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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88번 버스기사 – 승객에 대한 태도의 도를 지나치다.

어제 탔던 88번 버스의 기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를 적기 위해서 혹시나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한참 시간을 흘려보낸 뒤에 글을 적습니다.

어제, 7월 15일 저녁에 탔던 88번 버스 이야기입니다.

작년인가에 이전 블로그의 어떤 글에서 88번 버스기사들의 운전이 거칠어서 웬만하면 88번 버스는 부평역까지 가는 용도 이외에는 잘 타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올렸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되다보니 이제는 아예 88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매일 왕복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어떤 버스기사들은 절 알아볼지도 모르겠네요.
거친 운전도 언젠가는 적응이 되거나 88번 버스의 운전기사들의 운전실력이 향상(?)되어 편안히 승객을 모시겠거니 기대해봅니다. (하지만 제가 부평에 살기 시작한지 몇 년이 넘었는데,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__-)

88번 버스 타러 모두 뛰는 중
예전처럼 회사를 마치고 여의도환승센터로 가서 88번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평소보다 유난히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88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승객들은 탑승구로 몰려갔고, 평소 88번 버스에 탑승할 때 그러하듯이 몇몇 승객들은 뒷문으로 타려고 몰려갔습니다. 그러나 오늘 버스기사는 평소와 다르게 뒷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뒷문을 열어달라고 하였고, 결국 뒷문도 열어주었습니다.
전 앞문으로 탔습니다.

운이 좋게 어떤 아저씨 덕에(?) 자리에 앉게 된 난 한참 하품도 하면서 산곡동에 도착하길 기다렸습니다. 가고가고 또 가고…. 그러다가 생각난 김에 고3 조카 수리논술 가르칠 내용들을 post-it에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리 주제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기는 현상들‘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총 9가지로 정리가 되더군요. ^_^
평소 1시간 10분 ~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가 유난히도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차를 탄지 한시간반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중동에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늦게 가도 차가 막혀서 늦겠거니 맘편히 생각해야겠지만, 사실은 출발할 때부터 주변에 있던 버스와 승용차들이 이 차를 앞질러 가고 있었기 때문에 불만이 없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상한 현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신도림을 지난 후부터 바로 앞에 88번 버스가 가고 있었습니다. 보통 88번 버스가 나란히 가는 것은 흔한 일이므로 특이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유난히 많이 막히고 있었으므로 그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버스기사는 더이상 손님을 태우지 않았습니다.
보통 두 대가 나란히 갈 경우 앞차는 사람이 많고, 뒷차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손님들은 경험상 뒷차를 선호합니다. 실제로 몇몇 분이 앞차도 서있는 와중에 제가 타고 있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럼 앞차는 출발하고, 우리 차는 태우지 않으니 손님은 당황하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거나 뒤에 있는 버스로 가곤 했습니다. (아마 바로 뒤에도 88번 버스가 있었나봅니다.)

막히는 교통상황, 이해할 수 없는 버스기사의 승객 탑승 거부까지는 그냥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기다려 결국 부평에 도착한 것은 버스를 탄 뒤 1시간 45분쯤 후였습니다. 부평역은 승하차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 붐비는 정거장입니다. 사람들이 승차하기 위해 몰려왔고, 몇몇 사람들이 뒷문으로 내렸습니다. 앞문을 열지 않자 사람들은 뒷문으로 몰려와서 우르르 탑승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더이상 가지 않는 것입니다. 왜 안 갔을까요?

버스기사는 승객들이 다 들을 수 있게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자신은 피곤해서 빨리 들어가서 두 시간쯤 쉬어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차에 타지 말라고 했는데 승객들이 뒷문으로 우르르 탔다는 것입니다. 또 승객들에게 뒷문으로 타는 건 어디서 배워먹었냐고 하더군요.
시간은 지났고, 타고 있는 버스는 부평 정거장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대고는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사는 차를 못 몰겠다느니 왜 탔냐느니….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일부 승객들은 내리겠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항의했지만 뒷문조차 열리지 않았습니다. 맨 앞의 어떤 남자 분이
“그럼 애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려고 했냐?”
“손님이 볼모냐?”
하고 큰 소리로 따져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버스 등록증
나도 이쯤에 열받아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안에서 후레쉬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윗 사진이 그 사진입니다. 이번에는 운전석을 찍었습니다. 몇 번 찍을 즘에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 얼굴을 찍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제가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차를 몰기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버스기사 얼굴 찍기는 너무 힘들어 포기...
그래서 운전자의 옆 거울을 비춘 모습으로 찍었습니다. 네… 잘 안 보입니다.
흔들리는 차에서 밤중에 찍은 사진… 그것도 차에 부착된 거울에 비친….. 것은 저정도 나온 것도 잘 나온 것입니다. (덕분에 모자이크가 필요없어졌습니다. -_-)

암튼 그 뒤로 버스는 쏜살같이 운전해서 저를 목적지에 떨궈놓고 출발했습니다.

버스 차량번호 확인용

두 시간을 타고 온 버스의 뒷통수를 찍어줬습니다.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버스기사 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투적인 운전을 많이 하는 88번 버스의 운전기사는 특히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이 돌아가긴 하지만 여의도에서 계양까지 가는 88번 버스는 여러 가지로 유용한 노선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제의 운전기사가 어떻게 버스를 몰게 됐는지 의아합니다.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 CCTV까지 설치합니다.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것은 승객의 안전을 방해하기 때문에 중죄로 처벌합니다. 그것은 버스기사도 버스기사지만, 승객들의 안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승객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응대를 하는  버스기사 또한 버스기사 폭행과 비슷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피곤해서 도저히 운전을 못하겠다면 운전에서 빠져 쉬던지, 차라리 운전 못하겠으니 내려서 다음 차로 옮겨타달라고 승객에게 부탁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footnote]예전에 제가 탔던 어떤 버스에서 실제로 그렇게 했던 버스기사가 있었다지요. 갈아타는데 추가로 드는 비용은 그 분이 동전으로 뽑아서 주셨고, 불편하지만 당연히 토를 다는 승객은 없었습니다.[/footnote] 아직도 88번 버스기사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여러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ps.
오늘 아침에도 마찬가지로 88번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88번 버스를 타고 오는 도중에 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뒷문을 닫아서 손님이 “아저씨, 문열어주세요”를 두 번이나 외쳐야 했습니다.
88번 버스기사 분들… 도대체 왜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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