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되어본 사람이 고수가 될 수 있다. –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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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되어본 사람이 고수가 될 수 있다.

이 말을 전에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제가 생각해 낸 말이긴 해도 누군가가 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큼 교육이나 학업에서 상당히 통할 수 있는 진리에 가까운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제 의견을 서술해 볼까 합니다.


1. 고수란 무엇인가?

여러분은 고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수의 진정한 의미는 무협지나 인터넷 채팅상에서 말할때 사용되는 “고수”란 단어와 뜻이 동일한 것입니다. 물론 공부에서의 고수도 동일하며, 보드게임(바둑, 장기, 오목, 체스 등등)에서의 고수와도 동일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여러분들은 “공부나 놀이나 고수가 동일하냐?”라고 질문 혹은 반문을 하실 분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왜 그런지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1.1 실력이란 무엇인가?

가장 간단한 예로 수학과 지뢰찾기를 비교하여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참고:지뢰찾기 하는 방법 글)

1.1.1 기본원리를 알기

우선 지로찾기를 처음 하시는 분들은 기본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지뢰찾기의 기본 원리의 난해함(주변 칸중에 폭탄개수만큼 숫자가 써있다)에 막혀서, 처음 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조금 해보다가 창을 닫아버립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가 처음 나오는 정의와 기호에 질려서 포기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기본원리를 제대로 하자면 급하게 하면 안되고,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원리만 파악하면 비교적 쉬운 편이니까요..^^

1.1.2 기본 특성 파악하기

기본원리를 이해했다면 기본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기본 특성이란 지뢰찾기에서 살펴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쉬우냐 하는 것이죠. 또한 일부분은 반드시 폭탄이 있는 위치가 결정되어 있는데, 그것의 위치를 공식화 하는 등등을 작업하면 됩니다.(이 작업이 가장 오래 걸립니다.) 이 수준이 되면 지뢰찾기를 200 초 안에 깰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은 수학에서 기본 공식을 외워 간단한 응용문제를 푸는 것과 동일합니다. ^^

1.1.3 모든 기술을 다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수준에 이르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은 생각하게 되는데, 하지만 현실은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시간이 무제한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학에서도 마찬가지로, 문제의 풀이방법을 모두 알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실질적인 풀이속도나 다양한 풀이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차이나기 때문에 실제 점수가 차이나게 됩니다.

1.1.4 최적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모든 기술을 알고 있으니까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아도 계속 하다보면 더 빠르고 확실하고 쉬운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래서 계속하면 모두 찾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이쯤되면 손은 반사적으로 머리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손은 생각하지 않아도 웬만하면 스스로 알아서 지뢰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조건반사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될듯합니다.^^)
수학도 마찬가지로, 어떠한 유형의 문제가 나왔을 때에는 수많은 풀이방법 중에서 일부 방법은 실제 사용하기에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문제를 풀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 푸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고민하게 되고, 암산으로 대략적인 답의 형태를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1.1.5 이제는 직감이다.

지뢰의 위치를 하나 파악하고, 위치를 표시하는데 처음에는 몇십 초씩 걸리다가 점점 짧아져서 1 초가 안 걸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논리적으로 하나씩 따지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경험으로 대충 자리를 유추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우리는 직감이라고 부릅니다.
직감이 좋은 사람은 그만큼 덜 피곤하게 모든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고, 그만큼 빠르고 지속적으로 지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수학도 마찬가지로 어떠한 문제가 나왔을 때에(혹은 스스로 만들었을 때에) 그 문제의 풀이방법을 생각지 않고도 감각적으로 접근해서 가장 최적화된 방법이 어떤 것이라고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거의 최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6 창의력의 위력

모든 단계를 마스터했으면 다음부터는 오직 창의력 대결이 있을뿐입니다. 이 이후의 개인적 실력 차이는 매우 미세한 차이만을 보이게 되는데, 그것이 일류와 초일류의 차이입니다. 지뢰찾기를 80초 이내에 깰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세계기록 보유자는 30초대에 깨기도 합니다.
창의력이란 학습하는 속도를 좀 빠르게 해 주고, 초절정고수가 되는데 있어서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느냐의 차이뿐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1.2 실력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무엇이든 실력이 좋은 사람은 처음 하는 일에도 그 일을 오랫동안 해왔던 사람과 금방 비슷하게 할 수 있게 됩니다.(물론 한동안은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처음부터 배우는 것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비슷한 예로 언어를 배우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 A가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잘 한다고 하고, B는 영어를 전혀 못 한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에 A와 B에게 동시에 독일어를 가르치면 결과가 어떨까요???? 영어와 독일어는 언듯 보기에는 차이가 큰 언어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같은 뿌리에서 기원된 비슷한 언어입니다. 따라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던 A가 독일어도 쉽고 빠르게 배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A와 B에게 동시에 전에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중국어를 가르친다고 해봅시다. 누가 더 빨리 배울까요?? 당연히 A가 더 빠를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분명히 둘 다 중국어를 못하니 당연히 결과가 똑같아야 하는데, 무엇이 A와 B에게 차이점을 만들게 됐을까요??

