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예비작가를 위한 조언

9 comments

소설을 써서 등단하기를 바라는 예비작가는 많다. 그러나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렵다. 쓰는 동안 등장인물, 배경, 사건 등을 처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특히 더 어려운 것은 극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정체를 모를 뿐더러, 주변 도움도 받을 수도 없다. 아직 소설을 써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디에 어려움이 있는지조차 짐작하지 못한다. 이미 능숙하게 소설을 쓰는 사람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처럼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는다. 어떤 견습 작가가 대문호에게 찾아가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습니까?”라고 조언을 구하자 대문호는 “질문할 시간에 글을 쓰면 된다.”는 답변을 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은 거의 항상 비평가 입장에 있기 때문에 창작자가 겪게 되는 어려움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그 누구에게도 도움받기는 힘들다.
글쓰기 초보자 대부분은 책과 강의를 좇아 다니지만, 도움을 얻지 못하고 혼자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위에서 말한 대문호의 말이 맞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적절한 말 한 마디만 건네도 견습 작가는 더 쉽게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작가 수업』은 바로 그 시점에 있는 견습 작가를 위한 책이다. 즉 글쓰기는 어느정도 되고, 체계적인 긴 소설 쓰기로 넘어서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교육, 타자기, 연필, 심리학 등에서 원서가 워낙에 오래전에 발간되었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종종 눈에 띄지만, 책의 평가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내가 보기엔 소설이 아닌 다른 분야 책을 쓸 때도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글쓰는 수준은 몇 가지 단계가 있다. 크게 네 단계로 나눠보자면 초보적 글쓰기, 발상과 구성, 고급 글쓰기, 개성 찾기 단계로 볼 수 있다.

  • 초보적 글쓰기는 원래 초등학교 때 배웠어야 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할 말을 정확히 전달하고, 남이 쓴 글을 정확히 읽는 수준이다.
  • 발상과 구성은 글 쓸 소재를 발굴하고, 구체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소설로 이야기하자면 등장인물과 배경 설정하고, 글이 끝날 때까지 논리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 고급 글쓰기는 더 쉽고 깔끔하게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글로 만들어 사람들이 쉽게 읽도록 만들고, 깊은 인상을 남기게 만들 수 있는 단계다.
  • 개성 찾기는 정답이 없는 단계인 것 같다. 나도 이 단계에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

이 책은 그 중 발상과 구성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래는 이 글에서는 이 책에 나오는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작가 수업 – ★★★★★
원제 : Becoming A Writer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14000 원/224 쪽 / 양장 / 190*135 mm / 단도인쇄
ISBN 9788996 460008 03840
2010.08.15 1판 1쇄 펴냄(한글)

기술적으로 등장인물을 만들고, 배경을 만드는 것까지는 여러 책과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지만, 그 이후는 항상 막막함을 극복하는 것은 배울 방법이 없다. 운이 좋게 이 단계를 쉽게 넘어서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이 부분에서 막혀 몇 년째 재자리 걸음을 하는 사람이 많다. 심한 경우는 문제를 깨닫지 못하고 평생 정체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해 스스로 특별한 훈련을 해야 한다. 이 방법으로 글쓴이 도러시아 브랜디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소개한다.

  1. 메타자아 인식 (자기를 역할에 따라 다중인격으로 분화시킨다.)
  2. 글쓰기 연습 (자기 글이나 다른 사람 글을 읽지 않고 무조건 쓰기만 한다.)
  3. 글쓰기 연습 (특정 시간을 정해두고, 무슨 일이 있어도 글쓰기를 한다.)
  4. 자기글 분석
  5. 자기글 비평
  6. 자아 성찰 (조건 분석과 약점 극복 방안을 검토한다.)
  7. 자기 상태 분석 (자기 심리적/신체적 상태 등을 분석한다.)
  8. 다른 작가와 비교
  9. 모방(을 통한 학습)
  10. 표현 방법 연습 (무미건조에서 벗어나기)

메타자아와 관련해서는 “작가의 두 가지 면”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한 면은 ‘순수한 시각’으로 각종 사물과 사건을 연계해야 한다고 안내해준다. 다른 면은 ‘현실을 보는 시각’으로 어른스럽고, 분별력 있고, 절제하며, 공평한 장인(匠人)이나 비평가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다중인격은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데, 이 자아들에 대한 개념이 알터에고(alter ego)다. 작가 중에 “천재는 남다른 기질이나 훈련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 작용과 상관 없이 자신의 합리적인 의도에 완전히 이바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53 쪽 5 번째 줄) 메타자아에 대해서 중요한 점은, 여러 자아 중에 비평가 자아는 글쓰는 동안에는 내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 흐름이 웬만큼 자리잡히면 비평가 자아를 불러와 함께 상의해야 한다.

