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와 원자의 차이

(einbert님 요청글 : 2005.07.21)

원자(Atom)와 원소(Element)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그리 어렵지 않은 이 질문이 어른들에게도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학교에서 화학을 주입식 공부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 문제를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에서 공부하기에 앞서 나 혼자서 교양과학서적을 읽으며 알아나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렙톤과 쿼크로 알려진 소립자로 생각할 수 있지만 렙톤과 쿼크 자체로 물질을 다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수준에서 원자가 기본 구성 단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처음 원자를 생각한 사람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은 물질을 절반으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절반으로 나누고….. 식으로 무한히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물질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가장 작은 것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 사유했고, 그래서 물질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가장 작은 것을 아톰(Atom)이라고 명명했다. (기본적으로 데모크리토스 생각에 부합하는 것은 원자가 아니라 분자지만… 분자라는 것이 알려진 것이 과학사에서 극히 최근이라는 걸 참작해야 한다.)

원소는 성질이 같은 원자 무리를 말한다. 분류 개념이므로 추상적인 개념이다.
원소에 대해 자세히 연구한 사람은 돌턴이었는데, 중세시대에 연금술로 발전한 화학 지식을 토대로 정확히 원자를 정의하고 몇몇 원소를 발견(?:규명)하였다. 물론 이러한 발견의 배경에는 천재의 시대라고 불렸던 르네상스의 많은 과학자가 있어서 할만한 이야기도 많지만…. 전부 생략한다.

원소를 적절한 수준으로 처음 정리한 사람은 맨델레예프다. 그는 당시 알려졌던 원소를 원자 질량 순서로 배열한 후 직감으로 통찰하여 원소주기율표를 만들고, 몇몇 빠진 자리와 잘못된 자리를 바로잡았다. 물론 맨델레예프 주기율표에는 몇몇 잘못된 부분이 남아있었지만, 원소 사이에 규칙이 있다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 중요하다.

멘델레예프가 처음 만들었던 주기율표

원자 연구가 진행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부터다. 1900 년 러더퍼드가 톰슨의 원자가설을 개선하면서 현대적인 의미의 원자 연구가 시작됐다. 1913 년 보어는 양자가설을 활용해 수소원자 선스펙트럼을 설명했으며, 슈뢰딩거는 확률 개념을 전자궤도에 도입했으며, 디랙은 슈뢰딩거 방정식에 상대론 효과를 추가하여 디렉 방정식을 만들었다. 이 방정식은 전자구름을 포함한 현대 원자모형의 토대가 된다. (디렉 방정식은 자세한 내용은 나도 잊어버린 무척 복잡한 수식 계산이어서 이 글에 어울리는 내용이 아니다. 심지어 디렉 스스로도 디렉 방정식을 다시 풀려다가 실패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천재들의 연구 결과만 나열한다.)

원자와 원소의 비교

물질을 이루는 입자 하나하나를 원자라 하고, 원자를 분류하는 기준을 원소라고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원자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을 일컫는 말이고, 원소는 원자의 종류를 일컷는 추상적인 말이다. 예를 들면 수소라는 원소로 분류될 수 있는 원자는 원자핵에 양성자 한 개가 포함된 원자다. 이런 원자는 원자핵이 양성자 한 개로 이뤄진 수소원자(H), 양성자 한 개와 중성자 한 개로 이뤄진 중수소(D), 양성자 한 개와 중성자 두 개로 이루어진 삼중수소(T)가 있다. 양성자가 두 개가 되면 이는 수소가 아니라 헬륨(He)이다.

원소는 흑인종, 황인종, 백인종, 원자는 사람 개개인이다.
비유를 하자면 원자번호 1번인 수소를 흑인종이라 한다면 원자번호 2번인 헬륨을 황인종, 원자번호 3번인 리튬을 백인종 등등으로 비교할 수 있다. 흑인종 중 한 사람을 뽑았다면 수소 중 한 원자를 뽑은 것과 같은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원자를 구성하는 원자핵과 전자

원자는 중심부에 원자 대부분의 질량을 갖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의 넓은 공간에 전자가 구름처럼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 20세기 초에 알려졌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 모임으로 원자 특성은 양성자와 중성자 개수에 따라 결정된다. 양성자 수가 원자핵의 전하를 결정하므로 전자 개수와 전자구름 성질도 양성자 개수가 결정한다고 봐야 한다.

