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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방송국 4사에 저작권에 대해 문의했더니…

지난 열흘 동안 공중파방송국 4사인 SBS, KBS, MBC, EBS에 보낸 저작권 문의내용을 정리해볼까 한다.

소개에 앞서 미리 말해두자면 우선 각 방송국 홈페이지의 문의처에 질문하는 글을 남겼고, 각 저작권 담당자에게 직접 문의해보라는 소개로 전화번호를 받거나 이메일을 받아서 다시 질문하는 형태가 되었다. 질문내용은 모두 똑같았고, 각 방송국 이름(영문 알파벳 3개)만 교체한 상태로 보냈다. 일부 문맥 등 때문에 살짝식 수정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내용은 동일성을 유지했다.

안녕하세요. ○○○ 저작권 담당자 님.
수고하십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간혹 ○○○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드라마 같은 것을 소개하곤 합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등을 소개할 때는 여러 가지 의미로 방송된 다큐멘터리의 이미지나 캡쳐화면, 대사 등을 사용하곤 합니다.

인터넷에 이미지가 하나도 없는 글들은 사람들이 좀처럼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관리자 님도 이미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해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작권 단속방침 강화로 인해서 저작권자인 ○○○에서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좀 더 분명하게 밝혀주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용, 비평 등을 위한 자료 사용 등 일정부분에 있어서 저작물을 공정하게 사용할 수 있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그 이외에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네티즌들에게는 중요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의 답변 문의드립니다.

1. ○○○ 홈페이지에 사용된 프로그램 로고나 홈페이지 캡쳐화면 등의 사용

2. 리뷰 작성을 위한 ○○○에서 방송된 화면의 캡쳐이미지의 사용

3. ○○○에서 방송된 화면의 캡쳐를 이용한 블로그 혹은 게시판 게시물의 짤방

4. ○○○에서 방송된 화면의 짧은 동영상 사용 (‘짧은’에 적용할 기준)

5. ○○○ 방송에서 나온 짧은 대사 등의 사용 (‘짧은’에 적용할 기준)

답변 부탁드립니다.

1. KBS에 대한 문의 결과

KBS에 시청자 게시판으로 문의했다.

안녕하세요  KBS 시청자상담실 입니다.

 

KBS 내에서 방영되고 있는 또는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에 대한
영상 저작권은 모두 KBS에 있으며 KBS홈페이지 외의 다른 웹사이트 혹은
블로그에서의 재생 및 다운로드(링크 및 스크린 캡쳐 포함),
사진게재는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입니다.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게재하는 것 또한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입니다.
특히 인터넷 포털 쪽에 게재하는 것도 불가합니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도 인터넷 저작권 클린캠패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용도가 비상업적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임으로 제재가 들어갈 것입니다.

저작권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저작권 부서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저작권 상담 : 02)6939-8837

방송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리며 한번에 답변 해드리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항상 시청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KBS가 되겠습니다.

문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 KBS는 방송을 소개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윗 답변메일에서 받은 전화번호로 일주일간 시간대도 다양하게 전화를 시도해봤지만 전화를 전혀 받지 않았다.

국민의 방송이 맞는건가? 암튼 앞으로 몇 번 더 시도해 볼 생각이다.

2. MBC에 대한 문의 결과

MBC도 게시판에 문의를 한 결과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MBC와의 문답 속도가 다른 방송국보다 느려서 몇 번 통화를 시도해봤지만 아직 통화하지 못하고 있다. 통화가 되면 결과를 수정해 알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

3. SBS에 대한 문의 결과

SBS에도 게시판을 통하여 문의한 결과 저작권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생각외로 전화는 쉽게 연결되었다. 전화통화가 이뤄지자마자 SBS 저작권 담당자라는 사람은 내가 누구인지, 저작권법은 읽어봤는지 확인부터 하였다. 저작권법을 이틀 전에 읽어봤다고 말해줬지만, 이거 꽤 여러 번 읽어봤었다.

다음은 내 질문에 대해서 대략적인 답변의 요약 내용이다.

  1. 문) SBS의 저작물을 국민이 이용하려고 할 때 SBS에서는 어느정도까지 허용하는지 지침을 갖고 있는가?
    답) 저작권은 SBS에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사용할 수 없다. 지침같은 것은 없다.

     

  2. 문) 저작물을 사용한 것에 대한 판례들이 많은데 판례들에 의하면 저작권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답) 개별 판결 예에 의존해 판단하는 것은 지금 말할 수 없다.