글쓰기 연습은 습관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목록의 2~5 번) 글쓰기는 창의력이 중요한데, 창의력(이나 블루오션 같은 것)은 습관에 기인한다. 생각 방식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결과를 만든다. 큰 결과를 얻으려면 좋은 습관을 우선 가져야 한다. 작가는 두 가지를 알아야 하는데,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 이 고비를 넘기면 갑자기 활력이 샘솟으면서 이른바 ‘원기 회복’의 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79 쪽 2 번째 줄) 따라서 자연스럽게 글과 친해져야 하고, 다작을 해야 한다. 또 남의 조언을 얻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스스로 자기 글에 대한 비판을 모두 끝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아는 것은 빠른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판단해보지 않는다면 조언을 얻더라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힘들다. 그러므로 자기 글을 꼼꼼히 따져보고 더 좋은 길을 한동안 모색해 봐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모색만 하다보면 남에게 조언을 구할 기회를 영영 얻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자기 글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연습해야 한다.)

작가 입장에서 책을 읽으려면, 그 책이 어떤 책이던지 두 번 읽어야 한다. 처음 읽을 때는 비판하지 않으며 빨리 읽고, 책의 잘된 점이나 잘못된 점, 의문점, 느낌 등을 정리해 본다. 일단은 구체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리고, 적은 것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해 본다. 그러면 두 번째 읽을 때는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 읽고 정리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남의 글을 읽고 배우면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첫 시작은 모방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모방이 효과를 지니려면 완전한 숙지와 인정을 통해 그 대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최근 소설 『덕혜옹주』 표절시비 같은 사건은 소설을 썼던 권비영 씨가 혼마 야스코의 원작 『덕혜옹주』를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일 것이다.

참고)
두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문제의 발단이 됐던 <한겨레신문사> 기사 “[독자칼럼] <덕혜옹주>일본인 원작자의 편지 / 혼마 야스코”
<오마이뉴스>의 그간의 권비영 씨 인터뷰 분석 기사 “상반기 최고 베스트셀러 <덕혜옹주> 표절 논란
문제는 권비영 씨가 혼마 야스코 씨의 자료를 출처도 밝히지 않고 많은 분량을 썼기 때문에 붉어졌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살펴본다면, 법원이 권비영 씨의 손을 들어줘서 표절이 아니라고 판결나더라도 저작권법에 걸려 수익금 거의 전부를 혼마 야스코 씨에게 물어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법상 혼마 야스코 씨의 자료는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친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창작의 순수한 시각을 되찾아야 한다. 순수한 시각을 되찾기 위해서는 습관과 권태를 이겨내야 한다.
“좋은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해라. (글쓰기의) 천재는 노력을 통해 마음 속 어딘가에 깊이 잠들어 있는 기억을 남김없이 끄집어내어 구체화시킨다. 천재의 재능이 마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135 쪽).”

뒷부분 메모
이 이후에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 좀 더 구체적인 조언을 빼곡히 채워넣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직접 읽어보길 바라고, 여기서는 중요한 구절 몇 개와 읽으면서 느낀 점을 적어본다. 이 책 마지막 쪽에는 “이 책은 한 달 뒤에 한번 더 읽어야 할 듯하다.“라는 메모를 포스트잍에 남겨놓았다.

141 쪽 “독창성은 모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꼭지 느낌
창의성은 프레임이 남다른 것이고, 독창성은 가치관이 남다른 것이다. 독창성과 창의성의 차이는 프레임[패러다임] 차이에서 온다.

146~148 쪽 “하나의 이야기, 수많은 개작” 꼭지 느낌
하나의 이야기를 개작할 때 사람마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바뀌는 것은 ‘기질’과 ‘경험’ 차이인가?

150 쪽 마지막 부분 인용
글의 토대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야 한다. 훌륭한 작품은 흔들림 없는 확신에서 나오며, 그리하여 만인의 사랑을 받는다.

152~154 쪽 “명색뿐인 휴일” 꼭지를 읽는데 갑자기 이 우화가 떠올랐다.

어떤 사람이 마법의 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법의 돌은 무엇이든 황금으로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신기하게도 보통 돌보다 따뜻한 촉감을 갖고 있다는 것과, 마법의 돌이 있는 해변이 어디인지 들은 것이다. 하지만 누가 생각해도 그 넓은 바닷가에 널린 무수히 많은 돌 가운데 마법의 돌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마법의 돌을 찾으러 갔던 사람들은 몇 일이나 한 달, 길면 1 년 정도 찾아보다 포기했다.