결국 원자 성질은 보통 양성자 개수에 따라서 결정된다. 중성자는 다수 양성자가 전자기력에 의해 흩어지는 것을 막고 안정적으로 원자핵에 있도록 만든다. 양성자 개수에 의해 결정되는 전자 개수와 전자구름 성질은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결정하여 우리 세계가 다양성을 갖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전자껍질 규칙

전자껍질 규칙은 주양자수에 의해 결정된다. 주양자수는 수소원자를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으로 계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수다. 대체적으로 원자핵에서 멀어지는 순서대로 주양자수가 커진다. 주양자수가 커지면 원자핵과의 전자기적 위치에너지가 커지기 때문에 원자로부터 전자가 잘 떨어져 나간다.1
가장 바깥 껍질에 있어서 가장 잘 떨어져 나가는 전자를 최외각전자라고 한다. 최외각전자는 화학결합에 관여하여 중요하다. (물론 화학결합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

전자부껍질 규칙

전자껍질 속의 전자는 전자마다 미세하게 상태가 달라지는데 이를 전자부껍질이라고 한다. 전자부껍질은 앞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던 디렉 방정식을 풀 때 수학적 풀이방법 때문에 해답에 포함되는 부양자수라는 정수에 의해 결정된다.
부양자수는 1,3,5,7,9,…. 등등 홀수로만 이루어지며, 주양자수만큼 숫자 개수가 결정된다. 즉 주양자수가 3인 전자궤도에 포함되는 전자는 1,3,5 세 가지의 부양자수를 가질 수 있다. 부양자수의 물리적 의미는 주양자수에 의해 결정되는 전자껍질 한 개에 들어있는 전자가 들어갈 수 있는 방의 개수를 나타내며, 전자가 갖는 각운동량이다.

복잡한 전이원소 성질과 훈트의 규칙…!!

전이원소는 최외각전자가 1~2 개이고, 8 개의 전자가 한 원자껍질에 있을 때 안정된다는 옥테트 규칙을 따르지 않는(?) 원소다. 그래서 전이원소는 화학적 성질이 (원자부껍질과 연관되므로) 엄청나게 복잡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할 이야기가 많지만 길어지므로 생략하자. 정확히 알고 싶은 분은 따로 공부해 보기 바란다.)
전자는 원자부껍질의 에너지 크기에 따라서 낮은 순서대로 들어간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원자부껍질에 하나씩 전자가 위치하면 전자 사이의 정전기력 때문에 한 단계 낮은 에너지를 갖는 원자부껍질보다 전체 에너지가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전자는 원자부껍질의 에너지순위를 무시하고 모든 방에 한 개씩 (또는 두 개씩) 들어갈 수 있다. 이때는 낮은 원자부껍질 중 하나가 비어있게 된다. 이를 훈트의 규칙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훈트의 규칙은 전이원소의 화학적 성질을 복잡하게 만든다. -_-;;;


동위원소, 동중원소

원자핵에 들어있는 양성자 개수가 같은 원소라도 원자핵에 들어있는 중성자 개수는 다를 수 있다. 양성자의 개수가 같으므로 화학적인 성질은 거의 비슷하지만 중성자 개수의 차이만큼 원자의 질량이 차이가 나게 되고, 결국 물리적인 성질이 틀려지는데 이를 동위원소라고 한다. 반면 양성자와 중성자를 합한 개수는 같지만 양성자 개수가 다른 원소는 화학적인 성질이 틀리다. 이러한 원소를 동중원소라고 한다.

원자력발전에 쓰이는 우라늄과 원자폭탄에 쓰이는 우라늄은 원자량이 다르다. 북한 원자력발전소 이슈의 경수로와 중수로 원자로는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나온 중성자를 감속시키는 데 사용하는 물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중수(D2O 또는 DHO)와 경수(H2O, 일반적인 물)에 따라서 다르게 부르는 것이다. ^^ 주의할 점은 중수는 몸에 매우 해롭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중수는 수소와 화학적으로는 거의 같지만 물리적으로는 다르므로 단백질 또는 DNA 내에서 수소결합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수를 많이 마시면 죽는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동위원소는 보통은 화학결합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복잡한 분자는 차이를 보인다.

탄소연대측정방법도 동위원소를 이용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질소로 변하는 탄소 동위원소 양과 안정적인 탄소 동위원소 양을 측정함으로서 유기물이 얼마나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이 분석을 위해 동위원소를 분리해 내는 것은 원리적으로 원심분리기를 간단하게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우라늄(U)의 동위원소를 분리해내는 것도 원리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워서 – 특히 어마어마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 원자폭탄을 개발한 나라가 세계적으로 적은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동중원소를 이용하는 예를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원자핵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초보단계…..

