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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생태에 대한 짧은 글

어딘가에서 거미에 대해 대화할 때, 이정도 알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이 글을 남겨본다. 이 글에서 언급하는 거미종은 특별히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대략 이런 것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말꼬마거미 수컷
암컷을 찾아 목욕탕 벽면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친 날 : 2024.10.28

1. 한살이

거미는 수명이 1년 미만인 종부터 20 년 이상 사는 종까지 다양하다. 학자들은 보통 1 년 미만, 1~1.5 년, 2~3 년, 3 년 이상으로 나눈다고 한다.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1 년에 두 번 나타나는 종(같은 거미줄이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나타나는 종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부터 십 년 이상 사는 종까지 있다.

검은날개무늬깡충거미는 1~1.5 년 동안 산다고 분류되지만, 내가 관찰한 대로라면 초여름에 알을 낳고 바로 죽는다. 거미를 키우시는 분들의 말씀에 의하면, 이런 생태를 갖는 거미가 짝짓기를 하지 못해 알을 낳지 못하면 몇 달을 더 산다고 한다.

1.1 성장단계

거미 성장 단계는 다음과 같다.

알 → 약충 애거미 유체 아성체 준성체 성체

1.2 탈피

거미는 외골격을 갖는 동물이기 때문에, 탈피를 통해 성장한다. 탈피는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천적에게 잡아먹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탈피하다가 죽는다.

탈피 횟수는 통상적으로 종에 따라 다르다. 잎거미는 매우 적은 3 회만 탈피한다. 탈란튤라는 수명의 제한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계속 주기적으로 탈피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탈피가 힘들어져서 대략 20 년 넘게 살면 결국 탈피에 실패해서 죽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먹이를 많이 먹을수록 빠르고 크게 자라므로, 한배로 태어났어도 환경에 따라 탈피 횟수가 달라진다.

2. 크기

거미는 크기를 말할 때 몸길이를 기준으로 한다. 몸길이는 눈이 있는 머리 끝부터 배 끝까지의 거리이다.

거미 몸집은 종에 따라 애초에 작거나 크게 자라지만, 먹이를 얼마나 먹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그래서 도감에 적혀있는 크기를 빈번히 벗어난다. 예를 들어서, [한국의 거미] 도감에는 들풀거미 크기가 암컷은 15~19 mm, 수컷은 12~14 mm로 나와있으나, 암수 모두 25 mm 정도까지 큰다.

초소형종은 매우 많으나, 너무 작아서 사람의 시각의 한계에 가까운 크기이기 때문에 거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찾기 힘들고, 동정도 힘들다. 거미에 많이 관심 갖는 사람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주로 소형종이고, 보통 사람의 눈에 많이 띄는 것은 대형종이다.

3. 사는 곳

거미는 늘 추운 남북극을 제외한 모든 육지에 산다. 물 속에서부터 산지, 건조기후인 사막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환경에 적응한다. 사막 등, 우리나라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서식환경은 제외하면, 대략 이렇게 나눌 수 있다.

4. 생활형

거미는 거미줄을 활용하는 강력한 사냥꾼이다. 따라서 생활형은 거미줄을 어떻게 활용해서 사냥을 하느냐로 나눠볼 수 있다.

차일 그물과 돔형 그물을 치는 종은 설렁줄을 활용해 둥지 부근을 지나가는 먹이감을 감지해 덮쳐 잡아먹는다.

거미줄은 많은 변형을 볼 수 있다.

5. 먹이

거미는 주로 육식성 식사를 한다. 비슷한 크기의 곤충부터 매우 작은 톡톡이까지 잡아먹는다. 몸집이 큰 탈란튤라가 쥐나 작은 새를 사냥해 먹기도 한다.

특이하게 식물성 먹이를 먹는 거미도 있다. 아카시아 같은 식물은 개미 등에게 제공해줄 목적으로 잎자루 부근에 고단백질의 덩어리를 만드는데, 일부 거미는 이걸 먹는다. (중앙아메리카 지역에는 특별히 잎을 먹는 종도 있다고 한다.)

봉선화 같은 식물은 잎자로 부근에 꿀샘을 만드는데, 보통은 개미가 꿀을 먹으며 해충으로부터 식물체를 지켜준다. 그 꿀샘에는 거미를 비롯한 몇몇 벌레도 들린다. 꽃게거미 등은 자기가 사냥터로 삼은 꽃에서 꽃가루를 먹는다. 그러나 이런 식물성 식사는 주식이 아니라 동물성 식사를 보조하는 간식이다.