성공을 몹시도 갈망하던 이 사람은 전재산을 팔아 그 바닷가로 갔다. 도착한 첫날부터 매일 돌을 차례로 하나씩 만져보고, 차가우면 “아, 차갑네.” 하고는 바다로 던져버렸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돌을 집어던졌지만 따뜻한 느낌이 나는 돌은 없었다. 그렇게 10 년이 지나고, 가지고 있던 돈이 다 떨어져갔다. 그러나 이 사람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해변에 서서 돌을 하나씩 집어들고는 “아, 차갑네.” 하며 바다로 집어던지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변함 없이 바닷가에서 돌을 집어보고는 집어던지기를 반복하던 중, 어떤 돌을 들어올렸을 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은 “어, 따뜻하네.” 라며 외치고는 그대로 바다를 향해 집어던졌다.
오랫동안 돌을 바다로 던지는 습관이 되풀이된 것이다.

이 우와가 떠오른 것은 휴일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잠만 잔다거나 하는 것은 습관이라는 이 꼭지의 뜻 때문이리라!

174~175 쪽 “잠재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꼭지
오늘날, 의식과 무의식 관계는 무의식이 무엇을 결정하면 의식이 그것을 합리화시킨다고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글쓰기는 무의식이 선택한 단어를 의식이 조합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181~183 쪽 “신비로운 능력” 꼭지
“재능이라는 자원은 그 양이 아무리 미미하다 하더라도 평생을 가도 다 쓸 수 없을 만큼 충만하다.” (멋진 표현)
하지만 이 꼭지에서 예로 든 모짜르트의 천재성은 오늘날 인간학에서는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194 쪽 “작별 인사” 꼭지
“얼마나 좋은 작품이 탄생하느냐는 그대와 그대의 삶에 달려 있다.”
→ “그대와 그대의 삶”이 의지하는 바는 무엇일까? 기질과 경험을 뜻할까? 나중에 다시 살펴보고 생각해 보자.

오타나 이상한 표현
43 쪽 : 누구나 한 번쯤은[한번쯤은] 다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중에 돌이켜보면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과감하게 행동했던 경험이 있다.
105 쪽 : 말을 너무 아껴서 감동적인 장면을[장면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바람에 그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가 놓칠 위험은 없는가?
121 쪽 : 단락이 길든 짧든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그 어떤 기술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이는 기술이 눈에 띈다면 자리에 앉아 그 기술을 배우라.
156 쪽 : 자아지더라는 → 의미 불명. ‘지어지더라는’일 듯 싶다.

ps.
여기까지가 내가 읽고난 후 기록하고 싶은 대부분이다. 읽는 동안 좁은 포스트잍 24 장과 큰 포스트잍 2 장이 쓰였다. (네 장은 오타를 적은 것이었고, 두 장은 이 글을 쓰는데 쓰이지 않았다.) 책이 얇은 걸 생각할 때, 꽤 많은 분량이다. 그만큼 적어놓고 싶은 맘이 많이 드는 책이었다.

글 쓴 날 : 2010-09-29 07:54

9 comments on “『작가 수업』- 예비작가를 위한 조언”

    1. 이렇게 한 단계를 완전히 포괄하는 책은 정말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꼭 읽어보세요.

  1.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이거 너무 읽고 싶은 책이네요. 올 가을에 끼고 다녀야겠습니다.

    1. 책 아주 얇습니다. 맘만 먹으면 4~5 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듯 싶네요. 여운을 느끼며 읽으면 좀 더 걸리겠지만…
      꼭 한번 읽어보세요. ^^

  2. 문득 조정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글쓰기 연습에서 필사만큼 효과 있는 것도 없다는.. ^^;

    매번 생각만 하고 있는데… 이런 저런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좋은 공부로써의 필사 또는 습작은 늘 바램만 갖는 듯 합니다.
    블로그 포스트도 부실하기만 하고 언제나 골든버그님의 포스트를 보다보면..
    부끄러운 자화상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매번 이곳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골든버그님.. (_ _)

    1. 근데 막상 글쟁이들 보면 필사로 연습하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문학도 문예창작반 같은 곳은 잘 모르겠지만요….

  3. 골든버그님의 관심은 폭이 넓으세요. 놀랍습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방향성을 잘 모르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요. 글에는 묘사글, 논증글, 설명글…이 있다고 들었어요. 각 장르에 맞게 개인만의 양식을 발달시킬 시각을 가지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1.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ㅜㅜ
      저도 관심 폭이 상당히 좁아요. ^^;

하이든 에 응답 남기기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