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st] – 인간의 정신적 나약함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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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는 괴물이 나오는 공포영화이면서 수준높은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수준높은 영화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가 좀 어설픈 감이 있지만, 필수영화로 꼭 볼만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2007 년 개봉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철학적 화두를 싫어하다 보니…^^;)

어느날 학교 시험이 끝난 뒤 영화를 보러 갔다 온 조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이렇게 물었다.

영화에서 안개 속에 이상한 것들이 나와 사람들 막 죽이고, 슈퍼같은데 갖혔는데 사이비 교주같은 사람이 사람들을 막 선동하니까 그들을 피해서 차를 타고 안개 속을 벗어나려고 주인공들이 막 갔어요. 그런데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갔는데 안개가 계속 있어서 괴물한테 잡혀가면 더 비참하니까 자살하자고 했는데, 총알이 한 개 부족해서 다른 사람들 다 죽이고, 혼자 남아서 죽으려고 밖으로 나갔는데 안개가 걷히면서 군인들이 막 걸어오는거예요. 그래서 다른 사람 죽인 사람 혼자만 살아남았어요.
무슨 영화가 그래요?

당시에는 영화를 본 것도 아니고 하여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고, 사실은 영화를 다 본 지금도 정확히 전부를 알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보면서 알게 된 것까지만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 영화는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소설 『The Mist』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책을 읽는 것과 비교할 때 충분한 내용을 알 수도 없고, 스티븐 킹이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를 다 파악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글의 내용보다는 직접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영화의 시작은 매우 강력한 폭풍에 의해 마을이 쑥대밭이 되면서 시작한다. 아마 그 폭풍은 실험중이던 군사시설 MD(다른 차원과의 통로를 여는 실험실)도 파괴했던 것 같다. 거기다가 사상 최대의 자기폭풍이 몰아닥쳐 수천 채의 마을(이 영화의 배경)이 전기가 끊긴다. 그리고 군사시설로부터 흘러내려온 안개 속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들이닥친다. 이 괴물들은 사람들을 잡아먹는데….. 괴물들의 공격 속에 슈퍼마켓에 갖힌 수십 명의 사람들은 고립된 채 괴물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사람들은 슈퍼마켓 유리창에 개사료를 쌓아 방비하면서 장기전으로 지낼 준비를 한다.

하지만 괴물과 맞서 싸우기 이전에 우선 사람들의 편견과 공포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되고, 결국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싸우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저런 와중에 인간의 심리를 잘 아는 사람은 구약성서에 근거를 둔 사이비 종교를 제창하여 사람들을 선동하고,  그 와중에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자살하기 시작한다. 슈퍼마켓에서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결국 사람들은 슈퍼에서 분열되고, 소수파는 슈퍼에서 있는 것이 밖의 괴물과 맞서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찰나 사이비 교주에게 발각된다. 어쩔 수 없이 사이비 교주를 사살하면서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밖으로 나간 사람들 중 절반정도는 죽고, 다섯 명만 살아남아 차를 타고 안개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채 안개 밖으로 나가기 전에 연료가 떨어져 차가 멈추고, 차에 타고 있던 다섯 명은 자살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한다. 그러나 차에 있던 총에는 총알이 네 발밖에 없었다. 6연발 권총에서 사이비 교주를 사살하느라 두 발을 쐈기 때문이었다.
결국 주인공은 네 발로 네 명을 사살하고, 자신도 괴물에 잡혀 죽기 위해서 차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그 순간 나타나는 탱크와 군인들!!!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잘 모르겠지만, 두 가지가 아닌가 싶다.

사이비 교주와 광신도들

첫 번째는 위기에 빠져있을 때 부정확한 정보에 쉽게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이다. 최근 있던 최진실 씨의 자살은 증권가의 마이너로 돌아다니는 정보지가 발단였다고 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소문을 전달했다는 것만으로 구속수사중인 한 블로거를 처벌할 수 있느냐에 대해 문제가 사실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최진실의 죽음은 그 근본 뿌리를 찾아보면 이명박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ㅋㅋㅋ
정선희의 남편의 자살이 최진실의 자살의 원인인데, 정선희 남편이 자살한 이유는 촛불이 제공했다. 촛불은 이명박의 독재에 항거하기 위해 범국민적으로 번졌으므로 결국 그 근본은 이명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역추적은 물론 괴변이지만…..)