1.3 실력과 고수

실력이 좋다고 고수는 아닙니다. 실력이 좋다는 것은 많이 안다는 것인데, 그게 모든 것을 결정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숙련자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숙련자와 고수는 무엇이 차이나는 것일까요?? 다름 아니라 경험입니다.

윗 꼭지에서 말한 A와 B는 영어를 공부해 본 경험에서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A는 외국어를 공부할 때에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B는 외국어를 공부해본 경험이 없어서 독일어든 중국어든 공부하면서 공부방법 자체를 깨달아야 합니다. 물론 이 시간에 A는 쉽게 모든 것을 차례로 공부할테고, A와 B의 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질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는 A와 B의 실력 차이가 다시 좁혀지고, 언젠가는 같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숙련자와 고수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시간이 별로 주어지지 않은 위급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고수입니다. 정리하자면 실력이 좋다고 고수인 것은 아니고, 경험이 밑받침이 되어야 비로소 고수입니다.


2. 고수가 되는 길

윗 단락에서 고수가 되는 길은 실력과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한 분야에 고수가 되면 다른 분야에서도 차이점을 재빨리 간파하여 쉽게 고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고수가 되는 방법은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요??

2.1 스스로 고수인가를 확인해 보자.(1)

이전에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스스로 고수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전 배우는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스스로 판단해본 저는 어떤 새로운 상황에 대한 판단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느립니다.

제가 고수가 아닌 이유야 이런 것이라고 하고, 사람마다 다른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느정도 이상의 논리적인 사고가 어려울 수가 있으며, 집중력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각자가 스스로 어떤 유형인지 생각해 봅시다.

이 글을 계속 읽기 전에, 각자의 이유를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2 스스로 고수인가를 확인해 보자.(2)

이전의 꼭지에서 말씀드린 것과는 달리, 저는 이미 고수입니다. 일부 논리를 따지는 것에서 누구보다 빠른 판단능력을 갖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내저을 때에 이미 해결했던 적이 꽤 많은 편입니다.

여러분은 고수이십니까? 아니면 윗 꼭지에서 확인해보신 대로 고수가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에는, 어느 누구도 일정 분야에서는 고수이며 일정 분야에서는 하수 또는 숙련자입니다.

2.3 고수가 되는 길이란 멀지 않다.

고수가 되는 길은 생각 외로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를 우선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서 단점을 다른 사람이 하는 정도까지만 턱걸이로 해 놓고, 장점을 계발하다보면 고수가 될 것입니다.

2.4 고수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2.1’과 ‘2.2’ 꼭지에서 그랬듯이, 윗 꼭지와 이 꼭지의 제목이 반대가 되어있습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놀리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결론을 얼른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할 때에 무엇이라고 가정했는지 기억하시나요?
“아~!!” 하고 이해하시는 분이 계신 것 같군요.^^

한 분야의 고수가 된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 고수가 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한 분야에서 고수가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고수가 되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반복해서 말하면, 고수가 되어본 사람들은 (다른 분야라 해도) 고수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것인지, 어느 순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좀 더 쉽게 고수가 될 수 있는데, 이와는 다르게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거칠 것이란 말이죠..^^


3. 고수로 가르치기

3.1 고수로 가르치기 (부모의 경우)

부모의 경우 태아일 때부터 아이와 접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의 유전적 유형과 역량과 선택에 따라서 태어난 아기의 인생이 좌지우지 되는 것입니다.

