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쾌락주의와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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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실험
독립된 공간에 2~3세의 아이를 데려가서 마시멜로를 하나 주면서 30분을 참았다 먹으면 마시멜로를 상품으로 하나 더 주고, 30분이 되기 전에 먹으면 더 이상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아이가 눈 앞의 유혹을 참고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판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는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아이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30분을 기다리는지의 여부와 미래에 아이의 성공여부(대학입학시험의 성적)는 큰 상관관계를 갖게 된다.

사람이 타인에게 가장 과시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편적으로는 ‘자식 자랑’이 아닐까?

자식 자랑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자식 자랑은 비교우위와 실적을 통해서만 하게 된다. 우리 부모님이 그러셨고, 나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자식이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분야는 아니고 매우 제한된 분야일 뿐이다. 그러면 부모들은 비교우위나 실적으로 자식 자랑을 할 수 없을 때 자식 자랑을 어떻게 할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주변사람들이 하는 방법은 한 가지인 것 같다. 비교우위 또는 실적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거기다가 비교우위나 실적을 만드는 방법 또한 다양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취하는 방법은 천편일률적이다. 사교육을 하는 것이다.

비교우위와 실적을 위한 교육의 최후에 존재하는 두 가지는 명문대로 대표되는 학벌과 대기업(또는 금융기관 등)에 취직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가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의 삶의 질을 대변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두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갖는다.
이에 대한 이성적 분석은 분명 꼭 학벌이 좋아야 한다거나 월급을 많이 받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부모의 자식 자랑을 하고자 하는 유혹과 본인의 출세 과시욕에 의해서 고정된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게 된다.
분명 명성, 부, 자기만족도 등에서 수많은 다른 방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을 고집하는 이유는 같은 길을 가야만 서로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살펴보자.
자식들의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사교육을 시킴으로서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랑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사교육의 목적이라면 부모들은 분명 2~3세의 아동들에게나 해야 하는 마시멜로 실험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보다 더 앞서서는 만약 사교육과 자녀교육의 관계 등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거나 그릇된 신념만 갖고 있는 부모가 있다면 이는 마시멜로를 집어 입에 넣기도 전에 마시멜로의 달콤함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기술에 따르면 자신이 미처 깨닫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인 안목 없이 당장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을 “소극적 쾌락주의”라고 한다. 부모들이 사교육을 통하여 장기적인 안목 없이 자식들을 가르치는 것은 너무 직접적인 달콤함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자식자랑이 만연하는 우리 사회는 마시멜로를 아무런 생각 없이 집어먹는 소극적 쾌락주의에 빠진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극적 쾌락주의는 현대의 매스미디어 사회에서 널리 전파되는 광고에 의해서 증폭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 문화는 표면적으로 (적극적) 쾌락주의를 금지하고 있지만 소극적 쾌락주의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극적 쾌락주의는 근본적으로 인간 본연의 욕구에 의해서 추구되는 것이 분명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만연한 것은 입신양명 등의 소극적 쾌락주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던 유교의 영향이 큰 것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극적 쾌락주의를 버리고, 장기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기 위해서는 일단 유교를 버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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