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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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드라마라 하면 평생 잊지 못할 드라마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들이 인생드라마를 많이 이야기하길래 나도 인생드라마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우선 세 개는 자동으로 꼽혔다.

참고로, 써 놓은 명대사는 기억에 의존한 것이므로, 실제로는 전혀 다를 수도 있다.

1. 여명의 눈동자

MBC에서 만든 드라마다. 일본에 점령돼 있던 때부터 한국전쟁이 막 끝날 때까지의 근대사이다.

등장인물들은 강제징용으로 끌려가기도 하고, 성노예로 끌려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일본이 패망하자, 소련과 미군이 점령한다. 사람들은 누가 점령한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여기에서 명대사가 나온다.

“스즈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러시아가 부동항을 차지하기 위해 북한 지역을 점령한 것이 첫 번째 문제였고, 미국이 동아시아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나라를 처리하려고 했던 게 두 번째 문제였다. 그렇게 우리민족이 연속으로 털리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남북으로 갈려서 싸움이 난다. 한국전쟁 발발…..

우리민족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2. 모래시계

SBS에서 만든 현대사 이야기다. 박정희가 독재를 하던 때부터 전두환이 독재를 할 때까지의 이야기.

남자주인공 1은 농군의 아들이고, 학창시절에 천재로 소문났다. 그러나 지역에 도로가 뚤리면서 자기집 논이 수용되는 과정에서 독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겪고는, 자기집처럼 억울한 사람을 위하는 위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자주인공 2는 술집작부의 아들이다. 학창시절에 비행청소년을 넘어 학교 전체를 털어먹는 정도의 학폭 주동자였다. 그러나 도중에 남자주인공 1이 전학오면서 영향을 받아 공부를 시작한다. 목표는 육군사관학교 진학. 그러나 아버지의 빨치산 경력이 문제가 되어 면접에서 떨어지고 만다. 이제는 원래 잘 하던 폭력집단에 들어가는 것뿐.

여자주인공은 부자집 딸이었다. 그러나 자기집의 부가 올바른 방법으로 쌓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집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이 세 명은 친구로서 각자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 현대사가 독재의 피로 얼룩져 있듯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는 없었다. 온갖 비리, 폭력, 박정희 꽥, 광주사태(드라마가 나올 당시엔…), 삼청교육대 등등…..

명대사는 앞에도 종종 나오지만, 마지막 10여 분을 남겨두고서 쏟아져 나온다.

“꼭 죽였어야 했어?”

“그래서 나아진 것이 있어?”

“몰라, 아직은 몰라.”

3. 나의 아저씨

tvN에서 방송된 현대극이자, 일종의 판타지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달이 엄청나게 크다.)

남자주인공은 건축구조기술사다. 그냥 무덤덤하게 자기 일을 해나가는 한 직장인이다. 사무실에서 일할 임시직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그냥 눈 앞에 있는 이력서 중에 하나를 뽑았다. 그냥 그랬을 뿐이다.

여자주인공은 사채로 망한 집안의 손녀가장이다. 수천만 원의 사채를 갑기 위해 몇 가지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운 좋게도 어떤 중견 설계회사에 임시직으로 취직한다.

이렇게 만난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 구직자와 구인 결정자라는 관계로 알 수 있듯이, 나이가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들은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수많은 대사 중에 명대사로 떠오르는 건 이것 하나 뿐이다.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이 드라마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필요 없다. 명대사도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이 드라마가 등장인물들의 상호작용 속에 이루어지는 서사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는 재미있는 관계가 있다. 둘 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전자는 우리민족이 어떤 일을 당했으며, 우리 땅을 지배하던 외세가 어떻게 우리민족을 다뤘는지 말해준다. 후자는 우리민족을 매국노이자 독재자인 작자가 지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대는 겹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참고로 [여명의 눈동자]는 아직 독재자가 지배할 때 상영됐고, [모래시계]는 그 독재자가 대통령을 그만둔 뒤 그 끄나풀들이 아직 실효지배를 할 때 상영됐다.