부모들은 아이의 그릇이 커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어릴 때는 뉴런 형성과 구성 문제 때문에 각종 크리티컬 페리오드가 나타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사람들과 함께 지내지 못한 사람은 사회의 구성원이 됐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어렸을 때 귀에 장애가 있어서 소리를 듣지 못 사람은 어른이 되어 귀를 고쳐도 말소리를 알아듣지 못합니다. 눈에 장애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은 어렸을 때 각 기능에 해당하는 뉴런이 생성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뉴런이 생성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크리니컬 페리오드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성인이 돼야 쉽게 익힐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앞 문단에서 말한 크리티컬 페리오드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 과목의 정규교과과정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가상의 공간에 정육면체를 쌓는 교육을 초등학교 5~6 학년 과정에서 배우게 됩니다. 이것에서 더 나아가서 다양한 모양의 입체도형을 중학교 3 학년 때부터 배웁니다. 이것을 좌표계와 엮어서 배우는 것은 고등학교 1 학년 때부터입니다. 그 이후부터 미적분 등 수학적인 온갖 기교와 기술이 등장합니다. 이 교과과정의 순서와 때가 중요한 것은 뉴런이 그런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그때쯤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는 뉴런이 형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가르쳐봤자 거의 발전을 볼 수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런 변화를 저 스스로에게서 한 달 차이로 느낀 적도 있습니다. 1 년 차이로 느낀 적도 있고…. 아무튼 뇌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을 때는 아무리 공부하고 연습해도 발전에 한계를 보이게 됩니다.

어렸을 때에는 기술적인 것보다는 경험과 창의력을 가르쳐야 합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어린아이는 몸과 뇌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 습득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 오랫동안 배운 기술이래봤자 어짜피 나이가 든 뒤에 배우면 금방 습득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6 년 동안 공부한 내용을 고등학생에게 가르치면 한두 달이면 모두 배울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어린아이에게는 나중에 배울 수 없는, 크리니컬 페리오드와 관련된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서 기술적인 것보다는 경험과 창의력이 우선입니다. 언어, 악기 같은 것을 가르쳐도 좋습니다. 좋은 심성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때 형성된 생각들은 훗날 사상이 되고, 철학이 되고, 가치관이 되어 그 아이의 발전에 중심이 되고, 폭이 되고, 깊이가 됩니다.

상대적으로 (선행학습을 포함한) 조기교육은 어떨지 생각해 보면 재미있습니다.
앞에서 정규교과과정을 말했습니다. 이것은 아이들의 평균적인 발달을 고려해서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이걸 만들면서 고려한 자료보다 훨씬 빠릅니다. 어느정도냐 하면, 초등학교 5~6 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정육면체 쌓기를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처리할 줄 알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은 처리할 줄 알게 됐을 때 바로 가르치면 좋겠죠? 그런데 그런 아이들은 100 명에 한두 명 정도일 뿐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빨리 발전하는 것을 본 나머지 98~99 명 아이의 부모들이 따라합니다. 그렇게 해서 전체 집단은 망해갑니다. ^^; 그러니까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내 아이가 이렇다 하여 교육시켜야지, 남의 아이도 다 그렇게 키우니까 교육시킨다명 망하기 딱 좋습니다.

그렇다면 경험과 창의력을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험은 스스로 해 보지 않으면 생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던지 아니면 학원에 보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에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시간을 많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교 또는 유치원에 보내는 것, 또 유치원까지 의무교육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을 때마다 웃음을 머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판단에 의하면 어린 아이의 경우 가장 좋은 교육법은 어렸을 때일수록 깊은 산골이나 농어촌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시켜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창의력 교육을 위해 학원에 다니게 한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것이 저만의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8~9 곳의 학원에 보내면서 창의력 교육을 위해 또 학원에 보낸다?? 다시 말씀 들이지만 창의력이 교육을 통해서 형성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이미 통계적으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창의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명확히 나와있습니다.
창의력 교육을 위해서(?) 미술학원에 보내는 사람들, 혹은 미술학원에서 하는 광고를 보면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술학원에서 광고용으로 보여주는 어린이가 그린 그림을 보면 과연 그 그림이 어린이가 그린 그림인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우리의 어렸을 때 기억을 해 보십시오. 어렸을 때에 그림을 아이들처럼 (학원에 찾아가면서까지) 열심히 배워서 그림을 잘 그리셨나요??? 아닐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그리게 됐죠.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면 당장은 잘 그릴수 있을지 몰라도, 고정관념이 생성되서 5 년이 지난 후에도 비슷한 그림밖에 못 그리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두 가지 이유로 주장을 철회합니다. 즉 자기 아이들이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과 대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후자의 이유는 저도 처음에는 수긍을 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결코 그렇지 않더군요. 먼저 부모님들은 어렸을 때에 학원에 다니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했었나요? 그런 분들은 많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행동시킴으로서 그들과 친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어짜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경우는 대부분 깊이가 없겠죠.^^

정리하자면, 아이를 고수로 가르치고 싶으시면 어렸을 때에 시행착오를 되도록 많이 겪을 수 있도록 학습을 자제하게 해 주시고, 대신 심성교육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놀이 관찰, 독서 등등. 공부는 아이가 준비된 뒤 시작해도 3~4 년여의 시간이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 년의 과정을 모두 끝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언제 시작할지, 어떻게 할지를 잘 파악하는 것입니다.

