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가 혹평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건 관심 없고, 남극에 빙하를 모두 녹일만큼 큰 운석이 떨어졌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초간단하게 살펴보자.
- 운석 낙하
운석이 떨어지면 많은 열이 발생하며 빙하가 녹을 것이다. 이때 수많은 암석과 금속 조각들이 사방으로 퍼질 것이다. 이 조각들은 거의 모든 인공위성을 파괴할 것이다. - P파 전파
지진파 중에 P파가 가장 빠르다. 30 분에서 1 시간 안에 P파가 우리나라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는 음영지역이기 때문에 P파를 직접 느끼지는 못한다. - S파 전파
지진파 중에 S파가 1 시간이 지난 직후에 우리나라에 도달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음영지역이기 때문에 S파를 직접 느끼지는 못한다. - L파 전파
지진파 중에 L파가 2 시간쯤 지난 뒤에 우리나라에 도달한다. L파는 지표면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파동이다. 지진 피해는 대부분이 이 파동 때문에 발생한다. 이 파동은 음영지역이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M10 이상 강도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고층건물은 대부분 무너질 것이다. 롯데타워나 63빌딩 같은 것도 포함된다. 이걸 모르고 잠을 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R파 전파
지진파 중에 마지막으로 R파가 도달한다. 운석이 떨어진 뒤 3 시간쯤 뒤일 것이다. R파는 지표면이 원을 그리며 흔들리는 파동으로 가장 느리고, 피해도 L파처럼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음영지역이 없다. - 쇼크 웨이브 전파
운석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충격파가 전 지구를 수십 바퀴 돌 것이다.
참고로, 통가에서 화산이 폭발했을 때 글쓴이는 귀가 아파서 눈물을 주르륵 흘렸었다. 그 뒤 넉 달 정도 통증이 느껴졌었다. 물론 이건 글쓴이가 워낙 예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말한 정도의 운석이 떨어졌을 땐….. 신경쓸 게 하나도 없다! 모두 고막이 파열될 것이기 때문이다. - 해일 전파
해일은 가장 늦게 온다. 거의 20 시간 뒤….. 거기다가 아마도 영화에서처럼 집채만한 파도 형태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운석이 떨어진 뒤에 17 시간 이상 대피할 기회가 있다. 영화가 시작된 타이밍이나 그런 설정을 왜 그렇게 했는지는 이해가 되긴 하는데,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설정이었다. 더군다나 운석에 의해 우주기지도 파괴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영화의 설정은 너무 뜬금 없었다.
운석이 떨어졌다고 지구의 전 대륙이 잠기는 건 아니다. 남극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54 m 상승하고,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6 m 정도 상승한다. 그러니까 부산에 있는 해안가의 아파트가 몇 층 정도가 잠기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높은 파도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해의 얕은 바다가 해일에 어느정도 브레이크를 걸어줄 것이다.
요즘 영화를 안 보고 있다. 요즘 영화는 헐리웃 영화건 우리나라 영화건…. 졸작이 너무 대홍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더는 안 보게 될 것 같다고 글을 올렸었는데, 그게 실현됐다. 시나리오 때문이다.
[대홍수] 시나리오는 과학에 위배되는 요소가 너무 많을 정도로 너무 대충 구성돼 있고, 촬영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집채만한 해일이 몰아치는 장면 같은 걸 뭐라 하는 게 아니다. 종종 긴박함 같은 재미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고학적으로 대충 만들기도 하니까…..
그리고, 등장인물 행동도 너무 짜증난다.
영화를 만들 거면,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시나리오부터 신경을 좀 쓰자! 과학적으로 딱딱 맞게 만들라는 말은 아니고, 최소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신경이 분산되지 않을 정도로 그럴듯하게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