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 최인철, 21세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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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학책을 제외하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한 권은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일 것이다. 이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패러다임’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책의 ‘패러다임’에 대한 내용은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한 기준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들리지 않는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프레임』에서 이야기하는 ‘프레임’도 ‘패러다임’과 크게 다른 내용은 아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이성을 발달시켜 나가는 동안 생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뇌를 최적화시킨다. 이 최적화는 생각하는 틀을 장기적이고 거대한 규모로 형성시키기도 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을 잘 모면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최적화시키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장기적이고 거대한 생각의 틀을 ‘패러다임’이라고 하고, 단기적이고 즉흥적으로 형성되는 생각의 틀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이성이 발달한다는 것은 지식을 많이 갖게 되는 것과 지혜롭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지혜롭게 된다는 것은 한계를 인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반대로 한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서 불가능한 것에 대한 고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 효율이 높아지지만, 부수적으로 한계 주변 또는 넘어에 있었던 가능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범주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생각이 제한됨을 패러다임이라 부른다. 패러다임은 발전(효율)과 제약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우리에게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패러다임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과학이론에서 많이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 코페루니쿠스의 지동설, 뉴턴의 중력이론, 다윈의 진화론, 맥스웰의 전자기이론, 아인슈타인의 광량자설과 상대성이론, 드브로이 – 슈뢰딩거의 물질-파동이론, 플랑크-보어의 불연속이론 등등…. 하나같이 당대의 사람들은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고 새로운 것을 예측하게 만든다. 이렇게 거대한 흐름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을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TV채널을 선택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효율의 최적화를 위해서 생각의 틀을 사용하는데 이렇게 간단한 것을 ‘프레임’이라고 부른다. 프레임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패러다임도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본다.

프레임 중에서 약간 큰 것들도 존재하는데, 최인철 교수는 벤저민 바버(Benjamin Barber)의 말을 빌려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라고 이야기한다. 상위프레임은 Why를 묻지만 하위프레임은 How를 묻기 때문에 하위프레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결과적인 부분에 연연하는 반면 상위프레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과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의 판단에만 영향을 미치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프레임의 영향력은 한 개인의 범주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결국 프레임의 영향력의 범주가 형성되는 과정은 스스로의 경험과 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실수한 적이 없는 사람은 결코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지 못한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프레임 – ★★★★

최인철 지음/21세기북스

213쪽, 1,0000원, 반양장

2007.06.08

ISBN 978-89-509-1154 6 03320

우리 사회의 프레임을 살펴보면 웃긴 것 한 가지를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한 학생이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고 한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한 직장을 잡는데 성공하면 그 이후에 사회 구성원들은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첫 직장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프레임을 형성한다. 이러한 프레임은 이 학생이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하려고 할 때 다른 분야의 직종의 사람들에게 강력한 프레임을 형성시켜서 이 학생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만든다. 이러한 프레임의 결과로 이직에 실패하고 다시 첫 직장과 유사한 직장을 선택하도록 만들며, 결국은 우리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범사회적인 프레임(프레임은 개인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지만, 사회 구성원들 대다수가 하나의 프레임을 갖는다면 범사회적으로 하나의 프레임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은 50~60년대 농경사회 중심일 때부터 존재하던 프레임이고, 70~80년대 산업사회 초기에 단순작업이 중요하던 때 형성된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하여튼 오늘날 우리의 지식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지만 개개인이 이전의 프레임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의 효율성은 저하된다. 저하되는 사회의 효율성은 프레임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프레임으로 변화시켜야 마땅하지만, 한 개인의 프레임 자체가 거의 일생동안 변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변화가 빠른 경우에는 프레임이 제 기능에 충실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서 프레임이 오르냐 그르냐 하는 생각은 의미가 없다. 어떤 한 조건에 맞춰 최적화되는 것들은 다른 조건에서는 당연히 비효율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회가 급변하는 과정 속에서는 프레임은 사회 발전에 낮은 효율을 유발하는데, 현재 우리 사회가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은 결국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는 프레임이 더 큰 영향을 나타낸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매번 다이어트하고, 물건울 구매하며, 컴퓨터로 쇼핑을 즐기는 일상생활에서부터 마약이나 도박을 하는 문제까지 프레임을 통해서 일어나는 일이니만큼 프레임을 적절히 조절함으로 해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된다. 특히 프레임을 소유의 프레임으로 갖느냐 존재의 프레임으로 갖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명확히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인생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며, 미래의 투자를 위해 어떤 대비책을 세우고 준비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패러다임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 미래에 다가올 현상들의 분석을 통한 체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프레임은 전술, 패러다임은 전략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글의 도입부분에 지식과 지혜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지식은 시간을 들여 축적하면 점차적으로 늘려갈 수 있는 반면 지혜는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효율적인 것 하나를 찾아서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 글을 읽으면서 발견하게 됐을 것이다. 지혜로 대변되는 패러다임과 프레임은 둘 이상을 갖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학교에서는 모든 교과목이 지식을 쌓는 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지식을 쌓다보면 지혜도 생기게 되지만, 그 과정이 매우 더디고, 효율적인 프레임과 패러다임이 형성될 수 있을지도 알기 힘들다. 최근 학생들의 학력이 하향화 되는 이유도 지식은 많이 갖고 있지만 지혜가 생기지 않아서가 아닐까? 그래서 앞으로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지식을 가르치는 과목보다는 지혜를 가르치는 과목이 더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지혜가 있는 사람에게는 지식을 축적하는 효율이 향상되어 당장 조금 배우더라도 더 강력한 지식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좀 더 엄밀히 살펴봤을 때 지혜는 지식들 사이에 유기적인 관계에 대한 판단을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프레임』 1장에 대한 간단한 요약이다.

