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3》 참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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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토이스토리 3》가 개봉되기 전이랑 개봉 직후 참패를 예상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토이스토리 3》가 얼마나 훌륭한 작품인지, 자기나 주변 사람들이 보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얼마나 동감했는지 이야기하는 반박 글을 많이 보내주셨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흥행이한 것은 그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공감됐을 때 나오는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 등과는 거의 상관 없다. 만약 완성도와 관련이 있다면 다큐멘터리나 예술과 관련된 영화가 주구장창 인기를 얻을 것이다. 사회 분위기와 관련되는 것이 싫으면 가볍게 볼만한 수준으로 만들면 된다. 《라따뚜이》나 《월-ⓔ》같은 작품이 그런 것이었다.

《토이스토리 3》는 장난감을 버려야 하는 나이가 됐을 때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보지 않아서 정확한 내용은 모른다.) 전작들은 장난감에 대한 기억이나 느낌이 없더라도 흥미를 갖고 볼만한 이야기였다. 또 당시에는 실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인기를 얻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토이스토리 3》는 그렇지 않다. 이미 픽사(Pixar) 전작들도 그렇고, 경쟁사에서도 조금씩 비슷한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제는 무조건 만들기만 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또 《토이스토리 3》가 우리나라에서 통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대학교에 입학할 때, 장난감을 버리는 정서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조금은 있겠지만, 동양권 다수는 장난감을 보관하지 못하고 어렸을 때 버리거나 더 어린 친척 아이에게 대물림한다. 그보다 더 앞서 생각해 보면 《토이스토리 3》에 나오는 수준의 장난감을 갖고 논 사람이 별로 없었다[footnote]이는 노상 공부만 시키는 부모의 영향도 어느정도 있다.[/footnote]. 따라서 정서 공감을 하기 힘든 건 당연하다. 또 이런 것이 보였기 때문에 예고편이나 간단한 후기만 보고서도 참패를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분명 《토이스토리 3》는 픽사의 기존 작품처럼 잘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컨셉은 대물림 풍습, 높은 (강제) 교육열이 있는 동양문화권에서는 재앙과 다름이 없었다.

ps. 이 글은 bellstone 님의 글에 엮인 글을 보내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4 comments on “《토이스토리 3》 참패 이유”

  1. 저도 떠올려 보니 어릴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하나도 남아있는게 없군요. 중학교만 가도 장난감 가지고 있으면 애냐며 핀잔주는데 역시나 여러가지로 정서가 잘 맞진 않았나 봅니다…

  2.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정서를 공감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얘기는 정말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우리도 애니메이션 기획할 때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 국적 불명의 작품을 만드는데, 그런 거 보면 참 한심했었지요. 세계로 나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 국민의 정서에 맞는 작품으로 국내에서 먼저 사랑받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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