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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간단계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가?

이 글에서는 진화론이 나오면 항상 뒤따라 다니는 한 가지 내용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저의 전공이 생물학이 아니어서 전문적인 글은 아니므로 비교적 쉽게 읽으시는 분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생명이 진화됐다면 왜 중간단계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가?”

다윈이 진화론을 처음 발표했을 때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인해서 수많은 박해(?)와 조롱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논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종교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요. ^^

시간이 흘러 종교적인 맹신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조금씩 생기자 여러 가지 논리적인 비판이 가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에 대해서 진화론자들이 답변하지 못했지만, 현재에는 대부분의 의문점에 대해서 연구가 진행되어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완전한 설명은 불가능한데, 이것은 과학 전반에서 아주 기초적인 것처럼 보이는 문제들도 해결 안 된 것이 많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천문학이나 생물학이 현재 과학분야 중에서 가장 뒤쳐진 편인데, 그 이유가 사람들이 고려할 수 없을정도로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생물의 종을 구분하는 것을 현대의 생물학에서는 DNA의 개념으로 해결합니다. DNA가 얼마나 다른가를 가지고 판단하게 되는데, DNA가 다르더라도 개체군이 안정되어있는지, 다른 종과의 번식이 가능한지 등등을 염두에 두게 됩니다. 종을 구별하는 것은 질문에 답변하기 전에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물리학과 화학을 공부할 때에 소립자, 원자 혹은 분자들 하나하나의 종류와 상태와 움직임을 고려하면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생물학에서의 기본은 DNA와 생물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종이란 것을 좀 더 자세히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종이란 특징이 결정지어진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열려있는 것이죠. 소진화/대진화 개념같은 것도 없습니다. 대진화란 소진화들이 여럿 뭉쳐진 것을 뜻합니다. 종의 특징이 결정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의 정체는 항상 변해갑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이 기르는 순록이나 영국의 소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순록은 원래 수컷이 다수의 암컷을 거느린 거친 개체가 중심이었는데 사람들이 간섭하면서 좀 더 순하고 다른 수컷들과도 잘 어울리는 순록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소는 일소에 가깝게 가슴 부위가 발달한 모양이었으나 현재는 부드러운 고기를 얻기 위해 뚱뚱하고 다리가 짧은 소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모두 환경에 적응한 것들이죠.

종들은 이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서 계속 변합니다. 이러한 종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애 나가야 합니다.

생명체가 진화했다는 것은 생명체 내의 DNA가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위의 예들도 사람들이 그런 형질을 갖는 개체만 골라 키워 DNA가 바뀐 것입니다. 그러나 변화가 생명체에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돌연변이를 통해 생명체가 변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개체들이 안정되면 그것이 바로 진화가 되는 것입니다.

다수의 개체가 포함된 한 집단 안에서 한 개체에 돌연변이가 발생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만약 그 돌연변이가 개체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라면 그 개체는 번식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번식에 성공했다 해도 자연선택에 의해서 다른 개체와 번식하기도 힘들고, 자연상태에서 살아남기도 무척이나 어렵겠지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돌연변이 DNA는 사라지게 됩니다.
반대로 돌연변이가 개체나 집단에 도움을 준다면 이 개체는 더 쉽게 다른 개체와의 자손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footnote]처음 글을 쓸 때는 집단에 도움을 주는 돌연변이는 언급하지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면 개체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집단에 도움을 주는 DNA가 있을 수 있고, 이 DNA가 어떻게 전달될지에 대해서 고려해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 아무리 집단에 도움이 되는 DNA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자손을 남길 수 없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이론과 비슷한 이유입니다.[/footnote] 더군다나 자연상태에서 더 많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대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많은 비율로 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DNA가 살아남을 것입니다. 여기서 다른 DNA와 합해져서 나타나는 영향들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다른 DNA의 영향을 모두 합해서 없다고 본다면 말이지요.

예를 생쥐의 경우로 들어보겠습니다. 약 50년 정도 전에는 생쥐들 중 많은 수가 노란색을 띄고 있었답니다. 생쥐를 노랗게 만드는 DNA(Y라고 합시다.)는 회색으로 만드는 DNA(g라고 합시다.)와 비교해서 우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란색이 우성이므로 Yg의 염색체를 갖는 개체는 노란색을 띕니다. gg의 염색체를 갖는 생쥐는 회색을 띄는 유전자가 열성의 성질을 띄더라도 노란색을 띄는 유전자가 없으므로 회색이 됩니다. 반면 YY의 염색체를 갖는 생쥐는 뱃속에서 죽어버립니다. Y염색체는 Y염색체와 만나면 스스로 죽어버리는 치사유전자이기 때문입니다. 어째튼, 자연상태에서 같은 비율의 회색 생쥐와 같은 비율의 노란 생쥐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다음 상자를 살펴봅시다.