이후에도 7장까지 6개의 장이 더 기술되어 있지만, 1장의 전개판이라 생각이 들 뿐이어서 1장이 가장 중요한 내용인 것 같다. 이후의 내용들 중에서 가장 괜찮은 내용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고 나면 자신은 처음부터 작은 나비였다고 주장하게 된다. 성숙의 과정이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 109쪽 9줄

이제라도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는 항상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골라라.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선택했을 때가 이것저것 다양하게 섞어놓은 종합번물세트를 골랐을 때보다 실제 만족도가 더 크다는 점을 기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양성이 인생의 묘미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성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 123쪽 1줄

공돈은 은행에다 2주간만 저축을 해놓아라. –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 138쪽 1줄

부자가 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너나 없이 부자가 되려고 애쓰는 이유도 부자가 되어 가는 과정이 부자가 된 상태보다 더 즐겁기 때문이다. – 164쪽 5째줄

충동구매를 반복하는 사람도 자신의 ‘헤픈’ 성격을 탓하기보다는 …… (중략) ….. 판매자의 친절함 속에 숨겨져 있는 교묘한 프레임을 발견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 182쪽 밑 5줄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남들과의 비교’가 되어서는 안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것, 다른 사람들보다 물질적으로 더 잘 사는 것이 주는 일시적인 만족보다는, ‘최선의 나’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 192쪽 밑 4줄

본받고 싶은 인물의 사진을 걸어놓거나 가지고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신이 닮고 싶은 롤 모델의 사진을 걸어놓는 행위가 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프레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교수를 떠올리기만 해도 상식 문제를 더 잘 푼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 198쪽 8줄

인지심리학 분야에는 ’10 년 법칙’이라는 규칙이 존재한다. 어떤 분야에서건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 부단한 노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 204쪽 10줄

특히 경제에 대해 이야기한 5장의 결론은 이렇다.

“결론적으로 신용카드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최대한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글을 끝내면서…..

몇 년 전에 『블루오션』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의 목차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 읽지 않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 않은 틈새시장을 찾아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강의실로 몰려다니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블루오션에 대해서 생각하기에 앞서서 틈새시장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틈새시장은 아직 남들이 생각지 못한 시장이어서 경쟁자가 없고, 수익률이 높다. 다시 말해서 아직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프레임으로 시장을 분석해서 틈새시장을 찾아낸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블루오션’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프레임을 한 번 더 회전시켜보자. 지금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제품들 중에 처음부터 주류였던 것이 얼마나 있었는가? 매해 10조 원 가량의 이익을 얻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도 처음 시작할 때는 이름조차 알려져 있지 않던 변방의 작은 구멍가게 같은 기업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삼성전자가 성장하여 다른 회사들을 밀어내면서 주류로 올라섰을 뿐이다. 결국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굳이 블루오션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기존의 경쟁자들이 수도 없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칠 수만 있다면 블루오션이 되는 것이다. 어떤 블루오션 기업보다 높은 수익율인 40%의 순이익을 내는 네이버가 자리잡은 분야가 블루오션인가? 이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블루오션과 틈새시장, 그리고 프레임의 관계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블루오션』은 그럴듯한 것을 믿고 싶어하는 헛똑똑이의 프레임을 교묘하게 파고들었을 뿐이다. 대중들은 그러한 헛똑똑이를 지나치게 믿는 경향이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출판사 자체의 마이너 마케팅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나 싶다.

ps.
그런데…..
이 책의 교정을 본 사람은 초짜 편집자였나보다. 책 교정을 아래한글로 단순한 기계교정을 본 것처럼 느껴진다. (더군다나 그것마져도 틀린 부분이 무지 많다.) 그래서 내용은 매우 좋다고 느끼면서도 좋은 책으로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더 좋은 출판사에서 출판해 줬으면 좋겠다.

글 쓴 날 : 2008/03/18 17:30

7 comments on “『프레임』 – 최인철, 21세기 북스”

  1. 자세한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마음에 두고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던 책이였는데, 이 글을 보니 꼭 봐야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일곱가지 습관”을 좋아라 합니다. 제 인생에 가장 중요한 책 다섯권중에 들어가는 책이지요.

    1. 예.. 전 강연을 듣고 난 뒤에 읽어서 그런지 (일부 내용은 겹침) 더 재미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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