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시작한지 1 년쯤 된 분들께 추천하는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

사진디자인…. 사진 촬영의 체계를 잡아갈 때 요긴한 초보용 책이다. 글쓰기 수준이 조금 부족하고, 내지 디자인이 아쉽긴 하지만, 최소한 해가 될 수 있는 잘못된 프레임을 전달하지는 않으므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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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글을 처음 봤을 때, 예전에 사진의 구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자료를 찾아보고자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책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 고민해서 글을 쓰기도 했다. 이 글의 핵심은 사진을 보는 사람의 시선의 이동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어떻게든 읽어보기로 했다. 일단 체험단을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도 뽑혔다.1

책은 전체적으로 쉬운 편이다. 나는 사진을 12 년 동안 공부해 왔는데,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것만으로도 이 책에서 모르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까 몇 년쯤 사진을 찍으며 노력한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서 실력이 늦게 늘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초보일 때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좋은 선택일 것 같다. 근데, 딱 오해할만한 표현이 몇 곳 있으니까, 너무 초보일 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1 년쯤 사진을 찍어본 뒤에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또, 아주 어려운 내용은 거의 빠져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것2, 이런 것3 등등…. 따라서 이 책에 익숙해진 뒤에는, 어려운 부분을 따로 찾아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카메라를 산 뒤에 사진 좀 찍어본, 그러나 아주 익숙해지기 전인 1~3 년차에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은 4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1 장 사진디자인의 기초

사진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게슈탈트 이론에 대해 설명한다. 근데, 앞부분의 글쓰기가 조금씩 튀고, 부정확하다. 2 장부터는 괜찮은 걸 보면, 아무래도 원고를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발동이 느리게 걸렸던 것 같다. 그래도 내용은 좋다.
– 우선, 32 쪽에서는 ‘배경’이라는 단어를 잘못 쓰고 있다.4
– 49 쪽 4 번째 줄에 ‘사진은 셔터를 누르기 전 마음에서 이미 완성된다’라는 사진계의 명언이 나오는데, 이 말을 사진을 공부하기 시작한지 3 년쯤 지난 뒤에 처음 들었던 거 같은데,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나중에 어떤 사진에는 맞지만, 어떤 사진에는 맞지 않은 내용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 격언은 필름으로 찍던 시대에 생긴 것이어서, 디카 시대에는 샷 낭비를 해가며 찍어야 하는 사진이 많아진 바람에, 1/5 정도의 예외가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계에는 이렇게 예외가 생긴 게 꽤 많다.)

2 장 사진디자인의 요소

사진을 구성하는 요소인 점, 선, 도형(모양), 질감, 공감, 색, 톤, 빛, 프레임의 9 가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분량도 가장 많다. 무엇보다 실린 사진이 괜찮으니, 책장을 훌훌 넘기면서 반복해서 보면 도움이 좀 될 것 같다.
– 167 쪽과 235 쪽에서 하이키와 로우키를 단순히 톤이 높고 낮다고 설명했는데, 표현을 좀 더 정확히 했어야 한다. 하이키와 로우키는 단순히 톤이 높고 낮은 게 아니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밝기를 원하는 상태로 맞추다보니 사진 전체 톤이 어둡거나 밝아지는 것이다. (하이키와 로우키에 대한 이전 글)
– 147 쪽의 ‘질감이 거칠거나 강할수록 시각적 무게를 갖습니다’는 내가 이 책에서 유일하게 아예 모르고 있던 내용이다.

4 장의 예시

3 장 사진디자인의 원칙

미술시간에 배웠던 균형, 강조, 통일과 조화, 대비, 패턴과 반복, 리듬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상 사진을 처음 배울 때 접하기 쉬운 내용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사람이 자연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 요소들을 찾는 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시골이더라도 사람이 만든 요소가 많아지다보니 찾는 건 어렵지 않고, 어떻게 사용할지가 중요해졌다.

4 장 사진디자인 실전 사례

2 장과 3 장의 예시 사진을 제시하고 왜 이렇게 찍은 건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달력사진과 비슷한 사진이 많이 실렸는데, 이건 이해해 줘야 한다. 선택의 제한이 걸릴 때 달력사진에서 벗어나는 건 어렵다. (나도 블로그에 글을 쓰려다가 포기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좀 더 많은 샘플을 원한다면 KBS 드라마 스페셜 2023의 [고백공격]을 보기 바란다. 한 장면 장면이 예제로 어울리는 것 같다.5

116 쪽에 ‘점, 선 면, 입체 사이에는 각 요소의 개수와 연관관계에 따라 낮은 차원이나 높은 차원으로 느껴지게 된다.’라고 메모를 남겼다.