두 드라마의 이야기가 이렇게 나뉜 것은 역사적 숙명이다. [여명의 눈동자]를 만든 MBC는 독재자의 끄나풀이 점령하고 있는 정부가 최대주주이고, 2대주주는 독재자의 딸이 갖고 있는 어린이재단이다. 따라서 독재자의 이야기는 못하게 막았다. (심지어…. 우리는 국사 교과서에 기술돼 있는 현대사는 비공식적인 이유로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못한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모래시계]다. [모래시계]는 만든 SBS가 막 개국했을 때 상영됐다. SBS는 개국한 이후에 별로 이렇다 할 시청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슈가 될 특별한 것이 꼭 필요했다. 따라서 물불 가리지 않고 중요한 무언가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예능 [태평양 종단 퀴즈]와 드라마 [모래시계]였다. 당시 분명히 독재자의 잔당들이 남아있었지만, 대통령이 김영삼이어서 민주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바로 독재자 비판!! 그래서 이걸 위해서 [여명의 눈동자]를 만들었던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를 데려다가 [모래시계]를 만들기에 이른다. (SBS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동기가 자기들의 금전적 이득과 관련되는 건 이후에도 여러 번 반복됐다. 어쩌면 SBS 개국이 독재잔당의 이득을 위해 진행된 것인지도….) 어찌보면 [모래시계]는 [여명의 눈동자]의 후속편인지도…..

배우 문제도 살펴볼만하다. [여명의 눈동자]의 남자주인공과 [모래시계]의 남자주인공 1은 박상원이 연기했다. 두 작품 모두에서 정치적 올바름으로 나아가는 인물로 나온다. [모래시계]에서 재벌에 맞서는 여자주인공 혜린은 고현정이 연기했다. 그런데……….. 이후에 박상원은 매국당 지지를 선언한다. 반면 고현정은 재벌가 인물과 결혼한다. 그런데 (그 인물은 결혼 이전부터 이미 소문이 무성했던 것처럼) 고현정을 내버리고는, 고현정보다 훨씬 어린 한지희라는 플룻 연주자와 재혼한다. 거기다가 SNS에서 대놓고 일베충이 하던 걸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ㅎ 그나저나 이번 결혼생활은 꽤 오래 유지되는 듯…. 평생 가려나?

배우의 연기는 당연히 현실과는 다를 것이다. 그런데 배우는 연기를 할 때마다 실제 그 인물이 된 것처럼 혼신을 다하기 때문에, 연기가 끝난 뒤에 후유증이 꽤 심하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런 경험으로부터 별로 배우는 것은 없는 모양이다. 주인공과 반대의 길을 걷는 걸 보면…. ^^;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 자체에 대해 할 이야기는 별로 없다. 다만 현실 속에서 여자주인공인 이지은은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

나는 아이유가 예전에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도 아쉬움을 표했었는데, 지금 활동하는 것을 보면 대학에서 배울 정도의 사유능력은 본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한 것 같다. (참 대단하다!)

근데 아이유가 배우 이지은으로의 활동을 줄이고, 아주 약간만 더 많이 가수로 할동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가수로서의 아이유와 배우로서의 이지은 모두를 좋아한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활동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아이유는 지금쯤 한국의 독보적인 가수를 넘어서 세계적인 가수가 됐을 것 같다. 노력이 분산된 데다가, 결과론이지만, 코로나19의 세상이 되어버려 넘기가 아주 힘든 턱이 생겨버린 듯하다. (물론…. 아이유는 지금도 이미 세계적으로 훌륭한 가수인 게 분명하긴 하다.)

아…. 참… [나의 아저씨] 하면 자꾸 번역체 ‘나의’가 눈에 거슬린다. ㅜㅜ ‘우리 아저씨’라고 했어야 더 우리말다웠다…


위의 세 개를 꼽은 다음에, 다른 드라마도 생각해 봤다.

[아들과 딸], [사랑이 뭐길래], [용의 눈물], [대장금]부터 시작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가을동화], [연애시대]…. [미생], [응답하라1988] 시리즈, [눈이 부시게], [뿌리 깊은 나무]…. 최근의 [도깨비], [킹덤], [오징어게임], [지옥]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이런 작품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앞의 세 작품과 비교할 때 너무 수준차이가 크게 난다. 그래서 네 번째를 꼽아보고자 일 주일 가깝게 고민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그냥 중간광고와 PPL이 드라마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만 알게 됐다.

언젠가… 네 번째 인생드라마가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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