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나오는 좀비영화 아닌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를 오래간만에 다시 보았다.

영화가 시작하면, 공포에 떨고 있는 몇몇 등장인물이 나오고, 곧 이들을 덥치려는 좀비들이 등장한다. 이리저리 치고받고 하면서 사람들은 하나하나 좀비로 변하고, 좀비는 또 계속 처치되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이렇게 30 분이 단 1 컷의 롱테이크로 제작된다.

이렇게 좀비가 나온다고 해서 각종 영화사이트에서는 이 영화를 좀비 코미디로 분류한다는 말을 들었다. 흠…. 이 분류는 틀렸다. 영화를 보지 않고서 대충 분류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작년 가을에 넷플릭스에서 추천해줘서 처음 이 영화를 보았는데, 그때는 컨셉이 재미있는 단순한 B급 영화라고 생각했다. 30 분 동안 찍는 원컷 드라마라니….ㅋㅋㅋ 엄청 좋은 작품이라는 입소문을 예전부터 들었었지만, 그리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각종 영화사이트를 보면 평점도 그리 높았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제작비도 3000만 원으로 매우 저렴했다고 알고 있다.

영화는 이렇게 엉성하다!

비슷한 컨셉의 영화 <웰컴 투 미스터 맥도널드>가 생각난다. 라디오 드라마를 즉석으로 생방송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는 잘 만들어진 일본의 코미디 영화다. 일본영화계 전성기의 막바지에 만들어진 영화랄까… 심심하실 때 보면 좋을 것이다.

그뒤에 잊었다가, 넥플릭스가 최근 다시보기 추천으로 띄우길래 두 번째로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B급 영화가 아니라 명작으로 보였다. 왜 B급 영화가 명작으로 보이는가?

그 사이 내게 변한 것이라고는 [기생충]을 보았고, [기생충]이 받은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에서 받은 오스카상 때문에 써진 일본 영화계의 이야기를 조금 읽은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 단순한 변화가 이 영화에서 일본영화계의 자조(?) 아니면 고발(?)하는 의미를 찾게 만들었다. 우선 이 영화는 B급 수준으로 보는 게 맞다. 감독은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고의적으로 B급 영화로 만들었다. (사실 B급 수준도 못 된다.) 그리고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 드라마를 찍는 일, 배우에 대한 일, 방송국의 일, 제작진의 가정의 일을 모두 일본 영화계를 그대로 반영해 만들었다. 이렇게 만듦으로서 일본영화가 왜 이렇게 망해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걸 B급 수준으로 만든 이유는 지금 일본영화 수준이 B급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뭘 더 이야기하겠는가!

일본영화계의 현실에 대해 관심없는 사람이라면, 예전의 나처럼 단순한 B급 코미디 영화 정도로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일본의 한 감독의 뼈져린 고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추천할 만하다. 물론………………………. 일본영화가 어찌되든 내가 뭔 상관이랴만….!

별점은 5점 만점에 ★★★★을 약간 상회한다.

ps.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영화의 고발은 이 영화 안에서만 끝난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초대박이 났다. 투자한 돈이 3000만 원 수준인데, 수입금이 2759만 $…. 약 300억 원이니 1000 배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이정도면 헐리웃이라면 감독과 주연배우들은 돈을 꽤 벌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계라 해도 꽤나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영화계는 시스템 특성상 감독은 제작할 때 받은 인건비 이외에는 돈을 한푼도 더 받지 못했다고 한다. 번 돈은 배급사와 투자사가 전부 챙겨간 것이다. 이러니 영화계 일을 하려는 사람이 줄고, 일할 열정과 능력이 있는 사람은 외국 영화계로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영화는 이처럼, 작품을 넘어서 현실에서까지 일본 영화계를 고발하고 있다.

ps.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다음 작품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가 2020.08.06에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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