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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예선의 고생이 본선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가?

과거 월드컵에서의 결과가 좋았거나 나빴을 경우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via. 어렵게 출전하면 결과가 좋은가?

위에 링크한 엠파스의 기사는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어렵게 통과했을 때 본선 예선에서 결과가 좋았다면서 우리나라의 이번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힘들었으므로 우리나라의 이번 월드컵의 본선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겠다.
실제로 1954년의 경우는 논외로 치고, 1986년부터 1998년까지의 4차례의 결과만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2002년은 개최국 자동진출…)

[#M_그런데 과거의 기억을 살펴보면 정말 웃기지 않을 수가 없다.|접기………..|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지역예선 초반에 약체인 팀에게 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감독을 교체한 뒤에 승승장구를 하여 월드컵에 진출하게 됐다. 그 뒤 본선에서 만난 팀은 전 월드컵과 전전 월드컵의 우승국이었던 이탈리아, 아르헨티나였고, 나머지 한 나라는 불가리아였다. 우리나라는 잘 싸웠지만 아깝게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당시 불가리아도 16강에 올랐고, 세 나라 모두 16강전에서 승리하는 등의 결과를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기사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고전했다는 말은 인정하기 어렵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지역예선을 가뿐히 통과했지만 1986년의 경기로 이미 한국이 강팀에게 인식되어 있었고, 같은 조였던 벨기에, 스페인은 무척이나 강한 팀이어서 미리 준비하고 임하는 그들과의 실력차이가 확연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우루과이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충분히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지만, 심판들의 장난(?)으로 결국 1:0으로 패하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3전 전패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기고 말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지역예선은 “도하의 기적” 이라 불리는 정말 각본없는 드라마로 대변되는 어려운 가시밭길 속에 결정됐다. (내 생각에는 “도하의 기적”의 이면에는 북한도 한 몫 거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찾아보길….
그런데 막상 본선에서는 강팀들인 스페인과 볼리비아와 접전끝에 비기고, 독일과는 43도의 무더위 속에서 전반에 3점을 빼앗기고, 후반 45분동안 맹공을 퍼부어 2점을 뽑아내 아쉽게 패하는 경기를 남겼다. (당시 후반전이 5분만 더 길었다면 이길 수 있었다는 푸념까지 들렸다.) 94년의 월드컵은 우리에게 가장 인상적인 대회로 남았으며, 2002년 월드컵 유치에 일조했다고 평가된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초반 5승을 거두면서 손쉽게 통과했다. (마지막 경기는 일본과의 서울 경기였는데 2:0으로 패)
비록 황선홍이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해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고 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국가대표가 구성되었다.
본선의 같은 조는 멕시코, 네델란드, 벨기에였다. 첫 경기였던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하석주는 멋진 킥으로 선제골을 얻어내는데 성공했으나 곧 이은 백태클로 퇴장을 당한 뒤 수세로 몰리다가 결국 1:3으로 지고 말았다. (당시 백태클 퇴장으로 손해본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뒤 본선의 조별 예선이 끝날때 쯤에야 “한국만이 백태클 퇴장 규칙의 희생자” 란 말이 나오면서 16강부터 다시 백태클을 퇴장으로 엄벌하게 된다. -_-)
한국팀은 무너졌고, 히딩크의 네델란드에 5:0을 당하게 되면서 축협의 월드컵 기간 중의 차범근 감독의 경질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벌이게 된다. (정말 5점만 내준 것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맹렬한 비난 속에 심기일전한 대표팀은 마지막 나라인 벨기에 전에 최선을 다했으나 1:1을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축구강국 멕시코를 비교적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이 월드컵에서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가 우리나라에 비교적 약한 것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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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에서 언급했던 1990년과 1998년 월드컵에서 단순히 승패의 숫자만 놓고 본다면 상대적으로 나쁜 성적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해에도 우리나라는 최선을 다 했고, 결코 결과가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1986년에는 상대가 너무 강팀이었던데다가 경험부족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1990년에는 갖은 것에 비해서 너무 많이 노출되어 질 수밖에 없었다. 1994년은 정말 더 잘 할 수 없을만큼 잘 해 줬으며, 1998년은 전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한국 축협의 내부 완력문제로 분열되어 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표면상은 백태클에 이은 ~~~)
또한 우리나라가 16강에 갈 수 있을듯 있을듯 하면서도 항상 못 갔던 것은 불운보다는 심판진의 농락이 개입됐기 때문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우리의 많은 부분을 보여줬고, 이제는 심판들도 우리나라 경기를 판결하면서 결코 우리나라에 불리한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 또한 월드컵과 올림픽 대회를 꾸준히 참가하면서 이제는 세계축구의 소식에 어둡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못하면 실력, 잘하면 – 이것또한 실력일 수밖에 없다 하겠다.
아시아 예선에서의 힘든 과정이 세계 예선에 가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당금질이 됐을 가능성 또한 있고, 실제로 그렇겠지만, 아시아는 남미나 유럽처럼 강팀이 즐비한 지역은 아니다. 약체를 상대로 당금질을 했다고 강팀을 상대할 때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아시아의 맹주로서 아시아의 수준을 끌어올릴 사명을 짊어진 한국축구는 이제는 과거의 쓰잘데기 없는 통계에 연연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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