6. 짝짓기

거미가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암컷과 수컷이 만나야 한다.

배회성 거미는 그냥 돌아다니다가 만나면 대부분 수컷이 암컷에게 적절한 신호를 보내고, 암컷이 받아들이면 수컷이 다가가서 구애의식을 치루며 정자를 전달한다. 구애의식은 좀 다양한데, 수컷이 암컷에게 선물을 주거나, 거미줄로 강제로 포박해놓고 짝짓기 하기도 한다. 스파이더맨 키스를 하는 종도 있다.

정주성 거미는 서로 다른 장소에 머물러 살다가, 짝짓기철이 되면 수컷이 자기 집을 벗어나서 암컷을 찾아나선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암컷을 만나면 암컷에게 다가가 짝짓기를 한다. 이때 다가가는 과정과 짝짓기하는 과정은 종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무당거미의 짝짓기다.
(언론이나 출판물에 나온 내용은 대략 이렇다.) 암컷은 주변에 보이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잡아먹는다. 수컷은 아성체일 때부터 거의 식사를 하지 않아서, 암컷에 비해 크기가 1/5 ~ 1/10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에 암컷에게 다가가다가 잡아먹힐 수 있다. 그래서 암컷이 준성체일 때 암컷 거미줄에 들어가 산다. 물론 암컷 거미줄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거미줄을 튕겨서 암컷의 허락을 받는다. (반응을 안 하면 허락!)

암컷이 성적으로 성숙하면, 그 뒤부터 기회를 노리며 바퀴통(원형 거미줄의 가운데 부분)에 구멍을 뚫는다. 암컷 생식기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다. 그리고서 먹이가 잡히길 기다린다. 암컷은 먹이가 잡히면, 거미줄로 둘둘 말아서 들고는 바퀴통으로 가서 식사를 한다. 이때 수컷이 재빨리 암컷 배로 이동해서 짝짓기를 한다. 먹이를 먹는 동안 짝짓기를 끝내고 빠져나오지 못하면 십중팔구 암컷에게 잡아먹힌다. (그래도 자손을 남겼다면 OK!)

사실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짝짓기하는 것은 암컷의 허락을 구하지 못한 경우이다. 암컷과 수컷이 서로 교감을 하여 짝짓기를 하는 경우엔 암컷이 먹이를 먹지 않아도, 수컷이 짝짓기를 시도한다. 물론 잡아먹힐 가능성이 늘 있으므로 매우 조심스럽다.

또 다른 경우에는 암컷이 페로몬이 듬뿍 뿌려진 거미줄5을 한 타래 뽑아내면, 그 거미줄을 발견한 수컷은 암컷에게 무작정 달려들어 짝짓기를 한다. 산란할 시기가 가까워졌는데도 짝짓기를 하지 못했으면 특별한 거미줄을 뽑아내는 것으로 보인다. 그 거미줄에는 페로몬이 묻어있는 듯하다. (휴~ 무당거미 짝짓기를 대충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복잡하다.)

산왕거미나 기생왕거미는 암컷과 수컷이 몸 크기도 별로 차이나지 않는다. (머리가슴은 비슷하고, 배만 작다.) 또 만나면 친하게 지낸다. 그래서 수컷이 암컷 거미줄로 들어간 뒤에 같이 먹고 같이 자며 지내다가 짝짓기를 한다.

이외에 거미종마다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암컷이 성체가 되는 마지막 탈피를 하기를 기다렸다가 기운을 차리기 전에 강제로 짝짓기를 하기도 하니 뭐…..^^;

7. 기타

7.1 생김새

거미는 온 몸이 마디로 되어 있는 절지동물이다. 머리가슴과 배의 2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예전에는 온몸이 수많은 마디로 만들어져 있었다. 마치 전갈처럼….. 많은 종의 거미가 배에 대칭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의 무늬를 갖고 있는데, 이 무늬가 마디의 흔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마디 흔적이 남아있는 거미도 있다고 한다.)