128 쪽 첫 문단에 광원의 크기, 플래시 사용, 광원에 대한 메모를 남겼다. 이게 참 애매한 것이, 내용을 조금 더 설명하면,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많이 되겠지만, 막상 이해하려면 실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관련된 내용을 빼는 게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더해서……. 이에 대해 캐논 풀프레임에 L렌즈를 쓰는 것이 세부영역의 화이트홀을 덜 생기게 한다는 것은 이야기해 주고 싶다. (아직 니콘이나 소니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이건 알아둘 것을 추천한다.

168 쪽에 카메라와 피사체 표면의 각도 + 피사체 표면과 조명의 각도 설명이 빠져있다. 설명하기 힘들어서 아마도 고의적으로 빼놓은 것 같다.

200 쪽에 ‘균형은 여백의 미와 중요한 관련성이 있다.’와 같은 메모를 남겼다.

아쉽게도, 내지 편집이 좀 안 좋았다. 몇 가지 설명을 해본다.

  1. 종이 면적을 너무 아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설명과 사진의 위치가 보기 안 좋은 곳이 너무 많다. 마찬가지로, 정리가 안 된 채 끝난 느낌이 드는 꼭지가 좀 많다. 마지막 문단을 안 쓴 느낌이랄까?
  2. 그림 번호와 설명을 찾기 힘들다. 예를 들어 ‘사진 1’, ‘사진 2’ 이렇게 주어지고, 곧바로 다음 사진도 똑같이 ‘사진 1’, ‘사진 2’로 주어진다. (사진번호가 없는 사진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면 어떤 걸 가리키는 건지 혼동된다. (결국 읽으면서 어떤 사진을 설명하는 건지 끝까지 못 찾은 문단도 있다.) 캡션 번호를 계속 높이거나, 설명을 사진에 캡션으로 달아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3. 꼭지 번호가 별로 안 좋다. ‘XX _ Y’ 형태인데, 여기에서 Y가 꼭지 제목과 붙어서 구분해 생각하려면 뜸을 들이며 봐야 한다.
  4. 03_5 꼭지는 2 장의 맨 앞에 위치시켰어야 한다.
  5. 3 장을 2 장 앞에 뒀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산기슭의 나무에 대한 생각
움직임에 대한 생각

아쉬운 건, 내가 예전에 글에서 언급한 시선의 이동에 대한 부분이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선의 이동이 이 책에서 설명하는 몇 가지의 근본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문제를 적어둔다. 내용이 잘못 전달될까 염려되어서…

258 쪽 ‘이미 사진의 기술적인 부분이 완성된 많은 분들도’ → ‘이미 사진의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완성된 분들도’

150 쪽 2의 목록 표현이 불분명하다. 주어가 문제였을까?

  1. 사실은 이전에 체험단을 신청해 뽑혔던 사진 관련 책이 한 권 있었는데, 결국 서평을 못 썼었다. 이전에 글에 적은 적이 있듯이, 사진계에는 꽤 많은 잘못된 프레임이 돌아다닌다. 그 책은 그런 식의 잘못된 프레임이 아주 많이 적혀있어서…. 출판사 쪽에 이에 대해 문의했고,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못 썼다. ↩︎
  2. 이 책에 링크한 글과 같은 내용의 꼭지가 하나 있다. 하지만 내 글이 몇 배는 어렵고, 그만큼 더 유익하다. 하지만, 공부하기는 힘들다는 거… ↩︎
  3. 사실 이건 어렵기만 하지, 사진 찍는 사람에게는 필요 없다! ↩︎
  4. 사진은 전경, 피사체, 배경으로 나눌 수 있다. 글쓴이는 피사체를 전경이나 배경에 포함시켜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 책을 읽을 때는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다른 글을 읽고 쓸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5. 드라마 [도깨비] 이후, 영상미가 좋은 드라마나 영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도깨비] 이전 드라마 중에서는 괜찮은 것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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