍수지리설, 병법 등은 오늘날에는 크게 쓰이지 않게 됐습니다.

학생에게 실험 하나 해 볼 기회를 주지 않고, 이론을 칠판으로 주입하는 것은 과학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졍규교육에서 배우는 ‘과학’은 이름만 과학일 뿐입니다. 이름뿐인 과학을 공부한 학생이 과학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ps.
동양과학과 서양과학을 보듯이 한의학과 양의학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환경과 체질을 적용한 한의학현상만 좇는 양의학이 못 해결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합니다. 양의학의 물리치료 같은 건 침술과 비교해 볼 때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건강할 때 몸을 챙기는 방식이거나 증상의 원인이 되는 장기를 골라내 치료하는 방식은 매우 훌륭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동양의학이 (내부에서 발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동안 발전 없이 제자리걸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은 보약 개념 이외의 분야에서 인기를 점점 잃어갑니다. 왜일까요?

동의보감 목차

이미지 출처 :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사업

한의학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동의보감』입니다. 1610 년 완성되고, 1613 년 간행됐으니 400 년 전 책입니다.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이제마()가 1894 년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서 발표한 사상의학입니다. 이도 100 년 이전의 기록입니다. (사상의학은 나중에 8상체질로 개선됩니다.) 최근에는 중국 의학서인 『황제내경』을 거들먹거립니다. 아마 몇백 년 전에 쓰여진 책일 것입니다. 이런 책과 패러다임은 한의학에서 중요한 이론이고, 매우 훌륭한 과학지만 후속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의학 발전을 위한 새로 연구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양의학과 비교할 때 더이상 과학으로
생각하기 힘들어서 미신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수지침 같이 일반인도 갖고 다니면서 하면 좋다는 대체의학도 비전문가 형태로 전파하면서 한의학과 혼동을 일으켜 신뢰성을 잃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모습은 사실상 한의학을 과학으로 여기기 힘들게 만듭니다.

요즘 환자는 보통 병원 다니면서 치료받고, 따로 한의원에 들려 또다른 약을 지어 먹습니다. 이때 병원과 한의원이 소통이 안 되어 환자가 위험해지기도 합니다. 둘 중 한 곳만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양의학과 한의학은 상보관계를 형성할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의학은 직접 아픈 곳을 치료하고, 한의학은 탈이 난 근본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의사가 한의학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는 그 의사가 못 고치는 병을 한의학이 고치는 경우가 많으니 한의학을 인정하지 않는 의사는 좀 모자란 사람인 것이겠죠.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한의원이 병원 속으로 들어가 같이 발전하는 길을 찾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의학과 동시에 치료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많은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합니다. (주제넘은 글이 되어버렸지만, 한의학계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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