     

  3. 문) 적법한 판례로 인용이라는 것이 있지않나?
    답) 인용을 하는 것도 안 된다. – 인용은 네 가지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고, 이에 맞게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나 인용도 언론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말하는 것을 보아 언론과 블로거 개인을 동일시하는 것 같다.

     

  4. 문) 인용에 대한 대표적인 판례로 『이랜드 사람들』이란 책에 대한 고소 건이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함) 이 때 책을 출판한 출판사도 언론인가? 언론을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답) 저작권법에는 인용이라는 것이 나온 곳은 없다. 인용은 관용적으로 보장되는 것이지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인용은 4가지 기준에 의해서 사용할 수 있고, 언론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 이에 대해서 뭔가 따져보려고 했다가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않나 해서 나중에 다시 전화해 보자고 생각했다. ***

     

  5. 문) 기타등등 판례나 여러 가지 적용예 등에 대한 질문을 하자…
    답) 자세한 것은 저작권위원회에 문의를 해 봐라.

     

  6. 그 뒤로도 꽤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지만 2 ~ 5 번 답변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한마디로 SBS는 아무런 답변도 해 줄 필요가 없으니 니가 스스로 알아보라는 이야기 같았다. 더 중요한 것은 인용에 대한 부분인데, 인용은 저작권 조항에 분명히 존재한다.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인용을 하는 주체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즉 SBS의 저작권 담당자는 분명히 언론만 인용을 할 수 있는 것이며 언론이 아니면 인용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두 번이나 확인하였다.) 그러자 짜증섞인 목소리로 저작권위원회에 문의하라고 하더라. -_-

저작권을 공부한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랜드 사람들』 소송건에 대해 직접 예를 들면서 인용을 설명하자 자기는 그런 거 모른다고 하더라. 아마도 SBS의 저작권 담당자는 저작권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면 담당자인 척하는 무식한 직원이 대신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SBS는 나의 문의전화에 저작권법을 맘대로 뜯어고치면서 내게 강요했다! 아~ 욕튀어나온다.

4. EBS에 대한 문의 결과

EBS 게시판에 질문을 하였을 때도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었다. 시간은 좀 오래 걸렸지만, 가장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EBS 인사법무팀 윤○○입니다.

저는 EBS에서 저작권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질의하셨던 내용에 대해 답변드립니다.

먼저 귀하께서 운영하시는 블로그가 상업적 목적이 없는, 개인적 차원이라는 점을 가정하고 답변드리는 점 양해바랍니다.

(상업적 목적에 의한 블로그일 경우, 질의하신 부분은 모두 불가하며, 각각 EBS의 사전허락을 얻으셔야 합니다.)

저작권법 개정에 따른 블로그 등의 운영에 대한 문제로 질의하신 것 같아 간단히 답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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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BS 홈페이지에 사용된 프로그램 로고나 홈페이지 캡쳐화면 등의 사용 : 개인적 용도로 사용가능 (과도한 사용시 제한 가능)

2. 리뷰 작성을 위한 EBS에서 방송된 화면의 캡쳐이미지의 사용  : 개인적 용도로 사용가능 (과도한 사용시 제한 가능)

3. EBS에서 방송된 화면의 캡쳐를 이용한 블로그 혹은 게시판 게시물의 짤방 : 개인적 용도로 사용가능

4. EBS에서 방송된 화면의 짧은 동영상 사용 (‘짧은’에 적용할 기준) : 불가

5. EBS 방송에서 나온  짧은 대사 등의 사용 (‘짧은’에 적용할 기준)  : 개인적 용도로 사용가능 (과도한 사용시 제한 가능)

다만, 5번의 기준에 대해서는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중임을 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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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www.mcst.go.kr) 공지사항 메뉴에 ‘저작권법 관련 핵심 Q&A 10가지’라는 게시물을 참조하시면 좋을 듯 하여 안내드립니다.

(해당 자료 링크가 되지 않아, 번거로우시더라도 직접 검색 바랍니다.)

앞으로도 EBS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윤○○ 드림-

cf)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의 ‘저작권법 관련 핵심 Q&A 10가지‘에 대한 링크

대략 EBS의 지침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EBS에 보낸 메일에는 밑의 한 문단을 추가했었다.