ㄱ)회색+회색 생쥐들이 번식할 경우에는 무조건 회색 생쥐들만 태어납니다.
ㄴ)회색+노란색 생쥐들이 번식할 경우에는 회색과 노란색 생쥐들이 같은 비율로 태어납니다.
     gg와 Yg의 두 개의 유전자가 합해질때 나타나는 gg와 Yg의 수가 같아지기 때문입니다.
ㄷ)노란색+노란색 생쥐들이 번식할 경우에 나타나는 유전자 조합은 조금 복잡해 지는데
     YY유전자를 갖는 개체를 1로 한다면 Yg를 갖는 개체수는 2,
     gg를 갖는 개체수는 1이 됩니다. 이때 YY유전자를 갖는 개체는 치사유전자에 의해서
     태어나지 못하므로 태어나는 새끼의 노란색과 회색의 비율은 2대1이 됩니다.

결국 위의 세 경우를 다 합해 보면 회색보다는 약간 노란색 새끼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왜 현재에는 노란색 생쥐는 보기 힘들까요?? 아마 옛날에는 생쥐의 천적중에 색을 구별할 줄 아는 천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노란색 생쥐가 사라지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노란색 생쥐는 특히 인간의 눈에 잘 띄어서 쉽게 제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서 현재에는 노란색 생쥐는 거의 구경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야생으로 노란 생쥐를 본 젊으신 분들은 거의 안 계실 것 같네요…

야생의 노란색 생쥐가 환경(인간)에 의해서 개체수가 급감하는 것은 Y 유전자가 생쥐에 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처럼 전체 개체군에서 개체에 이익이 되는 DNA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해가 되는 DNA의 비는 점차 낮아지다가 결국 사라지는 현상을 우리는 집단변이라고 하지요.
아직 번식이 가능한 상태에서 DNA의 상태가 조금씩 변한다면 전체 개체군은 아주 조금씩 변화해 갑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인해서 같은 종의 개체들이 DNA의 교류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개체군 안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DNA는 그 개체군에서는 집단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반면 교류를 할 수 없는 다른 개체군에는 집단변이의 영향을 줄 수 없게 됩니다. 당장은 종이 틀려지지 않겠지만, 돌연변이의 양이 많아지게 되면 점차 종이 틀려집니다. 결국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만나게 되도 서로 번식이 불가능해지게 되어 종이 틀려지는 것입니다.

이제 진짜 질문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됐습니다.

“생명이 진화됐다면 왜 중간단계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가?”

위에서 종이 나뉘는 것은 집단변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아주 소집단이 따로 떨어져 나가서 따로 생존해 있다면 그 소집단은 진화의 중간 단계에서 남아있게 됩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일컬어지는 실리컨스같은 경우가 그 예입니다. 하지만 서로 DNA의 교류를 계속 할 수 있다면 보다 유리한 DNA가 모든 집단을 점령하게 됨으로써 중간 단계의 종을 만들지 않는 것이지요.

간혹 집단의 DNA 변화를 따라가지 않는 개체들이 있다고 할 때 수가 충분히 많다면 새로운 종으로 분화되어 우리는 다른 종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고, 따라가지 않는 개체들이 소수라고 할 때는 정상적인 번식을 하지 못하게 되므로 자연도태됩니다. 이 두 경우 모두 종의 중간단계는 관찰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농작물로 키우는 수많은 작물들이 사실은 애매해서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교차수정 등이 일어날 수 있는 등, 그냥 보면 분명 형질은 다른 것 같은데 형질의 교환이 가능한 것들을 일컬음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아직 종이 분화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선인장에서 그 예를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선인장 중 유성류에 대표종들인 난봉옥, 은호난봉옥, (청)반야, 투구 등은 겉모습은 매우 다른데도 불구하고 교차수정이 가능하답니다. ^^

난봉옥
백운난봉옥
은호난봉옥
청반야
홍역난봉옥

농업적으로는 다른 종으로 구분하지만 생리적으로 이것들은 한 종에 속한다.

맺으면서…
결론은 좀 이상하게 써 봅니다.
인간은 머리가 발달하는 쪽으로 진화의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그것은 보통 IQ가 낮은 사람들은 점차 도태될 것이라는 예견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진화에는 그렇게 간단하게 한 쪽의 경향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IQ와 꼭 상관있는 것은 아니며,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어떤 형질이 유리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인간의 머리로 길고 짧은 것을 재단하려는 우생학이 옳을 확률이 거의 0에 수렴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현재의 환경에 최선을 다 해서 적응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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