부정확한 정보를 이 영화에서 제공한 것은 구약성경이었다. 구약성경은 확실히 좋은 책이지만 소설책이나 예언서처럼 현실에 맞춰 해석하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논리적인 것처럼 생각되게 말할 수 있다. 이런 것처럼 부정확한 정보는 우리 인간세계를 지배한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부정확한 정보가 가장 쉽게 엄청난 경제적 손익을 불러일으키는 곳은 증권가다. 증권가에서 사기를 당했다거나 돈을 잃고 자살했다거나 아니면 일확천금을 벌었다거나 하는 배경에는 모두 부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노림들이 있다고 봐도 상관없을 것이다. 부정확한 정보가 큰 영향을 발휘하는 경우는 대부분 아주 좋거나 나쁜 정보들이다. 창조과학회나 뉴라이트의 경우를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지 않나?
이 영화에서 부정확한 정보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은 사이비교주다. (갖혀서 얼마나 이득을 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중을 선동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람들은 혼자일 때 공포에 떨면서 아무것도 못 하거나 이성적이 되지만, 대중이 되면 반이성적이 되면서 도저히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을 하곤 한다. (가깝게는 지난 촛불시위 때 전경들이 한 일을 상기해 봐라.)

두 번째는 격언으로 익히 잘 알려진 내용이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동트기 전이 어두운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은 아무런 이유도 없고, 심리적으로 밤을 지새며 지쳤기 때문에 더 어둡고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의 내용에서는 차에 갖힌 채 모두들 자살하는 행동 자체가 가장 어두운 때를 넘어서려는 순간 포기하는 행동에 속한다. 물론 그때가 가장 어두운 때가 아닐 수도 있다. 이 영화에선 바로 그 가장 어두운 순간인 것이 확실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차 안에서 며칠은 견디면서 구조대를 기다릴 수 있었을 것이다. 기다리는 것, 자살하는 것…. 어떤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

하지만 확실히 비극적 결말이 기존의 헐리웃 공식을 벗어난 것은 확실하다. 원작이 어떻게 되어있든 영화에선 꼬마와 여자는 살아남을줄 알았는데….

아무튼 영화 잘 만들었고, 나도 만족스럽다. ㅋㅋㅋㅋ (이럴 줄 알았으면 극장에서 보는 건데 그랬다. ㅜㅜ)

ps. 잠깐만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 영화에서는 외계 생명체가 크고, 막강하고, 독성도 있어 치명적인 것으로 나왔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다른 차원의 생물체들은 신진대사가 다를 것이므로 그 생물체들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우리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성립한다. 우리 인체, 우리 지구의 생태계를 이루는 생명체의 물질은 그들에게도 역시 강력한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외계 생명체와 우리가 싸우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건 우리가 진화의 결과로 익숙치 않은 것을 잘 안 먹는 것처럼 외계생명체도 그럴 것이므로 (안 그렇다면 진화의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결과는 뻔하다.

만약 다른 차원을 열 수 있다면 다른 차원에서 무서운 것은 고등동식물이 아니라 단세포 생물들일 것이다. 단세포 생물들은 번식을 매우 빠르게, 많이 하니까 훨씬 더 쉽게 지구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생명체들이 갑자기 지구에 나타난다면 가이아는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인간도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좀 더 생각을 진전시키면…..
외계 생명체는 다른 차원에서 왔다고 한다. 차원이 다를 경우 어느 한 쪽 생명체는 우습게 보일 것이다. 2차원의 생명체를 상상해 보면 몸에 한 구멍이 있어서 먹이를 먹고, 그 찌꺼기를 다시 그 구멍으로 배설할 수밖에 없는 단순한 모습일 것이다. 4 차원(우리가 사는 세상은 엄밀히 (열린) 4 차원에 속하지만, 우리가 시간 차원을 느끼지 못하므로 3 차원에 산다고 생각하자.) 이상의 차원에서 사는 생물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구조일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의 괴물은 아닐 것이다.
스티븐 킹이 이 『The Mist』를 쓰면서 아마도 괴물의 모습을 정확히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 제작진이 영화를 만들면서 괴물을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형상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징어, 모기, 박쥐, 거미, 코끼리 등등의 동물….

ps.

원작자인 스티븐 킹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시사회에서 먼저 봤다고 한다. 원작 소설은 사람들이 슈퍼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안개 속으로 떠나면서 끝나고, 그 뒷부분은 영화 제작진이 창작해 붙인 것이다. 근데 스티븐 킹은 이 추가된 뒷부분을 보고는 엄청나게 만족했다고 한다.

참고로, 스티븐 킹은 자기 소설의 영화 판권을 무명 감독들에게 싸게 주기로 유명하다. 막 10 $… 이런 식으로 넘겨준다고 한다. 그런데? 그래서? 대부분은 그렇게 넘겨받은 뒤 제작을 못하거나, 제작해도 졸작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그 기회를 잘 활용해서 성공하는 감독도 있다.

ps. 다음 화면을 보면…..

영화 시작하자마자의 장면인데, 번개 때문에 어떤 사람의 모습이 유리창에 비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각도로 보자면 배우들의 모습은 아니다. ㅋㅋ 카메라맨이나 감독이었을까?

ps. 추가

안개가 처음 밀려올 때 아이를 구해야 한다며 밖으로 뛰쳐나간 여자가 있다. 다들 이 여자는 죽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안개가 걷히며 군인들이 지나가고, 군인들을 따라가는 트럭의 뒷칸에 이 여자가 아이와 함께 타고 있다. 제작진이 이스터에그를 준비해 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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