원소를 다루기 위해 필요한 전자의 성질은 비교적 자세히 연구됐다. 그래서 지금도 설명하기 벅찬 전자의 정확한 계산을 소수 9자리 이상까지 충분히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이를 양자전기역학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원자핵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된 것이 거의 없다. 원자핵 속에서 핵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위치가 어떤지 등등 계산은 무척이나 복잡한데다가 핵자 개수가 많다보니 50년 이상 연구가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아주 간단한 핵자 하나에 대한 계산도 전문가들이 A4용지 수백 장씩 써야 겨우 계산될 정도였다 하니 그 연구의 어려움을 익히 알만하다.
이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결한 사람이 마지막 과학자라고 일컬어지는 리차드 파인만이다. 리차드 파인만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파인만 다이아그램이라는 도식을 생각해 내고 이를 이용해서 웬만한 핵자 계산을 A4용지 서너장 분량으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발견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진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핵자의 표준모델조차 없다. 그 난이도가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을 초월하는 듯….!!! (오늘날 원자핵에 대한 연구는 파인만 다이아그램이 개발되기 이전만큼 다시 복잡해졌다.)

연구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강력’에 대한 이해가 아직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자 모임 : 분자

대부분의 원자는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원자와 붙어 있는 경우 더 안정적이다.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를 빼면 원자 최외각 전자가 8 개일 경우 특히 안정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자는 일반적으로는 8 개가 아니기 때문에 8 개로 만들려는 경향이 생긴다. 그래서 최외각전자가 적은 경우는 아예 떼어버리려는 경향이 생기고, 많은 경우는 몇 개를 줘워다가 8 개로 맞추려고 한다. 딱 반인 4개를 갖고 있는 탄소나 규소는 떼어버리기도, 주워오기도 한다. 그러나 버리려는 성질이나 떼어버리려는 성질이 비슷한 원자끼리는 전자를 공동으로 소유하여 공유결합한다.

이렇게 여러 원자가 전자 때문에 합해진 것을 분자라고 한다. 원자는 더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라고 한다면 분자는 성질의 변화가 없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의 입자이다.(위에서 데모크리토스가 말한 원자의 개념이다.)

헬륨이나 네온처럼 한 원자가 한 분자인 경우 단원자분자라고 한다. (헬륨에 대한 성질은 매우 재미있으므로 다른 글에서 다룬다.) 헬륨은 2 개, 네온은 8 개의 최외각전자를 갖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하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원자와도 결합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인 공기분자는 자기와 같은 원자와 붙어 이원자분자를 만든다. N2, O2, F2 같은 형태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거대한 분자로는 탄소화합물이 있다. 분자량은 거의 무한대(∞)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탄소 화합물은 생명의 본질을 이루는 기본적인 유기물이다. 규소 화합물도 매우 거대한 분자를 이룬다. 일부 학설에는 규소화합물로 생명체가 탄생한 다음, 규소가 탄소로 치환되는 진화과정을 거처 원시적인 생명체가 생겨났다고 한다.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매우 많은 탄소나 규소 원자로 이루어진 단일 화합물의 경우 흑연, 다이아몬드, 수정이 되기도 한다. 이런 형태를 단체라고 부르는데, 탄소나 규소의 경우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단체도 있다고 한다.

분자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는데, 금속이나 이온화합물 결정에서는 구성물질 비율만 일정할 뿐이지 전체 규모가 매우 변동적이어서 명확히 분자라 할 수 없다. 보통 소금 분자식을 NaCl로 표시하는데 정확히 하자면 NaCl로 해야 한다.

생명의 중요 암호를 쥐고 있는 DNA의 경우는 더욱 더 복잡한 분자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무기적인 물질이 모여 생명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흥미롭기 그지없다. ^^


원자와 원소의 개념정리는 고등학교 화학의 출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화학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원자와 원소에 대한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운 것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이 글은 원자와 원소의 전반적인 이야기로 고등학교 화학과 물리에서 연관된 것을 최대한 적으려 노력했다.
이 글을 충분히 숙지하고, 전자기학을 조금만 고려하여 생각한다면 고등학교 화학1에 나오는 원소주기율표의 꽤 많은 성질 – 원자질량, 원자크기, 원자가, 전자친화도 등등에 대한 변화 특성 – 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즉 화학1을 거의 다 알 수 있고, 화학2 내용도 상당히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물리와 화학을 동시에 선택한 학생이 화학만 선택한 학생보다 화학 과목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이유다.)

주석
1. 원자에서 원자핵과 전자의 정전기적 위치에너지는 음, 즉 외부로 방출한 에너지 양이다. 따라서 전자를 원자에서 떼어내려면 외부로 방출한 에너지를 다시 넣어줘야 하며, 이 에너지를 일함수라고 부른다. 일함수는 원자 또는 분자에 따라서 달라지고, 정전기적 위치에너지가 클수록 작아진다. 주양자수가 큰 전자는 원자핵과의 거리가 멀고, 그래서 원자핵과의 정전기적 위치에너지가 커 일함수가 작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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