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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 앨범의 잇단 음원유출에 이유가 있었다?

조금전 어떤 사이트에 방문했다가 어떤 글을 보게 됐습니다.
트랜스픽션 음원유포자가 경찰에 체포된 뒤에 자백을 했단 글이었습니다.
그 글의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9세로 대학교 재수중인 여학생은 경찰에서
“블로그에 미발표곡을 공개하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아 그랬다.”

“실제로 음원을 올린 후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방문해 기분이 좋아 여러 블로그에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 전했답니다.

그와 함께 트랜스픽션 소속사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음원을 공개하는 것이 불법인 줄 몰랐다는 이 학생의 말을 듣고 황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충격적이었다”라면서 도덕불감증이 시각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음원 유출한 여학생을 소속사가 사과문을 받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됐답니다.


그런데…. 제 의문점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도대체 여고생이 어떻게 음원을 얻게 되었을까요?
글에는 P2P를 통해서 받게 되었다고 하는데, 발매를 3 일 앞둔 음반의 음원을 누가 P2P에 올린 것일까요? 사실 진짜 범인은 여고생이 아니라 P2P에 올린 사람이 범인입니다. P2P에 올린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마도 누군지 록그룹 트랜스픽션이라는 그룹의 엄청난 팬인가봅니다. 아무리 유명해도 인디그룹을 아는 사람들 그리 많지 않잖아요.제가 트랜스픽션이 얼마나 유명한지 몰라서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일반인은 알기 힘든 그룹 아닌가요?

트랜스픽션 소속사는 울림엔터테인먼트라는 곳이군요. 검색해보니 에픽하이(EPiK High)랑 넬(NELL) 소속사입니다. 다른 메인에 노출된 분들은 죄송스럽게도 모르는 분들….. 기사를 검색해 보니 제가 좋아하는 서진영과 이브(EVE)도 같은 소속사인가보네요.
누군가 이 회사의 컴퓨터에 들어가서 에픽하이와 넬, 서진영, 이브 같은 꽤나 유명한 분들의 곡은 건드리지 않고,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트랜스픽션 음악을 빼내서 P2P에 올린 것일까요? (제가 알기로는 위의 분들 중 몇몇 분은 지금 한참 앨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원이 같이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또 앨범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미발표곡도 꽤 많을테고…)
좀 더 생각해보면 음원유출을 할 수 있는, 할만한 사람은 극히 적은 사람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그렇게 몰래 빼낼 정도의 사람이라면 P2P에 올릴 생각을 아예 안 했겠죠.

다시 말해서 음원 유출에 대해서 블로그에 올렸다는 여학생만 갖고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 P2P에 올린 사람을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데일리 뉴스로 나온 내용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지난 9일 P2P에서 어둠의 경로로 트랜스 픽션의 새 앨범 음원이 불법 유통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일은 사실 가요계에선 흔히 있는 일이라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그렇다면 가요계의 컴퓨터는 종종 뚤리는 일인건가요? 그래서 좀 더 검색해보니 음원이 유출된 사람이 꽤 많군요.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잡히지 않는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정도로 다각도로 음원이 유출되는 데는 무슨 원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내부자겠죠. 내부자가 아니라면 외부에서 수시로 뚫고 들어오는 좀도둑(?)을 막기 위한 보안을 강화하지 않을까요? 보통 컴퓨터라면 윈도우즈 방화벽 정도만 설치해도 웬만해선 뚫을 수 없다는 거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요???
그에 대해서 이데일리의 또 다른 기사에서 방송국 등의 심의용 CD가 음원유출의 주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언급을 하고 있네요.

그래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결국 방송국 등에서 음원 유출자를 찾는 것은 사실 사막에 떨어진 바늘 찾는 것만큼 어려우니 찾는 작업 자체를 포기하고, 대신 애매한 사람 붙잡고서 홍보용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학생들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문제겠죠.
그러나 음악이나 영화와 같은 것은 대중 속으로 많이 알려져야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컨텐츠들입니다. 불법/합법 모두 음악을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오히려 팬들이 사전에 음원을 유출해서 돌려듣고 있다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팬들의 자발적 참여가 꼭 필요한 시점에서 진짜 팬들조차 뭔가 활동할만한 영역도 축소시키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인터넷에서 돌리는 것은 저작권을 자유롭게 쓰도록 풀어주고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것만 적절히 판매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음악하시는 분들은 안 그렇게 생각하나봅니다. 하긴 뭐…. 어렸을 적 친구 찾는 TV프로그램 나와서 친구가 mp3로 듣는다고 하니 다짜고짜 CD로 들으라고 핀잔주는 사람들이 가수니까요. (솔직하게 말해서 저도 제가 갖고 있는 CD들을 모두 mp3나 ogg로 바꿔서 듣고 있습니다. 전 CD플레이어를 가져본 적이 없지만서도…. CD로 요즘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나 하나요???)

ps. 그들이 애초부터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OFF 음반이 잘 나갈 때 ONLINE에서도 똑같이 팔면 돈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양쪽을 합칠 때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음반 제작자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계속 줄어들고 있죠. 그들이 선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당연하죠. 불법이라며 두드려패기만 했으니까요.) 지금 음반판매도 계속 줄어들고, ONLINE 판매량도 거의 정체가 되고 있죠. 이게 어떻게 끝나갈까요? 뭐 할 말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도 똑같이 하고 있고, 그래서 제 블로그에 절대로 음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딱 하나 사용한 것이 있군요. 베스트극장 <새는>의 주제곡을… 감상문에 넣었었군요.^^)
가끔 소개하고 싶어도 뭐 그냥 무시하고 삽니다. ^^

가요계가 왕창 망하고 1950년대의 상황에서 다시 사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문제는 지금 당장 공중파 방송/케이블 방송의 인터넷 동영상 단속에서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 같네요. 요즘은 포털에서 KBS, MBC 마크가 찍히기만 해도 앞뒤 안 가리고 몽땅 지우더군요.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TV시청율이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언아닌 예언을 해보겠습니다. ㅎㅎㅎ

ps. 2021.08.03 추가
13 년 전에 쓴 이 글을 지금 다시 살펴보니……
내가 어떻게 이렇게 맞는 말만 써 놓은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내가 쓴 그대로 변해있다.
음악은 CD는 건 그냥 기념품 개념으로 소수 판매되는 것이고, 아예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별로 눈에 안 띈다. 나부터도 음악 안 들은지 4 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공중파 방송국의 시청률은 이제 이슈가 되어도 5% 기록하기도 힘들고…., 의제설정 능력마저도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에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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