그리고 EBS에선 방송 전에 블로거들에게 방송을 미리 보게 한다던지 하여 블로그에 포스팅할 기회를 주는 등의 홍보기획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가끔 기자들에 의해 기사화 되는 것을 보긴 합니다만, 블로거 등에 의해서 방송 전에 소개받는 경우는 보질 못해서…)

물론 이에 대한 답변은 듣질 못했다. 저작권 담당자라 회사방침 등은 모르는 것 같다.

글을 마치며………..

전체적으로 답변을 듣기 위해 열흘 정도 시도하다보니 공중파방송사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방송국들의 콧대가 너무 높다고나 할까? 꼭 공중파방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서서히 미디어가 공중파 방송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중파 방송의 힘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절대적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한나라당의 날치기 미디어법은 악법이다. 하지만 방송국에 문의를 하는 도중에 이 악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ps.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예전에 들었던 네이버의 정책이 생각났다.
출판물이나 메뉴얼 등에 네이버의 홈페이지 모습이 조금이라도 캡쳐되어 들어가면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공문을 보낸다는 것이다. 물론 소송을 한다고 해도 네이버가 이길 가능성은 1%도 없지만, 귀찮아서 모두 빼준다고 한다. 네이버는 왜 이런 방침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거 궁금하다. 전화해서 물어보면 알려주려나??

ps. 2021.09.21 추가

  1. 결국 MBC, KBS와는 통화하지 못했다.
  2. 이 글을 쓴 이후 몇 년 지난 뒤에, SBS, MBC, KBS는 포털에 올라가 있는 방송 캡쳐화면을 모조리 내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기준은 캡쳐화면에 나와있는 방송사 로고였다고 하는 것 같다. 웹에 있는 이미지를 모조리 불러와서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을 이용해 사냥하는 놈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다. 잘 안 보이는 로고가 삽입된 이미지를 인터넷에 풀고, 프로그램으로 사용한 것을 잡아서 한꺼번에 소송하여 저작권료를 뜯어내는 방법이다.) 결국 지금은 포털에서 캡쳐화면을 보기 힘들어졌다.
  3. 이 글을 올릴 때 당시만 해도 한국드라마의 특징은 ‘○○ 하면서 연애하는 이야기’로 간단히 요약되었다.
    2014 년 봄에 웹툰 ‘미생’을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써서 공중파방송국에 찾아갔었다고 한다. 그러자 방송국에서 ‘이제 장그래와 안영이의 러브라인만 깔면 되겠네요.’라며 시나리오를 고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공중파 방송국에서 방송하는 것을 포기하고, tvN에서 방송했다. 그 결과 시청율이 점점 높아져서 마지막회의 평균시청율이 8%를 넘어서며 끝냈다. 그러자 그동안 작가들이 썼던, 그러나 러브라인이 어울리지 않아 묻혀있던 시나리오들이 케이블방송국으로 몰려들었고, 그 이후로 케이블방송으로 수많은 명작드라마가 방송되었다. 지금은 케이블방송에서 조금 잘 나가는 드라마는 20% 정도까지 시청율이 나온다. 공중파와 위치가 뒤바뀌었다.
  4. 지금은 모든 시나리오는 우선 넷플릭스에 가고, 넷플릭스가 거절하면 다음에 케이블방송으로 가고, 거기에서도 거절당해야 공중파 방송국으로 간다. 이러다보니 공중파 방송국이 점점 망해가는 듯….
  5. 12 년이 지난 지금, 공중파는 처참한 수준으로 시청율이 떨어졌다. 보통 시청율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이 드라마인데, 공중파 방송의 드라마 시청율이 이 글을 처음 올렸을 때는 보통 10~15% 정도였고, 조금 높다 하면 20%를 넘어섰었는데, 지금은 6%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공중파에서 인기를 얻는 드라마는 아줌마들이 주로 시청하는 저녁시간대의 막장 드라마 뿐이다.
  6. 결국 한류열풍 속에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해외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공중파방송국은 거의 참여를 못하고 있다. 또한 드라마가 힘을 잃자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도 동반하락했고, 공중파 방송국은 긴긴 암흑기에 빠져들었다. 결국 공중파방송국의 스타PD라 불리던 사람들도 방송국에서 나와서 케이블방송국으로 옮기거나 독립외주사로 가는 추세다.
  7. 지금은 시청자들이 공중파 방송에 거의 신경을 안 쓴다. 가끔 뉴스 정도만 보고, 국가대표 스포츠 정도만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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