3.2 고수 가르치기 (선생님의 선택)

선생님의 경우 비교적 가르치는 시간이 적고, 특정 분야만 대하므로 잘 가르치기가 힘든 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과외를 통한 일대일 혹은 일대몇 정도의 지도가 적절한데, 그 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대일이 항상 최선의 방법은 아니고, 실력이 어중간하다면(최상위 실력을 100으로 봤을 때에 학생 실력이 60~80 정도라면 ← 점수 이야기가 아님) 일대일보다는 일대 다수가 더 적당합니다. 어중간한 경우 일대일은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때가 많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서 뭐라고 특별히 말씀드릴 것은 없고, 고수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고수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독려하고, 학생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또한 실력이 급성장하는 아이들의 경우 주의가 많이 필요합니다. 이유는 공백기가 있으면 그만큼 다양한 위험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보수적인 어르신들이 보면 안 좋아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생각나는 예를 하나 적어보겠습니다.
일본 만화 [슬램덩크]에 보면 주인공 강백호가 부상당하자 매니저겸 선배인 한나 선배가 하는 생각에서 “백호는 배우는 속도가 빨랐으므로 부상으로 공백이 생기면 잊어버리는 속도도 빠를지 몰라” 하고 걱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즉 4 개월여 동안 최고 실력자들과 대등한(자신이 생각하기에만?) 위치에서 싸울 수 있는 농구실력을 쌓은 강백호의 경우 4 개월의 공백은 모든 것을 원위치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실력이 몇 달 새에 급성장하는 아이들은 (경험상 보아도 흔히 있는 일인데) 일순간의 공백기(몇 일~몇 주)만으로도 실력이 심하게 요동친다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변화를 주기보다는 오랜 관찰을 필요로 합니다.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입장에서 재능이 뛰어난 아이일수록 더욱더 마음이 아프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에 특정분야에서 너무 뒤처지지 않게끔, 또 정서적, 환경적으로 원만하게 유지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야 학생이 준비됐을 때 해도 충분한 것이고….

3.3 여담 : 조기교육이 필요한 경우

조기교육이 꼭 필요한 분야가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바둑도 그중 한 분야입니다. 바둑은 학문적으로는 이산수학의 한 분야입니다. 그냥 한 문제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둑의 여러 가지 감각이 크리티컬 페리오드에 의해 형성되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스포츠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바둑은 어른이 된 뒤에도 배울 수 있기는 합니다만, 그런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배운 사람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벽을 만나게 됩니다. 아마 고수까지는 되도 프로기사가 되기는 힘들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조기교육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렇게 특별한 분야에 한정해서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생각할 때는 바람직하다고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참고로, 이세돌 프로의 이야기를 해보죠. 이세돌 프로는 한 시대를 풍미한 고수입니다. 10 년의 시간 동안 바둑계에서 적이 없었습니다. 그 뒤에도 몇 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알파고(ALPHAGO LEE)와 바둑을 두고, 신진서라는 새로운 세대의 기사가 나오자 미련을 버리고 바둑계를 떠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알파고(ALPHAGO LEE)는 기존 프로기사의 기보를 보고 바둑을 공부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기사보다 월등한 바둑실력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에도 구글은 알파고를 계속 개량했는데, 나중에는 그 어떠한 지도도 없이 스스로 바둑을 둬서 공부하게 했습니다. 알파고 제로(ALPHAGO ZERO)의 완성입니다. 그 결과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압도적으로 이기는 실력을 갖게 됐습니다. 이 말은 사람들이 바둑을 두면서 온갖 격언 등으로 형성시켰던 패러다임이 실제로 대국을 할 때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둔 기보로 배운 버전과 아예 아무것도 없이 스스로 배운 버전이 대국을 하면 스스로 배운 버전이 압도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이세돌은 새로운 세대의 선봉장이었던 신진서 프로와 대국을 하다가 인공지능을 통해 익힌 수를 두는 신진서를 보고 프로기사를 은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이세돌은 인간의 패러다임에 따른 바둑을 배운 마지막 세대입니다. 이세돌이 보고 배운 대상은 이창호, 조훈현, 구리 같은 이전 세대의 프로기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올 새로운 프로기사들은 앞 세대의 프로기사를 보고 배우지 않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보고 배우겠죠. 그렇게 배운 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서 실력이 크게 앞설 것입니다. 그러니 이미 전성기가 지난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추구하는 일에서 흥미를 잃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참고로, 이세돌을 은퇴하게 만든 신진서는 인공지능과 둬도 전반 50 수 정도까지는 대등한 형세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100 수 정도까지 대등한 형세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현재 프로기사들과 둔 승률은 80%가 훨씬 넘고(2020 년 공식전만 볼 때 88%의 승률), 그래서 비공식이기는 하지만 세계랭킹 1 위를 독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진서의 독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2000 년생으로, 현재 만 21 세니까 최소 10 년은 전성기를 구가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1 인자들이 10 년 이상을 정상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예상입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 보이지 않는 요인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인공지능과 함께 공부하며 성장할 새로운 세대는 바둑을 공부하던 도중에 인공지능을 접한 신진서 세대와는 다른 바둑을 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진서의 바둑이 이세돌의 바둑과 완전히 개념을 달리했던 것처럼, 최근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바둑은 신진서의 바둑과 완전히 개념을 달리할 것입니다. 따라서 후세대가 신진서를 넘어서는데 10 년이나 걸릴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10 년이 안 걸릴 것 같습니다.