게 같은 절지동물이 10 개의 다리를 갖는 것처럼 거미도 10 개의 다리를 가졌었다. 지금은 진화하여 8 개의 다리를 갖고 있으며, 맨 앞의 2 개는 손 역할을 하는 더듬이다리로 진화하였다. (그래서 더듬이다리에 발톱이 있는 종도 가끔 있다.) 수컷은 더듬이다리에 교접기가 있다. 작은 거미줄 보자기를 만들고, 그 안에 정액을 담아 교접기에 넣어가지고 다니다가 교미할 때 쓴다. 양쪽 더듬이다리를 모두 잃어 교접기가 없는 수컷은 짝짓기를 할 수 없다.

7.2 몸의 구조

머리 끝에는 입, 더듬이다리, 눈이 있으며, 가슴에는 8 개의 다리가 있고, 배에는 밑면에 생식기가 있으며, 끝에 거미줄을 만드는 실젖이 있다.

거미는 거의 대부분 8 개의 눈을 갖고 있으나, 일부 눈이 퇴화되어 1, 2, 4, 6 개를 갖고 있는 종도 있고, 없는 종도 있다.

머리가슴과 배가 하나로 합쳐진 벌레가 있는데, 통거미[장님거미]다. 통거미는 보통 거미로 많이 오해받는 편이지만, 거미가 아니다.

7.3 특이한 거미

가죽거미 종류는 특이하게 머리의 엄니에 실젖이 있어서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앞으로 쏜다. 주요 먹이는 다른 거미나 곤충이다.

7.4 안전실

거미는 몸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늘 뒤에 거미줄을 붙이고 다닌다. 이 거미줄을 안전실(safety line)이라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슬금슬금 내려오는 거미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데, 이때 매달린 줄이 안전실이다.

안전실을 한 올만 쓰는 종과 두 올을 쓰는 종이 있는데,

처음 등장한 거미는 안전실을 한 올로 만들었는데, 진화 초기에 두 올을 쓰도록 진화했다. 한 올 쓰는 종은 현재 모두 3 종이 발견되었다. 모두 희귀종이다.

안전실은 깡충거미가 뛸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물체가 날아갈 때 자세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몸길이와 속도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때 깡충거미가 뛰는 속도는 깡충거미 몸길이의 물체가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날아가기에는 너무 느리다. 그래서 그냥 뛰면 어떤 자세로 착지하게 될지 가늠할 수 없다.(예: 벼룩은 아무렇게나 떨어진다.) 그래서 화살이 잘 날아가게 하기 위해서 끝에 깃털을 다는 것처럼….. 깡충거미도 안전실이 뒤로 잡아다녀 몸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만든다. 물론 착지에 실패했을 때 안전을 책임져 주기도 한다.

7.5 벽면 오르내리기

거미가 벽면을 오르내리는 능력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첫째는 몸집이 작으면 매끄러운 벽면을 타고 오르내릴 수 있다.

둘째는 발톱을 발달시켜서 벽면을 오르내린다. 이런 종류는 유리처럼 같은 매끄러운 벽면을 오르내리지는 못한다.

세 번째는 발바닥에 특별한 털인 끝털다발을 발달시켰다. 이런 종은 모두 유리창과 유리천정을 타고 다닐 수 있다.

여우깡충거미
소형종이고 특별한 털 구조를 발달시키고 있지는 않지만, 벽면을 잘 오르내린다.
깡충거미류
중형종인데 발바닥에 털이 있어서, 유리벽을 짚고 다닌다.

7.6 월동

거미는 월동을 각기 다른 단계로 한다. 알부터 성체까지 각기 다른 단계로 월동하는데, 이는 거미 생태에 중요하다.

참고자료

[거미의 세계] 임문순 김승태 공저

[한국의 거미] 남궁준 저

[거미가 궁금해] 이영보 저

[거미생태도감] 공상호 저

https://news.joins.com/article/3475144

  1. 그래서 새끼거미가 모두 나온 빈 알집에는 탈피한 껍질이 잔뜩 들어있다. ↩︎
  2. 일부 땅거미가 물속에 사는 게 발견되기도 했다. ↩︎
  3. 습지에 사는 200여 종의 거미를 총칭해서 논거미라고 한다. ↩︎
  4. 꼬마거미는 보통 불규칙한 거미줄을 치지만, 일부 종은 거미줄의 일부를 원형으로 치기도 한다. ↩︎
  5. 보통의 무당거미 거미줄보다 더 노랗고 고불고불하다. 겉보기에는 무당거미가 산란한 뒤에 알집을 덮는 거미줄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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