ps.
뭐… 아무튼 바둑이라는 분야를 위해 조기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이 인생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 고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체스 분야에서 IBM의 컴퓨터가 사람을 넘어선 이후에 인기가 크게 식었다는 것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둑의 인기가 5 년 뒤에도 계속 지금과 같을지 확신하기 어렵지 않은가요?



cf) 글을 작성하면서 생각나는 이야기가 두 개 있어 이 곳에 남깁니다.

1. 호주의 조기교육

몇 년 전에 그 해에 호주에 영향을 준 10 명의 사람을 선정했는데, 한 명이 한국인이었다고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호주 시드니에 학원을 만들어 조기교육의 열풍을 일으켰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장 몇 년동안은 조기교육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앞섬이 계속 유지될까요??? “敎育百年之大計(교육백년지대계)”라고 했던 우리 조상들의 소중한 말씀을 새겨야 할 것입니다.

 2. 학원에서의 경험

몇 달동안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 경험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격은 일입니다.

두 달정도 초등학교 2 학년을 가르쳤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학원 강사로써 배우는 입장이어서 정신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관찰한 것은 “초등학교 2 학년이 뭘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문제를 쉽게 풀었지만, 보아하니 숫자에 대한 감각이 없더군요. 교육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학생들 중에서 아직 숫자에 대한 개념이 전혀 잡히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학생이 문제를 느리게 푸는 것은 그 단계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3”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에 사과 3 개라는 개념은 있지만, 숫자 3이라는 개념은 없고, 당연히 이 둘을 연결시키는 것을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3을 머리 속으로 사과 3 개라고 바꾸고, 이것을 덧셈이나 뺄셈으로 계산하고, 결국 사과 몇 개라는 결과를 얻은 다음에, 그 결과를 다시 숫자 몇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다가 저에게 강사 일을 가르치시는 분이 그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는데, 그분은 앞서 말씀드린 그 학생이 계산이 너무 느리다고 많이 화를 내시고, 열불을 내시더라구요.
그것은 그 학생이 계산하는 방식을 인정치 않고 학원에서 가르치는 스타일로 (쉽게 이야기해서 숫자 암기로) 만들려고 시도했는데, 그 학생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학생은 나름대로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했지만 인정해주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고, 초등학교 때에는 어떨지 몰라도 곧 처지게 됩니다.

공부가 처지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가정불화나 부모의 무관심이 가장 많았고, 어려서부터 학원에 보내서 실증을 내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런 이유가 없는 학생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결과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잃어버려서 성적이 떨어집니다. 그냥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떨어집니다.


영어 사이트이긴 하지만 다음의 학교를 방문해 보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영국의 썸머힐 학교 (summerhill School)


이 글은 2004-03-29 17:41에 처음 썼고,
지금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하여 다시 공개합니다.

4 comments on “고수가 되어본 사람이 고수가 될 수 있다. – 개똥철학”

  1. “아이를 고수로 가르치고 싶으시면 어렸을 때에 시행착오를 되도록 많이 겪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음에 다가오는 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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